양선희 대기자의 글맛 나는 글쓰기
양선희 지음 / 독서일가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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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지만, 의미있는 여백으로 무거운 책. 이 책에 언급된 책, 조언들은 글쓰기 철학의 키워드다. 그 키워드를 알아채고, 그 속을 관통하는 지식을 채굴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적어도 이 책은 그 키워드는 준다. 그걸 주지도 못하면서 장황하기까지한 책들이 구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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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의 감각 - 삶의 감각을 깨우는 글쓰기 수업
앤 라모트 지음, 최재경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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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 라모트의 통찰과 은근한 유머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의 책은 수집하게 된다. 

번역한 이에 따라 앤 라모트는 책마다 다르게 표현된다. 그의 표현은 어렵지 않다. 현학적인 단어에 집착하지 않고도 편안히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가다. 그래서 그의 책을 옮기는 일은 더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옮긴이들에게 일단 감사한다.


비난을 위해서가 아니라, 앤 라모트를 좋아하는 독자들의 정확한 이해를 돕고자 사소하지만 오역이라 여겨지는 몇 군데를 짚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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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p

나는 그들이 좋았지만, 그중 한 명 정도는 꼭 저녁 식사 자리에서 곤드레만드레 취해 버렸다. 아직 아이였던 나는 그런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무척 실망스러워했고, 무엇보다 그 아저씨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I loved them, but every so often one of them would pass out at the dinner table. I was an anxious child to begin with, and I found this unnerving


anxious--------->실망스러워하다


이리 번역 되었지만 'anxious'에는 '실망스럽다'란 의미는 없다.

'anxious'는 '(두려움에 의한) 긴장감, 걱정스러움이다.


'I'는 원래(to begin with)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그래서 아버지의 작가 친구들이 놀러와서 술에 취해 나가 떨어지면 어떤 이유로든

그 모습이 신경쓰였고, 그에 따라 'unnerving(=upset)', 즉 '불편하고', '(살짝) 짜증난다'는 의미다.


실망스럽고 누군가의 건강('건강'이란 단어는 있지도 않다)을 걱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망을 했다면 그 앞서 실망의 근거가 될 '기대치'가 나와야 자연스럽다. 갑작스런 실망은 다소 비약이다)


10p

아버지는 전날 밤 아무리 늦게까지 일을 했어도, 매일 아침 새벽 다섯 시 반이면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두어 시간 동안 글을 쓴 다음 우리 모두에게 아침을 차려 주고 어머니와 함께 신문을 읽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오전 일과를 처리하러 작업실로 돌아갔다.


Every morning, no matter how late he had been up, my father rose at 5:30, went to his study, wrote for a couple of hours, made us all breakfast, read the paper with my mother, and then went back to work for the rest of the morning. 


이 문장의 바로 앞에는 아버지가 친구들과 늦게까지 술과 저녁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는 내용이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how late he had been up'은 '일을 했다'는 게 아니라 일을 했을 수도, 술 마시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는 내용이 모두 포함되어야 한다. 즉, '(잠자리에 들지 않고)깨어 있다'는 뜻이 더 적합하다. 


went to his study------>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이렇게 옮겨져 있으나 'study'는 '공부'가 아니라 '서재'란 장소다.

그래서 '서재로 갔다'가 옳다. 하루 일과 중에서 '서재로 가는 행위'를 한 것이다. 

서재로 가서 글을 쓴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서재로 갔다'는 표현은 중요하다. 그 뒤에도 '서재'에 관한 언급이 수차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번역서에는 여기서 '서재로 갔다'는 아예 누락되었다.


and then went back to work for the rest of the morning. 

오전 일과를 처리하러 작업실로 돌아갔다.


for the rest of the morning

이건 '오전 일과'가 아니다. 

'오전의 나머지 시간 동안'이란 의미다.

둘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 시간 동안 다시 글을 썼다'는 뜻이다.


또, 앞에서는 '서재'라는 말이 없다가 갑자기 '작업실'이란 곳이 등장한다.


이 단락의 정확한 의미를 살려서 풀어보자면 이렇다.


[아버지는 그 전날 아무리 늦게 잠자리에 들었어도(일할 수도, 술마실 수도) 새벽 다섯 시 반이면 일어나 서재로 갔고 거기서 두어 시간 동안 글을 썼다. 그러고 (서재에서 나와) 가족들 아침을 차려 주고 어머니와 신문을 읽고 나면 나머지 오전 시간 동안은 (다시 서재로 돌아가) 작업(글쓰기)을 했다.]


본 번역서의 번역과 느낌을 비교해 보자.


[아버지는 전날 밤 아무리 늦게까지 일을 했어도, 매일 아침 새벽 다섯 시 반이면 침대에서 일어나 하루 일과를 시작했다. 두어 시간 동안 글을 쓴 다음 우리 모두에게 아침을 차려 주고 어머니와 함께 신문을 읽었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오전 일과를 처리하러 작업실로 돌아갔다.]


14p

나는 석간신문에 끼여 온 전단지의 광고 문구들과 신문에 실린 아버지의 책에 대한 비평들을 읽으면서 성장했다.


I grew up reading the blurbs on dust jackets and the reviews of my father's books in the papers.


dust jacket

'석간신문'이 아니다.


양장본(hard cover) 책 표지에 씌우는 덮개(book cover)를 말한다.

책 날개까지 포함된다. 주로 이런 'dust jacket'에는 알다시피, 그 책의 요약 소개와 광고문구 같은 데 들어간다.


이 문장의 앞 부분은 저자의 집에 많은 책들이 곳곳에 비치되어 있고 그런 가정 문화에서 저자가 받은 영향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느닷없이 '석간신문에 끼여 온 전단지의 광고 문구'는 무엇을 말함인지 알 수 없다.

집에 하도 책이 지천에 많아 책을 갖고 놀았다는 이야기다. 양장본 책 표지 커버에 적힌 책 홍보 문구를 읽으며.


석간신문의 홍보문구?? 

이 부분은 반드시 '책'이어야 한다. 신문이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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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의 글쓰기
이준기.박준이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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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참, 글 한번 신명나게 잘 쓴다. 글 좀 쓴다 하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투성인데 밑줄긋게 하는 힘이 있다. 에둘러 설명하기보다 정면에서 일갈하는 듯한 패기가 시원스럽다. 습작인은 물론, 글 좀 쓴다하는 착각에 빠져 읽는 이를 고달프게 만드는 작가답지 않은 작가들도 필독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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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인문적 글쓰기 아우름 37
박민영 지음 / 샘터사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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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치다가 포기했다. 예화 외 거의 모든 문장에 밑줄을 긋고 별 표시를 했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지만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그 이유를 이 얇은 책에서 배웠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가 부여된 글. 나는 그런 글들을 읽고 좋다고 여기면서도 이유를 잘 몰랐다. 문장력이 아니었던 것이다. 문장력은 기본, 그 위에 사회적 가치가 얹혀져야 했던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글을 쓰면 어렴풋이라도 알만한 내용이다.

그러나 '어렴풋이' 안다는 것과 '명확히' 안다는 것은 천지차이다.

어렴풋이 알면 적용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글을 읽고, '좋다'라고 느끼면서도 왜 좋은지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없었던 것이 글쓰기로 진전하는 보폭을 넓히지 못했던 것 같다. 세상은 '단어'를 아는만큼 보인다고들 한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단어지만 그 의미를 명확히 알게 되면 단어는 단어의 수준을 넘어 '시각'과 '관점'의 준거가 되어 준다. 오늘, 이 책을 통해 나는 내 독서와 글쓰기의 '준거'를 얻었다. 


바로 적용이 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좋은 글을 알아볼 방책 하나를 챙겼다. 나도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내가 하는 경험은 다분히개인적이지만 이미 그 경험은 사회적 경험의 소산이라는 걸 배웠기에. 이건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을만한 성격의 것이다.  


그동안 '이런 비루한 경험을 내놔도 될까?'하고 내놓지 못했던 숱한 내 경험들이 앞다투어 고개 드는 느낌이다. 자신감을 얻은 건 내가 아니라 내 경험들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몹시도 고마운 일이다.  

글쓰기는 세계를 인식하는 유일한 통로인 자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입니다. - P16

글이라는 것은 결국 한 명의 고독한 작가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하며 쌓아 온 세계관과 철학을 세상에 내놓는 것입니다. - P21

글에 구현된 생각들은 다른 사람의 지식과 사상을 종합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입니다. 글로 쓴 생각도 온전히 자기 것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 P24

경험이 글이 되려면 ‘사회적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회적 의미가 부여된 경험이 글이 됩니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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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발상법
노구치 유키오 지음 / 학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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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게 묻힌 책. 번역/편집/폰트/표지 등 재정비해서 재간하면 좋을 책. 창조 및 발상의 기본 단계를 의식의 ‘대기실‘과 ‘접견실‘로 설명한 부분이 히트. 전체 콘텐츠가 유익한 것은 아니나 조각의 빛남이 덮고도 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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