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는 어떻게 현실을 바꾸는가
브라이언 애터버리 지음, 신솔잎 옮김 / 푸른숲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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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만이 스토리를 흥미롭게 하는가. 딱 이 문장 하나 때문에 구매할 결심이 섰다. 르귄과 단편집을 편집했다잖나. 내가 판타지에 무지해서 르귄의 판타지 외엔 잘 안 읽는 것인지도. 혹시 모른다. 이거 읽고 판타지 쓰겠다고 덤빌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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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은 모두 멀리 있다 - 장석남의 적막 예찬
장석남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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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 에세이, 잡문집은 샀다가 맥빠지는 경우가 꽤 있다. 엇비슷한 상념. 개별적인 가족, 풍경, 일상의 다름이 달려오다 종국엔 피치 못하게 겹치는 꼭지점들. 그 속에서 저만의 다름을 끝까지 간직하는 작가들이 있다. 장석남 시인이 그 중 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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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로메르 - 아마추어리즘의 가능성 마음산책 영화감독 인터뷰집
에릭 로메르 지음, 피오나 핸디사이드 엮음, 이수원 옮김 / 마음산책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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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서.

이 말이 너무 반갑잖아..


난 대중과 함께 내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모두 같은 지점에서 웃으면 고통스러워요. 그런 의도를 갖고 만든 게 아니거든요. 내가 단지 모두를 동시에 웃기려고 뭔가를 쓴 건 아니라는 거죠. 누군가 미소 짓는 건 괜찮지만 영화의 정확하게 똑같은 데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아마 내 영화들이 공연을 관람하는 것보다 독서와 더 유사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무대 위의 뭔가를 보는 것보다 책처럼 읽히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거죠. 그래서 집단적인 반응을 보면 속이 상합니다.


(50p)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한 건 아닌데...반갑다.


왜냐하면, 난 누구하고 영화나 연극을 같이 보면 자주 이런 '빈축'을 산다.


왜 아무도 안 우는 데서 혼자 울어?

왜 아무도 안 웃는 데서 혼자 웃어?


왜 그런지는 나도 모른다.


예를 들면, 최근에 포레스트 검프를 다시 봤다.

아마도 일곱번 째로 다시.



거기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그래서 눈물 나는 장면은 이거다.


버스 정류장에서 포레스트가 하는 이야기를 다들 귓등으로만 듣는데

한 여자 노인만 제대로 들어준다.

그러다 여자 노인이 타야 할 버스를 안 타고 보낼 때...


난 여기를 자꾸 돌려 본다.

그리고 이 장면이 나오려고 하는 찰나, 벌써 운다.


내게는 그 노인 여자가 주인공이나 진배없다.


결국, 그 노인 여자는 포레스트에게 제니의 집을 가르쳐 준다...


에릭 로메르.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거장.


누벨바그는 기존에 짜여진 틀을 싫어한다.

즉석에서 떠오른 이미지로...'즉흥적인' 그 순간의 역동성에 집중한다.


그럴 것 같다.


대중이 여기서 다 울거야.

대중이 여기서 다 웃을 거야.


이 자체가 '틀'이겠지.


그를 읽어봐야겠다.

그를 만나야겠다.


자처해서, 떠밀려서 틀 안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을 방법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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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18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다른 이들이 눈여겨보지 못한 대목을 제가 말하게 될 때
(아니 발견할 때) 기분이 좋아집니다..

젤소민아 2025-05-18 21:27   좋아요 0 | URL
페크님 리뷰에서 제가 그런 걸 많이 보거든요~~~ㅎㅎ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5-05-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젤소미나님 편안한 주말 보내셨나요.
포레스트 검프 오랜만이네요. 예전에 본 영화들도 재미있었던 작품이 많았어요.
주말 잘 보내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젤소민아 2025-05-18 21:29   좋아요 3 | URL
요즘 예전 명작들 되보기 프로젝트 중이에요~. 쇼생크 탈출도 열번째 보는데 볼때마다 새로운 게 보인다는...책은 더..말할 것도 없죠~클래식 명작을 읽고 보는 즐거움이죠. 확실히 다시 봐도 새로운 게 있어요. 서니데이님도 써니~~한 하루 되세요~
 
제자리에 있다는 것
클레르 마랭 지음, 황은주 옮김 / 에디투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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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한 자리에 놓인다는 것, 실제적이든 상징적이든 변두리로 몰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목을 끌지 말고 움츠릴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받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그들의 삶은 “위축되고” “발목 잡히는 ”비주류의 양상을 띤다. 우리 안의 무엇이 우리를 저지할까? 우리는 신체, 젠더, 외모, 그리고 사회와 시대 환경이 우리의 신체에 투영하는 판단에 의해서 매우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방식으로 발목 잡힌다. …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채 할당된 자리와 은밀한 명령에 순종한다. … 이 세상은 당신을 위해 어떤 공간도 만들지 않았다. 


(p52~53)


책 소개에 올라온 이 문장 때문에 구매를 결심했다.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에서는

메리 더글러스의 <순수와 위험>이 곧잘 인용된다. 



여기 소개된 문장 중에 이게 있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


<사람, 장소, 환대:74p)

우리 발을 따듯하게 해 주는 양말이지만 새 양말도 더럽게 느껴진다.

식탁은 밥 먹는 장소니까.


미국에서는 두루마리 휴지가 식탁에 올라오면 기겁한다.

연상된다고.(이 풍부한 상상력이라니)


부적절한 자리에 놓인다는 것, 실제적이든 상징적이든 변두리로 몰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목을 끌지 말고 움츠릴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 받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문장을 자꾸 다시 보게 된다.


부적절한 자리에 놓여 

이목을 끌지 말고 움츠리라고 요구 받는 사람들.


고국을 떠나 남의 나라에 산 지 오래됐다.


여긴 처음부터 내게 부적절한 자리였다.

이목을 끌지 말고 움츠리라는 요구?

숱하게 받았다.

뼈가 시리도록 받았다.


아니, 그런 요구를 받기 전에 알아서 기었다.


언어가 안 되니까.


한국에서는 영어 학원 다니면 고급반에도 들어가고 그랬는데

여기 와 유치원생 말도 못 알 아먹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원래 유치원생 말은 알아 먹기 힘들단다. 어느 나라건.)


세상 많은 책 중에 가장 반가운 책은 '나'가 들어 있는 책인지 모른다.

글자 사이에 낀 내가 보인다.

텍스트 저변에 움츠려 앉은 내가 보인다.


내가 쓰지 않았는데, 내 이야기를 하는 책.

내가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책.

이제껏 내가 만난 적 있고, 앞으로 만날 사람들 이야기를 하는 책.


이 책은 어쩌면 나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할 것 같다. 

내가 모르는 나의 이야기.

즐거운 독서는 담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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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5-05-18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 장소 환대, 를 완독했는데 리뷰를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어요. 어렵게 읽었거든요. 이 어려운 책을 쉽게 풀어 쓰는 리뷰를 쓰고 싶군요. 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꽤 공부가 되었던 좋은 책입니다.

젤소민아 2025-05-18 21:36   좋아요 1 | URL
그 책이 나온 초기에 제목보고 그냥 샀어요. 저는 소설을 쓰니까..그 제목이 소설에 대입됐더랬죠.

제게 소설은, [어떤 장소에서 벗어나 혹은 그곳으로 들어가 어떤 사유로든 환대받지 못하는 사람을 소개하는] 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목만으로도 큰 걸 해내는 책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 제목에 아마 많이들 각자의 장소에서 나름의 환대를 생각했을 듯하거든요.

이런 이야기할 수 있어서 참 좋습니다, 페크님~

2025-05-21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5 1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5-25 1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정신병동 수기
크리스티네 라반트 지음, 임홍배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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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동 수기, 마귀들린 아이. 중등 교육과정도 받지 못한 작가. 이미 작고했다. 삶과 죽음의 사이. 정상과 광기의 사이. 평균과 곤궁의 차이. 평범과 특별의 차이. 그는 사이에 서 있었을까, 한편에 치우쳤을까. 어디든 그가 서 있던 자리가 궁금해졌다. 적어도 틀에 박힌 소설은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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