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1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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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첫 작품인 가난한 사람들의 성공 이후, 두 번째 소설에 대해 굉장한 기대를 걸었다. 그는 분신이 걸작이 될 것이라 예상했고, 주인공 골랴드낀이 자신을 성공의 절정으로 데려다 줄 것이라 장담했다. 그러나 분신은 독자들이나 평론가들에게 냉대 받는다.(번역자 해설)

 

[분신이 어느 모로 보나 독자의 사랑을 받는 데 실패한 것이 분명해졌을 때에도 그는 실패의 원인은 형식에 있을 뿐이며 소설에 내재된 관념은 심오한 것이라고, 그리고 주인공 골랴드낀은 자기가 발견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전형이라고 자만하였다.-p.246]

 

분신에는 분명 형식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어떤 면에서 웃기기도 하다. 되새기고 싶거나 감동적인 문장도 별로 없다. 그러나 도작가가 창조해 낸 주인공 골랴드낀을 조각조각 해체하면 의미심장하다. 많은 부분들이 낯설지 않다. 골랴드낀을 통해 도작가는 인간의 깊고도 숨겨진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 낸다.

 

분신은 지금까지 읽은 도작가의 소설 중 가장 잘 읽혔고. ‘가난한 사람들보다 더 좋았다. 아마 이 소설은 도작가의 시대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내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골랴드낀의 모습에 나와, 나의 페르소나가 있다. 남의 시선 때문에 억누르고 덮어버린 내 속의 광기와 욕망, 질투를 골랴드낀이 보여준다. 욕망과 현실이 괴리된 채, 추구해야 할 본질을 잃어버린 요즘의 우리들은 거의 모두 가볍거나 무거운 정신분열을 겪고 산다. 내가 원하는 내가 될 수 없기에 또 다른 나를 창조해, 그것을 추앙하기도 공격하기도 한다. 도스토옙스키는 그러한 것들을 이 소설을 통해 정확하게 잘 포착했다. 소설이 좋게 평가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골랴드낀에 대한 작가의 자신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소설은 작가 도스토옙스키가 변사가 되어 우리들의 주인공인 골랴드낀을 등장시킨다. 소설의 시작부터 이 주인공의 행동은 조금 이상하다. 소심하면서도 허세가 있고 사람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2의 골랴드낀을 통해 암시적으로 그 이유를 얘기하지만, 그에겐 철천지원수도 있다. 불안해하고 말재주와 처세술도 없다. 동료를 질투하고, 그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슬픔, 공포 분노, 무기력을 반복하며 느낀다. 용기 있게 나서야 할 때에는 뒤로 숨어버리고, 제어해야 할 때에는 오히려 가차 없이 돌진해 자신을 곤경에 빠뜨린다. 자신이 문제가 있다고 어느 정도 인식한 골랴드낀은 의사 끄레스찌얀 이바노비치를 찾아가 두서없이 말하기도 한다.

 

[제가 가는 길은요, 곧고, 솔직하며, 우회하는 법이 없지요. 왜냐하면 저는 돌아가는 것을 몹시 싫어하거든요. 그런 길은 다른 사람들이나 가라지요. 선생님이나 저보다 더 깨끗할지도 모를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려는 건 아닙니다. 저는 흐리멍덩하게 대충 말하고 넘어가는 것은 싫어합니다. 같잖게 위선 떠는 것을 아주 싫어하고, 남에 대한 중상모략이나 뜬소문들을 경멸한답니다. 가면은 오로지 가면무도회에서나 쓸 뿐, 그걸 매일 쓰고 사람들 앞에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p.24]

 

의사는 골랴드낀의 생활 방식과 성격을 속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무뚝뚝하게 말할 뿐이다. 골랴드낀이 자신의 상관인 올수피 이바노비치의 딸인 끌라라 올수피예브나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지 못했지만 쳐들어가 쫓겨났을 때, 그에게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分身)이 나타난다. 처음에 그 분신은 작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2의 골랴드낀을 통해 주인공이 힘들게 살아온 모습을 보여준다. 골랴드낀은 자신의 분신을 동정하고 도와주려 한다. 그러다가 분신은 골랴드낀에게 점점 적대적 인물이 된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일을 얄밉게 잘 해내고, 골랴드낀을 기만하고 걸레처럼 취급한다. 골랴드낀의 망상은 심해지고, 광기의 힘은 무섭게 골랴드낀을 망가지게 한다.

 

조현병이 무서운 건 자신의 본질을 믿지 못하고, 자신을 공격하는데에 있다. 망상이나 정신분열은 골랴드낀처럼 자신을 불신한다. 자신안의 무서운 에너지는 자신을 갉아먹고, 몰아댄다. 아직은 괜찮다고 자신을 다독이고 정신력으로 버텨보려고도 하지만 불안과 두려움은 다시 자신을 나락에 빠뜨린다.

 

골랴드낀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까르 제부쉬낀이나 고골의 외투에 나오는 아까끼 아까끼예비치의 모습도 보인다. 필경사 바틀비도 연상되지만, 그는 그들과 다르게 페트르부르크의 쎄스찌라보츠나야 거리의 꽤 크고 웅장한 건물 4층에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 현금도 넉넉하다. 그런 그가 불안에 빠지고 공포를 느끼는 건 러시아의 수도인 페트르부르크의 분위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도 있다.

 

그 당시 출세하고자 농촌에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페트르부르크로 왔지만 그들 대다수는 정부의 하급관리로 단순한 필사업무를 했을 뿐이었다. 철저하게 등급으로 나눠진 그들의 계급은 나머지 다른 곳에서도 사람을 계급으로 평가하고 대우하는 기준이 되었다. 골랴드낀은 가난에서는 벗어났지만, 더 높은 곳으로 가고 싶은 욕망은 이룰 수가 없었다. 외모도 뛰어나지 않고, 말재주와 처세술이 없는 그는 더 이상 출세할 수 없었다. 번듯하게 세상의 많은 것들을 누리기를 원했지만 계급과 능력적인 면에서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다.

 

골랴드낀이 좌절하고 슬퍼할 때마다 페트르부르크의 날씨는 비나 눈이 와 땅은 질척거리고, 추위가 심했다. 페트르부르크의 날씨처럼 골랴드낀을 둘러싼 모든 배경이 그의 정신을 분열시키고, 허약하게 만들었다. 골랴드낀이 보여주는 욕망과 현실의 불일치성, 상대적 빈곤, 타인에 의한 관계의 배제는 인간을 소외시키는 가장 큰 이유이다. 이러한 것들로 인한 인간 심리의 전형적인 변화를 작가는 잘 보여준다.

 

분신은 도스토옙스키의 다른 작품과 다르게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소설을 읽어 나가며 골랴드낀의 내면을 이해할 수 있었고, 지금의 나와 우리들의 모습도 연상되었다. 골랴드낀의 광기와 좌절에 나의 에너지 역시 말라가는 느낌도 들었다. 만약 내가 영화감독이라면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소설은 인간의 욕망과 심리를 잘 분석하고 파헤친 작품이다.

 

분신은 도스토옙스키의 분신이며, 힘들게 이 세상을 버티며 살고 있는 우리들의 또 다른 자아이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든 골랴드낀 씨에겐 더욱 그랬다. 흠뻑 젖어서 무거워진 외투는 눅눅한 온기와 무게를 전하며 그의 사지를 기분 나쁘게 휘감았고, 그렇지 않아도 완전히 힘이 빠져 버린 그의 다리를 휙휙 꺾고 있었다. 열병과도 같은 오한이 그의 온몸을 타고 흐르며 따끔따끔 자극적인 소름으로 변해 돋아나고 강인한 정신력으로 그건 말이지, 어쩌면, 어떤 식으로든 말이야, 아마도, 확실히, 한순간에 모두 잘 해결될 거야라는 식의 말, 즉 늘상 하기 좋아하던 말을 이런 순간 할 법한데도 그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 아직은 괜찮아.-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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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0-24 0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시대를 넘어 작가와 소통하셨군요. 새로 나타난 분신이 도리어 골랴드낀에게 적대한다는 게 마음 아프네요...안분지족하는 삶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0-24 13:04   좋아요 5 | URL
네, 파이버님.
골랴드낀이 만들어 낸 자신의 분신이 적대자가 되어 자신을 공격한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자기 삶에 만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사회에 살고 싶어요^^

scott 2022-10-24 01: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나보코프가 도끼옹 작품들 중 유일하게 극찬‘ 현대 소설‘ 적이라고 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블도 꼬옥 보세요 ^^

페넬로페 2022-10-24 13:05   좋아요 5 | URL
나보코프가 극찬한 작품이었군요.
읽으면서 계속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더블 영화 꼭 볼께요^^

청아 2022-10-24 11: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역시 페넬로페님!!!^^*
저는 약간 지루하게 읽었었는데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읽고서야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네요. 요즘 제가 부쩍 느끼는 혼란이 그건데
당시(읽을 때)에는 페넬로페님처럼 생각하지 못했어요.(어설프게만..)
다시한번 ‘책이란 함께 읽어야 한다‘고 느낍니다.ㅎㅎ

페넬로페 2022-10-24 13:11   좋아요 5 | URL
책 읽는 취향은 사람마다 다 다를 수밖에 없어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유형의 책을 고르고 거기에 푹 빠지는 경향이 있어 책에서 감동을 잘 받아요 ㅎㅎ
책에 대한 비판을 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되네요^^

정말요.
책은 함께 읽는게 맞아요.
독서모임 다녀오면 별점 4개가 꼭 5개로 바뀌어요~~

새파랑 2022-10-24 12: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신>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거 같아요 ㅋ 아마 도선생님 작품중 재미면에서는 최고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ㅋ 그런데 이게 도선생님 작품중에 별로인 축이라니 ㄷㄷ

이제 페넬로페님도 도선생님 전작 시작 ^^

페넬로페 2022-10-24 13:12   좋아요 5 | URL
네, 도작가님 책 중에서 읽는 속도가 젤 빨랐어요 ㅎㅎ
전작 읽기 하고 싶은데 밀린 책이 많아 천천히 한 권씩 읽어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24 16: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간 지나도 이전의 책들을 읽는 이유는 그런 것 같아요.
그 시대 사람들이나 지금 시대 사람들이나 크고 작은 고민하고, 복잡하게 사는 것 같기도 하고,
가끔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순간도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진짜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4 17:56   좋아요 4 | URL
그런 이유때문에 고전을 읽는 것 같아요. 사람 사는 모습은 다르지만 사람 그 자체는 잘 변하지 않지요.
고민도 많고 복잡하고 ㅠㅠ.
삶이라는게 참 무거워요~~

페크pek0501 2022-10-24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분신은 읽어 보지 못했어요.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있던 책을 분리해 출간한 모양입니다.
즐거운 독서를 하신 것 같아 좋아 보입니다.^^

페넬로페 2022-10-24 22:33   좋아요 3 | URL
도작가의 작품이 읽기 어려운데 일단 잘 읽혀 좋았어요 ㅎㅎ
페크님!
어머니 건강은 좀 어떠신가요?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시기 바래요^^

희선 2022-10-26 0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스토옙스키 소설에 이런 것도 있었군요 《분신》이라니... 페넬로페 님이 쓰신 글을 보니 골랴드낀 도스토옙스키 같기도 합니다 도스토옙스키 잘 모르지만, 그냥 그런 느낌이... 그 말도 쓰셨군요 이 소설 자신은 잘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그러지 않았다니... 지금 읽어도 괜찮을 소설 같네요 다른 소설도 마찬가지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26 15:13   좋아요 3 | URL
희선님 느낌이 맞아요.
골랴드낀에는 작가 자신이 많이 섞어있어요. 이 책 읽으며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도 생각나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10-27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화요일 오전만 해도 많이 추워져서 걱정이었는데, 낮에는 많이 따뜻해졌어요.
아침 저녁 차가운 날씨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8 07:22   좋아요 2 | URL
요즘 가을이 절정인 것 같아요.
어제도 공원에 다녀왔는데 기온도 적당하니 좋더라고요.
이번 겨울은 코로나도 그렇고 독감도 유행한다네요.
서니데이님, 건강 조심하시고 가을을 많이 느끼시길 바래요^^

mini74 2022-10-30 11: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이 말씀하시는 골라드낀이 궁금해집니다.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정확하게 표현해낸다니. 찜합니다 ~

페넬로페 2022-10-30 21:40   좋아요 2 | URL
골랴드낀의 모습이 처음엔 약간 우스꽝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점점 몰입하게 돼요.
정신분열 또는 망상을 작가가 잘 표현했어요^^

coolcat329 2022-11-02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작품 읽으셨군요. 평가가 좀 안 좋은 작품이지만 저 참 재밌게 읽었답니다. 저도 이 소설 영화화 하는 거 생각했었는데 과연 누가 골랴드낀 역을 해야하나 고민했는데 못 찾았답니다. ㅋ

페넬로페 2022-11-08 15:55   좋아요 1 | URL
그 당시 보다 지금 우리에게 ‘분신‘이 훨씬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가 골랴드낀역을 하면 좋을까요? ㅎㅎ

scott 2022-11-09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상 이관왕 추카합니다!
11월 건강 잘 챙기세요 ^^

페넬로페 2022-11-10 19:57   좋아요 1 | URL
scott님, 감사합니다.
11월도 빛의 속도로 지나가고 있는 느낌입니다.
scott님께서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11-09 15: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10 20:02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모나리자 2022-11-09 15: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11-10 20:02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9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상 축하드려요^^
도스토옙스키 작품을 조만간 읽으려고 했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1-10 20:15   좋아요 3 | URL
거리의화가님, 감사드려요.
도스토옙스키 작가의 작품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독서괭 2022-11-09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도스토옙스키 중 가장 잘 읽혔다고 하시니 혹하네요!

페넬로페 2022-11-10 20:17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책은 도작가의 다른 책에 비해 썰을 푸는 게 별로 없어 ㅋㅋ, 잘 읽혔던 것 같습니다**

2022-11-10 1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10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1-16 0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을 썼을 때는 잘 안 됐지만, 지금과 잘 맞는 소설이네요 도스토옙스키 앞서갔군요 도스토옙스키가 죽고 이백년이 지나고도 자기 소설을 세계 사람이 읽는다는 거 알면 저세상에서 기뻐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1-16 1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이 책을 읽고 고전이 그냥 고전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어요^^
 
통아프리카사 - 우리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아프리카의 진짜 역사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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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아프리카가 궁금해 읽게 된 책.
최초의 인류와 문명이 출현한 광대한 대륙, 아프리카!
서구 열강에 의한 착취, 노예 무역, 분쟁 등 아프리카의 역사를 ‘통‘으로 보여주어 쉽고 유익하다.
그들의 혼란과 고통은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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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10-13 07: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연계 독서 좋네요 ^^ 아프리카 지도 보면서 국경이 직선으로 나눠진거 보면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ㅜㅜ

페넬로페 2022-10-13 09:50   좋아요 3 | URL
연계독서로 여러 권 읽고 싶은데 읽을 책이 너무 많아 그냥 다른 책으로 넘어 왔어요. 아프리카의 역사를 보면 복잡해서 실마리를 어디서 풀어야할지 암담하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10-13 21: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10년에 출간된 책이라서, 이 책은 구판 절판이군요. 얼마 전 같은데 2010년이 벌써 10년 전의 일이 되는 것을 생각하니, 앗, 하는 기분이 됩니다.^^
페넬로페님, 일교차 큰 날씨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14 11:41   좋아요 3 | URL
이 책의 신판은 저자가 바뀌어 있더라고요. 사진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었지만 내용은 거의 똑같았어요~~
날씨가 좋은데 일교차가 심해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세요^^

2022-10-13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0-14 0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예전 일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 같기도 하네요 아프리카 사람은 슬프기도 하죠 책임 지려고 하는 사람 없을 것 같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0-14 11:43   좋아요 3 | URL
요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발전하고 나아졌다고 하는데 그래도 산적한 문제가 많아 보여요^^

서니데이 2022-10-15 1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주말 날씨가 따뜻하고 참 좋아요.
다음주에 추워진다는 뉴스 들어서인지, 따뜻한 오후가 더 좋은 것 같아요.
점심 맛있게 드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17 22:05   좋아요 3 | URL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많이 추워지네요,
서니데이님
환절기에 건강 조심하시고
이번주도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10-21 16: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은 낮에 햇볕도 좋고, 따뜻한 날이었어요.
10월 남은 날들이 조금더 따뜻하고 좋은 날씨였으면 좋겠네요.
이번주는 대체휴일이 없었는데도 빨리 지나갑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22 00:39   좋아요 3 | URL
10월초에는 비도 많이 왔고, 기온도 내려갔었는데, 요즘은 딱 요맘때의 날씨가 되어 좋아요.
나뭇잎이 어느새 단풍색으로 물들었어요.
요즘만을 붙들고 싶어요.
서니데이님.
주말 즐겁게 잘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10-23 17: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는 날씨가 좋은 편이었는데, 이제 추워지려는지 바람이 세게 부네요.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0-24 20:31   좋아요 3 | URL
주말은 언제나 빨리 휙 지나가 버리네요. 좀 더 알차게 보내고자 하지만 그게 잘 안돼요.
날씨가 점점 추워져요.
서니데이님!
이번 한 주도 행복하시길 바라요^^

mini74 2022-10-30 11: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좋으면 그 시대에 대해서도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 그러고보면 세계사 시간에도 아프리카 역사가 아니라 아프리카라는 대륙이 어떻게 착취당하는지 제국주의 국가의 사건으로만 몇 줄 배운거 같아 미안한 맘도 드네요

페넬로페 2022-10-30 21:38   좋아요 2 | URL
네, 미니님 말씀이 맞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해 그런식으로만 배웠던 것 같아요. 통으로 보는 이 책만 봐도 아프리카 역사가 엄청 복잡하더라고요^^
 
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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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대, 어느 장소이건 침략과 수탈의 역사는 비슷하다. 힘을 가진 자가 약한 자를 집어삼키고 마지막 단물까지도 빼앗아간다. 위대한 인간 정신의 산물인 문명과 종교는 각자의 이기심으로 숨겨진 채, 앞잡이가 된다. 미개하고 낙후되었으니 우리가 너희를 구원하러 왔노라고 선언한다. 폭력과 회유의 반복으로 약한 자는 저절로 충성하게 된다. 총 몇 자루에 눈이 멀어 족장은 자기 부족원을 가차 없이 노예로 팔아넘긴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는 혼란스러운 역사의 과정에서도, 개인은 어떻게 살 아내야 하는지끊임없이 선택해야만 한다. 그리고 선택에 의한 결과는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그후의 삶은 전작인 낙원바닷가에서와 연결된다. ‘그후의 삶은 아프리카가 유럽 여러 나라의 식민지로 분할되기 시작할 때의 동아프리카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낙원바닷가에서가 배경을 통해 함몰된 인간의 삶을 좀 더 조명했다면, 그후의 삶은 역사의 현장을 먼저 보여주고, 거기서 살아내는 인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후의 삶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유를 책의 중반쯤에서 알 수 있다. ‘바닷가에서는 읽는 시기가 중요하지 않지만 이 책은 낙원을 먼저 읽고 나서 읽기를 권한다. 한 인물이 낙원에서 소년기와 청소년기를 거쳤다면, 이 책에서는 그 인물의 청년기와 중년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포문을 연 포르투갈에 의해 아프리카는 유럽 사회에 알려진다. 16세기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각 나라는 아프리카에 눈독을 들인다. 처음에는 금과 상아에 관심이 있었지만 곧 노예무역을 시작한다. 영국의 종단 정책과 프랑스의 횡단 정책이 파쇼다지역에서 충돌하고, 18세기 후반에는 아프리카 내륙지대 깊숙이까지 여러 나라가 진출한다. 1884년 베를린 회의에서 아프리카를 어떻게 나눌지 논의한다.

 

[이때 만들어진 국경은 오늘날 아프리카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오늘날까지 아프리카에서 부족 간의 분쟁이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야. 유럽 열강들은 똘똘 뭉치는 부족은 떼어놨고, 자주 싸우는 부족은 붙여놨어. 그런 식으로 국경을 정해버린 거야. 그들이 왜 그랬을까? 맞아, 아프리카인들이 서로 싸우도록 조장하기 위해서였어. 그래야 지배하기가 편하지 않겠니?

- '통아프리카사‘, p.163, 김시혁, 다산에듀]


[베를린회의에서 인위적으로 나눈 아프리카 국경선

- ‘나의 첫 아프리카 수업’, p.45, 김유아, 초록비책공방]

 

동아프리카에 독일이 침범해 들어오고, 그에 맞서 아랍과 스와힐리족의 연안무역상과 카라반이 저항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쪽의 헤헤족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슈츠트루페(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아프리카 식민지에 주둔한 독일군 부대)는 단호하고 가혹하게 대웅 했다. 독일은 아스카리라고 불리는 아프리카 용병대를 조직해 그들을 반란의 진압에 동원했다. 독일은 헤헤족 사람들을 굶기고 마을을 불태워 8년 만에 그들을 굴복시켰다. 그 와중에 아스카리들은 악랄해지고 사나워졌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싸워주고, 아프리카 주민은 짐꾼(넝마를 입고 모두에게 경멸당한다)으로 징집되어 전쟁터로 나간다. 독일인 장교들은 매번 우아하게 식사를 해야 했으며 밤마다 술파티를 벌였다. 아프리카인들은 그들의 시중을 들고, 매번 쾌적하고 편안한 잠자리를 준비해야 했다.

 

식민지 시대에 문명화되지 않은 곳에서, 부모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소년들과 청년들은 슈츠트루페에 지원하는 것이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는 길이었다. 침략국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서, 그들의 언어와 학문을 배워야만 출세할 수 있었다. 저항자를 죽이고 고문하는 일은 현지인들의 몫이었다. 36년간의 일제강점기를 지난 대한제국의 청년들과 비슷했다. 제국주의자들의 무력에 의한 침략과 현지인에 대한 무지막지한 수탈과 착취는 모든 식민 역사에 거의 비슷하게 적용된다.

 

사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어린 일리아스는 집에서 도망쳤다가 기차역에서 슈츠트루페 아스카리에게 납치당한다. 그곳에서 풀려난 뒤에는 미션스쿨로 보내진다. 글을 읽고 독일어를 할 수 있어 그는 취업을 할 수 있었다.

 

부모가 빚을 갚을 때까지 상인의 집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던 함자는, 자신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아스카리가 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오벌로이트난트(중위)의 당번병이 된다. 장교는 그에게 독일어를 가르쳐주고 돌봐준다. 이것을 마땅치 않게 여긴 교관 펠트베벨 발터는 함자를 미워한다. 펠트베벨은 전형적인 침략국의 군인이었다.

 

[우린 너희에게 이걸, 수학을 비롯해서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희가 가질 수 없었던 수많은 영리한 것들을 가져다주려고 왔다. 이게 우리의 치빌리지어룽미시온(문명인의 사명)이다. ....우린 너희를 문명화시키려 온 거다....

다만 나는 너희가 절대 수학은 배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수학에는 너희 민족으로서는 불가능한 정신적 규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p.103]

 

독일이 동아프리카의 아랍인과 스와힐리족, 본토의 여러 부족들을 하나하나 정복해 나갈 때 영국도 들어오기 시작한다. 독일과 영국의 충돌은 당연하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건 아프리카인들이었다. 독일을 위해 일리아스는 다시 슈츠트루페에 자원입대한다. 자신을 구해주고 친절하게 대해준 건 독일인뿐이고, 그들에게 은혜를 갚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후 일리아스는 알려지지 않고, 함자의 입장에서 독일과 영국의 전쟁이 서술된다. 아스카리는 독일인을 대신해 그들보다 더 잔인하게 지역민들에게 공포를 주고 약탈한다.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거대한 산맥이 비를 막아주는 평원을 가로지를 때만 해도, 이들은 앞으로 몇 년 내내 폭우와 가뭄을 겪으며 늪과 산맥과 숲과 초원에서 싸우면서 알지도 못하는 군대를 살육하고 또 그들에게 살육당하게 되리라는 걸 몰랐다. 펀자브인과 시크교도, 판티족과 아칸족, 하우사족과 요루바족, 콩고족과 루바족, 이들 모두가 유럽인을 대신해 그들의 전쟁에서 싸우는 용병이었다.

-p.138]

 

아프리카에서 이슬람교도(특정 종교를 비하할 생각은 없음), 게다가 식민지의 백성으로 살기에 누구나 어려움을 겪지만 여성의 삶은 더 척박하다. 토착 부족민들과 이슬람 종교에서 여성의 지위는 낮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쿠란에 여성에게도 재산권이 있음이 명시되어있지만 그것은 지켜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잠시 쿠란을 가르치는 학교에 다니다가 여성은 곧 그만 다녀야 한다. 눈만 내놓은 채, 온 몸을 가리고 다니고 남자와는 눈도 마주쳐서는 안 된다. 여자는 여자들끼리 집에서만 모인다. 남편이 두 번째, 세 번째 부인을 맞아들여도 받아들여야 하고, 더 젊은 여자를 원해 이혼을 계속하는 남자도 있다. 불행한 결혼일 수 있지만, 여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는 결혼밖에 없다. 어른이 정해주는 대로 결혼해야만 한다.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남편이다. ‘아샤 푸아디는 남편 칼리파가 그것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나약한 존재임을 깨달았을 때, 평생 마음에 원망과 시기심을 새긴다. 똑같이 부모에게 버림받고 다른 사람 집에서 노예처럼 살던 일리아스의 동생 아피야는 단지 글을 조금 읽는다는 이유로 집주인에게 심한 매질을 당한다. 독일이 영국에게 거의 패하게 되자 교관 펠트베벨은 평소 미워하던 함자에게 칼부림을 한다. 함자는 그 후로 다리를 온전하게 사용하지 못한다. 아피야와 함자는 결국 칼리파가 거둔다. 아샤에게는 부족한 남편이지만 성품이 착한 그가 두 사람에게 아버지가 되어 준다. 함자와 아피야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는다. 아이에게는 외삼촌의 이름인 일리아스를 붙여준다.

 

어린 일리아스는 어머니가 그리워하는 외삼촌 일리아스의 행적을 추적한다. 외삼촌 일리아스는 독일의 군대에서 계속 복무하다 1차 세계대전의 패배로 독일이 아프리카에서 철수할 때 독일로 간다. 그는 독일인 여성과 결혼하고, 독일정부에 군인연금 수령과 동아프리카 작전에 참전한 공으로 훈장을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나치가 정권을 잡았을 때 그들은 재식민화운동(글라이히샬퉁-베르사유조약으로 빼앗긴 식민지를 되찾자는 캠페인)을 시작한다. 일리아스는 나치당에 가입하고 재식민화운동을 위한 행진에서 단상에 올라 슈츠트루페 제복을 입고 특별히 디자인된 깃발을 흔든다. 그는 엘리아스 에센으로 이름을 바꾸고 아스카리 군복 차림으로 카바레에서 가수로 활동한다. 그는 인종법을 어겨 베를린 외곽의 작센하우젠 수용소로 보내졌고 거기서 죽는다.

 

[‘난 독일인들한테서 친절함 말고는 겪어본 적이 없어요.“

.......

이 싸움은 폭력적이고 악랄한 두 침략자의 싸움이야. 하나는 우리 옆에 살고, 다른 하나는 북쪽에 살 뿐이지. 놈들은 누가 우리를 통째로 삼킬지를 놓고 싸우는 걸세. 이게 자네랑 무슨 상관인가? 자네는 잔인하고 악랄하기로 악명 놓은 용병대에 들어가려는 거야. 다들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나? 심하게 다칠 수 있어....그보다 더 나쁜 일을 당할 수도 있고, 제정신으로 하는 생각인가?]

 

일리아스는 자신을 도와 준 독일 군대에 충성하다 나중에는 살아남기 위해 나치당에 가입한다. 식민지 청년의 삶은 이렇게 지리멸렬하다. 가해자는 책임져주지 않고, 억울하고 힘든 개인의 삶만 남을 뿐이다. 일리아스에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본토 아프리카가 그를 구제해주지 않고 관습에 얽매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일리아스의 행동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생각하지 않은 죄를 적용시킬 수 있을까?

 

202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 세 편은 나에게 소설의 재미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특히 동아프리카에 대한 역사를 궁금하게 만들어주었다. 구르나의 소설을 통해서, 또 내가 찾아본 아프리카에 대한 책으로 어느 정도 동아프리카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 만약 그가 노벨 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소설은 더 늦게 번역되었을 것이고, 나는 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노벨상의 힘은 생각보다 대단하다. 상을 받은 작가의 소설을 읽게 만들고, 책의 배경과 인물을 통해 또 다른 역사와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후의 삶을 읽으며 구르나 작가에게 노벨상이 주어진 이유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알면서도 잊혀져가는 것들을 경계하게 하고 다시 인식시켜주는 힘! 그것을 구르나가 해주었다. 그의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진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되고,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누구의 책임이 더 강한지를 생각해야하고 분석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은 하루아침에 끝날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끊임없이 인간이 저지른 사실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중요하다. 그것이 글의 힘이다.

 

며칠 후에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대한민국의 황석영 작가의 수상을 기대하며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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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3 1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놈의 구원 ㅠㅠ현지인들에게 저항자를 고문하게 하는 것이란 문장에서 노덕술이 떠오르네요. 제국주의 아래 하는 짓들은 어찌나 비열하고 끔찍한지 ㅠㅠ 구르나 작가님 책도 읽어야 하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정말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2-10-03 16:25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ㅠㅠ
이 책 읽으며 너무 우리 일제 강점기와 비슷해서 우울하고 슬펐어요. 여성의 삶도 넘 척박하고요. 노예 무역상에 자국민을 넘겨주는 놈들도 우리시대와 똑같았어요..
지금도 정신 차려야하는데 걱정입니다^^

scott 2022-10-03 16: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의 문학 여정은 동시대인들이 몰랐던 그곳의 전쟁 같은 삶 난민처럼 떠돌았던 작가의 여정이 마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같이 읽혀지기에 세계문학상을 수여 받은 것 같습니다 문학이라는 보편적인 언어로 표현한 그후의 삶 ^^

페넬로페 2022-10-03 16:29   좋아요 3 | URL
네, ‘그후의 삶‘을 읽으며 노벨상이 왜 주어졌는지 알겠더라고요.
작가 개인의 이력까지 더해져서 더 좋았어요. 원문이 너무 좋다고 하던데 영어가 짧아 아쉬웠어요^^

그레이스 2022-10-03 16: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떤 시대 어떤 공간에 살게 된다는 것, 그것이 한 개인의 삶에 있는 부조리를 다 덮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생각을 좀더 묵히게 됩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5   좋아요 3 | URL
어느 시대, 어떤 공간에서라도 개인의 삶에 대해 개인의 책임도 있다는 말씀이신거죠!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바람돌이 2022-10-03 16: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만 읽으면 이분 소설은 다 읽는건데 마지막 한권을 아직도 못읽고 있네요. 제 책탑 맨 위에서 매일 저에게 눈짓하고 있는데 말이죠. ㅎㅎ
그동안 이 책 리뷰는 잘 안올라와서 어떤가 궁금했었는데 어쩌면 3권 중 제일 좋을 것 같은 느낌이 이 리뷰에서 팍팍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48   좋아요 3 | URL
이 책은 몰입도가 커서 금방 읽을 수 있어요. 역사와 사람을 적절히 잘 연결시켰고요. 끝부분에서 일리아스의 삶으로 바로 끝을 내어 그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실지 궁금합니다^^

청아 2022-10-03 16: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리아스는 선택을 했다기보다는 특정 삶으로 내몰린것 같네요.
제국주의의 잔혹함이 느껴집니다.
‘낙원‘을 먼저! 기억해둬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10-03 19:50   좋아요 2 | URL
일리아스가 본국에 남느냐, 떠나느냐의 선택을 한 것 같은데, 그만큼 그에게 조국은 신뢰를 주지 못했어요.
제국주의, 언제나 악랄합니다 ㅠㅠ

새파랑 2022-10-03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젠 ‘압둘라자크 구르나‘ 하면 페넬로페님~!! 역시 노벨상은 괜히 타는게 아닌거 같아요 ㅋ
저는 <바닷가에서>만 읽어봤는데 핵심은 <낙원> 이군요 ^^

페넬로페 2022-10-03 19:52   좋아요 3 | URL
낙원보다 그후의 삶이 좀 더 잘 읽혀요. 배경에 대한 설명도 상세히 되어 있는데 순서는 상관없지만 주인공을 잘 이해하려면 낙원을 읽는 것이 도움이 돼요^^

coolcat329 2022-10-03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러네요. 구르나가 노벨문학상을 받지 않았다면 그의 작품들을 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저는 바닷가에서 읽을 차례인데 낙원보다 좋다고 하신 분들이 많아 기대됩니다.
며칠 후 발표될 노벨문학상의 주인공은 누굴지 제가 다 설레입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3   좋아요 2 | URL
네, 저는 이런 작가가 있는줄도 몰랐어요. ㅎㅎ
구르나 작가의 세 작품이 저는 다 좋았어요^^

프레이야 2022-10-03 19: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세 권 다 읽으셨네요 페넬로페 님.
낙원에서 더 못 나가고 있네요 전.
작품성의 힘이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2-10-03 19:54   좋아요 2 | URL
서사와 문장의 힘이 느껴지더라고요. 쓰인 시기가 달라 문체의 변화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레삭매냐 2022-10-03 2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세 좋게 <구원>과 <바닷가에서>
까지 읽고서 이 책까지 읽었어야
했는데 멈추어 버렸네요.

페넬로페님의 리뷰에 다시 버프를
받아 도전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10-03 23:47   좋아요 1 | URL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는 레삭매냐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매번 신간 소식 전해주셔서 그저 편하게 따라가고만 있어요^^

책읽는나무 2022-10-03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낙원...전 여름에 낙원에 발 담그기만 하구선...저도 늘 똑같은 말! 읽지 못했네요~ㅋㅋㅋ
작가의 책이 참 많군요?
전작하면 정말 아프리카 역사에 대해 다시 보는 눈이 생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들의 역사도 이렇게나 험난하고 힘들었네요.ㅜㅜ

페넬로페 2022-10-03 23:51   좋아요 2 | URL
이번에 세 권의 책이 동시에 나와 계속 읽게 되었어요.
이 작품들을 통해 이슬람교를 믿는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는 동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어 유익했어요~~
그들이나 우리나라나 어려운 시대를 지나왔는데 단일민족이라는 것이 이렇게 펀할수도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stella.K 2022-10-03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르나 읽을만 하던가요? 저는 노벨문학상 작품은 좀 오글거려서...
오늘 모기관지에선 살만 루시딘을 점치던데 뚜껑은 열어 봐야알겠죠?

페넬로페 2022-10-03 23:52   좋아요 2 | URL
구르나 책은 일단 어렵지 않고 쉽게 읽혀 좋아요. 가독성도 좋고 내용도 공감되어요.
이번에 살만 루시디가 노벨상 받으면 본격적으로 읽어봐야겠어요^^

서니데이 2022-10-04 22: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가 작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이었는데, 올해는 누가 될 까요. 문학상은 6일에 발표된다고 들었어요. 우리가 아는 작가일 수도 있겠고, 또 처음 듣는 이름일 수도 있겠지요. 이번주에 발표되는 다른 부문의 수상자가 계속 뉴스에 나오고 있어요. 올해 누가 되든지, 아마 그 작가의 책은 우리 나라에 소개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10-05 15:17   좋아요 1 | URL
올해 노벨상 후보들이 워낙 쟁쟁해서 누가 될지 정말 궁금해요. 다른 분야의 상을 받는 분들도 다들 천재처럼 보여요 ㅎㅎ
노벨상 수상 작가의 책을 읽는게 재밌더라고요^^

2022-10-06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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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22: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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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0-05 0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름이 일리아스라니, 호메로스 《일리아스》 안 읽었지만, 그게 생각나기도 하네요 아프리카 사람은 자기들 싸움이 아닌 영국과 독일 사람 대신 싸움을 하다니... 국경은 다른 사람이 정한 거였군요 그것도 참 슬픈 일이네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내전이 일어난 까닭이기도 하다니... 서로 다른 부족이라 해도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그게 잘 안 될지도 모르겠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10-05 15:19   좋아요 1 | URL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같은데 둘이 별로 연관되지는 않더라고요.
식민역사는 어느 곳에서나 참 슬퍼요. 영국이 물러가고도 아프리카에는 독재가 계속 지속되어 그것도 맘 아파요ㅠㅠ

2022-10-05 02: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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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15: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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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2: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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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13: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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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23: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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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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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00: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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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7 13: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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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0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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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10 1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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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0-07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겐 구르나 하면 양대산맥 ㅎㅎ 그레이스님과 페넬로페님.
최근에 매냐님까지 ㅎㅎ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

2022-10-08 10: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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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8 1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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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02: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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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9 22: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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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2-10-21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구루나 책이네요. 읽고 싶은데...읽어야할 책들이 산더미라 나중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구루나 읽을 때 참고할 게요~~ㅎㅎ

페넬로페 2022-10-21 14:36   좋아요 0 | URL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없이 노벨상 수상작인 이유로 읽었는데 구르나 작가의 작품들이 다 마음에 들었어요. 이번에 배반도 번역되어 읽고 싶은데 저 역시 읽어야 할 책이 많아 고민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나의 가장 어린 시절인 5~6세쯤부터 10년의 주기로 지나 온 나이 중, 가장 좋았던 때가 언제였을까? 좋았던 때가 있기나 한 것인지! 매번 실수하고 넘어지고, 후회했지만 그것은 반복적이었다. 젊었을 때는 지금과 달리 나 자신에게 괜찮다고’, ‘그 정도면 잘 살아가는 거라고 얘기할 줄도 몰랐다. 남과 비교당하지 않고 내 식대로 살고자 하는 당당함과 뻔뻔함도 없었다. 주눅 들기도 하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받아 그것을 되돌리느라 남에게 상처도 주었다.

 

나에게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30대에서 40대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내 나이에 비해 늦게 결혼해, 역시나 늦게 결혼한 남자와 싸우며 살아야했고, 늦게 낳은 아이를 키우느라 힘들고 외로웠다. 40세가 되면 인생 다 산 것 같았고 그때부터 늙는 것 같았다. 불혹(不惑)이라니! 정말 말이 말 같지가 않았다. 그 시기에 2~3년 정도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나의 사춘기는 40세에 온 것이었다. 정작 10대에는 수동적으로 공부하며 모범적인 학생으로 청소년시기를 견디었다.(엄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40대 초반을 지내왔지만, 한편으로 늦은 사춘기를 지나며 더 성장할 수 있었고, 나 자신이 변화되기도 했다. 내려놓는 법도 배웠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은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내가 나로 살기 위한 포석을 다지고, 그 위에 차근차근 많은 것을 다시 쌓아올린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50대는 수월하게 넘어왔다.

 

누군가가 지금 당신의 나이가 어떠냐고 물어 온다면 난 참 좋다는 아닐지라도 좋다라고는 말할 수 있다. 좋다고 말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늙음을 받아들이고, 지금 사는 것이 편하다는 뜻은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여전히 싫고, 불편하다. 돈도 없고 노후대책도 되어 있지 않다. 여전히 돈을 벌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 남편이나 나에게 큰 병이 올까봐 두렵기도 하다. 딸아이도 여전히 걱정된다. 재테크에 관심 없고, 책 읽고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 대책 없는 바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지금의 내 나이는 나를 참 편하게 해준다. 사람에 대한 이해도 많아지고, 싫어하는 것을 받아들이지는 않지만, 그에 대해 지나친 혐오나 미움은 없어졌다. 귀찮고 불편한 것을 무관심이라 포장도 하고, 남이 나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평가를 하든지 별로 신경 쓰지 않게 되었다. 혹시 나에게 다시 과거로 돌아갈 기회를 준다고 해도, 난 거절할 것이다. 나란 사람은 다시 돌아간다 해도 더 열심히 살지 못할 것 같고, 그저 이대로 조금씩만 발전하며 살았으면 한다.


9월이 독서의 달로 정해져 있어 도서관마다 행사를 많이 했다. 내가 이용하는 도서관에도 대출 권수 확대, ‘당신의 독서 취향은?’, ‘북 큐레이션같은 이벤트를 했었다. 9월 초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을 때, 도서관 열람실 입구에 비밀보자기 안에 들어있는 책들이 놓여있었다.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을 분야별로 선정해놓은 것이었다. 그 중 하나를 골라 대출해가면 되었다. 비밀보자기는 10개정도 있었는데, 나도 궁금해 하나를 선택했었다. ‘여성심리학, 노년, 인생후반, 소중한 관계, 황혼이라는 해시태그가 있는 것을 골랐는데, 이게 뭐라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두구두구두...

 

집에 와서 풀어 본 보자기 안에는 메리 파이퍼의 나는 내 나이가 참 좋다라는 에세이가 들어 있었다. 처음 들어 본 작가의, 내 취향도 아닌 책에 살짝 실망했다. ‘우아하고 지혜롭게 세월의 강을 항해하는 법이라는 부제는 좋았지만 책의 내용 역시 예상에서 별로 벗어나지는 못했다. 책은 13페이지 정도 들어가는 말이 있었고, 나머지는 임상심리학자인 작가의 책답게 여러 사람의 사례가 정리되어 있었다. 삶의 단계에서 필요한 것은 회복력을 보이는 것이고, 상황에 따른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에는 공감했다. ‘앨리스 인 베드에 등장한 마가렛 풀러에 대한 글도 있어 반가웠다. 그렇지만 여러 사람에 대한 사례와 지침은 나와 맞지 않아서인지 조금 재미가 없었다.

 

[나는 감정을 통제하기보다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감정은 우리가 회복하는 데 꼭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우리는 온몸과 온 마음으로 지금 느껴지는 감정을 오롯이 체험해야 한다.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조금씩 치유와 희망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p.14]





 

 

 

 

 

 

 

 

 

 

 


딸아이가 아바타 리마스터링영화를 같이 보자고 했다. 12월에 아바타 2’가 개봉될 예정이라 화질과 소리를 좋게 해 다시 만든 전편을 재상영 해주는 것이었다. 아바타를 재미있게 보기는 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아 딸아이와 저녁은 같이 먹고 아이는 영화관으로, 나는 근처 카페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읽을 책이 쌓여 있어 어떤 책을 가져갈지 고민하다가 얼마 전 선물 받은 책을 가방에 넣었다. 이 책은 알라딘 서재 친구가 나에게 선물로 보내준 것이다. 생각지도 않았는데, 친구가 정희진 선생의 책을 두 권이나 보내주었다. 이 친구와 만나지는 않았지만 알라딘 서재에서는 엄청 친하다(내 생각). 책 취향이 같지는 않지만 나는 그녀의 책읽기와 공부에 대한 열정과 노력을 격려해주고 무척이나 존경한다. 배울 점이 너무 많은 친구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내게 정희진의 영화가 내 몸을 지나간 후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라 반가웠지만, 이 책의 내용은 영화만 관련된 것은 아니다. 선생이 가져 온 영화를 보지 않아도 충분히 말을 알아들을 수 있다. 저자의 글은 나에게 가하는 채찍질이기도 하고, 같은 기질의 사람을 만난 기쁨이기도 하다. 뚜벅뚜벅 가고자 하는 강인함과 그래도 한 번씩 물러나는 소심함도 있어 재미있다. 어떤 면에서는 반발하고 싶기도 하지만, 선생은 아마 흔쾌히 받아들일 것 같다. 머리말의 제목인 내가 쓴 것이 나다라는 말은 하도 가혹해서 등골이 서늘하다.

 

[글쓰기가 힘들고 두려운 이유는 쓰는 사람이 대상을 창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때 우리가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대상(작품)이 아니다. 글로 쓴 대상을 공부하기 전에 글을 쓴 사람을 추적해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모든 재현이 누군가를 쓴 것임을 인식하고,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를 알기 위해 쓴다도 중요하지만 는 매 순간 변화하고 움직이는 존재임을 각성하고 있어야 한다.

-p.11~12]


책 선물, 감사합니다**



카페에서 몰입하며 책을 읽다가 근처에 있는 호수를 산책하려고 나왔다. 평일이고 밤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간다는 사실이 요즘 어디서나 실감된다. 그리고 호수위에 서 있는 러버덕을 발견했다. 8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고 했다. 처음 이 오리를 봤을 때 그냥 단순히 오리 모양의 고무 풍선인줄 알았는데, 이 작품을 만든 작가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었다. 작품을 보호하고자 여러 명의 아르바이트생들도 있었다. 전에 전시된 러버덕을 딸아이와 봤는데 벌써 8년이란 세월이 지났단다. 8년 동안 난 무엇을 하며 살았을까?














내가 독서 동아리에 참가하고 있는 도서관에서 동아리의 활성화를 위해 각 동아리마다 원하는 책을 사주기로 했다. 리더이신 그레이스님께서 우리 동아리는 조지 엘리엇의 미들마치를 신청했었다. 책이 도착했고 그레이스님께서 이 무거운 책을 들고 오셨다. 가을이고 날씨가 좋아 도서관이 아닌 공원의 카페에서 회원들과 만나자고 했는데, 우리에게 이 책을 보여주고자 몸소 들고 오신 거였다. 워낙 책을 많이 읽으시니 이 정도의 책 무게는 감당할 수 있다고 하셨다.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두꺼웠다. 이유는 있었겠지만 출판사에서 그냥 두 권으로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읽기에 불편하고 휴대하기도 쉽지 않다. 동아리 회원들이 이 책의 두께에 식겁하여 아무도 가져가겠다고 하지 않아 결국 내가 먼저 가져왔다. 다시 그레이스님에게 이 무거운 책을 지고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집에 돌아와 딸아이에게 이 책을 보여주었을 때,

, 이 책으로 사람 때리면 바로 죽겠네...”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미니 74’님도 만약 집에 도둑이 들어오면 두꺼운 책을 사용하신다고 했으니.....

 

미들마치는 시골에 사는 여러 가정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언제나 남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특히 다른 사람들의 결혼생활에 관한 것이면 더 새롭다. 돋보기를 준비해 차근차근 들여다봐야겠다. 10월도 책읽기로 바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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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10-10 19: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가운체 하느라 정작 축하인사 뒷전 ㅎ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10-12 19: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님!
날씨가 춥다가 오늘 조금 풀렸어요. 이 계절엔 날씨가 좋아야죠.
얄라알라님, 좋은 가을 보내시길 바래요**

책읽는나무 2022-10-11 10: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제가 읽으면서 좋다고 했었던!!!^^
이제 저의 촉도 어느 정도 풍월을 읊을 수 있네요ㅋㅋㅋ
잃시찾에 이어 2 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2-10-12 19:00   좋아요 2 | URL
책나무님, 감사합니다**
풍월을 읊을 수 있는 책나무님의 촉을 사랑합니다^^

건수하 2022-10-21 15: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이달의 페이퍼로 선정된 글이었군요. 제가 잘 확인 안하는지라 지금 알았습니다 ^^
페넬로페님 많이 늦었지만 2관왕 축하드려요.

그레이스님과 독서 모임을 하시는군요. 서재 친구가 가까이 계시니 두 분께 복이네요 :)

페넬로페 2022-10-21 17:09   좋아요 1 | URL
수하님,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과 책도 같이 읽고 서재 활동도 같이 하고 있어 정말 복받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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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의 희곡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Alice in Bed)은 내가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이해하기 어려웠다. 작가는 이 희곡에 여러 가지 의미와 장치를 중첩시켜 배경지식이 부족한 나를 힘들게 했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모두 짧고 연속적이지 않아 대사의 숨은 의미를 해석해야했고, 변화하는 무대장치를 비롯한 행간의 의미까지 읽어야 했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이 책에는 미국의 유명한 소설가인 윌리엄 제임스와 헨리 제임스의 여동생인 앨리스 제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빅토리아 시대의 앨리스, 앨리스의 아빠와 오빠, 그녀의 상상속의 친구들이 여성의 삶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앨리스는 오빠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명민했지만, 19세에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영국으로 떠나 온 뒤로는 줄곧 침대를 떠나지 못하는 신경쇠약증을 앓고 있는 여자이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발작은 마약과 진정제로 잠재운다. 44살에 죽은 후, 그녀가 쓴 일기가 출판되면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손택은 이 책이 여성의 이야기를 나타낸다고 했다. 이 희곡은 여성의 이야기가 주가 되지만,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의 고민를 나타내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어날 수 있어요.”

할 생각이 없는 거예요.”

하지 않으려는 거예요.”

의지의 문제라니까요.”

게으름뱅이!”

노력을 해 봐요.”

사물을 다른 식으로 보려무나!”

넌 인생에 기회를 주지 않고 있어

 

침대에만 머물고 있는 앨리스에게 간호사와 그녀의 오빠가 하는 말이다. 간호사와 앨리스의 오빠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우울증을 겪고 있거나, 뭔가에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무심코 던지는 말들이다. 그들은 불행하다고 하고, 자신의 말을 들어 달라고 한다. 자살하고 싶고, 괴로우니까 잠을 잔다고 한다. 그러면 사람들은 바쁘다고,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건 옳은 일이 아니라(p.36)', 능력을 사용해 성취해 보라고 한다. 완벽하기는커녕 조금이라도 상대방을 이해하기 쉽지 않은 관계에서 두 대화는 평행선을 이룬다. 사람과의 관계는 누가 더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이 이해하느냐의 문제가 더 절실하다.

 

앨리스 제임스’(1848~1892)의 전 생애는 빅토리아 시대(1837~1901)에 걸쳐져 있다. 명민하고 머리가 좋은 여성인 앨리스가 그들의 남자 형제와 같은 평등과 존중은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성들이 쉽게 규정지어지고, 대체적으로 여성 자신이 스스로를 한계 짓는 방식 때문이었다. 육체적으로 매력적이면서 아버지와 남자형제들, 남편에게 참을성 있고 나긋나긋하고 고분고분하며 예민하고 배려할 줄 아는 여성이어야 한다는 의무감은 이기심과 공격성, 자신에 대한 관심과 모순되는 것이므로 마찰을 일으키기 마련이다. 바로 이런 이기심과 공격성이야 말로 위대한 창조성이 피어날 수 있는 필연적인 조건인데 말이다.

-p.11~12, ‘작가의 말‘, 중에서]

 

그녀들의 공격성, 모순에 대한 마찰은 신경쇠약증으로 많이 나타났고, 그것은 빅토리아 시대에서 여성에 대한 단정적인 한계로 규정되어졌다.

 

[아빠도 오빠처럼 생각해? 이 끔찍한 병이 내게는 좋은 해결책이라고?

-p51]

 

앨리스, 깨어나지 않는 영혼5막에는 앨리스가 차 모임에서 다른 여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환상을 담고 있다.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가이자 평론가인 마가렛 풀러’, 일생 동안 1775편의 시를 남긴 미국의 시인인 에밀리 디킨슨’, 바그너의 오페라, ‘파르시팔에 나오는 유일한 여성 인물인 쿤드리’, 발레극 지젤에 나오는 환상적인 인물인 미르타가 앨리스의 차 모임에 초대를 받는다. 그들은 앨리스와 교감을 나누고자 찾아왔지만, 결국 그들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딱 그 정도로만 앨리스를 받아들인다.

 

앨리스는 침대 위에서만 생활하지만 자신의 정신의 힘을 믿는다. 머릿속과 마음으로 세계를 상상할 수 있고, 정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칩거 생활을 하며 글을 쓴 마르셀 프루스트에게도 이러한 것은 감지된다. ‘이른 아침, 벽 쪽으로 고개를 돌려 커다란 창문 커튼 위로 새어 드는 아침 햇살이 어떤 미묘한 빛깔로 반짝이는지를 보기도 전에 이미 그날의 날씨를 알 수 있었다(’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민음사 9, p.13)'고 그는 단정적으로 표현한다. 칩거하는 자들은 보통의 사람보다 더 정교한 오감을 작동시킨다. 그들은 정신의 힘을 믿는다. 그렇지만 앨리스의 방에 도둑이 들어왔을 때, 앨리스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소리를 한다. 그런 그녀가 도둑에겐 한심하게 보일 뿐이다


정신의 힘에 의한 상상력의 세계가 그들을 일으키고 나아가게 하지만 분명 한계가 존재한다. 사람은 침대 위에서도 자기 나름대로 성장할 수 있다.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남들처럼 살지 않더라도 나를 이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완전한 성장은 아니다.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성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에게 가해지는 편견과 억압은 그들을 숨게 만들며, 더 이상 일어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숨는 자에게도 책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수전 손택은 어렵게, 암시적으로 이러한 사실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연극은 어려움에 처한 여성들의 분노에 대한 연극이며, 결론적으로는 상상력에 대한 연극이다. 정신적 감옥의 현실, 상상력의 승리 말이다.

 

그러나 상상력의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

-p.17, '작가의 말중에서]



앨리스, 깨어나지 않은 영혼은 이번에 국립 극단에서 원작의 제목인 앨리스 인 베드로 무대에 올렸다. 원작이 워낙 어려운지라 연극 역시 어려웠다. 연극은 이 무대의 배경이 빅토리아 시대임을 많이 강조했고, 처음 앨리스의 대사 톤과 마지막 앨리스의 대사 톤을 다르게 해서, 앨리스가 스스로 깨어가는 과정을 표현했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수전 손택의 상상력의 승리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다는 말이 더 절실히 다가왔다.

 

연극티켓을 예매할 때 주의사항을 잘 읽지 않았던지라 내가 간 날의 회차가 ‘Barrier free' 공연임을 알지 못했다. 베리어 프리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 제도적 장벽을 허물자는 운동(네이버 지식백과)‘이다. 연극에서의 베리어 프리는 연극을 상연할 때 장애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이어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설명을 해주고,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이 제공되고, 배우들이 대사를 나눌 때 수화통역사들이 나와 대사를 같이 수화로 해주었다. 그리고 안내인들이 시각장애인들을 전철역에서 공연장으로 데려오고, 다시 전철역까지 데려다주는 편의도 제공되었다. 예매할 때 주의하지 않았지만 덕분에 특이한 경험을 했고, ’베리어 프리라는 말도 알게 되어 좋았다. 아마 이런 편의는 국립 극단이라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경험으로 내 생각도 확장되었고, 특히 이 연극의 내용과 어느 정도 접목되어 더 유익했다.



연극구경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명동에 다녀왔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가서인지 사람이 엄청 많았다, 외국인도 많이 볼 수 있었다. 예쁜 가을 하늘도 좋았다. 앎의 부족으로 수전 손택의 연극을 완벽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세상의 수많은 앨리스에게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죽음보다는 살아내라는당부도....힘들겠지만 그래도...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상상이라는 노래를 즐겨 듣는다.

앨리스에게도 우영우의 고래가 나타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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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28 00: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울프가 주디스 셰익스피어를 되살렸듯이 손택은 예술계에서 생전에 자신의 재능을 못다 피운 여성들을 심리학적 신경계학적인 관점으로 분석한것 같습니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페넬로페 2022-09-28 00:48   좋아요 4 | URL
이 희곡을 ‘마의 산‘과 연결시키니 이해가 더 잘 되네요. 사람의 신경쇠약증은 사실 이유를 분석하기 힘든데 수잔 손택은 이 희곡에서 굉장히 막연하게 표현해 많이 어려웠어요 ㅠㅠ

희선 2022-09-28 0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느 날부터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은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왜 그러는지 그걸 다른 사람은 다 알기 어렵겠지요 우울증인 사람한테도 좀 좋게 생각하라고 하고... 사람은 다른 사람한테 힘을 받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자신을 구원해야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것도 쉽지 않지만... 그럴 마음이 있어야 하는 거고, 없으면 없는대로 살아야지 어쩌나 싶기도 해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지도 모를 텐데...

연극도 보셨군요 연극을 비장애인뿐 아니라 장애인도 즐기게 해주다니 좋네요 많은 게 그렇게 되어야 할 텐데, 그것도 쉽지 않겠지요 아니 하려고 하면 못할 거 없겠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안 좋은 거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9-28 08:21   좋아요 3 | URL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않고, 방에서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잖아요.
주변에 그런 분이 있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 스스로 극복하더라고요.
그동안 부모님이 엄청 힘들어 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지지해 주었어요.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네, 그럴 마음이 있는가, 없는가는 본인의 의지인데 혼자서는 힘드니 옆에서 도와주어야 하는게 맞고요.
이런 이유들때문에 연극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듯 합니다^^

서니데이 2022-09-28 04: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연극도 보셨나요. 9월 18일 까지 일정이면 얼마 전에 서울 공연은 끝났을 수도 있겠네요.
어느 시대에 어느 나라에 태어나는 것을 정할 수 없는데, 좋은 시기에 좋은 곳에서 태어나는 것 자체가 행운일지도 모르겠어요. 자신의 모국과 출생을 정할 수 없는데, 한계를 넘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9-28 08:32   좋아요 3 | URL
저도 요즘 딸아이에게 좋은 시절을 산다고 얘기하고 있어요.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 사는가가 삶의 질을 결정하기에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연극은 9월3일에 보고 왔어요.
서니데이님!
일교차가 심하네요
감기 조심 하세요^^

라로 2022-09-28 0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빌딩 위에 반쯤 가려진 구름도 멋지네요!!! 다른 사진도 올려주세요!!^^
저는 연극을 본지가 백 년은 된 것 같아요. ㅠㅠ 문화생활을 전혀 못하고 있네요…라고 쓰고보니 그나마 책을 읽은 것이 나름의 문화생활,,,,😅😅😅 암튼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2-09-28 08:35   좋아요 3 | URL
그때가 가을의 시작이라 유난히 하늘이 예뻤던 것 같아요.
문화생활은 그럴지 몰라도 다른 면에서 라로님 엄청 열심히 사시니 항상 흠모하고 있어요.
우리에게는 그래도 책이 가장 큰 문화생활이 아닐까해요^^

유부만두 2022-09-28 06: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과 연극 리뷰 잘 읽었습니다. 감사해요!!!
난해하다는 평이 많던데 이렇게 정리해 주셔서 너무 좋네요. 비할바는 못되지만 재작년부터 외출을, 신 신고 문 밖을 나서기가 힘들면 앨리스 제임스 생각이 났어요;;;;;;
더해서 베리어 프리, 몰랐던 표현인데 새로 배웁니다.

페넬로페 2022-09-28 08:39   좋아요 4 | URL
연극은 유부만두님께서 소개해주셔서 보게 되었어요.
감사합니다.
원작이 그래서인지 연극도 난해했어요. ㅠㅠ
유부만두님께서는 앨리스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누구나 그럴때가 있는 것 같아요.
내 생각과 의지가 다를때요~~
저도 이번에 베리어 프리 알게되어 배웠어요, 우연히요 ㅎㅎ

유부만두 2022-09-28 09:29   좋아요 3 | URL
전 수전 손택의 책 아직 못 읽었어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앨리스 제임스 이야기가 나와서 좀 찾아 보다가 연극 소식을 알게 되었고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나오는 앨리스 제임스 이야기 (+조지 엘리엇) 제 서재에 올렸어요.


책읽는나무 2022-09-28 07: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이 쓴 희곡이었군요?
예전에 손택의 책을 읽었을 때, 소설인가? 희곡인가?를 썼다는 내용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손택이 썼다면 어땠을까? 무척 현학적일 것 같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는데...역시 어렵군요^^
차 모임에 등장한 인물들!!! 대단한 인물들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
천재는 고독하군요.
베리어 프리!! 저도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좋은 운동이군요^^

페넬로페 2022-09-28 08:56   좋아요 5 | URL
저는 손택의 글을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저한테 넘 어려웠어요.
특히 5막이 제일 어려워 저의 생각이 전혀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ㅠㅠ
에밀리 디킨스도 사후에 시가 많이 알려졌고 생전에는 독신으로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았다고 하더라고요.
마가렛 풀러의 삶도 파란만장 했고요.
파르시팔도 그렇고 지젤도~~
손택 작가가 아는게 많아서 저를 이렇게 어렵게 하나봐요.
베리어 프리 공연에는 비장애인들이 그만큼 감수해야되는게 있는데 사람들의 배려가 좋아 우리의 의식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는 것도 좋았어요^^

새파랑 2022-09-28 07: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원작도 어렵고 연극도 어렵고 ㅋ 페넬로페님한테 어려울 정도면 일반사람들은 못읽을거 같인요~!!

명동 예술극장 외관이 정말 아름답네요~!!

페넬로페 2022-09-28 08:58   좋아요 4 | URL
명동예술극장에 이번에 처음 갔는데 아담하니 예뻤어요.
이 책 어려워요 ㅎㅎ
전문가가 해석을 잘 해주시면 좋겠어요^^

거리의화가 2022-09-28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전 손택에 희곡 작품이라니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페넬로페님이 풀어주신 설명은 그리 어렵지 않네요.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여성들이 자신들을 가두던 틀을 벗어나려는 시도를 하면 사회에서는 미쳤다는 소리로 지탄했을테고 결국 심리적 장애, 약물 등에 의존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픕니다. ‘베리어 프리‘라는 개념 저도 몰랐는데 덕분에 알아갑니다. 명동예술극장 파란 하늘과 더불어 보니 더 멋져보이네요.

페넬로페 2022-09-28 09:48   좋아요 3 | URL
네, 제가 인용한 문장에도 그런 의미가 들어 있어요. ‘이 끔찍한 병이 내게는 좋은 해결책이라고?‘가 아마 거리의화가님이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해요. 수전 손택의 글에 여러 의미가 있는데 저는 조금만 이해한 것 같아요.
공부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09-28 1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보셨군요~ 원작과 연극 정리 너무 좋네요~!!
저도 마지막 공연으로 봤습니다.
연극의 이해를 위해 책을 먼저 보았으나, 책이 너무 난해하고 함축적이라 연극 보기 전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걱정보다는 쉽게 풀어주려는 공을 많이 들여서 좋았어요.
사전지식이 없으면 전혀 모를 등장인물들을 ‘위키피디아‘로 설명하는 부분도 재치있었고요.
전반적으로 원작보다는 덜 난해하고 유쾌한(?) 작품이었고, 배우들 연기도 좋았고요~

페넬로페 2022-09-28 13:07   좋아요 3 | URL
오, 햇살과함께님, 연극 보셨군요. 넘 반가워요.
네, 원작보다 연극이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어요. 그래도 어렵기는 했어요 ㅎㅎ
햇살과함께님의 감상도 궁금합니다^^

바람돌이 2022-09-28 14: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연극도 보고 오셧군요. 베리어 프리 너무 좋은 제도인듯요. 저런 제도가 일상이 된다면 좀 더 같이 살수있는 세상이 될 터인데 말이죠.
저도 이 책 너무 어려웠어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어렵게 쓸 이유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고, 수잔 손택이 굳이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을 오늘에 끌어내야 했던 이유도 조금 납득이 안가는.... 여성 일반의 불안과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데 그걸 사람들이 이해를 못하면 안되잖아요. 어쨋든 전 잘 모르겟더라구요. ㅠ.ㅠ

페넬로페 2022-09-28 17:20   좋아요 4 | URL
네.정말 어려웠어요.
그나마 연극을 봐서 조금 이해가 가기는 했는데 연극도 원작에 충실해서 그런지 어려웠어요
작가가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 뭔가 더 강조하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은데 굳이 이렇게 모호하게 쓸 필요가 있었냐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독자의 수준을 넘 과대평가 한 걸까요! ㅎㅎ

청아 2022-09-28 18: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릴때 명동 근처에 살았었는데 반가운 사진입니다^^*
난해할수밖에 없는 주제네요.
우울이나 무기력증도 사회구조적인 원인과 개인의 성향등 복합적일텐데 어렵지만
지금도 계속되는 문제죠.
그래도 페넬로페님이 이렇게 소개해주시고 연극도 보고 오셨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해요!ㅋㅋ

페넬로페 2022-09-28 19:53   좋아요 2 | URL
아, 미미님께서 명동 근처에서 사셨군요. 명동 근처에 사셨다고 하니 완전 서울사람 같아요 ㅎㅎ
손택 작가가 이 희곡을 어렵게도 썼지만 이 내용이 또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기에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어요.
정말 복합적인 것 같아요^^

mini74 2022-09-29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시대의 여성들은 왠지 대부분 우울증을 갖고 있을거 같아요. 정신과 신체 모두 구속당하고 옳지 않은 존재로 교육받을테니까요 ㅠㅠ 페넬로페님이 어려우셨다니!! 명동극장의 옛스런 모습과 하늘 사진 참 좋습니다 *^^*

페넬로페 2022-09-29 14:50   좋아요 0 | URL
네, 그랬을 것 같아요. 그런 병을 앓고도 내색도 못하는 여자도 많았을테고요.
올 가을은 하늘이 왜이리 이쁜지 모르겠어요. 석양빛에 섞여드는 구름빛도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