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작가의 작픔을 읽고 있다. <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산시로>를 읽었고 그의 산문과 강연, 편지글들을 모아 정리한 <인생의 이야기>도 읽었다. 일본 소설들에서 많이 보이는 지나친 유미주의적 경향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다시 읽으면 나의 느낌이 조금 바뀌어 질 수도 있겠지만) 나쓰메의 소설은 아름답고 시적인 문장과 함께 현실을 직시한 내용도 많이 들어있어 지금까지는 좋은 느낌으로 읽고 있다. 10월까지 계속해서 그의 작품을 읽을 예정이다.

 

도련님산시로는 서로 대조되는 인물이다. 도쿄 출신인 도련님이 시골에 있는 학교로 부임해 겪는 에피소드가 다소 과장되고,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권위와 격식을 싫어하는 도련님이 어쩌면 지금 현대의 인물과 통하는 듯하다. 반대로 산시로는 시골인 구마모토에서 메이지시대의 영향을 제일 많이 받은 도쿄로 와서 신문물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고 거기에서 주눅 들고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모든 것이 급격히 변하는 요즘 시대에 우리가 느끼는 소외감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와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문학을 접하거나,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그리스비극이나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을 때, 매번 드는 느낌은 인간이 살아가는 기본적인 모습이나 생각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사는 방법이나 공유하는 물리적인 것들은 다를지 몰라도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것들은 비슷하다. 그런데 중국이나 일본의 소설들은 그 모습이나 정서가 우리와 훨씬 더 가까운 것 같다. 나쓰메의 소설에서 나의 할아버지나 아버지 세대의 모습을 많이 발견했다. 그래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는 고양이를 통해 인간 세계가 적나라하게 비춰진다. 인간에 대한 평가가 신랄하고 거침이 없다. 고양이가 펼치는 나름의 주관과 논리에 납득이 가고, 고양이의 눈에 비친 바보스럽고 허황되며 욕심 많은 인간들의 모습이 우습기도 하다. 고양이가 사는 집의 주인은 학교 선생님인데 그에게는 작가 본인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규샤미 선생은 산시로의 히로타 선생을 닮아있다.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책도 많이 읽고, 서양의 지식을 받아들여 잡다하게 아는 것은 많지만, 지식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굴속에서 안주하는 사람들로 그려진다.

 

이 세 작품 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1905년에 연재되기 시작하고 도련님1906년에 발표된다. 그때는 러일전쟁이 1904년에 발발해 19059월에 일본의 승리로 끝나는 시기이다. 소세키 작가가 국비로 영국에 다녀오라는 문부성의 명령을 받고 2년 동안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후이다. 그는 영국에서 영일동맹이 체결되는 것을 바라보며 거기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다. 서양열강의 개항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본에 대한 비판을 하며 급진적이고 무조건적인, 서양적인 것들로 가득 채워진 개혁보다는 서서히 진행되는 일본이 주도하는 변화를 바란다. 또한 그렇게 되기 위한 지식인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미 열려지기 시작한 나라의 운명은 걷잡을 수 없고 거기에 많은 지식인들은 실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잃어버린다. 그들은 히로타 선생이나 규샤미, 메이테이 선생처럼 자신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는 나약한 지식인이 되어버린다. 소세키 작가가 그런 그들에게 원한 건 단지 그것뿐이다. 조용하고 천천히 진행되는 일본의 변화를 위해 자기본위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때 나는 비로소 문학이란 어떤 것인가,라는 개념을 나 자신의 힘으로 근본적으로 세우는 수밖에 달리 나를 구할 길이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까지는 완전히 타인본위로 뿌리 없는 부평초처럼 여기저기 되는 대로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모든 게 허사였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던 것입니다. 내가 여기서 타인본위라고 하는 것은, 자신의 술을 남에게 마시게 한 다음에 그 품평을 듣고 거기에 무조건 따르는 것으로, 이른바 남의 흉내를 내는 것을 말합니다. 이렇게 한마디로 말하면 바보 같은 소리처럼 들리고, 아무도 그렇게 남을 흉내 내지는 않는다며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p184, <나쓰메 소세키_인생의 이야기> 중에서

 

황족과 화족을 위한 교육 기관인 가쿠슈인학교에서 소세키 작가가 1914년에 강연한 내용이다. 나라의 지도자가 될 젊은 후학들에게 소세키 작가가 원하는 건 단지 이것뿐이다. 타인본위가 아닌 자기본위의 삶을 살아내라는 주문이다. 일본의 세계패권을 향한 군비증강.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를 식민지로 만들어 착취하는 무자비한 과정에 대한 비판은 찾아볼 수 없다. ‘도련님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는 러일전쟁의 대한 승리감에 도취되어 있다. 그 뒤에 집필한 산시로에서도 그 맥은 이어진다.

 

[소세키 문학의 출발점은 일본 근대와 겹친다......

한편으로 소세키는 개인주의에 대립하는 일본의 전근대적 정치체제, 즉 천황제 가족국가주의 체제의 모순을 완전하게 극복하지는 못하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소세키는 메이지 시대의 당대인들이 개인주의를 취하면서 도의와 윤리를 저버린 채 오로지 이기적인 자기 본위만을 따르는 현실을 차갑게 바라본다.-'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해설에서] - p619

 

우리는 일본이 우리에게 가한 그 폭력적이고 무자비하며 말살적인 행위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고, 거기서 자유로워져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난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다른 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보다 훨씬 더 예민해지고 칼날을 세우는 편이다. 나는 문학이라는 장르가 그 시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시대와 그 시대를 산 작가의 글은 그들의 경험을 벗어날 수는 없다고 편협할지 모르지만 단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은 나의 기대에 많이 미흡하다. 소설을 단지 소설로서만 받아들여서 좋다고 해야 할지, 아님 내가 작가에게 원한 것이 잘 나타나있지 않는 소설은 좋지 않다고 평가해야 할지 무척 어렵다. 내가 읽은 작가의 세 소설은 전자의 관점에서라면 별점이 다섯 개인데, 후자의 관점으로 본다면 별점이 한 개가 될 뿐이다. 이래저래 책을 읽으며 이렇게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단지 일본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읽지 않고 건너뛰는 것도 나쁜 책읽기이다. 어떤 형식이라도 홀로코스트에 대한 것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잊혀 지기 쉬운 것들은 언제나 반복해서 각성시켜주어야만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의 작가들도 더 많이 우리의 식민역사에 대해 글을 써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에 우리가 눈을 돌리지 않아야, 그 침울한 역사는 계속 상기될 것이고 복기 될 것이다.





 

 

 

 

 

 

 





인생의 이야기는 소세키 작가가 쓴 신문 기고문, 산문, 강연, 편지에 대한 글들을 선별해서 한 책에 실은 것이다. 작가가 글을 쓴 시기는 12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 책에는 작가의 인생관이나 작품세계에 대한 것도 있고, 자신의 삶에 대해 소소히 쓴 글들도 있어 그의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다. 교육에 대한 비판, 학생들에게 바라는 것들을 신랄하고 솔직하게 썼다. 약간 고지식할 정도로 성품이 깐깐하고 융통성이 없는 경향도 있다. 작가의 경험을 쓴 부분이 있는 자신의 소설도 설명해주고, 세상에 굽히기 싫어서인지, 태평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점도 있다. 소세키 작가는 평생 위궤양으로 고생했고 작가는 결국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49세에 죽는다. 이 책에는 자신의 병에 대한 소회도 있다. 피를 토하며 죽음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고, 가족을 떠나 요양생활을 하기도 한다.

 

소세키 작가의 병에 대한 부분을 읽으며 나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내가 어릴 때-사실 난 그때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아니면 난 막내이니 내가 태어나기 전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왜 그런 사실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지 나의 무심함이 참 이기적이다. 아버지는 결핵에 걸려 오랫동안 결핵전문 요양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병이 완쾌되어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도 아버지는 평생 병약한 생활을 하셨다. 폐가 나빠 감기를 달고 사셨고, 찬바람만 불면 폐렴에 걸려 병원에 며칠 입원을 해야 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병약하셨지만 가족에 대한 책임은 완벽하게 지신 분이다. 다만 좀 더 발전하고, 더 나은 세계로 나갈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병마가 아버지의 발목을 잡아 그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소세키 작가가 병마와 싸우는 글을 읽을 때, 그의 죽음에 대한 불안이나 심정들이 난 너무 이해가 되었다.

 

[아내의 설명을 들었을 때 나는 죽음이란 이토록 덧없는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머리 위로 느닷없이 번쩍이는 삶과 죽음이라는 양면의 대조가 너무나 급격하면서도 무관계하다는 것을 생생히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동일한 내가 이 동떨어진 두 개의 현상에 지배당했다고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설령 동일한 내가 눈 깜짝할 사이에 두 개의 세계를 건너뛰었다고 해도, 그 두 세계 사이에 대해 어떤 관계가 있기에 갑자기 내가 갑에서 을로 풀쩍 뛰어넘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일까 생각하니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76~77

 

그런 아버지의 뒤에는 언제나 남편의 병수발을 해야 하는 지난한 삶을 사신 나의 엄마가 있다. 매일 영양가 있는 음식을 하고, 몸에 좋다는 보양식을 만들어 아버지를 먹였다. 우리 집에는 봄마다 자루에 뱀을 잔뜩 넣어 어깨에 메고 다니는 땅꾼이 방문했다. 쇠고기 곰탕은 항상 준비되었고, 심지어 나는 우리집에서 자라를 잡는 광경도 목격했다. 매번 독한 항생제를 복용해야하는 아버지를 위해 엄마가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나의 엄마는 그런 일을 하면서 한 번도 푸념을 한 적이 없다. 아니 분명 했을 것인데 우리들에게 표를 내지 않았다. 당신 혼자서, 마음속으로만 남편에 대한 원망을 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문상을 온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버지가 오래 살았고, 아버지가 덤으로 얻은 수명은 다 엄마가 만들어 주었다고 엄마를 칭송했다. 그때 그런 소리들을 들으며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 그래도 그동안 지겹지도 않았는지 엄마는 아버지의 죽음을 우리보다 훨씬 더 슬퍼하셨고, 장례를 치르고 집에 돌아와서도 추운 산 속에 혼자 묻혀있을 남편을 잊지 못하고 내내 많이 우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올해로 20년이 지났는데 난 그동안 아버지를 너무 많이 잊고 산 것 같다. 한 번씩 꿈속에서, 이렇게 작가들이 쓴 글에서 아버지를 만난다. 그럴 때 아버지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당신을 좀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아버지는 나에게 속삭인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읽고 있고, 그 다음에 읽을 책으로 엔도 슈사쿠사무라이가 준비되어 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일본 작가가 쓴 책이라 이 기회에 어렴풋이 알고 있는 일본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두 권인데, 이 책은 너무 어려웠다. <새로 쓴 일본사>는 편년체의 형식으로 일본의 정치, 사회, 문화가 담겨있는 전반적인 역사 개론서이다. 현역 연구자 17명이 각각의 섹션별로 집필을 했다. 이 책은 전문적이며 전공자들도 보기에 쉽지 않을 것 같다. 어렵게 꾸역꾸역 이 책을 다 읽었지만, 아마 내가 소화한 부분은 이 책의 10퍼센트 정도에 불과할 것 같다. 내가 존경하는 알라딘 서재의 겨울호랑이님은 이 책의 별점을 5점을 주신 것으로 안다. 역사에 대한 조예가 깊고, 끝없이 탐구하시는 겨울호랑이님이나 김민우님 정도의 수준에서 이 책은 소화될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냥 죽 읽어 나갔고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조금의 흐름은 잡았다는 것에 만족한다.






 

 

 

 

 

 

 

 




<하룻밤에 읽는 일본사>는 제목 그대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일본사를 가르치는 가와이 아쓰시선생님이 쓴 책이다. 현역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역사가 재미없고 단지 대학 입시를 위한 암기 과목에 불과한 현실을 아쉬워하며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주입되는 역사지식의 나열보다는 위대한 인물이나 극적인 사건에 일화를 곁들여 살아 있는 역사를 가르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이 책으로 나온 것이다. 이 책 역시 편년체의 형식으로 쓰여져 있는데 각 시대별로 우리가 알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을 짧게 섹션별로 서술했다. 일본 역사의 흐름에 대해 이해하기 쉬웠고, 내 수준에 딱 맞는 책이었다. 그래도 그 어려운 <새로 쓴 일본사>를 읽고 나서 읽어서인지 그 이해가 좀 더 쉬웠던 것 같다. 공부하면 뭐라도 도움은 된다. 그런데 학창시절에 역사는 엄연히 암기과목으로 분류되었다. 물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끝난다면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읽었던 일본 역사에 대해 깡그리 잊어버릴 것이다. 그러니 암기해야 한다. 다는 아니더라도 내 머리에 웬만한 것은 기억하고 시대별로 잘 정리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 역사는 암기과목이다.



댓글(38) 먼댓글(0) 좋아요(5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파랑 2021-09-03 06: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1등~! 이런 연계독서 너무 멋져요. 소세키의 책을 많이 읽은건 아니지만 전기와 후기의 작품 분위기가 확 바꾸는게 느껴지더라구요. 좀 더 성숙해지는 느낌? 페넬로페님 글을 읽으니 그 배경이 이해가 되네요~!!

페넬로페 2021-09-03 09:57   좋아요 6 | URL
제가 읽은 책들이 소세키의 전기작품이라 뒷쪽으로 갈수록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큽니다.
문학작품 읽을 때 역사의 필요성이 매번 느껴져서요 ㅎㅎ

잠자냥 2021-09-03 07:21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세키 작품 읽을 때 전자의 관점으로 읽어요. 아니 대부분의 일본 작가의 글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차마 읽기 힘든 경우(예컨대 미시마 유키오)도 종종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9-03 09:58   좋아요 6 | URL
네, 딜레마에 빠지면서도 결국 전자의 관점에서 읽을 수 밖에 없는것 같아요^^

막시무스 2021-09-03 09: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하게 일본작각 책 읽으면 본능적으로 날선 경계심 같은게 느껴집니다. 이런 묘한 기분에 대해서 저도 스스로 반성도 하기도 하고, 칭찬히기도 하면서 고민한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가네요!ㅎ 즐거운 불금, 즐거운 독서하시구요!

페넬로페 2021-09-03 10:00   좋아요 7 | URL
아마 우리 모두가 같이 느끼는 고민들일것 같아요.
월요일의 시작이 얼마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금방 금요일이네요. 즐겁고 행복한 금욜 되시길 바래요^^

Redman 2021-09-03 11:5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의 개인주의>를 읽고 나츠메 소세키 작품도 읽어봐야지 한 게 6월인데 아직 저는 단 한 작품도 읽지 못했습니다 ㅠㅠ 페넬로페님의 섬세하면서 훌륭한 리뷰에 자극을 받네요..!
일본사 개설서는 <새로 쓴 일본사>도 좋지만 저는 처음에는 <아틀라스 일본사>를 권하고 싶습니다. 아틀라스 시리즈는 시각자료가 많고 설명도 기본적인 내용들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깊이도 있고요 ㅎㅎ

제인 오스틴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당시 영국의 제국주의적 행보에 대해서는 전혀 비판하지 않고 침묵했다고. 저는 이런 비판이 그렇게 살득력이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소세키나 오스틴 같은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는 그들이 강조하려던 점과 그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하면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서 그들의 한계를 넘어 그들의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우리 상황과 문제의식에 맞추어 적극적으로 해석해내는 것도요

페넬로페 2021-09-03 12:20   좋아요 6 | URL
‘아틀라스 일본사‘, 참조하겠습니다.
김민우님의 말씀처럼 정확한 인식과 함께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라는 말씀 잘 새겨 듣겠습니다^^

2021-09-03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03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청아 2021-09-03 12:2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페넬로페님~♡ 잘 읽었습니다.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고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예술작품이나 문학작품을 접할때 작가의 정치적 성향이라던가 도덕적인부분,역사와 국가적인 대립점등 점점 신경쓰이는 부분이 많아지더라고요. 어릴땐 스테디 셀러라면 그냥 읽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아직 손대지 못한 책들이 몇 권 있음)일단은 문학 자체로만
들여다보고 싶기는 합니다. 이것도 저의경우 타인본위보다 자기본위가 더 필요한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1-09-03 12:32   좋아요 5 | URL
사실 작품을 읽을 때 알지 못해서 그냥 넘어간 경우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근데 이런 문제에 부딪히기 시작하면 거기에 얽매이게 되어 끝이 없을것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적절한 배분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게 힘들겠지만 많이 고민하면 점점 더 나아지겠죠^^

행복한책읽기 2021-09-03 12: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완전 공감이에요. 저는 일본 소설을 거의 안 읽었어요. 뭔가 불편하고 거슬렸는데, 페넬로페님이 정확하고 섬세하게 포착해주셨어요. 이런 글쓰기 정말 좋네요. 얼마전 읽은 프리모 레비 시집과 <나는 고백한다>를 읽으면서. 아우슈비츠와 나치는 이렇게나 회자되는데, 왜 우리 식민 역사 관련 작품은 별로 없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페넬로페님 어머님은...현모양처셨군요. 울컥했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웃음 주셨어요. 맞습니다. 역사는 우선, 암기 과목이에요^^

페넬로페 2021-09-03 12:59   좋아요 4 | URL
네, 저도 그런 의미에서 일본소설을 여지껏 많이 읽지 않았는데 이제 조금씩 시작하고 있어요. 그들에게 뭔가 배울점은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엄마는현모양처이셨고 남한테도 엄청 잘하셨어요. 한 사람이 그렇게도 살 수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근데 그 부분에서 저하고는 성향이 좀 안맞더라고요 ㅎㅎ

mini74 2021-09-03 13: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다들 일본문학을 읽을때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데서 너무나 위안을 받으며 ㅎㅎ 페넬로페님 어린시절 이야기 너무 재미있어요.

페넬로페 2021-09-03 14:18   좋아요 5 | URL
네, 서로 공감하고 위안받아 좋아요^^

붕붕툐툐 2021-09-03 22:1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부지랑도 통하는 면이 있네용~ 저는 일본 소설은 잘 안 읽히고 별로 안 좋아하는데 무작정 안 읽는 것도 나쁜 읽기라고 하여 뜨끔!ㅋㅋㅋㅋㅋ
일본 역사까지 공부하시는 모습에 감동받고 갑니다~😍

페넬로페 2021-09-04 00: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읽을 책이 주위에 쌓여 있으니 자신의 취향대로 읽으면 되죠^^
역사는 파고들면 끝이 없기에 대충 흐름만 잡으려고 해요. 점점 머리가 굳어져가는 느낌이 들어요 ㅠㅠ

새파랑 2021-09-04 06:45   좋아요 4 | URL
어제 알라딘 우주점가서 산시로 중고로 구매했어요 ^^

페넬로페 2021-09-04 10:40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산시로 득템하셨네요.
느낌 궁금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9-04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페이퍼를 읽던 중 무심코 넘겼는데, 과찬의 말씀을 주셨네요... ㅜㅜ 에고 아닙니다. 저도 함께 모르는 부분을 채워가는 서재 이웃인걸요. 함께 채워가며 어제보다 나은 자신을 발견하는 페넬로페님과 그 이웃이어서 감사하게 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페넬로페 2021-09-04 13:27   좋아요 4 | URL
매번 표현은 하지 못하지만 항상 겨울호랑이님께서는 저를 이끌어주십니다.
언제나 감사드려요^^

레삭매냐 2021-09-08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암사 소세키 선생 책들은
고저 사랑입네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일본에서
는 의외로 소세키 선생의 책
들이 그닥 인기가 아니라고
하더라구요.

역시나 선지자는 고향에서
취급받지 못하는가 봅니다.

페넬로페 2021-09-08 22:09   좋아요 1 | URL
내용도 그렇지만 책의 외양만으로도 욕심이 좀 가는것 같아요^^
소세키 작가의 평판이 그렇군요.
전 일본에서 인기가 엄청 많은 줄 알고 있었어요^^

유부만두 2021-09-28 0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공감해요. 전국시대와 19세기 이후의 일본 작품은 (아마 그것이 대부분일 것 같지만)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을 안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그래도 하나 하나 짚어가면 소세키의 경우, 문학의 힘이 느껴져요. 고민과 해법의 길 나눠 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사 책들은 저도 챙겨보고 싶어요. ^^

페넬로페 2021-09-28 20:43   좋아요 2 | URL
네, 정말 소세키를 읽으면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계속 생각하게 되는것 같아요^^
소세키 작가덕분에 일본역사도 공부하고 좋은것 같아요**

scott 2021-10-08 15: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추카!!

페넬로페님의 소소한 리뷰 업데이트 고대 하고 있습니다 ^^

페넬로페 2021-10-08 20:5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scott님!
친정엄마께서 계속 저희집에 계셨다가 오늘 가셨어요.
그동안 일도 바쁜시기고 엄마까지 모시느라 넘 바빴어요~~
그러다보니 독서 슬럼프까지 걸렸네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열심히 읽고 글 쓰겠습니다^^

청아 2021-10-08 16: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10-08 20:35   좋아요 1 | URL
미미님,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mini74 2021-10-08 16: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와👍2관왕 축하드립니다 ~

페넬로페 2021-10-08 20:36   좋아요 2 | URL
미니님, 축하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담에 살짝 1일1책 읽기 비법좀 가르쳐주세요^^

새파랑 2021-10-08 16:2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저 산시로 다 읽었어요 ^^

페넬로페 2021-10-08 20:3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저는 산시로 좋았는데 새파랑님 느낌이 궁금한데요**

그레이스 2021-10-08 18: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세레모니 받으세요~♡

페넬로페 2021-10-08 20:38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감사드려용^^
멋진 세레모니에 감격했어요
우리 몸도 저렇게 가벼우면 좋겠어요^^

서니데이 2021-10-08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10-08 20:55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열심히 쓰겠습니다**
 

이 정도일 줄 몰랐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시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7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없이 계속될 것 같은 무더위도 어느새 주춤하고 새벽에는 한기가 느껴져 이불을 끌어당긴다. 까슬까슬하고 차가운 여름 이불의 감촉에 내 몸은 더욱 옹크려지고, 이불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여름을 보낼 준비를 하면 이 녀석은 항상 심술을 부려 늦더위로, 거친 태풍으로 나의 조급함을 비웃는다. 순차적으로, 적절히 예상할 수 있는 삶은 인간에게 잘 주어지지 않는다. 소설 <산시로>에 나오는 문장처럼 하늘 멀리 떠 있는 높은 구름은 쉬이 움직이지 않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저 기울어지듯 움직이는데”, 나는 그저 저 높이 떠 있는 구름만 보고 있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가을에 어울린다고 해서, 그동안 묵혀두었다가 이제야 읽는다. <산시로>도련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읽고 난 후 세 번째로 읽는 나쓰메 소세키작가의 소설이다. 이 소설은 앞의 두 작품보다 훨씬 더 가을에 읽어야 하는 소설 같다. 문장도 아름답고, 주인공 산시로를 통해 바라보는 사랑과 세상도 묵직하다. 그래서 가을만큼 더 어렵기도 하다.

 

구마모토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촌놈 산시로는 어딘가 주눅이 들어있고 자신감도 없다. 시골과는 달리 전등이 켜지는 것을 보고 신비해하며 그 어떤 질문에도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그저 , .”, 이런 식으로 말하며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고, 항상 그 뒤에 후회한다. 하지만 후회할 것을 예상하고 억지로 임기응변식의 대답을 아주 자연스럽고 자신 있게 말할 정도로 경박하지는 않다고 자신을 변호하기도 한다. 도회의 여자에겐 도저히 당하지 못할 것 같고, 굴욕감도 느낀다.

 

산시로가 고향에서 도쿄로 기차를 타고 올 때 옆에 있는 여자와 여관에서 하룻밤 묵는 일이 생긴다. 다음 날, 헤어질 때 그 여자는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 -p24

 

[과감하게 좀 더 가봤다면 좋았을걸. 하지만 두렵다. 헤어질 때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라고 했을 때는 정말 놀랐다. 23년의 약점이 한꺼번에 드러난 듯한 심정이었다. 부모라도 그렇게 정곡을 찌르지는 못할 것이다. 산시로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더욱 기가 죽고 말았다. 어디서 굴러온 말 뼈다귀인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호되게 야단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p25

 

산시로가 답답한 구석이 있고 배짱이 없는 것은 맞지만 그에게 지조나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항상 예의바르게 행동하고, 수동적이지만 자신만의 소신이 있다. 그가 뭔가에 확실하지 않거나 놀라움을 느끼는 것은 이때까지 살아온 환경이 갑자기 달라진 탓이 크다. 그는 여지껏 메이지시대에 걸맞은 세계에 살지 못했다. 생각과 관습과 심지어 새로 만난 여성들까지도 생소했다. 서양의 문물을 아무 비판 없이 무분별하게 받아들인 도시의 모든 것들이 그에겐 낯설고, 그것이 그를 자신감 없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산시로에게는 멀리 있는 메이지 이전의 평온한 대신 잠에 취해 있는 세계와 자유롭고 편안하지만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대학에 갇힌 세계, 봄처럼 찬연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있는 세 가지의 세계가 생긴 것이다. 그는 그 세 세계를 오가며 살아가야 하지만 결국 하나의 결과를 얻는다.

 

[요컨대 고향에서 어머니를 모셔오고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고 몸을 학문에 맡기는 것보다 나은 건 없다는 것이다. 결과는 굉장히 평범하다.[ -p107

 

그 결과로 대학의 연못가에서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에 빠지는 미네코에게 고백 한 번 해보지 못한다. 첫눈에 반한 미네코에게 산시로는 아름다운 색채를 느끼고, 떡을 엷게 구운 듯한 옅은 갈색의 그녀의 피부색을 보며 여자의 얼굴빛은 그런 빛이 아니면 안 된다고 단정할 정도로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미네코는 당당하고 거침이 없는, 약간은 제멋대로인 신여성이다. 히로타 선생은 대놓고 난폭한 여자라고 말한다. 입센의 작품에 나오는 여자를 닮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요지로가 미네코를 입센의 인물과 닮았다고 평한 것도 그럴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세속의 예의에 구애받지 않는 점만이 입센의 인물과 닮은 건지, 아니면 마음속의 사상까지도 그런 건지, 그것까지는 알 수 없다} -p227

 

당차고 자유로운 생각과 아무 거리낌 없는 신여성을 대표하는 미네코와 요시코도 결국은 자신의 감정을 뒤로한 채 결혼을 선택하려고 한다. 그들은 같은 남자를 두고 혼담이 오가지만, 결국 미네코가 결혼에 성공한다. 도시의 여자들은 메이지 시대에 지극히 어울리는 행동을 하며 살아가지만 여자라는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한다. 먼 미래에 대한 구상이나 사랑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 아닌 현실에서의 자신의 편의와 입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또한 그것을 무시할 만큼 현실이 녹록하지 않다. 그래서 미네코는 입센의 세속의 예의에 구애받지 않는 여성만 닮은 것이다. 산시로 역시 미네코를 사랑하지만 그는 결코 미네코같은 여자를 감당할 수도 없다. 그저 고향에서 어머니가 결혼하기를 원하는 미와타의 오미쓰가 그에게 맞는 지도 모른다. 산시로는 미네코를 보면서 또한 자신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대학의 분위기와 미래의 자신의 모습에 대해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 모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도시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현실세계를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학자인 노노미야나 히로타 선생, 미네코 역시 완전히 세상 속에 녹아들지는 못한다. 외국에서는 빛나지만 일본에서는 아주 깜깜한 노노미야, 신랄하게 세상에 대해 쓴 소리를 내뱉고, 사상을 얘기하지만 정작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서재에만 갇혀있는 히로타 선생역시 무기력한 전형적인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나쓰메 소세키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작가가 이러한 지식인들에 대해 많은 비판을 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분별하게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는 지식인도, 우물에 갇혀 현실에서 필요한 적절한 역할을 하지 않고 세상물정을 모르는 지식인도 같이 비판한다.

 

미네코는 자신을 가리켜 스트레이 십(stray sheep)' 이라고 말한다. ‘미아스트레이 십으로 해석한 미네코는 자신을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에 비유한다. 스트레이 십이야말로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가장 적절한 말일 것이다. 국화인형전을 보러간 산시로, 노노미야, 미네코, 요시코, 히로타 선생은 거지를 보고도 적선하지 않고,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아이에게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이 시대를 향유하고 지식인으로 살며 교양과 지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에 대한 책임은 회피한다. 기차에서 만난 히로타 선생이 산시로가 상상도 못할 일본에 대한 비판을 하고, 위험하다고 조심하라고 하지만 그들은 편하고 안전한 자신들만의 성을 구축하며 사는지도 모른다.

 

[자꾸 위험하다고 말했지만 그 사내는 대단히 침착한 상태였다. 결국 자꾸 위험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이 위험하지 않은 위치에 있다면 그런 사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에 있으면서 세상을 방관하고 있는 사람은 여기에 흥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p77

 

위험한 곳에 있지 않은 사람들은 세상의 고통과 불행에 흥미만을 가질 수도 있다.

 

산시로는 달려오는 기차에 뛰어들어 몸이 두 동강난 젊은 여성을 본다. 새하얀 천에 둘러싸여 예쁜 바람개비를 달아놓은 어린아이의 작은 관도 본다. 그는 이 죽음을 한 발짝 물러서서 보지만 사랑하는 사람인 미네코는 결코 옆으로 물러서서 볼 수 없다. 이것이 지금 현재 산시로의 딜레마이고 그의 젊음이다. 미네코의 결혼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자신은 어머니가 부르는 고향에 다녀온다. 그곳에서 어쩌면 어머니가 원하는 여자를 만나고 약혼이라도 했을지 모른다. 이것이 산시로에게 처해있는 청춘이다. 약간 슬프고도 아쉬움이 남지만 담담히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는 산시로가 마음에 든다. 또한 그런 산시로가 밉기도 하다.

 

<산시로>, <그후>, <>은 연작소설이다. 소설의 그 다음 내용과 전개가 궁금하다.

 

[멀리 구름 걸린 하늘의 두견새] -p57


[“어떤가, <숲 속의 여인>?

“<숲 속의 여인>이라는 제목이 안 좋네.”

그럼, 뭐라고 하면 좋겠나?

산시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입속으로, 스트레이 십, 스트레이 십, 이라고 되풀이할 뿐이었다.[ -p335




댓글(35)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8-29 21: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 ̄)>

페넬로페 2021-08-29 21:58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scott 2021-08-29 22:34   좋아요 4 | URL
산시로! 소세키 작품 중에 청춘의 향기가 있어서 좋아 합니다
일본에 실제로 구마모토부터 도쿄 까지 산시로가 기차를 타고 이동한 경로를 따라가는 여행 상품이 있습니다 ㅎㅎ
이작품 무려 1907년 경에 쓰여졌는데 요즘 읽어도 전혀 오래 된것 처럼 느껴지지 않죠
산시로가 생각은 많이 하지만 곧바고 행동으로 못 옮기는 굼뜬 청춘이죠
소세키 작품속 인물들 대부분이 딱히 베짱이라는게 없습니다.
[그후]에 주인공 다이스케가 아버지 한테 항상 듣는 소리가 ‘넌 베짱이 없어!‘

페넬로페님 다음번 소세키 [그후]! 강력 추천 합니다!!

페넬로페 2021-08-29 22:46   좋아요 4 | URL
기차타고 그 코스도 밟고 싶고 도쿄대학의 산시로 연못도 가고 싶어요. 산시로가 도련님과는 대조되어 재미있더라고요~~
넵, 당연 그 다음 책은 ‘그후‘입니다^^

새파랑 2021-08-29 21: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페넬로페 2021-08-29 21:59   좋아요 5 | URL
저한테도 이런 영광이~~
감사해용♡♡

새파랑 2021-08-29 22:03   좋아요 5 | URL
산시로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산시로가 사람 이름이었다니~ 전 스페인의 어느 지역 이름일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ㅎㅎ

˝당신은 참 배짱이 없는 분이로군요.˝ 23년만의 약점이 드러나는 심정이라니 ㅋ 완전 좋네요. 내용만 보면 <그 후>보다 흥미로워 보이네요~!

페넬로페 2021-08-29 22:25   좋아요 5 | URL
저도 읽고 나서 사람 이름인줄 알았어요. 저 문장이 굉장히 앞에 나오는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뜻은 아마 여러가지 의미일것 같아요^^

scott 2021-08-29 22:29   좋아요 4 | URL
혹쉬! 새파랑님 산시로를 [산쵸]로 생각 하신게 ㅎㅎㅎ
전 첨에 어떤 새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 ㅋㅋㅋㅋ

새파랑 2021-08-29 22:33   좋아요 4 | URL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이탈리아의 밀라노에 있는 축구장 이름이 San Siro 였습니다 😅

페넬로페 2021-08-29 22:47   좋아요 3 | URL
확실히 산시로가 다른 곳에도 있군요 ㅎㅎ

파이버 2021-08-29 22: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이 아련하네요 결혼은 현실인걸까요ㅠㅠ

페넬로페 2021-08-29 22:29   좋아요 6 | URL
저 시대 여성이 상당히 개방적이고 당당했지만 생산적인 일을 하지는 않아 결국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을듯 해요^^산시르와 미네코의 사랑도 심리적으로 복잡해 제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9 22: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 페넬로페님의 계절 독서를 따라가고 싶습니다~ 저도 소세키 읽는다 읽는다 하면서 도련님도 펼쳤다 접고, 고양이도 펼쳤다 접고~ㅎㅎ 근데 오히려 전 산시로는 잘 읽을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근데 페넬로페님 혹시 이 전집 사셨어요? 서점 가면 젤 예쁜게 이 전집인 거 같아용~ 너무 사고 싶지만 사신 분들 부러워만 하고 있습니다~ㅎㅎ

scott 2021-08-29 22:36   좋아요 5 | URL
툐툐님 송태욱님 번역은 믿고 봅니다!
제가 아무리 여러권의 사전을 펼쳐 놓고 원문 읽으며 한쿡말로 끄적여도
송태욱님 번역처럼 유려하게 못 ㅋㅋㅋㅋ

도련님!-고양이! 모두 덮어 버리고
소세키[산시로]부터 시작해서 [그후]로 넘어가면
쭈욱 달리게 됩니다 ^ㅎ^

페넬로페 2021-08-29 22:50   좋아요 5 | URL
확실히 산시로는 읽기에 더 좋고 더 아름답습니다. 저는 책탑도 좋아하지만 한 권 한 권 사서 다읽고 책장에 꽂는 기분도 좋더라고요.~~

독서괭 2021-08-29 23:07   좋아요 6 | URL
페넬로페님- 한권 한권 사서 다읽고 책장에 꽂는 기분, 그거 정말 배워야 할 덕목입니다.. ㅜㅜ

붕붕툐툐 2021-08-29 23:35   좋아요 2 | URL
오오~ 스콧님, 꿀팁 감사합니다~ 번역은 송태욱님, 순서는 [산시로]-[그후] 입력 완료!!

/ 페넬로페님, 독서괭님 한 권 사서 다 읽고 책장에 꽂는 거 멋있어요!!!

독서괭 2021-08-29 23:57   좋아요 4 | URL
오잉 툐툐님 전 아닙니다. 배워야 합니다..(먼산)

붕붕툐툐 2021-08-30 00:00   좋아요 3 | URL
아 독서괭님, 제가 한 문장에 퉁쳐 넣어서 그만... 독서괭님은 배우고 싶다고 하셔서 그게 정말 멋있는 일이라고 공감한 거였어요..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8-30 00:09   좋아요 4 | URL
앗 배우고 싶다고 한 것마저 멋있다고 공감해주시다니 역시 좋은 교육자는 다르시네요. 감사합니다 히힛😘

청아 2021-08-29 22: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산시로‘의 어감이 참 좋네요~♡ 리뷰를 읽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와도 잘 어울리는 제목같아요. 저는 다음 소세키 작품은 도련님 읽고 싶었는데 고민되는 리뷰예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8-29 23:33   좋아요 4 | URL
산시로의 어감이 참 좋죠. 인물과 잘 어울리는 이름같아요. 사실 뜻은 전혀 몰라요 ㅎㅎ
미미님, 다음책 고민 되실것 같네요.
도련님도 저는 좋았거든요
개성 있으면서도 좀 웃겼어요^^

독서괭 2021-08-29 23:0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로군요. 저도 산시로가 사람 이름일 거라곤 생각 못 해 봤네요 ㅋㅋ 가을에 어울리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8-29 23:35   좋아요 5 | URL
네, 전에 우리들의 책세계의 쥬크박스 잠자냥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셨어요. 읽어보니 가올에 어울리고 그래서 미리 가을을 얘기했어요^^

mini74 2021-08-29 23: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책이라니 ~ 저는 그 후를 참 재미있게 봤거든요. 주인공의 모습이 닮은 듯 합니다. 일본에 도련님맥주랑 도련님기차도 있다고 하던데요 ㅎㅎ 일본은 무서운 나라 ㅎㅎ 저도 잘 읽었습니다 ~ 책은 장바구니에 일단 담아두고 *^^*

페넬로페 2021-08-29 23:39   좋아요 5 | URL
‘그후‘ 넘 기대되네요^^
그럼 주인공이 바뀌는 건가요?
일본은 참 ~~
그래도 우리랑 정서가 비슷해서 잘 읽었어요. 우리 아버지의 세대 이야기 같았어요^^

han22598 2021-09-02 0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연속으로 올라오는 리뷰때문에...저도 올해 소세키책 한권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직 산시로..안 읽어서. 페넬로페님 리뷰는 자세히 안 봣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9-02 01:40   좋아요 2 | URL
네, 산시로 읽고 난 후의 han님 감상이 궁금해요^^

초딩 2021-09-04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금주의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좋운 주말 되세요~

페넬로페 2021-09-04 13:33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thkang1001 2021-09-04 13: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금주의 뉴스레터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9-04 13:52   좋아요 1 | URL
thkang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유부만두 2021-09-28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산시로여, 아... 이 삼식이 놈아...

페넬로페 2021-09-28 20:40   좋아요 0 | URL
산시로!
어리숙하면서도 매력이 좀 있는 남자죠~~ ㅎㅎ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양이를 통해 솔직하고도 유머러스하게 보여지는 슬프고도 따스한 우리들의 이야기.
1인 2역의 ‘나쓰메 소세키‘작가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신랄하고도 애정어린 시선이 좋다.
세심하게 관찰된 고양이의 묘사가 뛰어나지만. 끝까지 이름없는 고양이를 통해 덧없고 쓸쓸한 인생이 느껴진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21-08-23 2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ㅅ❣

페넬로페 2021-08-23 21:26   좋아요 5 | URL
감사합니다~~
그냥 100자평 한 번 써봤어요 ㅎㅎ

scott 2021-08-23 21:49   좋아요 4 | URL
믿고 읽는 번역 송태욱님의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좋아 하는 작품입니다
몇년전 소세키 사망 100주년 때 일본 국민이 이 작품을 첫번째로 뽑았을 정도로 여전히 사랑을 받는 작품

현암사 소세키 전집 커버도 멋지죠!

페넬로페 2021-08-23 22:49   좋아요 3 | URL
이 글을 그 당시 연재할때도 인기가 많았었는데 왜 그런지 알겠더라고요. 솔직하면서 비판적인 것이 작가의 성정이 그대로 드러나는것 같았어요
별점에 대해 고민했어요 ㅠㅠ

붕붕툐툐 2021-08-23 2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아 진짜 이 책이랑 도련님은 꼭 읽어야지 했던게 10년 전인 듯하네요!ㅎㅎㅎ

페넬로페 2021-08-23 22:50   좋아요 4 | URL
네 저도 드디어 도련님과 고양이 읽었어요. 두 작품 다 우리 정서에 맞는것 같아 좋았어요^^

mini74 2021-08-23 21: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두꺼워서 베고 자기 좋은 책 ㅎㅎ 두껍지만 페이지가 참 잘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찌질한 주인의 모습하며 ㅠㅠ 마지막엔 정말 덧없는 인생 ㅎㅎ *^^* 편안한 저녁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08-23 22:52   좋아요 4 | URL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랐어요.
읽기가 쉬운 부분도 있었는데 어떤 페이지는 잘 안 넘어가기도 헀어요. 전 주인과 고양이 둘다 작가라고 생각되더라고요^^

새파랑 2021-08-23 22: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세키의 이 책 좋더라구요. 왠지 이 책은 웃펐어요 😆 저는 <그 후>가 가장 좋더라구요~!! <행인> 사놓고 못읽었는데 이책도 곧 읽어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8-23 22:54   좋아요 4 | URL
네, 새파랑님 말씀처럼 딱 그대로 웃펐어요. 위궤양으로고생하는 작가의 모습도 슬펐구요.
소세키의 작품으로 가을을 맞이하려고 해요^^

행복한책읽기 2021-08-23 23: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읽어야지 하고 아직도 못 읽고 있는 책이어요. 마지막 문장. 인생의 씁쓰레함을 한모금 들이킨 느낌이어요.^^

페넬로페 2021-08-23 23:56   좋아요 4 | URL
네, 그렇게 마음 먹고 읽지 못한 책이 수두룩하죠~~
행복한책읽기님께서 쓰신 문장에 저도 감동 받았어요♡♡

청아 2021-08-23 23: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궁 이 글을 이제야 봤네요ㅠ 이 작품속 냥이 묘사가 너무 재밌고 좋았어요~♡ ‘애정 어린 시선‘에 공감 쿡👈 누릅니다ㅎㅎ

페넬로페 2021-08-24 00:03   좋아요 4 | URL
정말 그렇죠! 책 읽으며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이쩜 저런 생각을 하지~~이런 생각하며 읽었어요^^

독서괭 2021-08-24 0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재밌게 읽긴 했는데 당시의 일본 문화를 잘 몰라서 충분히 이해를 못 했다는 느낌이었어요 ㅜㅜ 소세키 다른 작품은 못 읽어봤는데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8-24 09:18   좋아요 3 | URL
네.아무래도 그 시대를 우리가 잘 모르니 그런거 같더라구요. 소세키 작가의 다른 작품도 궁금해 몇 권 더 읽어보려고 해요^^

han22598 2021-08-25 06: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소세키책을 많이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저는..차가운 탈로 가리워진 삶에 대한 따듯한 마음을 품은 작가의 시선이 느껴지더라고요. 전 이게 좋아요. 바보같은 따뜻함보다. 냉철한 따뜻함이 좋거든요 ㅎㅎ

페넬로페 2021-08-25 08:12   좋아요 2 | URL
네,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냉소적이고도 신랄하지만 사람 사는 모습을 통해 따뜻함이 전해지더라고요. 이 작품은 소세키의 초기작품인데 다른 작품에는 어떤 내용과 흐름이 있는지 궁금해요^^

페크pek0501 2021-08-28 1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멋진 작품이죠. ^^

페넬로페 2021-08-28 14:36   좋아요 1 | URL
네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초딩 2021-08-28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소세키는 맑고 정확하고 예리하고 순수한 눈을 가졌고, 그의 작품을 읽는 사람도 그런 눈을 잠시나마 가지게 해주는 것 같아요. ^^

페넬로페 2021-08-28 22:13   좋아요 1 | URL
소세키는 정말이지 순수하고 예리한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그의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이 약간 융통성이 없고 답답한 듯 하기도 해요. 시대적인 영향도 많이 받았겠죠^^
 

















고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이야기’-알렉산드르 뿌쉬낀

 

돌고 돌아 다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대학 1학년 여름 방학동안 외삼촌의 주선으로 **은행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은 은행의 고객 중 무작위가 아니라 철저히 엄선된 20개 정도의 가정을 방문해 설문조사를 하는 것이었다. 은행에서는 미리 우편으로 사전양해를 구했다고 했는데 그냥 이러한 설문조사에 응해달라는 통보에 불과했다. 설문지의 내용은 일종의 호구조사였는데, 그것은 상당히 세밀하고 구체적이었다. 각 가정의 구성원에서부터 세대주의 직업, 직책, 나이가 포함되고, 은행에서 실시하는거라 당연히 가진 재산을 묻는 내용이 많았다. 연봉에서부터 저축, 부채, 집의 소유 여부 등 요즘 같으면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았을 내용을 그때는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던 시대였다. 내가 맡은 지역은 잠원동(반포)이었는데, 고층 아파트 한 동과 주택가에 위치한 집으로 가서 직접 고객을 만나야 했다.

 

알바는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다. 일단 경비아저씨가 나를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첫 날에 실패하고 그 다음에 담배 한 갑을 사서 다시 도전했다. 아저씨는 일단 동 대표에게 문의를 했고 마침 그 동 대표 아주머니가 설문대상자라서 은행에서 통보를 받았다고 하며, 나를 자기 집으로 오게 했다. 설문조사를 거부하는 몇몇 분들을 동 대표 아주머니가 설득해주기도 해서 난 그 동의 설문조사는 완벽하게 성공했다. 서울에서도 강남의 아파트에 사는 그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일단 직업이 거의 판사, 의사, 검사, 대기업 이사였다. 집 역시 자신의 소유가 많았고, 은행에 일정액의 저축이 있었다. 그렇게 화려하게 해놓고 살지는 않았지만, 나름 대한민국 최상층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왔다.

 

아파트와 달리 주택가는 여러 종류의 집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가와 반 지하에 있는 집까지 다양하게 방문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들은 나를 문전박대하지 않았고, 분명 대답하기 곤란한 것도 잘 말씀해주셨다. 20개의 세대 중에 한 곳만 완강히 설문조사를 거부해서 난 은행의 승인 하에 그 곳만 빼고 알바를 마칠 수 있었다. 그 여름에, 집집마다 다니며 했던 그 일이 너무 힘들었고 아직 어렸기에 그때 그들의 삶을 오롯이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 거기엔 분명 양극화된 것으로 나누어진 것들이 존재했는데도 그저 알바가 끝나기만을 빌었다. 은행에서 지급한 알바비는 그 당시 상당히 큰 액수였고, 난 친구들과 지리산 천왕봉으로 떠났다. 제대로 등산 한 번 안해 본 내가 지리산 정상으로 오르면서 또 한 차례의 개고생을 했고, 그렇게 1학년의 여름 방학은 지나갔다.

 

2학기가 시작되고 가을이 무르익었을 때, 문득 잠원동의 그 동 대표 아주머니가 생각났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제대로 알바를 끝내지 못했을 것 같은 생각에 그 분에게 고맙다고 엽서를 썼다. 내가 그 집을 방문한 적이 있어 주소를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러저러해서 정말 고마웠다라는 내용을 짧게 썼고, 그 밑에 다시 뭔가를 썼다. 그냥 고맙다고만 했으면 됐을 텐데 왜 내가 그런 행동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가을이어서, 삼청동으로 올라가는 종로의 그 길에 노란 은행잎이 물들기 시작해서, 남자친구 하나 없는 내 마음이 허해서 그랬는지도 모른다. 고마웠다는 그 짧은 글 밑에 난 급기야 이것을 쓰고 말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옮긴이 최선, 민음사)

 

그땐 이 시가 러시아의 대문호 푸시킨의 작품인지도 몰랐고, 강남에서 판사의 아내로 잘 살고 계시는 분에게 하필 왜 이 시를 적어 보냈는지 내가 나를 모르겠다. 지극히 순진하고 순수했던 스무 살의 내가 보낸 그 엽서를 받고 그 분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도 궁금하다. 기뻐했을지, 아니면 황당해 했을지,....지금은 나이가 꽤 들어 할머니가 되어 있을 그 분이 그런 엽서를 받았다는 것을 기억이나 할런지도...

 

지금 생각해보면, 엽서에 적은 푸시킨의 시는 정작 그분이 아닌 나에게 보내고 싶은 시였던 것 같다. 대학 생활에 별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저 겉으로 떠돌기만 했던 외로웠던 그 시절의 나에게 보내는 위로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돌고 돌아 이제서야 <알렉산드르 뿌쉬낀>을 만났다. 푸근하게 느껴지는 푸시킨이 아니라 발음하기도 힘든 뿌쉬낀을 만난다. 그만큼 세월은 지났고, 나 역시 많이 변했을 것이다.

 

열린책들, NOON시리즈 중 두 번째로 선택한 책은 알렉산드르 뿌쉬낀<벨낀 이야기>이다. 원제목은 <고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의 이야기>이다. 이 책에는 발행인의 말과 함께 다섯 개의 짤막한 단편이 들어있다. 18308월 아버지의 부탁에 따라 볼지노 영지를 방문했던 뿌쉬낀은 모스끄바에 콜레라가 유행중이어서 석 달 동안 그곳에 머물러야 했다. 그 시기에 이 소설이 쓰여 졌다고 한다. ’이반 뻬뜨로비치 벨낀이라는 가상의 작가가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작품으로 남긴 것으로 이 소설은 시작된다. 벨낀은 아마 뿌쉬낀 자신일 것이다. 러시아라는 나라에는 워낙 대문호가 많아 여러 작가의 작품을 읽은 덕분에 그 시대의 모습들은 나에게 어느 정도 익숙했다.

 

<마지막 한 발>,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 아가씨>라는 제목의 다섯 개의 단편엔 지극히 러시아적인 소재가 많이 들어 있다. 러시아 사람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술, 지주와 커다란 영지, 귀족들의 사랑과 결혼, 장의사와 역참지기라는 계급이 낮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등 이 소설의 소재는 다양하다.

 

그 중에서 가장 흥미롭고 생소한 것은 결투라는 소재였다. 걸핏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남자들은 자신의 명예가 더렵혀졌다는 이유로 결투를 벌이고, 이 결투는 러시아 사회에서 정당한 것이었다. 총알 한 방에 사람이 죽어버린다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그들은 결투를 하고, 결투를 피하는 것이 오히려 수치가 된다. 1830년 뿌쉬낀이 31세의 나이에 집필한 <마지막 한 발>은 결투를 소재로 하고 있다. 결투를 하지만 결국 마지막엔 다른 곳에 총을 쏘아 목숨을 살려주는 것으로 이 소설은 끝나지만, 7년 후 아이러니하게도 작가자신은 결투로 인한 총상으로 38세의 나이에 사망한다. 자신이 이 소설을 집필할 때 미리 자신의 운명을 내다보지는 않았을 텐데 이 소설을 읽고 그의 죽음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이 책에 나오는 다섯 편의 단편들을 읽으며 다시 뿌쉬낀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라는 시가 생각났다. 이 시야말로 이 소설들에 딱 어울린다. 여러 우여곡절을 겪지만 다들 좋고 행복하게 끝맺는 이 소설들에서 현재는 슬프고 힘들지만 모든 것은 순간적이고 지나가는 것이라는 것을 작가는 서술한 듯하다. 물론 이 소설에 여러 슬픔과 풍자가 있지만 무겁지 않았다, 여느 다른 러시아 작가들처럼 심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히지도 않았다, 조그맣게 웃기도 하며 이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네 인생엔 헛것이 보이기도 하고, 우연과 성급함과 불행이 등장하지만, 그것이 우리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어 해피엔딩만 될 수 있다면 괜찮다.

그러니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Se amor non e che dunque(이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어란 말인가?)

페트라르카의 소네트 -p56}




댓글(36) 먼댓글(0) 좋아요(5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붕툐툐 2021-08-21 18: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왕~ 페넬로페님 감사하는 마음이 너무 뭉클해요~ 저라면 너무 좋았을 거 같아요! 푸시킨은 시인으로만 생각되는데 단편도 잼나겠네용~

페넬로페 2021-08-21 20:48   좋아요 4 | URL
툐툐님 말씀처럼 엽서를 받고 좋았으면 좋겠네요. 푸시킨의 단편이 경괘하기도 하고 마음을 움직이기도 해서 좋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8-21 18: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나름 생각 많이 하시고 보내신 건데 시를 읽고 제가 그 엽서를 받았다면 ㅋㅋㅋㅋ귀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겠어요. 저는 알라딘 개인 중고 거래 하시는 분에게 구구절절 긴 편지를 받아 본 적이 있는데 부모님 댁에 들러 거름을 주고 왔습니다, 하는데 이게 뭔가 싶었는데 지나고 보니 나름 따스함 건네주신 건데 그땐 그걸 몰랐다 싶네요.

페넬로페 2021-08-21 20:51   좋아요 5 | URL
네, 받으시는 분께서 좀 뜯금없다고 생각하셨을 것 같아요. 책을 중고 거래 하는데도 저렇게 긴 편지를 쓰시는 분이 있군요. 아마 책을 주고 받는 것이라 그렇게 글이 써진건줄도 모르겠어요^^

붕붕툐툐 2021-08-22 01:3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거름주고 온 걸 왜 얘기해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22 07:22   좋아요 2 | URL
네 툐툐님 그때 편지 받았을 땐 나한테 왜 이걸 얘기해 ㅋㅋㅋ했었네요...

mini74 2021-08-21 18: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강남의 판사아내에게 보내기엔 시가 좀 너무 프롤레타리아적이 아닐까요 ㅎㅎㅎ ㅎㅎ너무 따뜻하고 귀여운 이야기예요.~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

페넬로페 2021-08-21 20:53   좋아요 4 | URL
너무 힘내시라는 것 같죠! ㅎㅎ
지금 생각해도 우습고 또 재밌기도 해요^^

파이버 2021-08-21 18:4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이야기네요ㅎㅎ 대학교 1,2학년이면 그저 귀여우셨을거예용~ 그러고보니 엽서를 써본게 언제적인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1-08-21 20:55   좋아요 5 | URL
요즘은 생일카드도 잘 안 쓰는것 같아요. 그저 문자나 톡으로 보내니 낭만이 점점 없어져요. 그분이 저를 귀엽게 봐주셨겠죠 ㅎㅎ

청아 2021-08-21 19: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대학시절 특별한 아르바이트 경험과 그 뒤에 엽서 보내신것, 거기에 대한 소회가 너무 재밌어요!!그런 부분이 저랑 캐릭터가 비슷하신듯하고요~♡저도 이런저런 기분에 젖어 뭔가를 하고는 뒷날 아차싶을때가ㅋㅋㅋㅋㅋ페넬로페님 마음이 예뻐보이는데 그럼 저도 그렇게 보여졌을까 살짝 기대를 해봅니다ㅋ 😉 아! 지리산 완전 멋지심~👍👍

페넬로페 2021-08-21 20:58   좋아요 6 | URL
미미님과 캐릭터가 비슷하다면 저 너무 영광인데요~~그래도 뒤늦게 아차 할지라도 선의나 호의는 그냥 마음가는대로 빨리 실천하자 주의여서 후회도 많이 하지만 맘은 편한것 같아요. 지리산은 지금 생각해도 힘들어요^^

새파랑 2021-08-21 19: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은 푸쉬킨을 읽으셨군요~!! 벨킨 이야기 완전 좋아요👍👍
역시 대학시설부터 감성이 남다르셨군요😊

페넬로페 2021-08-21 21:00   좋아요 5 | URL
이 시리즈 덕분에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만나서 넘 좋네요.
분량이 적어 읽기도 편하고요.
네, 제가 감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ㅋ ㅋ

그레이스 2021-08-21 19: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것

이구절 좋아하는데, 살아가면서 과거에 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많은 것을 느껴요.^^

페넬로페 2021-08-21 21:04   좋아요 6 | URL
전 과거를 많이 잊고 사는데 책만 읽으면 새록새록 과거가 떠오르네요. 푸시킨의 단편 덕분에 잊혀졌던 시도 생각났어요^^

scott 2021-08-21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 페이퍼는 러쉬아 푸쉬킨의 [결투] 보다
대학교 1학년 풋풋한 시절 알바를 하던 그곳 잠*동 아파트를 수도 없이 오고 갔던 페넬로페님의 스무살 에피소드가 더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지금은 절대로 이런 조사를 이런 방법으로 안하지만 그 시절의 강남 이웃들의 모습 까지 볼 수 있었고 페넬로페님이 감사의 엽서를 보내주신 고마움분의 온 정도 느낄수 있었네요.

전 읽다가 문득 박완서님의 단편 이야기도 떠올랐습니다 ㅋㅋ

엽서에 시를 적어 보낸 페넬로페님 진심 판사 사모님은 감동 받았을 것 같은데요 👍👍




페넬로페 2021-08-21 21:19   좋아요 5 | URL
푸시킨 읽고 그에 대해 알아갈 때 scott님께서 매일 올려주시는 페이퍼 생각이 많이 났어요.
결투에 대해서도 올려주셨고 푸시킨의 여러 작품이 오페라로 작곡되었다고 해 주신게 기억나더라고요.~~
지금은 어림없는 일들을 그땐 그분들이 대답도 참 잘해주셨다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너무 고마워요.
박완서 선생님의 단편도 읽었는데 내용이 영 가물가물해요 ㅠㅠ

초딩 2021-08-28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북플 뉴스레터 선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8-28 14:35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근데 북플뉴스레터는 어디로 들어가서 보면 되는건가요?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아요^^

새파랑 2021-08-28 14:41   좋아요 4 | URL
이메일로와요 ㅋ 알라딘 아이디로 등록된 메일로ㅋ 그런데 수신거부 되어 있으면 안받아져요 🙄

페넬로페 2021-08-28 14:43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scott 2021-09-10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王~추카~*

페넬로페 2021-09-10 19:32   좋아요 2 | URL
정말 감사합니다^^

청아 2021-09-10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1-09-10 19:32   좋아요 3 | URL
미미님, 감사해요^^

새파랑 2021-09-10 16: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역시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0 19:33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서괭 2021-09-10 16: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0 19:33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송구스럽지만 감사해요^^

그레이스 2021-09-10 17: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0 19:34   좋아요 4 | URL
감싸합니다♡♡

서니데이 2021-09-10 18: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9-10 19:34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초딩 2021-09-11 1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
이달의 페이퍼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1-09-11 16:52   좋아요 0 | URL
낮에는 날씨가 아직까지 더워요^^
좋은 날씨에 가을 만끽하시길 바래요
초딩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