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매일 조깅을 한지도 십 년은 넘은 것 같다. 2018년도인가? 그 해에는 이틀을 제외하고 밖으로 나가서 열심히 달렸더라.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나가고, 엄청난 추위의 겨울날에는 몇 겹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동안 내가 달리는 걸 보고 살을 빼고자 몇 명이 붙어서 달렸다가 다 포기하고 나갔다.
대체로 이유는 하나로 모아지는데 몇 달 달리는 것으로 20년 이상 방치한 몸에 대한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해서다. 일 년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꾸준하게 달리고 그 뒤에는 조금 생각을 하며 달려야 한다. 생각을 좀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코스나 운동화나 시간 같은 것들이 측정이 된다.
내가 매일 조깅을 할 수 있는 이유는 단순하다. 매일 밥을 먹고 매일 잠을 자는데 달리는 것도 매일 할 수 있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조깅을 하면서 휴대폰은 두 대를 주웠고, 돈도 삼만 원을 주웠다. 돈은 현금이라 그냥 내가 써 버렸다. 과자도 뜯지 않은 채 여러 봉 주운 적도 있고, 지갑도 주웠다. 지갑과 휴대폰은 경찰서에 갖다 줬는데 그럴 때마다 뭔가를 작성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날은 요즘 같은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운 날이다. 이런 날 달리는 걸 좋아한다.
데드포인트까지 도달할 수 있다. 평소에 어떤 한계나 극한을 경험하니까 좋다. 마지막 코스에는 오르막길을 넣어서 다리가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이 오는데, 그 고통이 기분이 좋다.
요즘 같은 날은 아무튼 조심해야 한다. 지난번에도 한 번 썼는데, 코로나 시기에 폭염으로 인해 재난문자가 오는 날이었다. 해가 있는 시간에는 야외 활동을 삼가라고 하는 날이라 조깅을 하러 나갔다.
잘 달리고 있는데 내 앞에서 한 사십 대 남성이 픽 쓰러졌다. 하필 내 앞에서. 내 뒤에서 쓰러졌다면 그냥 갔을 텐데 내 앞에서 쓰러지는 바람에 당황했다.
온열질환으로 탈수증 같았다. 그늘로 옮긴 다음에 응급처치 그거 대충 하고 119를 불렀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급박하게 돌아갔다. 그러는 동안 주위에 구경꾼들이 잔뜩 모여들었다. 나는 가보라고 했지만 구경꾼들은 어떡해,라며 조금씩 조금씩 모여들었다.
쓰러진 곳과 119가 오는 도로가 좀 떨어져 있어서 그곳까지 가서 또 119 대원들을 데리고 왔다. 코로나 시기라 소방복 위에 감염복인가? 그것까지 입고. 보는 것만으로도 덥다 더워. 아무튼 더운 날에는 나이와 관계없이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