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내지 못하고 춤을 추는 것들이 있어,

연약한 것들이 바람에 아파하며

칼날처럼 떨어지는 빛의 날을 맞아가며

춤을 추는 것들.

부드럽게 나를 드러내며 춤을 출 때마다

고통으로 물든 색채는 여러 번 바뀌지,

춤을 추며 아픔을 잊기도 하고

그렇게 결락을 흡수하기도 하고,

그래야 세상에 녹아들지,

꽃이 가장 아름다울 때가

뿌리가 가장 통증이 심할 때거든,

연약한 것들은 춤을 춰라,

아파해라, 그

렇게 소리를 죽이고 끝없이 춤을 추자,

우리 계절을 먹으며 모락모락 늙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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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데없고 쓸모없는 기억은

자꾸 분명해지는 거 알지?

스쳐갔던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한 시간들,

지나간 것을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건

그 순간이 최애였다는 거 알지?

그때 맞이했던 포근한 온도와

나른한 햇살,

아카시아 꽃과 같은 향을

앞으로 만나지 못할지라도,

추억 속의 그 장소,

그 공간은 그대로인 거 알지?

시간은 자꾸 나를 타이르지만,

추억 속 그 사람은

최애를 부르고 있어,

넌 쓸모없는 존재가 아니라면서,

너 자체가 사랑이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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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두부를 닮았는데,

두부라는 게 가장 손쉽게 맛볼 수 있는 음식인데,

두부는 인간이 모두 잠든 시간에,

해가 힘을 발휘하기 전에

두부는 서서히 간수를 머금는데,

두부장수의 뒤틀어진

팔의 생명을 나눠가지면

두부는 그제야 정당한 맛을 내는데,

오직,

적요한 시간에

으스러지지 않고

근사한 언어를 지닌 채

인간의 곁으로 오는 게 두부야,

두부 정말 멋진 거 같지 않아?

그 사람은 두부를 닮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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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새바람이 불어와 노란 꽃들을 겨울에도 피웠다

마법 같았던 15년 전 봄처럼 따뜻한 높새바람은

초초히 밤의 그늘을 지나 몸의 중심부에서

마른 뼈 위를 굴러다니다가 몸의 외부로 불어와

혼신에 生涯(생애)를 불어 넣었다

고행자였던 높새바람은 탐욕에 물들어가던

사막의 확장을 막았고 오후의 검은 가고일을 춤추게 만들었고

내장을 착하게 만들었고 壽(수)액을 위에서 발끝으로 원활하게 해 주었다

높새바람이 아니었다면 생에서는 만나지 못할 폐와

말피기소체 높새바람이 捧下(봉하)에서 소멸하고

세상의 노란 꽃들은 血淚(혈루)를 흘렸고 시간을 들여 시들어갔다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높새바람은 사그라들었지만 여진을 남겨두었어

그 여진은 수십 수백의 노란 갈래로 뻗어져

한바탕 큰 바람이 필요할 때 수축했던 노란 꽃들이

한 송이의 큰 꽃으로 뭉쳐진다

노란 꽃들은 겨울에도 피기 위해 높새바람이

남긴 여진을 타고 지금도 몸의 외부로 흐른다 - 노무현을 생각하며


비가 오지 않아도,

비가 너무 많이 내려도,

다 내 책임인 것 같았다


아홉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어느 것 하나

대통령 책임

아닌 것이 없었다


대통령은 그런 자리였다

노통은 참 많은 공격을 받았고, 퇴임 후 노통이 자주 다니던 식당까지 탈탈 털렸지만 노통과 민주시민들은 괜찮았다. 그 예전에는 민주주의가 착하게 살면 그냥 이루어지는 줄 알았는데 살아보니 죽을 힘을 다해 싸우고 투쟁해야 민주주의가 이루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10주기 때 그려본 노무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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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한 시인이 고통으로 시를 빚어냈는데,

그 시가 너무너무 좋은 거야,

시를 안고 잠이 들다 시가 내 안으로 들어왔어,

나는 그토록 원하던 시가 된 거야.

시가 된다면 너에게 날아갈 수 있거든.

시가 되어서 그 아픈 기억을 모두

예쁜 추억으로 바꾸어 놓고

물 밑에서 보글보글 춤을 추는

너의 손을 잡고 싶어.

너는 나를 천천히 떼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나는 너의 시니까.

통증을 느낄 수 있게

매일 조금씩 나를 떼먹어줘.

그럴 때마다 시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

너를 위한 노래를.

나를 다 떼먹는 날 노래는 끝이 나고

나는 진정 아름다운 시가 되어

너의 속으로 들어갈게.

거기서 함께 아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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