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스트들아 모여라 하루키 얘기할 시간이야ㅋㅋ. 하루키는 외국을 떠돌며 소설을 쓰다가 50대에 가나가와현 오이소에 정착을 했잖아.

하루키는 구글에서 자신의 집을 검색하는 것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서 누구나 자신의 집을 구글링 할 수 있게 해 놨어.

구글 지도로 검색하면 하루키의 집을 볼 수 있어. 보통 유명인들은 구글맵에서 자신의 집은 나타나지 않게 하는데 하루키는 ‘뭐 어때’하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하루키의 집으로 올라가는 길, 또는 하루키가 사는 동네는 마지막에 나온 단편 소설집 ‘일인칭 단수’에 수록된 단편 ‘크림’에 나오는 피아노 연주회가 열리는 동네의 풍경과 흡사한 것 같아.

지난번에 얘기 한 번 했는데, 일인칭 단수가 한국에 나오기 전에 나는 기다리는 게 짜증이 나서 ㅋㅋ 먼저 크림을 책자로 만들어서 주위 하루키 팬들에게 나눠 준 적이 있었거든.

하루키는 출간 전에 뉴요커지에 영문으로 단편 소설을 싣는데, 일 년이 넘도록 한국출판이 되지 않아서 기다리는 게 너무 답답했었어. 그래서 먼저 크림을 번역을 한 번 해서 책자로 만들어봤어.

나중에 한국에 일인칭 단수가 출판되고 ‘크림’을 비교해 봤거든. 비슷해서 나도 놀랐지 ㅋㅋ. 어릴 때 만난 여자애를 나는 여자애로 번역을 했고, 출판물은 그녀로 번역을 했더라. 그래서 내 마음대로 나의 승 ㅋㅋ

아무튼 하루키는 한국에서 장편 소설 선 인세가 30억 정도라고 해. 계약을 하고 수입해서 번역하기 전에 하루키에게 지급하는 계약금이 30억 정도인데 2013년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를 당겨 올 때 선인세 16억 정도로 계약을 하려 했는데 판권을 못 가져왔다고 해.

나 밀리의 서재에서 계약금으로 백만 원 받았는데 16억은 달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우주적 수치네 ㅋㅋ

그러니까 세계 온 나라의 하루키 소설이 번역이 되어 출간되어 있으니 정말 어마어마한 수입이 있을 거야. 그것에 비해 저택은 작지는 않지만 아주 크지도 않아. 하루키의 저택에는 수입만큼 어마어마한 레코드가 있잖아. 몇 만장이라고 하지.

하루키는 댄스댄스댄스 이후부터는 워드로 작업을 하며 어느 순간부터는 맥으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에세이에서 말했지.

하루키의 저택은 외벽에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 층짜리 건물이야. 저택 문패에는 이렇게 ‘시나몬 잉크 자료실 <무라카미>’라고 쓰여 있어. 하루키라고 하지 않고 무라카미라고 쓴 이유를 생각해 보면 마지막으로 나온 에세이 ‘고양이를 버리다’를 보면 알 수 있어. 아버지와 성과 이름에 관한 부분이 있잖아.

구글맵으로 저택의 사진만 보고 무작정 오이소로 찾아가는 한국 사람들이 많다고 하네. 올바른 일인지 그렇지 않은 일인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데 방해는 하지 말아 줘 한국인들아 ㅋㅋ

그리고 벌써 코로나 전인데 살고 있는 오이소에 대해서 적은 글이 있다고 해. 사는 동네에서 자주 들리는 과자가게나 재즈 바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하루키가 들린 그곳을 따라서 하루키의 팬들이 맵에 표시를 잘해두었다고 해.

하루키가 사는 동네는 고급스러운 주택가지만 저 앞에는 바다야. 그래서 하루키가 들리는 가게들은 바다에서 아주 가까워. 몹시 예쁘고, 아기자기하며 카페나 재즈 바 경우는 상당히 프로스럽게 보여. 하루키 덕분에 오이소의 이런 가게들도 꽤 장사가 잘 되는 모양인데, 이것도 코로나 전의 이야기지.

동네 주민들은 하루키가 달리는 모습을 종종 본다고 해. 그러니까 하루키는 공식적인 자리가 아닌 곳에서 만나려면 숙소를 잡아서 일주일 정도 머문다고 생각하고 하루키가 달리는 시간에 맞춰 동네는 하염없이 달리다 보면 마주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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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4 18: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엇, 하루키가 크림이라는 소설을 썼단 말인가요? 그건 몰랐네요. 하루키 책은 안 읽어도 대충 무슨 책이 나오는지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현재 크림은 번역되어 나와 있나요? 울나라 인세만도 30억이라니 그가 도서관을 지었다는 건 일도 아니었네요. ㅎ

교관 2024-09-15 12:03   좋아요 2 | URL
사진에 한국출판물이라고 ㅋㅋ 나와있어요. 크림은 단편소설이니까 달랑 단행본으로 나오지는 않겠죠. 일인칭단수라는 단편집에 실려 있어요. 그리고 하루키가 도서관을 짓지는 않구요. 와세다 대학 도서관에 하루키 관이 만들어졌어요. 검색해보시면 자세하게 나와있어요 ㅋㅋ
 

하루키 팬들아 오늘도 하루키 얘기야. 하루키의 단편 소설 [치즈 케이크 모양을 한 나의 가난]에 대한 이야기야. 이 단편을 보면 주인공은 아내와 결혼을 하고 아주 저렴한 가격에 단독주택에 입주하게 되어서 기뻤지.

단독주택에 방도 몇 개나 있고 비록 작지만 마당도 있어서 고양이도 키울 수 있어서 좋아했어. 하지만 단독주택의 집세가 이렇게 저렴한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야.

치즈케이크처럼 생긴 주택 양옆으로 철길이 나 있고 하루에도 수시로 지하철이 지나갔으며 시끄러워서 기차가 지날 때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 양옆으로 동시에 기차가 지나가면 식탁이며 집이 온통 덜덜거렸어.

그런데 기네스북에 나올 만큼 가난했던 치즈케이크를 닮은 그 집에 살 때가 행복했다고 하는 단편 소설이야. 소설이라고 하지만 하루키 본인 이야기로 사소설에 가까워.

치즈 케이크를 닮은 철길 사이의 주택은 구글로 검색을 하면 하루키가 신혼을 보냈던 그 집이 나와. 츄오센과 고투분지 사이의 삼각형 토지에 있는 집이야. 아니 집이었지. 소설 속에서 고풍스러운 집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보여. 현재는 현대식 건물이 들어섰어.

소설 속에는 하루키는 이부자리와 옷가지, 식기, 전기스탠드, 몇 권의 책 그리고 고양이 한 마리가 재산의 전부였어. 그만큼 가난했지.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인생은 지극히 간단해진다] 겨울에 해가 지면 하루키는 아내와 고양이를 안고 이부자리 속으로 들어갔고 아침에 나오면 부엌의 싱크대가 얼어붙어 있었어.

그렇지만 가난이라는 불행 속에서도 봄이 오면 근사해져서 세 명(고양이 포함)이 나른한 봄볕에 작정하고 얼굴을 내밀었지. 그리고 하루키는 그 당시를 [우리는 젊고 결혼한 지 얼마 안 되었고 햇볕은 공짜였다]라고 회상해.

이런 모습을 상상하면 무라카미 라디오에서 소개했던 ‘look for the silver lining’이 생각나. 쳇 베이커 버전과 모던 포크 콰르텟 버전이 있는데 하루키는 후자 쪽이야. 신나고 흥겹지. 쳇 버전은 마치 물에 불린 찰흙을 만지는 기분이고.

노래는 접시를 닦는 인생이라도 행복하다고 말해. 그 이유가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야. 세상의 모든 접시와 쟁반에서 빛이 날 때까지 당신을 하루하루를 갈고닦을 거야,라고 노래는 말하지. 정말 멋진 '시'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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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9-13 1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단편 읽었습니다. 되게 인상 깊게 읽었죠. 가난해도 꼬물거리며 사는 게 꼭 불행하게 느껴지지 않고 위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다시 보니 반갑네요. 이 단편이 아직도 나오는가 봅니다. 표지는 다르네요. ㅋ

교관 2024-09-14 12:20   좋아요 1 | URL
맞아요 가난은 창피한게 아니라 불편하거라고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고는 하지만 가난이라는 서슬이 퍼른 칼날은 늘 아프죠 ㅋㅋ/ 표지는 가장 초반에 나온 표지일겁니다. 하루키 단편이나 장편 그리고 에세이는 매년 출판사에서 새롭게 계속 찍어 내고 있어요. 늘 수요가 있거든요 ㅋㅋ
 

재미있는 하루키 일러스트


하루키스트들아 안녕, 하루키는 세계적으로 하나의 현상이 된 것 같아. 그래서 하루키의 모든 부분이 어떤 식으로든 소비가 되는 세상이 된 것 같아. 하루키의 재미있는 일러스트도 많거든.

하루키의 이 일러를 보자마자 큭큭큭 뭐야? 아아 했는데, 마치 우울 밑바닥에 붙어사는 괄태충 같은 생물체가 마법으로 하루키로 변해가는 모습을 그려 놓은 것 같았는데


이 일러스트는 색채가 없는~ 쓰쿠루가 나왔을 때의 그림인데, 중앙일보 ‘색깔 없는 남자 색 찾아 떠나’라는 제목의 칼럼에 삽입된 그림이야. 쓰쿠루가 한국 출간이 되었을 때 신드롬에 가까웠지.


칼럼은 당시 하루키 열품이 서점가에 일어났고, 조용필의 19번째 앨범 ‘헬로’가 발매되면서 앨범의 열풍이 일어나고 있어서 두 사람의 공통점을 짚어보고 있어. 두 사람은 환갑을 넘긴 나니에 자국에서 문화계를 강타하며 트렌트 최전선에 서 있다고 했어. 조용필 55주년 공연에 실로 어마어마한 인구가 관람을 했잖아. 어쩌면 임영웅, 방탄이들보다 더 많은 인기를 지니고 있는 용필이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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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일러스트 하루키는 산도둑놈 같네, 심란하고 심오하고 고뇌에 빠져있는데 그 고뇌가 밥을 먹고 똥을 쌀까, 똥을 싸고 밥을 먹을까 하는 것 같은 그림처럼 보이네 나는. 이 일러스트는 2017년 ‘기사단장 죽이기’가 나왔을 때 조선일보에서 다른 칼럼 ‘하루키, 무엇이 달라졌는가’에 삽입된 그림이야.


이 칼럼은 하루키 단골 골수팬 임경선 작가가 작성했어. 임경선 작가를 미워하지는 않지만 이 칼럼에서 작가는 기사단장은 기존의 소설에서 이것저것 당겨 왔다는 식의 이야기를 초반에 줄줄 해. 주인공은 이전 소설 어디서, 아내의 사랑을 잃은 이야기는 어디서, 또 이건 어디서, 어디서, 어디서 등등


늘 느끼는 거지만 하루키 팬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니 굳이 이렇게 길게 주절주절 어디에서 따왔고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해. 또 하루키의 소설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뭐야? 이 소설가는 유명하다더니 신작을 낼 때마다 앞의 소설에서 이것저것 따 와서 적는 거야? 같은 생각이 들겠지.


자기 복제, 동의반복, 유사성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것에 대한 비관적인 말을 임경선 작가도 하지만 애초에 이런 말 자체를 소거하고 출간된 소설의 이야기에만 집중해서 말을 하면 좋을 것 같아. 하루키스트들은 알겠지만 하루키의 소설은 전부 연결되어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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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슬럼프 박사처럼 보이는 일러스트는 2021년 네이트 뉴스에 [비바 100]이라는 잡지? 신문사? 의 이희승 기자의 ‘나의 하루키... 가상 인터뷰로 위안을! 네이트 뉴스’에 실린 칼럼이야.


조금 긴 이야긴데 읽어보면 아주 재미있어. 기자가 외로운 10대에 처음으로 하루키를 접하면서 대학시절을 거쳐 결혼까지 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함께 같이 해온 하루키의 소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읽는 재미가 있는 칼럼이야.


한참 읽다 보면 기자와 하루키의 인터뷰 내용이 있는 정말 재미있거든, 그 이유가 가상 인터뷰이기 때문이야.


인터뷰에는 소설과 재즈 그리고 야쿠르트 스왈로즈 야구부터 하루키 요리와 음식, 한국에 왜 한 번도 오지 않냐는 인터뷰가 있는데 가상이야. 그런데 실제 하루키가 답을 한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건 이 칼럼을 쓴 기자가 하루키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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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러스트는 그냥 일반인이 그린 하루키야. 감상평을 하자면 우수에 찬 하루키의 눈빛이 인상적이야. 마치 소싯적 누아르 속 총알을 전부 남발하고 난 후 앞의 풍경을 보며 우수에 찬 주윤발이 떠오르기도 하고 말이야.


하루키는 늘 노벨상 후보에 오르는데 하루키가 받지 못할 거라는 걸 나도, 하루키 본인도 알고 있어. 노벨상을 주는 주최 측에서 바라는 소설과는 아주 먼 소설을 하루키가 쓰기 때문이지.


밀란 쿤데라 역시 비슷한 이유로 노벨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죽어 버렸잖아. 한림원에서 보기에 하루키와 밀란 쿤데라가 쓴 소설은 소설이 아니라는 게지. 하지만 두 사람은 여러 문학상과 작가 상을 받았어.


더불어 작년 7월에 타계한 밀란 쿤데라에게 그동안 수고했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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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시 일반인이 그런 하루키야. 보면 어? 하루키? 같은 그림이야. 이렇게 대충 그려놓았는데 하루키답게 보이는 건 순전히 안자이 미즈마루 씨 덕분이 아닐까.


하루키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에세이에서 언급을 했는데, “딸이 결혼을 하겠다는 말을 꺼내면, 토라져서 밥상을 뒤엎고는 집을 나가버리겠다”라고 큰소리치고 있는 것 같다며 귀여운 구석이 있다고 하루키는 말했지.


안자이 미즈마루 씨 같은 어른이 주위에 있다면 생활이 유쾌할 거야. 하루키는 그런 일상의 유쾌한 재미를 느끼며 하루하루 보냈고, 그 이야기를 에세이를 통해서 풀어내고 있고, 우리는 그 에세이를 읽으며 하루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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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디콘, 퀸의 베이스였던 존 디콘은 프레디 머큐리가 죽어 버리자 그대로 퀸을 떠나 활동을 접고 말아. 브라이언 메이가 주축으로 퀸을 이끌었지만 존 디콘은 프레디 머큐리가 없는 퀸을 미련 없이 떠나. 아니 음악계를 온전하게 떠나고 말아. 왜? 존 디콘에게 그 어떤 부와 명예, 각종 명성이 시시하고 의미 없는 거거든.


마치 베트맨이 없는 세상은 시시하고 살아갈 의미를 찾지 못했던 조커와 같았지. 조커에겐 돈이나 부는 시시한 거였어. 존 디콘이 그랬던 거야.


록의 전설 레드 제플린 다 알지? 이 위대한 밴드에서 드럼을 치던 최고의 드러머 존 본햄, 존 본햄은 술꾼으로 유명했는데 소문처럼 술을 너무 좋아해서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 집에서 보드카를 연거푸 40잔을 내리 마시고 잠이 들어 영영 일어나지 못했지. 그해가 1980년.


레드 제플린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야. 드러머는 많고 새로운 드러머를 영입하면 되는데 존 본햄을 대처할 드러머는 없다며 그대로 레드 제플린은 해체해 버려. 존 본햄이 없는 레드 제플린은 의미가 없다는 거야. 그들에게 부와 명성, 인기는 시시한 거거든. 레드 제플린으로 음악을 같이 할 수 없다면 그저 시시할 뿐이었지.


퀸은 록을 하던 뮤지션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어. 영화에 다 나오는 거 봤지? 정통 록이 아니라는 이유야. 프레디는 퀸으로 록의 [틀]을 깨버렸지만 음악계는 퀸을 이상한 [것]으로 치부했지. 하지만 대중은 퀸의 음악을 찾아서 듣기 시작했고 퀸이 움직이는 곳을 따라다녔어. 틀에서 벗어나거나 틀을 깨버리면 틀을 이루고 있는 보수적인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아.


우리는 사실 내색하지 않지만 우리와 다르면 잔인할 정도로 무섭게 공격을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잖아.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단지 불편할 뿐인데 아픈 사람으로 보잖아. 퀸은 음악평론가들에게 늘 저평가를 받았지. 위에서 말한 것처럼 틀을 깬 록을 했기 때문에 불분명한 음악이라는 이유였지.


근데 프레디는 이에 휘둘리지 않고 하드록, 글램록(데이빗 보위가 하던 록), 프로그래시브, 펑크, 디스코, 오페라 록 등 새롭고 신선하고 때로는 기괴한, 지구상에 나와 있는 모든 음악을 건드렸고 멋지게 해냈지. 그리하여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어. 그럴수록 음악평론가들에게는 더욱 쓴소리를 듣는 저평가 그룹이 되었지.


우리나라에도 퀸처럼 1집부터 모든 음악을 앨범에 다루었고 다양한 음악을 접목시킨 가수가 있었지. 바로 신해철, 그의 밴드 [넥스트]야. 신해철 형님도 퀸의 굉장한 팬이어서 앨범도 퀸의 커버를 오마주 했잖아.


신해철의 앨범을 다 들어보잖아? 그럼 이 사람은 정말 음악을 사랑했구나, 이 사람의 돌파구는 음악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


신해철의 음악을 신랄하게 저평가 한 여러 평론가들과 사람들이 있었지. 그중에는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도 있었어. 당시 회사원이었던 이석원은 그 좋은 머리로, 그 글빨로 신해철의 음악에 대해서 오목조목, 길게도 써서 공격을 했었지. 후에 이석원이 음악을 하면서 음악이 이렇게도 힘든 것이구나, 신해철을 저평가했던 자신을 반성하면서 후에 신해철을 찾아서 용서를 빌고 화해를 하지. 그 과정이 길고 재미있는데 여기서는 패스할게 ㅋㅋ. 그래서 나중에 언니네 이발관 3집 광고의 내레이션을 신해철이 맡아서 해 주기도 하면서 영차영차 밀어줬지.


신해철 형님이 이 세상에 없기에 비로소 그의 음악이 명반에 오르고 재평가를 받고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부분은 안타깝지만 퀸 역시 프레디 머큐리 사망으로 퀸의 음악이 재평가를 받는 기회를 얻었지. 이 두 그룹을 꾸준하게 지지한 음악평론가가 있었는데 누구? 바로 임진모 형님이야. 이 형님은 이 두 그룹이 주는 즐거움, 놀라움을 책과 입으로 피력했어.


음악은 예술이지만 음반은 산업이기에 프로 가수가 되면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지. 그렇지만 퀸이나 신해철을 보면서 음악 그 이외에는 시시한, 그래서 음악이 아니면 가족으로 눈을 돌렸던 이 미치도록 그리운 예술가들의 음악을 듣는다는 건 소확행이 아니라 대확행이야.


신해철은 이 몇 곡 안 되는 앨범 속에 큰 세계를 축소시켜 놨어. 음악적으로는 신시사이저로 후지산의 폭발 같은 풍부한 음을 표현했는데 이런 곡들은 녹음을 잘해야 하는 걸로 알아. 작곡자의 편곡이 생각처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녹음이 되어야 하거든. 녹음실이라든가 장비, 기술 같은 것들에 따라 듣는 이들의 실망과 행복의 폭이 커버리기 때문이야.


신해철이 재즈카페 앨범을 만들었을 때는 그 앨범을 레코드 가게에서 입고를 시켜주지도 않았어. 당시 대한민국에 발라드 열풍이어서 한국 가수가 발라드가 아니면 레코드 가게에서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시기였어. 그런데 가요제에서 대상 먹은 신해철이 기껏 만들어 온 음악이라는 게 발라드가 아닌 재즈, 펑크, 록, 랩 같은 생소한 음악이어서 외면을 받고 거절을 밥 먹듯 당했어.


넥스트 1집에 [영원히]라는 노래가 있는데 여기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세상에 길들여짐이라고. 남들과 닮아가는 동안 꿈은 우리 곁을 떠난다고]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꿈을 잃지 말라고 신해철은 노래로 부탁하고 위안했고 위로해 주었지.


꿈을 꿀 수 있는 상황에서 흘리는 땀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흘리는 땀은 다르다고 그러니 나태하다고 몰아세우지 말라고 신해철 형님은 기성세대에게 말했지. 아, 보고 싶은 신해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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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에세이 중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에세이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또는 ‘작지만 분명한 행복’ 같은 말로 나오면서 ‘소확행’으로 유명한 에세이야.


이 에세이는 97년도에 한국에 첫 출판이 되었는데. 에세이 속 대부분의 내용은 86년도 전후의 이야기야. 또는 더 전의 이야기, 요컨대 하루키의 대학 시절이라든가, 재즈 바를 경영하던 이야기들이 가득해.


이 에세이는 역시 하루키(정확하게는 하루키 에세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안자이 미즈마루 씨의 삽화가 있어서 읽는 재미가 가득해.


챕터 중에 [오오모리 가즈키 감독과 나]라는 챕터가 있는데 [오오모리는 효고 현에 있는 아시야 시립 세이도 중학교의 나의 3년 후배이며, 내가 쓴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가 영화화되었을 때 감독을 맡은 사람이기도 하다]라는 문장이 있어.


오래된 영화라 한국 매체 어디에도 리뷰나 논평을 볼 수 없는데 씨네 21에서 언급을 했어. 누적관객 195명. 씨네 21에는 영화요정 김혜리 기자가 있잖아. 그녀의 글을 읽는 건 정말 축복이라 생각해. 김혜리 기자의 글과 더불어 예전 페어퍼 편집장 황경신, 잡지 지큐의 이충걸 편집장의 글을 읽는 건 진짜 흥분되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었어.


또 재미있는 챕터 하나를 소개할게. [올해 밸런타인데이에도 초콜릿을 못 받았다]라는 챕터에는 [그리고 나는 근처의 가게에서 두껍게 지진 두부와 맨 두부를 샀다. 그 두부 가겟집 딸은 조금 털이 많기는 하지만 꽤 친절하고 귀엽게 생겼다]라는 문장이 있어. 하루키는 두부집 딸을 유심히 관찰한 거지. 그게 소설가의 습관 내지는 일이겠지만.


털이 많기는 하지만, 이라는 문장만으로 딸의 생김새를 파악되는 것 같아. 두부집 딸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부모님이 두부집을 하고 딸이 잠깐 도와주는 모양이야. 하루키가 보통 두부를 사러 가는 시간(그동안 에세이를 읽어보면)은 이른 오전에 글을 쓰고, 오전에 달리기를 하고, 점심을 먹고 어슬렁거리며 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저녁 먹을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집으로 가면서 두부를 사잖아? 그 시간에는 보통 중학생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시간과 비슷할 거야.


그러니까 두부집 딸은 학생, 털이 많다는 것은, 겨울이라고 했을 때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얼굴만 드러난다고 치면 하루키가 말하는 털이 많고 귀엽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코밑에 난 털을 말하는 것일지도 몰라. 여중생은 초등생에서 탈피한, 여고생이라는 본격적인 여성의 길에 들어서기 직전의 모습으로 뭔가 허술하고 묘한 구석을 지니고 있잖아.


코밑의 털 때문에 귀엽게 보이는 얼굴은 중학생 정도가 될 것 같아. 아직 여중생들은 코밑에 난 털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들이나 선배 언니들에게 지적을 당하면서 점점 거뭇거뭇한 코밑의 털을 관리하게 되겠지.


여중생, 그것도 1학년이라고 한다면 그때 그 여중생 두부집 딸은 지금쯤(이나 하루키 에세이가 나왔을 무렵) 어떻게 변했을까. 하루키의 에세이에 등장했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을까. 아니면 털이 많다고 써놔서 흥, 해버렸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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