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보게 되는 영화 중에 90년대 토이즈가 있다. 크리스마스로 시작해서 크리스마스로 끝나는 영화.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장면들과 배경 그리고 장난감들이 왕창 등장한다.

파스텔 톤의 예쁜 배경의 벽지와 자연과 건물을 보고 있으면 정말 어린이로 돌아가버린 착각이 든다. 거기에 로빈 윌리암스와 조안 쿠삭은 신체만 어른이 되어버린 어린이 같은 발상과 생각 그리고 행동으로 장난감 회사와 찰떡궁합이다.

뭔가 2014년 이후에 로빈 윌리암스가 나오는 오래된 영화를 보면, 특히 영화 속 로빈 윌리암스가 어린이처럼 해맑게 웃는 모습을 보면 어쩐지 밝은 슬픔이다. 이 영화에는 무엇보다 로빈 라이트의 젊을 적 모습을 볼 수 있다. 너무 예쁘다.

언제나 개성이 강한 역할만 한 것 같은데 이 영화에서는 로빈 윌리암스와 함께 마치 아직 덜 자란 어른처럼 이야기를 한다. 식당에서 돌고래 소리를 내는 모습이나 타조처럼 얼굴만 숨기는 행동은 재미있다. 그런 얼굴을 하고 말이다. 그런 얼굴이란 저세상 미모를 말한다.

그 외 존 쿠삭의 누나인 조안 쿠삭이 장난감을 사랑하는 로빈 윌리암스와 남매로 나온다. 이 집안 남매들이 전부 영화배운데 얼굴이 남자나 여자나 다 비슷한 것도(당연하지만) 신기하다. 또 초대 덤블도어가 죽는 바람에 2대 덤블도어의 마이클 갬본이 이 영화에서 최고의 빌런으로 나온다.

로빈 윌리암스의 작은 아버지로 나오는데 군인으로 최강 빌런이다. 엘엘 쿨 제이도 나오며, 제이미 폭스가 단역으로 잠깐 나온다.

이 영화는 밝고 맑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영화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영화 속에서 로빈 윌리암스와 사람들이 마그리트 그림으로 분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마그리트가 보기에는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실은 우울한 내면을 드러내는 그림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위에서 말한 최강 빌런인, 회사를 물려받은 작은 아버지가 전쟁이 종식됨으로 할 일이 없엇져 버린 탓에 그만 장난감 회사를 진짜 전쟁도구로 사용하려는 계획을 짠다.

이 당시가 아마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의 관심이 장난감에서 컴퓨터 사이버 게임으로 넘어가는 시기였다. 어린이들은 컴퓨터를 가지고 현재의 레인보우나 총질 게임의 시초가 되는 게임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에서 장난감을 실제로 무기화 시켜 장난감이 총을 쏘고, 그 장난감을 컴퓨터를 보고 어린이들이 조종을 하게 만드는 게 작은 아버지의 계획이었다.

이에 로빈 윌리암스와 사람들이 대항하는 이야기다. 보다 보면 안 그런 것 같은데 이상하지만 슬픈 장면들이 많다. 장난감들이 총을 쏘고 맞아서 파괴되는 장면들이나, 로빈 윌리암스와 로빈 라이트의 모습들이 묘하게 슬프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영화는 볼거리가 아주 많다.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장난감들이 전부 등장하며 마지막 전투신은 많은 공을 들여서 촬영을 했다. 눈이 즐거운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영화 속에서 꼭 사회를 비판할 필요는 없지만 이 영화는 그저 재미있고 하하 호호 할 줄만 알았던 당시 사람들의 머리를 망치로 땅 때리는 영화였다.

마지막에 장난감이 쏜 총을 맞고 동생인 조안 쿠삭의 머리가 날아가는 장면에서는 아주 놀랐다. 그러나 그건 반전.

마지막 엔딩곡이 너무 좋으니 꼭 듣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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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 소설가가 손주를 업고 창문틀에 원고지를 대고 글을 썼다.


사위인 김지하 시인은 옥고를 치르고 외동딸인 김영주는 남편의 옥바라지를 하고 있어서 손주를 돌 볼 사람은 박경리뿐이었다.


아기를 업고 밥을 해 먹을 수 없어서 소설가는 마른 북어포를 뜯어먹어가며, 손주를 달래 가며 서서 글을 적었다.


글을 적으려면 불빛과 탁자가 있어야 했던 시절이었다. 절실함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녀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은 인간이 가지는 잔인함, 그리고 무력함, 인간이 인간에게 행 할 수 없는, 더 없는 잔인함에 관한 이야기였다.


잔인함이란 모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감정이라 생각한다. 거기에 어떤 무엇에 의해 불이 붙으면 자제를 잃고 확 타오른다. 그리고 본성과 본능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사고하거나 생각하기를 꺼려한다. 나 이외의 타인이나 모든 것은 악으로 간주한다. 한 마디로 비극이다. 비극도 이런 비극이 없다. 김약국의 딸들을 보면 잘 나타난다.


박경리 소설가는 글을 써야만 하는, 그리고 글은 써지기를 원하고 있어다는 건, 절실함을 넘은 어떤 계시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그건 초기 작품들이 한국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경리는 비극의 중심에 있었다.


예술은 잔인하다. 예술은 고통스럽게 한다. 삶도 잔인하다. 삶도 고통스럽고 잔인하게 인간을 몰아세운다. 사위인 김지하 시인은 숨죽여 흐느끼며 네 이름을 몰래 썼다. 타는 목마름으로 몰래몰래 썼다. 그 이름 민주주의여.


박경리의 딸 김영주 토지문학 재단 이사장은 박경리의 ‘토지’를 알리기 위해 생을 보냈고, 2019년 73년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김지하 시인도 코로나 시기인 2022년 5월 8일에 세상을 떠났다.


민주주의가 뭔지 희미하고 흐려질 때 다시 불러보는 민주주의여. 김지하 시인이 떨리는 손으로, 떨리는 가슴으로, 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 백묵으로 서툰 솜씨로 쓴 민주주의를 오늘 밤에 큰 소리로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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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공장에서 일하다 그라인더에 발이 잘려 나갔던 이야기를 들려주며 눈물을 글썽거렸다. 슬픈 일은 주위에 항상 매복하고 있다가 여지가 보이면 나타나는 것 같다.

문득 나의 첫 슬픔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3학년인가,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짝지가 어느 날 내 앞뒤에 앉은 아이들과만 놀았다. 즐겁게 놀다가도 내가 가면 고개를 돌리거나 아이들을 데리고 저 멀리 가버렸다.

하교도 늘 같이하고 샤프도 바꿔가면서 필기도 했는데, 멀리서 짝지가 다른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을 나무 뒤에서 몸을 숨겨 봐야만 했다. 그게 아마 처음으로 느낀 슬픔이었을 것이다. 그 슬픔 속에는 많은 감정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감정이 슬픔이다.

잘렸던 발은 치료하면서 보란 듯이 아물어 갔고, 3학년에 처음 받았던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치유가 되었다. 살면서 도처에 널린 슬픔에게 처맞지 않으려면 인간관계를 될 수 있으면 축소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슬픔 속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 슬픔을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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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다 마주하는 크리스마스트리의 불빛은 사람을 멈추게 한다. 매년 보게 되는 이 빛들은 어쩐지 반갑지 만은 않다. 꼭 만나기 싫은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하는 껄끄러움이 있다.


그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형형색색의 빛을 보고 있으면 여지없이 그 빛들은 나를 향해 지금 만족하느냐, 지금 행복하느냐, 그 정도면 괜찮은 거냐, 라고 조금은 강압적으로 말을 한다.


빛나는 크리스마스 불빛들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모든 건 너 때문이야, 라고 말을 한다. 나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어서 도망치고 싶지만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 불빛은 좀 더 무서운 얼굴을 한 채 나에게 소리를 지른다.


우주의 점보다 못한 존재로 넓은 하늘을 노래하고 모든 이들의 행복을 바라며 노력하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지질하고 소심하게 내 감정의 변이에 허덕이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대심한 사람은 여러 사람을 이롭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나처럼 소심한 사람은 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노력한다.


박준의 시에 보면 끌어안고 죽고 싶을 문장이 있는데 그 문장은 곧 사람이라 생각한다. 언젠가 무서운 얼굴을 한 불빛에게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큰 소리로 대답할 날이 올까.


그런날이 온다면 나의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 따뜻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숨비 - 열여덟의 겨울 https://youtu.be/N4qoasM8-QM?si=DStHA7M33LmPWa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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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집에 2 - 뉴욕을 헤매다

뭐니 뭐니 해도 크리스마스 하면 나 홀로 집에다. 1편은 하도 많이 리뷰해서 넘기고 오늘은 2편이다.

이래저래 우당탕탕 해서 플로리다에 가지 못하고 뉴욕으로 가버린 캐빈. 덕분에 90년대 뉴욕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느낄 수 있다.

2편에는 쌍둥이 무역 센터 빌딩도 나온다. 바로 그 밑까지 캐빈이 가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또 호텔에 들어가서 키 큰 아저씨와 마주치는데 현 미쿡 대통령인 도날도 트람푸다.

원래는 그냥 지나치거나 나오지 않는 설정이었는데 트럼프 자기 호텔에서 촬영을 하니까 나도 대사 하나 해야겠어, 해서 그 장면이 탄생했다고 한다. 나도 오래전에 들어서 맞는지 모르겠다 ㅋ

2편은 1편보다 훨씬 독하다. 바보 커플은 1탄에서 당한 건 새발의 피다. 2편에서는 폭발까지 당한다. 1편에서는 다양하게 당하는 반면 2편에서는 고강도 무게가 나가는 물건이 떨어져 맞는 장면이 많다.

그럼에도 좀비처럼 꿋꿋하게 일어나서 캐빈을 잡으러 간다. 조 페시의 연가가 너무 재미있다. 오랜만에 봤는데 내 입에서 하하하 웃음이 나왔다. 심하게 당해서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같은 이상한 언어를 사용하는 연기가

2편은 빌런이 두 종류다. 그래서 매운맛을 보는 재미도 두 배다. 호텔 직원들에게 커튼 뒤에서 남자를 사랑하다니 하며 너는 남자라면 가리지 않지. 이름을 막 말하는데 제일 끝에 있던 경비 할아버지 이름까지 나오는 장면에서도 웃음이 나왔다.

캐빈이 비둘기 아줌마를 만나서 대화를 할 때에는 철학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나도 혼자가 되면 자유롭고 다 좋을 줄 알았는데 심심하기만 하고 재미도 없다면서, 아줌마에게 상처받더라도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2편에서는 캐빈이 마치 사이코패스 같다. 아주 작정하고 바보 커플을 아작내는데, 맥컬리 컬킨이 진짜 사이코패스로 나온 영화가 있다. 위험한 아이라고 나 홀로 집에 몇 해 후에 찍은 영환데 고양이를 감정 없이 죽이고 사건사고를 교묘하게 내는 아주 무서운 어린이다.

케빈의 얼굴을 가진 맥컬리 컬킨이라 사이코패스 역을 하니까 진짜 무섭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뉴욕 한가운데에서 장난감 백화점을 터는 바보 커플을 혼쭐내는 캐빈의 선물 같은 이야기 ‘나 홀로 집에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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