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카신은 총천연색 무지개를 손에 닿을 듯한 가까운 거리에서 보는 것처럼 기분 좋은 영화다. 영화는 베카신의 많은 에피소드 중 베카신이 파리로 가는 도중에 한 저택에 머물며 너무나 귀여운 아기 룰로트의 보모 역할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베카신은 프랑스에서 탄생 114년이 된 역사가 깊은 만화다. 베카신은 다이아몬드의 원석처럼 깨끗하고 순수하여 엉뚱하지만 모든이들에게 아이 같은 행복을 준다

베카신이 한 번 슥 훑고 지나가면 행복이 펼쳐진다. 주인공 베카신 역의 에밀리 바야르트는 이 영화가 처음인 것 같다. 그럼에도 원작에서 튀어나온 것 같지만 과하지 않다

마법 같은 영화 베카신.
사랑과 마법으로 충만한 코미디.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리를 순수의 시간으로 되돌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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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휴가가 끝나기 이틀 전. 오늘도 어김없이 오전에 3시간 글을 쓰고 1시간 조깅을 하고 30분 선탠을 한 후 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편의점에서 산토리 맥주를 한 캔 사서 책을 읽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어떤 분이 하이네켄맥주를 하나 사주셨다. 그러니까 네 캔을 사놓고 그중에 하나를 준 것이 아니라 산토리를 마시고 있으니 맞은편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들어가서 하이네켄을 사들고 와서 나에게 마시라고 주었다.

역시 시커먼 게 앉아서 한국 책을 보고 있으니 외국인으로 알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맞은편에 앉은 사람은 술을 좀 많이 마셨지만 기분이 좋아 보였다. 나이는 대략 50대. 편의점에 앉아서 엄청 시끄러운 중국인들에게 한국말로 시끄럽다 시며 여기는 너네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호통을 치는 모습에서 50대로 보였다.

실수인지 아니면 그 덕인지, 책을 읽으며 휴대폰 스피커로 조용필의 노래를 틀었는데 너무 좋다며 다시 편의점에 들어가서 맥주와 안주를 덥석 사주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나에게 주었다.

혼자서 편의점에 온 사람치고 너무 먹는;;; 그런 형상이 되었다. 맥주도 캔맥주가 아니라 가장 큰 플라스틱병 하이트 맥주였다. 맙소사. 할 수 없이 같이 마시자고 했고 그분은 그 말을 기다린 것 같았다. 조용필의 노래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주로 들었다.

그 사람 역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은 거였다. 그저 아무 말이라도 아무와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방에 찍어 놓은 사진에 시를 편집해 놓은 것이 있어서 그것을 네 장 드렸다.

그것을 받아들고 가만히 들여다보시더니 눈물이 글썽글썽 맺히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노래 가사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을 했다. 사람은 외형이나 외모만으로 판단을 할 수는 없다. 나는 가방에 내 책이 있었다면 한 권 드렸을 것이다. 나의 이 보잘것없는 글을 보며 눈물을 글썽일 사람이 이 세상에 누가 있을까.

된통 모르는 술이 된 아저씨가 이렇게도 나의 글에 매달리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그 아저씨가 좋아졌다. 나는 내일도 여기를 조깅을 하니 내일 또 오신다면 내 책을 한 권 드리겠다고 했다. 내일 올 수 있는 게 맞냐며 나에게 약속을 스무 번 넘게 받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내일 오지 않을 것이다. 그건 그저 알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아마도 내일 아저씨가 오지 않을 걸 알면서도 내일 조깅을 하고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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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자기와 성향이 맞는 사람과는 이야기가 잘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인 거 같다. 그런데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끌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어딘가에서 봤는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흥 웃기시네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제일 답답함을 느끼고 그것을 표출해버려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줬던 기억이 있다.

가난하게 자란 자가 후에 자수성가해서 자신과 비슷한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 경멸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야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했다. 인간은 그래서 정말 알 수 없다. 도대체 인간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못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을 싫어하는 것과 흡사할까. 어떨까. 시장에서 파는 부추찌짐을 사 먹었다. 뭔가 맛을 느끼기도 전에 혀를 사정없이 구타해버리는 땡초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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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판 써니다. 원작인 한국 판이 신디로퍼를 기점으로 나미의 노래가 유행이었던 80년대가 배경이면 일본 판 써니는 아무로 나미에가 열도를 흔들었던 90년대가 배경이다

90년대 일본 여고생들은 아무로 나미에의 화장법이나 스타일을 죄다 따라 했는데 일명 갸류라고 불리는 선탠을 한 것처럼 하고 다녔다. 90년대의 일본은 고갸루 여고생들 위주로 돌아갔던 시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조교제, 입던 팬티 판매, 샐러리맨들의 지갑을 터는 것도 여고생들이 했을 만큼 여고생들의 한 마디가 파워를 가졌던 때가 90년대의 일본이었다

일본 판 써니는 90년대를 살아가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일본 판 써니는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흘러간다. 유호정의 성인이 된 나미의 역은 시노하라 료코가 받아서 잘 살렸다. 나미는 일본 판에서도 이름이 나미로 나오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일본 판도 원작만큼 재미있는데 아쉬운 건 ‘써니’가 ‘소녀시대’와 맞짱을 뜨는 장면이 압권인데 그만큼의 재미를 따라오지 못한다. 요컨대, 세렝게티면 사자지?라고 춘화가 말하니까 소녀시대의 리더인 김예원이, 호랑이도 몇 마리 있을걸! 같은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

성지루의 찰진 연기는 릴리 프랑키의 능글맞고 노련한 연기가 대체했다. 써니는 일본 리메이크가 먼저 개봉을 했지만 베트남과 미국에도 리메이크가 확정이 되었다. 베트남은 촬영이 끝났을 테고 미국은 자기네 나라에 맞게 시나리오 작업 중인 것으로 안다. 베트남 판 써니는 재미있을 것 같다. 베트남 영화들이 대체로 재미있다

써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빤짝이고 늘 그대로이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이 시간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깨지고 닳고 못쓰게 되는 삶이지만 추억을 연료로 삼고 그것을 조금씩 연소시켜 나가면 거지 같고 지옥 같은 삶도 괜찮은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적당히 열심히 하자. 잘 안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써니도 거의 10년 정도가 되어 간다. 그래도 볼 때마다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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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다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오늘은 집 앞 백화점에 딸려 있는 연못에 앉아서 책을 좀 읽었다. 바닷가에서는 멀리 있는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만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잉어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잉어는 인간을 꼭 약 올리는 듯 우유자적 느릿느릿 움직이다가(마치 지가 무슨 상어라도 되는 듯) 저쪽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곳의 연못인데도 깨끗하다. 그런 것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의식도, 수준도, 청결함도 모든 것이 좋아진 것 같다. 쓰레기는 길거리 아무 때나 버리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잉어의 유영을 보고 있으면 어항 속의 붕어를 볼 때처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림에 대한 미학을 상기시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잉어의 유영을 보는 것만으로 지금은 이대로 괜찮아,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연못에 붙어서 물고기를 구경한다. 아이들을 보는데 오리 두 마리도 연못에 떠 있는데 하마터면 오리에게 속을 뻔했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같은 자리에 있는 오리 녀석들.

잉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잉어들은 연못에 오는 인간들을 보며 어어? 저 녀석 여기 또 왔네, 나의 자태를 한 번 보여줄까. 같은 생각을 할까. 어떨까. 이런 생각은 평소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잉어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그래서 잉어도 인간도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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