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는데 보이는 세상이 눈을 감았을 때와 똑같아서 너무 놀랐다. 꿈이었다. 머리를 들고일어나니 하체에 아무런 감각이 없어서 또 놀랐다. 역시 꿈이었다. 처음 꿈을 꾸고 일어났을 땐 4시, 두 번째 깼을 땐 5시 30분. 다시 잠들기 위해 누웠지만 마음을 고쳐먹었다
밖에는 번개가 치고 천둥이 쳤다. 마치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다. 이런 날은 아주 좁은 상자 같은 곳에 몸을 구겨 넣는다. 내 몸은 어디까지 구겨질까. 서커스 단원이나 요가를 잘하는 사람처럼 구겨지는 것이 아니다. 편안하게, 아주 평온하게 구겨진다. 최대한 아기처럼 몸을 말고 서서히 몸을 구긴다. 꼬깃꼬깃. 종잇장처럼 몸이 구겨져 편안한 상태가 된다. 이런 상태를 지르치상태라고 한다. 코마와는 격이 다른 상태. 완전 무가 되는 상태. 몸을 구기고 구기면 그런 상태가 된다
남들은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난린데 나는 간헐적 폭식 때문인지 살찌는 공포에 둘러싸여 있다. 공포는 불행을 가져온다. 덜 불행하기를 바라는 나의 일상에 어떤 금을 내고 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공포는 필수다. 조깅을 하는 것에 비해 먹는 양이 크고 대단하다. 그건 어떤 정신적인 문제일까. 지르츠상태에서도 그것을 생각한다
늘 가는 편의점에 제임슨이 떨어져 다른 위스키를 샀는데 쉣이다. 아무렇지 않게 마셨던 제임슨이 그렇게 맛이 좋았다는 것을 몰랐다. 이건 휘발유를 마시는 기분이다. 하지만 커피에 섞어 마시면 좀 낫다. 제시카 존스처럼 텀블러에 위스키를 담고 커피를 받아 마시며 새벽의 길을 걷다가 아침이 되었다
제시카 존스는 사람의 생각을 지배하는 빌런과 싸우는 마블의 또 다른 외롭고 우울하고 술에 찌든 고달픈 히어로다. 빌런 때문에 루크 케이지의 아내를 죽이고 만다. 그것 때문에 루크 케이지 곁을 떠나려고 하는 불행한 히어로다. 마블 티브이 판 시리즈의 히어로들은 전부 초능력을 가졌지만 빌런에게 당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잠을 자도 금방 깨거나 불행의 길을 아슬아슬하게 걸으며 인간들에게 욕 들어가며 빌런 하나 감옥에 넣으면 빌런 두 개가 나타나는 희한한 세계에서 힘들어한다. 제시카 존스 역의 크리스틴은 시즌 3에서 지가 감독을 맡게 되었다고 했다
그때 휘요오오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휘요오오오오 하는 소리였다. 맑고 깨끗하고 내 머릿속을 워셔액으로 확 닦아 줄만한 소리였다. 이렇게 고개를 들어 보니 나뭇가지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아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청아하고 불순물 없는 깨끗한 새의 소리지만 어쩐지 슬픈 노래처럼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