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키의 오래된 단편집 ‘개똥벌레’를 보면 ‘헛간을 태우다’가 있다

 

그것은 단지 태워지기를 바랄 뿐이다

두 달에 한 번쯤 들판에 버려진 쓸모없는 것들을 태우는 거야

말하자면 범죄행위

그런데 아주 간단해

석유를 뿌리고 성냥불을 그으면 끝

세상에는 쓸모없이 타 없어지기를 바라는 것들이 있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없어지는 거야

그런 것들이 진짜 많아 그런 것들은 전부 태워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

10분도 걸리지 않아 그런 것들을 없애는 일은

태워 없앤다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는 것들

늘 가까이에 있지

그리고 그것들은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것도

누군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야

그건

이미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야

그것들이 태워지기를 바란다는 것을 알뿐이지

비처럼 말이지

비가 오면 홍수가 나고 다 떠내려가는 것이라는 벤의 말처럼

쓸모없는 것들은

바꿔 말하면 쓸모없는 인간들

그런 인간은 이미 그렇게 태어나서 그렇게 정해진 대로 살아간다

누군가 자신을 태워주기를 바라면서 그렇게

계획과 노력이 아무 소용이 없는

발버둥을 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어 헤어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

세상에서 사라져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을

태워지기를 바라는 것들과

태워없애기를 바라는 사람들

정답을 애당초 없고

답은 애초에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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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올림픽에 춤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는 기사를 봤는데 바람직한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춤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것 중에 뜨개질도 있는데 뜨개질도 올림픽 종목으로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예전부터 주위에 이야기를 하다가 핀잔만 들었다. 누가 빨리 예술성과 실용성을 지닌 뜨개질을 하는지, 메달을 걸고 종목으로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계단 오르기도 종목으로 채택이 되면 좋겠다. 그럼 나도 한 번 도전해볼 텐데. 소외된 것들,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것들이 시대가 변하고 흘러감에 따라 관심을 받고 있다. 참 기분 좋고 바람직한 현상 같다. 그 사이에서 새로운 전문가가 나타나고 새로운 직업을 가지고 자본을 벌어들일 수 있는 빌미를 준다. 멋진 일이다

 

요즘 라디오, 티브이, 영화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 중에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 그러니까 코빅에 이상준보다 더 재미있는 사람이 황교안 같다. 한창 토론회 중인데 얼굴이 나오면 그렇게 웃길 수 없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이렇게 재미있는 사람인지 몰랐다. 대표가 되면 당원들에게 소외 당할 것 같은 분위기가 가득하다. 권력욕에 눈이 먼 사람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참 신기한 일이다. 늘 주위에서 받쳐주며 소외라는 걸 모르다가 무엇인가 대적하고 밟고 올라가야 하는 자리에 서게 되니 이렇게나 속이 훤하게 드러나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소외를 모르다가 소외당하게 되면 결락이 심할 것이다

 

최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소외받던 것들이 늘 인간을 지켜준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인체재활용'에도 잘 나와있다.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보다 죽어버린, 시체가 인간생활의 영위를 도와준다

 

요컨대 자동차 회사에서 자동차 연구에 마네킹을 사용하는 곳은 없다. 마네킹으로는 자동차가 충격을 받거나 충돌을 하거나 추락을 했을 때 자동차에 탑승한 사람들이 얼마나 어떤 식으로 충격을 받는지 알 수 없다. 살아있는 사람으로 연구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그럴 수 없기 때문에 그 일을 시체가 하게 된다

 

군대나 경찰이 입는 방탄복 연구도 마찬가지다. 쓸모없고 버려질 것 같은 시체가 사실은 살아있는 나보다 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벌써 17세기부터 그렇게 하고 있다

 

만약 자신이 소외되었다고, 소외된 인간이라고 자책하거나 실망한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춤이나 춘다고 푸대접 받고 욕이나 안 들으면 다행이었던 삶이 올림픽 메달을 목표로 살아갈 수 있는 삶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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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도 티브이 시리즈도 히어로물 풍년이다. DC에서는 플래쉬와 슈퍼걸을 비롯한 레전드 오브 투모로우가 한창이다. 전투 장면은 꼭 게임을 보는 것 같다

 

극장가에는 곧 어벤져스4가 할 텐데 어벤져스3에 대해서 다시 이야기를 해보면 그 영화는 결말로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는데 실은 어벤져스3은 충격적인 내용이 가득했다. 어벤져스3 이전이 히어로물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요컨대 어벤져스1에서 아이언맨이 자신을 희생하며 핵을 들고 지구 밖으로 나가버린다던가 캡틴 아메리카1에서 캡틴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레드 스컬의 중심지로 뛰어 든다던가

 

그런데 어벤져스3에서는 이전의 히어로물과 다르게 세계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아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희생시킬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가모라는 스타로드에게 일이 잘못되면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 비전 역시 완다에게 토파즈를 빼앗기기 전에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 그리고 스타로드와 완다는 그 순간이 왔을 때 극심한 고통스러운 고뇌에 빠진다. 이런 모습은 아주 충격적이다

 

내가 희생하는 건 물론 어렵지만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는 나를 희생하는 건 할 수 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 내가 사랑하는 이를 희생시킬 수 있느냐, 다시 말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이를 죽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돌입하면 복잡해진다

 

그렇다면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죽임을 당하면 어떠할까. 앞의 문제보다 내가 희생당하는 것이 대의를 위하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일이라면 사랑하는 이에게 목숨이 끊기는 것은 받아들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를 죽인 나를 사랑하는 이는 남은 생을 헤헤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일까

 

어벤져스3은 겉으로는 날아다니고 빔을 쏘고 우주로 나가 타노스와 대적하는 것으로 나오지만 실은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하는 충격적인 영화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서까지, 사랑하는 이를 희생시키면서 까지 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 영화는 희생에 대해서 꽤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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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좀비 영화들 가운데 좀비 영화 같지 않은데 좀비 영화 같은 잔혹한 좀비 영화 ‘오버로드’다

 

좀비 마니아는 다른 공포영화 마니아 들에 비해 많다. 시체들의 움직이는 밤, 이후 좀비 영화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면서 상영관을 점령했는데, 초반의 좀비는 미국 좀비와 영국 좀비로 나뉘었다. 미국 좀비가 어기적 거리며 홀로 다니는 반면에 28주 후나 28일 후 이후로는 영국 좀비들은 떼로, 그것도 엄청난 속도로 달려서 사람들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좀비는 다각화를 이루면서 전 세계적으로 영화를 생산해내는 나라는 좀비를 다루기 시작한 것 같다

 

이 영화는 스릴러 공포에 가까운 좀비물이다. 세계대전 중 미군의 낙하산 대원들은 나치 독일군이 점령한 프랑스의 한마을에 침투를 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도중에 일어나는 일을 말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생각된다는 말은 자막 없이 봤기에 실은 무슨 내용인지는 그저 화면만 보고 유추할 수밖에 없었다. 다운을 받을 때 그만 번역기 자막 버전을 받아서 보는데 10분 동안 자막에 웃겨 웃다가(그러니까 욕설은 전부 '똥'으로 번역이 되었다) 자막을 꺼버렸다

 

영어도 못 알아듣는데 중간중간 독일어와 프랑스어가 난무해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화면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같다. 나치는 유태인들을 납치해서 실험을 하는데 좀비로 만드는 실험이다. 그러니까 죽지 않는 군인으로 만들려고 사람들을 잡아들이고 그 사이에 주인공을 비롯한 미군이 엮이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화는 바스터즈보다 잔인하다. 총을 맞는 장면도 영화 피아니스트에서처럼 실제 같다. 전쟁영화로 출발하는 이 영화는 중반부를 넘어가면서 인체실험과 좀비 무비로 전향하면서 인간이 인간에게 공포를 줄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다

 

나치들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나치 장교를 납치한 미군에게 겨우 도망친 나치 장교가 만신창이에서 벗어나려고 실험 주사를 맞고 좀비가 되고 그 좀비에게 만신창이가 된 미군이 실험 주사를 맞고 좀비가 되어 독일제 좀비와 미제 좀비가 맞붙는다. 상황은 웃기지만 좀비 액션은 좋다

 

전쟁, 실험, 좀비. 이 완벽한 조합에 잔혹함과 끔찍함 그리고 고어 마니아들도 으 할만한 영상이 죽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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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드의 와카코와 사케의 한 챕터에서 와카코는 회식 담당을 맡게 되고 자신의 부서와 타부서원들을 모두 책임지고 회식을 책임져야 하는 모습이 있다. 회식을 할 때 회식 담당이 맛없는 곳을 고르면 그것만큼 짜증 나는 일이 없다

 

내가 군대 있을 때에도 상병 몇 호봉이 되면 회식 담당을 맡아야 했다. 그래서 소대 회식이 있는 날이면 책임져야 하는데 맛이 없어서 병장들에게 찍히면 회식 담당에서 늦게 벗어나게 된다. 그건 정말 고욕이다

 

나는 꽤 빨리 벗어났는데 그때 피엑스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내가 회식 담당일 때 컵라면 물 받은 대형 전기 찜통이 있었는데 회식을 하는 날이면 생닭 세 마리를 사 와서 다리에 실을 묶어 실을 밖으로 빼내고 닭을 물에 빠트려 푹 삶는다. 닭이 다 삶기면 실을 들어 올리면 닭이 요런 모양새로 쏙 올라온다

 

닭을 건져 올리고 나면 소대원들의 컵라면에 닭 삶은 물을 붓고, 삶긴 닭 세 마리의 살을 죽죽 찢어 골고루 컵라면에 넣어서 먹게 했다. 그때 대원들이 컵라면일뿐인데 먹고 행복해하는 모습. 그 모습들이 가끔 꿈속에 나타나는데 와카코와 사케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다

 

와카코가 회식을 담당해서 돼지 꼬치구이 집을 회식 집으로 잡았는데 먹어보기 전에는 부서 사람들이 음? 하는 기분이었지만 먹고 난 후에는 전부 행복해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행복하면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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