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과 흑백을 좋아하지만
맹렬한 컬러도 좋다
여기 바닷가를 따라 죽
돌아가면 포구가 나오고 포구를 지나면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있다. 이곳을 슬도라 부르는데 드라마도 몇 번 찍고 등대마저 리모델링을 싹
해버리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들어서면서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의 소담한 등대가 슬도를 지키고 가만히 앉아 바람을 맞았던 모습에서
벗어났다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곳이기에 많은 찍사들이 찾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많아진 다음에는, 그러니까 등대가 태권브이에서 84태권브이처럼 변해버린 후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그곳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보면 가끔 그물에 걸린 고래의 해체 작업을 볼 때가 있다. 고래가 육지에 오르는 순간 엄청난 양의 얼음이 트럭으로 온다. 그리고 장팔사모와
청룡은월도 같은 긴 칼을 들고 몇 명의 건장한 20대 중반 청년들이 장화를 신고 고래의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배를 가르면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양의 피가 흐른다. 그때 재빨리 호수를 잡고 있던 사내가 물을 뿌리고 트럭에서 또 다른 사내는 삽으로 얼음을 퍼 배를 가른 고래의
몸속에 부어 넣는다
장팔사모가 고래의 큰 부분을
해체하고 나면 청룡은월도가 지느러미와 꼬리 등 세세한 부분을 몸통에서 잘라낸다. 역시 엄청난 피와 분비물이 흘러나온다. 물과 얼음. 그렇게 불과
두어 시간 만에 크나큰 고래는 촘촘하게 조각조각 난다
고래는 검은색이지만 고래는
실은 빨강과 하양으로 되어있다. 조합에서 나온 감독관은 거만한 포즈로 사내들의 해체작업을 지켜보고 있고 그 밑으로 고래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다
크고 검은 고래는 작고 보잘것
없는 빨강과 하양으로 분리되어 배출된다. 맹렬한 컬러다. 붉은색으로 표한할 수 없는 빨강과 흰색보다 더 순수한 하양은 맹렬하다. 바닷속에서
고요하게 숨죽이고 있다가 바다 위에서 숨 쉼과 동시에 찰나로 맹렬하게 빛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