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저 뒤를 돌아보면 꽤 달려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한숨이 먼저 나오는 사람도 있다. 매일 선빵을 장식하는 뉴스는 늘 비관적이고 슬프고 아픈 기사들뿐이다. 그럼에도 그 속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알만한, 우리가 잘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들이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경우도 있다. 그 몇 가지 기사를 소개해 본다.

 

1. 박막례 할머니의 유튜브는 참 재미있다. 그저 할머니 뿐일진데 사람들이 좋아한다. 그건 보다 보면 왜 그런지 알 수 있다. 거짓이 없고 이런저런 얄팍한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꿈을 지니고 있다. 할머니가 남긴 어록이 살아오면서 몸에 밴 것들이라 전부 명언이다. 할머니도 그런다. 그런 사고방식을 버려야 해, 하고 싶어도 남의 시선 때문에 지대로 못해.라고.

 

2. 휠체어로 북을 지나 유라시아 횡단을 꿈꾸는 박대운 씨는 2만 킬로미터를 설레는 마음으로 달리고 싶다고 했다. 박대운 씨는 6살에 다리를 교통사고로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아,라면서 우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을 어땠을까. 그는 사고 당시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결혼도 했고 아이도 둘이나 있다. 꿈을 잃지 않고 쥐고 있다면 100년 정도의 삶,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3. 삼천 원짜리 김치찌개를 파는 이문수 신부에 관한 기사다. 밥과 샐러드, 국물을 무제한 제공하여 인기라고 한다. 손님이 박하게 대해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고도 한다. 벌써 1년째 운영 중인데 내가 왜 이 기사를 꼽았냐면, 나도 몇 년 동안 독거노인들 영정사진을 무료로 만들어줬다. 처음에는 호기롭게 시작을 했다. 일주일 한 번 맥주 안 마시면 된다 싶어서 덥석 물었는데 일이 조금씩 커지면서 내가 감당을 할 수 없게 되었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내가 모든 것을 다 할 테니 요만큼만 도와주십사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거절이었다. 그래서 3년 만에 눈물을 머금고 접고 말았다. 음식을 이렇게 싼 가격에 1년 동안 운영하기란 정말 기적에 가깝다는 것을 안다. 불우한 청년들에게 마음껏 먹여야겠다는 이문수 신부의 꿈이 불가능을 가능케 한다.

 

4. 꿈이 같은 사람들은 나이를 떠나서 친구가 된다. 이 두 사람은 판매자와 구매자로 첫 만나서 친구가 되었다. 하키 스틱은 두 손으로 잡아야 해.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은 대화는 끝없이 이어진다. 가끔 어떤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 글이나 사진을 올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이런저런 안 좋은 말을 한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서 무섭고 끔찍한 일이 더 자주, 많이 일어난다. 이곳에서 친구로 되어 있는 사람들은 서로에게 좋은 말을 더 하고 싶어 하는 영원한 아이 같은 사람들이다.

 

5. 마지막으로 서프라이즈에 한 번 나온 사연인 배트맨 소년의 이야기다. 태어난 직후부터 항상 병상에만 누워 있던 마일스는 배트맨을 가장 좋아했고 배트맨처럼 되는 게 자신의 꿈이었다. 이 어린 꼬마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국제 소원성취 기관 ‘메이크 어 위시 재단’은 5년 전 샌프란시스코 거리에서 이 어린 소년의 꿈을 이뤄주고 만다. 한 소년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미국은 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 경찰, 언론 심지어 대통령이 나서서 한 도시의 중심지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아 인간에게 있어서 꿈이란 뭘까. 꿈이란 걸 확실하게 정의할 수는 없지만 꿈을 잃어버리는 순간 우리는 추락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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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래전부터 건방지다는 소리를 왕왕 듣는데 변함없이 건방지다는 소리를 꾸준히 들으니 그것 나름대로 꽤 괜찮은 것이 아닐까, 그런 몹쓸 생각을 한다. 건방지지 않다가 건방져 버리면 문제지 건방진 사람이 지치지 않고 건방진 것은 썩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 순전히 나만의 생각이다. 이대로 살아왔는데 이제부터 바꿀 생각도 없고 바뀌지도 않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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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술을 마시면서 보는 책이 있는데 작고 가벼워서 어디를 가도 들고 다닐 수 있다. 꼭 가방에 넣지 않아도 이렇게 안주머니나 패팅 주머니에도 들어간다. 밤에 모든 것을 끝내고 집에서, 국밥집에서, 바에서, 맥줏집에서 홀짝이며 이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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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얼토당토않는 이유로 사람들과 술을 마시러 갔다. 쓸데없는 이야기, 아아,,, 시간 아까운 이야기들, 술이 어느 정도 됐을 때 나는 대화에 끼지 못하기에 이 책을 꺼내서 읽었다. 그래도 질문하면 대답은 다 잘 했다. 하지만 집중 안 한다고 날아드는 소리들. 에이  XX 거참 오기 싫다는 거 지들이 억지로 끌고 와서는 에이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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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의 첫 문장과 끝 문장을 술을 마시고 읽으면 몸이 산산조각이 나는 기분이 든다. 아직 죽지 않았기 때문에 죽음에 대해서 깊고 깊게 생각을 많이 한다. 한 번 죽고 나면 내일부터 죽을 일이 없다고 한 셰익스피언가 그 사람의 말 맞다나 죽고 나면 모든 것이 끝이기에 죽기 전에 죽음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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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음도 여러 번 봤고 죽어가는 모습까지도 지켜봤다. 죽음은 삶의 반대가 아니기에 죽음, 그 미묘하고 안타깝고 지정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자연스러운 법칙에 대해서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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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으면 어떨 것 같애.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정말 덜 불행한 삶이 아닐까. 내가 죽으면 넌 조금 슬퍼해줄까. 잘 죽었다고 박수 칠까. 아니면 아무런 감정도 느낌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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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죽으면 어떡하지

외갓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으면


죽음을 옆에서 꽤 봤지만 적응이 도저히 안 되는 게 죽음이다. 가까이 있는 사람이 영원히 소멸해버리는 것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키우던 개들도 이제 다 죽어 사라졌다. 그들이 내 품에 안겨 서서히 몸이 식어가져 딱딱하게 굳어갈 때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나의 얄팍한 생각이나 사고로 접근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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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네 꿈속에서 죽는 게 내 안부다, 이만큼 술과 잘 어울리는 문장이 있을까. 근래에는 내내 이런 생각에 술을 마시면서 슬쩍 꺼내서 읽어보곤 한다. 내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내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이 깊어지는 밤에 

 

 

 

시인 백인경

서울오면 연락해 중 트램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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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발칙한 영화가 있다. 공포영화로 분류되어 있는데 공포영화가 맞긴 하지만 공포영화라고만 하기에는 영화 속 세계관이 굉장하다. 인간이 가지는 여러 감정과 더불어 그로테스크하며 아방가르드가 가득하다. 생각을 해체하고 사고를 분열하는 영화가 잔뜩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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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러닝타임이 두 시간으로 26명의 감독이 5분 정도로 짧게 만든 단편영화 모음집 같은 영화다. 알파벳 A부터 Z까지 하나씩 맡아서 단어에 들어맞는 주제를 정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기저에 흐르는 큰 주제는 죽음이지만 공포 속에는 불안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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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가르드 함은 그 어떤 예술 영화도 뛰어넘는 것 같다. 아주 신선하고 매우 잔인하고 몹시 적나라하다. 똘기가 발칙함을 뛰어넘는다. 어떤 작품은 미쟝센 하나만으로도 그 똘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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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평소에 나는 이런 생각을 하는데, 여자를 좋아하는 색마가 죽기를 거부하고 불사가 되기 위해 약을 개발해서 나이 70에 드디어 불사의 몸이 된다. 절대 죽지 않는다. 이제 여자를 마음대로 만날 수 있다. 불사의 몸이 된 그날 지구에 무엇 때문에 종말이 와서 멸망하고 만다. 그래서 불사인 남자 혼자서만 살아남는다. 죽고 싶은데 죽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한 번 써봐야지 하고 있는데 이 비슷한 내용의 영화도 이 속에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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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에는 초현실적인 공포도 있지만 사람들의 시선, 외모 비하에서 오는 자기 멸시도 있다. 여기저기서 탈코르셋을 외치고 있고 운동도 일어나지만 미를 추구하고 탐하는 것은 본능이라 그것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 단편영화 중에서도 그걸 잘 녹여서 만든 작품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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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어스러움은 대단하니 좋아하는 사람은 봐도 좋을 듯, 감독 모두가 호러 영화감독들이라 영화를 공부 중인 사람에게는 아주 좋을 것 같다. 전 세계 여러 감독들이 참여했다. 일본 영화가 3편이나 있는데 한국은 참여가 없어서 아쉽다. 일본은 그들답게 변태성욕을 주제로 죽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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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도 있고 클레이 애니메이션도 있다. 아주 발칙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가 시각적으로 몹시 적나라하고 아주 자극적이고 무엇보다 대단히 잔인하다. 이 영화는 ‘발칙’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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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면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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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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