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불량식품인데 너무 맛있어서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맛이 나는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영화는 그렇다. 영화 장르에 멜로, 엑션, 드라마 사이에 ‘쿠엔틴 타란티노’ 라는 한 장르가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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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부터 시작해서 쿠엔틴 타란티노는 아? 뭐지, 하는 설득이 안 되는 장면이 어느새 아!
하며 납득되어 버리게 된다. 하나하나의 장면이 전혀 현실성이 떨어지고 리얼리티에서 멀어지는데 참 현실적이고 리얼리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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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여자들만 노리는 자동차 미치광이(커터 러셀)가 센 언니들에게 걸려 된통 당하는 영화다.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타격감이 너무나 광장하여 보는 어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정면충돌을 했을 때 다리가 그대로 잘려
도로 위에 뒹군다던가 얼굴이 갈려 잘려 나가고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가는 장면이 한 번, 슬로우로 또 한 번 더 보여줌으로 타격의 깊이가 컸고
충격의 시간이 오래갔다. 이전의 어떤 고어물보다 충! 격!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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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 이후 루즈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통쾌하게 질주하며 그 주체가 영화 속에서 나약하게만
그려지던 여자들이다. 주인공들은 영화판에서 거칠게 굴러온 주인공들이라 미치광이에게 거침없이 대적한다. 그 모습이 몹시, 아주, 영화 속 뻥 뚫린
도로처럼 쾌속 질주한다. 이런 쿠엔틴의 이야기 방식은 영화에서 처음이라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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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여러 영화 중에서 나에게 각인되어 있는 영화는 ‘황혼에서 새벽까지’다. 이 영화는
쿠엔틴이 감독이 아니라 배우로 나온다. 하지만 로버트 로드리게즈나 쿠엔틴 타란티노나 궁디나 히프 사이다.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장르도 같이
변주한다. 씹던 껌을 책상 밑에 붙여놨다가 다시 떼서 씹었는데 더 맛있는 맛이 나는 영화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도 타격감은 굉장하다. 기가
막히고 등을 의자에서 떼야 할 정도로 들썩거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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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뱀파이어 영화에서는 영화 시작부터 후반까지 사람들은, 주인공을 포함해서 뱀파이어에게 늘
당하다가 끝에 가서 이런저런 무엇으로 죽이는데, 이 영화에서는 시원시원하게 인간이 뱀파이어를 그대로 죽여 버린다. 한 마디로 뻥 뚫어 버린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쿠엔틴 타란티노 식 뱀파이어가 나오기 이전의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답답하기만 했다. 왜? 왜!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 금기를
이 영화가 깡그리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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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처음 하면 반응이 제대로 돌아올 수 없다. 기존의 뱀파이어 팬들에게는 무참히 짓 밟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런 것을 즐겼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이후 티브이 판 시리즈 버피가 나왔다. 사라 미셀 겔러가 등장해서 뱀파이어 들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이야기가 나오고, 후에 버피의 연인인 뱀파이어 엔젤이 주인공으로 시리즈가 또 나왔다. 영화에서도 슬레이어 등 뱀파이어 사냥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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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면 장면의 디테일에서 유머 코드가 반드시 있다. B급 영화를 지향하는 듯한 필름의 색감이나
거침도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지금 봐도, 아니 지금 시대에 봐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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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와이 슌지와 박찬욱을 좋아한다. (박찬욱을 좋아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네요, 그렇게
들은 거 같은데, 누가 좀 알려 주세요) 사실 박찬욱은 속이 무엇인지 모를 웃음을 늘 짓는 사람이고, 철학적인 말과 배우 못지않은 옷 차림을
하고 있지만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의 반응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고 한다. 흥행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박찬욱은 그런 불안을 겪고
있다. 그런 불안 때문에 영화에 좀 더 몰두하고 고민을 하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불안이 있는데 그것이 매일 약간의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만 가지지만 해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 안 되는데 그 몇 가지 안 되는 고작의 이유가 그 어떤
무엇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것 같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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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조지 클루니의 동생으로 나오는데 뱀파이어로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어쨌든 데쓰 프루프는 통쾌한 액션이며 타격이 굉장한 고어적인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