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레더블 이 영화가 이렇게 재미있는 건 여러 요인 중에 잘 짜인 구도 덕분이기도 하다. 구도가 이렇게 명확함에도, 이렇게 명확하기에 식상하지 않고 지루하지 않게 흘러간다. 중간에 늘어지는 부분이 있으나 이 확실한 구도는 분명 그것을 덮어버리는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영화라는 거대한 몸집이 움직이려면 여기저기 하나쯤 삐거덕 거려도 움직이는 데는 하등 문제가 없지만 보통 나중에 몸이 망가지는 이유는 그 삐거덕 거리는 그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

이 영화는 슈퍼히어로와 일반인의 대결 구조로 이루고 있다. 보통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영화에서 슈퍼히어로의 상대 빌런은 히어로보다 더 강하고  초인의 힘을 가진 존재이지만 이 영화는 일반인이 빌런으로 나온다. 이 부분이 신선하다. 보통 1편을 뛰어넘는 2편은 잘 없다. 흔히 말하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넘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1편 뒤의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1편에서의 신선함이 없기 때문이다. 일단 같은 주인공이기에 신선함은 반 토막이 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인크레더블 2는 이런 구조를 통해서 보는 이들에게 응? 하는 신선함을 안겨준다. 게다가 일반인 빌런과 초인이 치고받고 싸우는 게 아니라 머리와 기술로 무장한 일반인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초인의 모습이기에 신선하다. 이런 모습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도 나타났는데 일반 사람이 초인들의 분열을 꿰하여 그들을 아나힐레이션으로 이끌고 가려 한다. 보통 대서사는 사실 심심하거나 소심한 부분에서 갈등이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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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선과 악의 구조를 이룬다. 선이라고 하는 초인들을 악으로 지정하고 그들을 묶어둔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악행에 서서히 초인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전개 속에 새로운 빌런, 데버의 등장으로 구조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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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남자와 여자의 구조가 확실하다. 남녀의 역할이 바뀌게 된다. 솔로 활동을 하며 그간 히어로의 역할에 부정하던 헬렌에서 일라스티 걸로 바뀌면서 자신의 능력과 초인의 힘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세상 구하기에 재미를 붙이는 한편, 세상을 구하는 일보다 육아가 더 힘들다는 걸 알게 된 아버지 ‘밥’의 구조는 확실히 현실을 보여준다. 세상 그 어느 일보다 가정을 돌보는 일이, 설령 초인이라 하더라도 힘에 부치는 것이다. 대쉬의 수학 숙제를 가르쳐야 하고, 바이올렛의 이성관계에 물을 붓는다. 무엇보다 통제불능의 귀염둥이 잭잭이. 그건 초인의 능력 밖의 일로 가정을 돌보는 일은 초인의 힘도 무용지물이라는 걸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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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른과 아이의 구조를 가진다. 어른들은 자신의 능력을 너무 믿어버리는 바람에 빌런에게 쉽게 당하고 만다. 하지만 아이들은 상상이 어디까지이고, 생각의 영역이라는 게 무한정성이라 어른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제압하는 것은 어렵다. 그런 어른들은 아이들은 대체로 힘으로만 제압하려 한다. 아이들의 무한질주 좌충우돌이 빌런에게 잡혀있는 어른들을 구하게 된다. 어른보다 나은 아이들은 현실에서도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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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여자의 구조도 띈다. 일라스티 걸은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띠고 있지만 데버는 빌런으로 여성 혐오의 모습을 지닌다. 가장 현실세계에서 사람들이 많이 부딪히는 사회문제를 잘 다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가족의 분열과 가족애의 구조를 가지는데 데버는 하나뿐인 오빠와의 관계도 끊어버린다. 데버는 자신이 하는 모든 행동은 ‘정의’롭다 인식하고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가족이라도 버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잭잭이의 가족은 마치 분열할 것처럼 위태위태하지만 결국 서로 힘을 합친다. 물론   프로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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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편 역시 1편의 플롯을 따라가고 있다. 여론은 슈퍼 히어로를 비난하고, 일상은 너무나 권태하고 빡빡하고 지옥 같고, 히어로의 솔로 활동 등 이런 플롯을 1편에 이어 복제하고 있는데 이런 플롯을 깡그리 깨버리는 캐릭터가 잭잭이다. 슈퍼 파워 종합선물세트 잭잭이를 통해 플롯의 자기복제가 있지만 시각적 쾌감은 굉장했다. 특히 너구리 빌런과 잭잭이의 대결 장면은 경이와 함께 웃음이 마음껏 터져 나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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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잭잭이의 침실 안에 널브러져 있는 인형이 우디라는 걸 아는 사람? 잭잭이의 방 벽지의 문형이 다음에 개봉하게 될 픽사의 ‘덤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 원스턴 데보의 명함 밑에 실제 픽사의 현지 주소가 적혀 있다는 걸 아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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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등장한 슈퍼히어로들 역시 꽤 재미있는 캐릭터였다. 공간 이동 포탈의 보이드, 슈퍼 파워의 브릭, 용암을 토하는 리플럭스, 초음속 비명의 스크리치, 염력의 크러쉬아우어, 일렉트로닉의 히렉트리스 모두가 시각적인 쾌감에 일조했다. 잭잭이의 앞으로 커가는 모습이 궁금한 영화 인크레더블 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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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영화#인크레더블2
#잭잭이로삼행시나한번
#잭#진심으로꼭하나부탁들어줘요희망이보이지않더라도살아남겠다고요로즈
#잭#잭약속할게요포기하지않을게요
#이#이렇게타이타닉이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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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작보다 따뜻하게, 이 영화는 제목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기폭이 굉장히 심해야 하는 인물이 기폭이 없이 고요하게 흘러가는 연기를 한다. 기폭이 심한 마음의 연대기를 마치 기폭이라는 장치를 분리해내서 기폭이 심해야 하는 마음을 꾹 누르는 일상을 보내야 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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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영화 ‘래빗 홀’과 겹쳐진다. 그리고 후반부에 가서는 레이먼드 카버의 ‘별거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으로 관통된다. 너무나 불행한 일을 겪게 되면 현실을 부정하게 되고, 시간이 많이 흘렀을 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듣는 ‘이제 그만 잊자’라는 소리는 칼과 바늘처럼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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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도 쉽사리 위안이 될 수 없는 아픔을 보듬어 주는 건 다음 아닌 라면 한 그릇. 음식은 위로도 되지만 비참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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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세월호 당시 단식농성을 하는 그 앞에서 피자와 짜장면을 시켜 먹던 일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건 타락한 인간의 몰락이 어디까지인가를 보여준다. 그렇지만 힘들고 지칠 때 뭐라도 좀 먹고 하라며 음식을 내주던 사람의 위로는 말로 표현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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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홀에서 베카는 상실을 이겨내려는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이려 하는 것이 참을 수없이 힘든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부모가 장애를 이해하지는 못한다. 장애를 가진이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내 아이가 아니라, 내 아이가 장애가 있을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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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사라지지 않는 슬픔을 받아들일 때 위로는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레이먼드 카버의 ‘별거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을 보면 부부가 제과점을 찾아가 우리 아들이 생일에 죽었다고요,라고 말한다. 그때 주인은 조금 시간이 흐른 후, 지금 구운 빵이 있는데 좀 드시겠어요, 별거 아니지만 도움이 될 거예요 이럴 때일수록’라고 말한다. 우리 인생에 별거인 것보다 별거 아닌 것이 울게도 웃게도 한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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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뽀로로 목소리의 주인공 이선이 주역이다. 극 속에서도 성우로 나오는데 아들을 잃은 섬세한 연기를 해낸다. 슬픔을 극복하기 보다 인정하는 영화. 짐작보다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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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알트만 감독의 3시간짜리 영화 숏컷이 있는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로만 엮어서 영화를 만들었다. 70년대 미국 중산층의 이야기를 잘 섞어 놓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별거 아니지만 도움이 되는’이다. 엔디 맥도월이 아이의 엄마로 나오며 다웃 주니어, 줄리안 무어의 아주 젊은 시절의 모습부터 지금 대배우가 된 사람들의 파릇한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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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여러 뚜껑 열리게 하는 사회문제의 뉴스 속에 이런 기사를 하나 발견했다. 낙지는 고통을 모를까?라는 제목의 기사로 읽어보면 낙지는 사람과 닮았다는 부분이 있고 척추동물과 연체동물은 약 5억 년 전에 같이 나타났는데 인간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낙지를 실험을 전 세계에서 많이 한다. 죽 읽다가 마지막에는 유럽에서는 낙지를 실험할 때 꼭 마취를 하도록 연구 윤리 규정이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른 사람들의 댓글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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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돌문어도 사람들이 하도 건져내니까 얕은 바다에서 살다가 점점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데 문어는 바다의 수온이 달라지면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때 알을 품고 있고 새끼들이 배가 고플까 봐 지 다리를 뜯어 먹으며 새끼들에게 양분을 제공한다. 그래서 가끔 다리가 하나 없는 문어가 밥상에 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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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비슷한 이야기를 2012년에 글로 적은 바가 있다.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까, 하는 제목으로 올렸었는데, 그때 케이블 티브이에서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해줬다. 그저 생각 없이 보다가 그만 빠져들었는데 물고기는 고통을 느낄까? 궁금했다. 만약 물고기도 고통을 느낀다면 인간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도 고기처럼 생선도 줄이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제 베지테리언들은 생선도 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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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이라는 것은 우리 몸의 통감 세포가 고통을 인지하면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이것이 척추를 죽 따라 대뇌 신피질로 가서 고통으로 인식되는 방식이다

그때 당시 신문을 검색해서 어느 해인지는 모르나 8월 22일 자 조선일보 A29 면에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까?라는 칼럼을 발견했다. 그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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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바람을 피우는 남편 때문에 속이 타 들어가는데 생각 없는 시 어머니는 싱싱한 회가 먹고 싶다고 채근한다. 동트지 않는 새벽 4시, 횟집에 들른 그녀 앞에 살점은 사라지고 뼈만 남은 채 수족관에서 헤엄치는 물고기가 보인다. 어젯밤 주방장이 손님들 앞에서 솜씨를 부렸는데, 아직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살아 있으되 산 것이 아닌 삶. 그녀는 저 물고기가 자신과 같다고 생각한다.로 칼럼은 포문을 연다. 드라마에서 실제 장면으로 첫 그렇게 촬영을 했다. 며느리의 삶이 사실은 수족관에 갇혀 살이 발린 고통 속에 살아가는 물고기 신세라고 드라마는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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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장면은 독일에서는 절대 내보낼 수 없는 장면이라고 한다. 독일에서는 물고기 역시 척추동물로 인정해서 비인간적인 학대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고 해서 물고기를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는 법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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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들이 들고일어났다고 한다. 물고기는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는 대뇌 신피질이 없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는 연구 발표가 있었다. 그것을 연구한 연구진은 진통제가 물고기에게 듣지 않는 것도 사람처럼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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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이 칼럼을 읽으며 휴우 하며 안심을 했다. 하지만 독일의 과학자들은 달랐다. 독일정부를 지지하는 과학자들은 물고기나 새우, 게, 바닷가재 등 사람들이 즐기는 해산물은 모두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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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초 영국 퀸스대 로버트 엘우드 교수 연구진은 ‘실험생물학 저널(세상에, 이런 잡지가 있다니)’에 ‘게와 새우 같은 갑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게의 다리에 전선을 연결하고 두 동굴 중 한쪽에 들어갈 때만 전기 자극을 줬다. 그러자 전기 자극을 받았던 동굴에 들어가는 회수가 크게 줄었다. 심지어 전선이 달린 자기 다리를 잘라내고 도망가는 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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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느낄 뿐 아니라 기억까지 한다는 말이다. 엘우드 교수는 갑각류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는 통념 때문에 다른 동물이라면 결코 허용되지 못할 끔찍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과거 백인들은 흑인 노예는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학대를 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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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드라마의 뼈가 드러나서 수족관을 유영하는 물고기의 장면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영상이었다고 한다. 오늘 낙지의 고통에서 알 수 있듯이 생명이 있는 것들은 대부분 고통을 감수하고 이 지옥같은 곳에서 발버둥 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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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지는 참 맛있지만 티브이 요리 프로그램에서 살아있는 낙지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는 장면 하나는 빼먹어도 그 맛이라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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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일찍 나와 버려 카페가 문을 열기 전에 바닷가에 앉아서 책을 좀 읽었다. '19세기의 정치가 21세기의 우주과학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인문학 책을 읽었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고 소설을 좀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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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가 문을 열기 전 발코니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으니 눈물이 나올 만큼 날이 따뜻하고 좋아서 그만 조부렀다. 조불다는 졸다의 방언이다. 조부렀다는 졸았다의 방언이 되겠다. 책을 땅에 떨어트려가며 고개를 병든 닭처럼 까닥거리며 잘도 조부렀다. 마치 드뷔시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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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의 음악은 뭔가 밑으로 푸욱 꺼져 내려가는 기분을 들게 한다. 물의 반영도 그렇고 아라베스크도 그렇고, 멍하게 듣고 있으면 천공의 성 라퓨타로 가는 느낌. 릴리슈슈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음악도 아라베스크였고, 내내 깊고 깊은 곳으로 한없이 꺼져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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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에서 루가 윌이 데리고 간 연주회에서 접하지 못했던 선율에 마음과 영혼을 몽땅 빼앗겨 버리는 장면에서도 클래식의 선율이 때로는 사람의 마음을 멸망케하고 부활시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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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대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치는 친구가 있는데, 그녀가 퀼른 음대 시절 간간이 한국에 오면 그녀의 연주를 들었다. 그것은 대단히 경이로운 것이었다. 직접 눈으로 보고 들어보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울보로 새벽이면 전화가 와서 독일에서의 언어장벽과 생존을 위해 공부와 생활을 해야 하는 것과 피아노를 손톱이 빠져라 두드리는 것과 무엇보다 외로움에 대해서 수화기 너머로 늘어놓곤 했다. 생각해보면 졸음 때문에 제대로 들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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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편력이 심한 드뷔시는 몇 년을 같이 산 여자 몰래 바람을 피우다 들켜 여자가 권총으로 자살까지 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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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앉아 햇살을 받으며 졸고 있으니 마치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이 떠올랐다. 말라메르의 ‘목신의 오후’에서 영감을 받아서 만든 곡이다. 목신이라는 것은 기예르모 델토르 감독의 ‘판[포느]의 미로’에 나오는 판이 목신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목신은 얼굴과 몸통은 사람의 형상인데 밑으로는 다르게 생겨먹은 것이 목신, 판이다. 드뷔시의 오후에의 전주곡의 내용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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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느는 여름의 나른한 오후에 시칠리아 섬 해변의 숲속 그늘에서 졸고 있었다. 

그때 포느는 졸음이 쏟아지는 눈으로 목욕을 하는 요정을 발견한다. 

포느는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환상인지 분간도 할 수 없고 현실과 이계의 임계점에서 가물거리는 눈으로 요정에게 손을 뻗어 본다.

달콤한과 나른함.

고통이라고는 느낄 수 없는 요정의 이 감촉.

포느는 모호하고 뿌옇게 보이는 요정을 껴안는다.

요정은 비너스요, 관능의 상징이다.

포느의 입은 벌어지고 황홀경에 접어들려는 찰나.

요정은 없어지고 포느는 짊어지고 있던 권태가 엄습해 온다.

포느는 다시 여름날의 오후에 고요함 속으로 빠지려 풀밭에서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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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뷔시는 포느가 풀밭에 졸다 깨다, 환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광경이 떠오르게 작곡했다. 전주곡에서 들리는 플루트의 소리는 목신의 움직임을 잘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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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을 끌어안았을 때 느껴지는 관능의 기분 좋음이 피어오르다가 그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힘겨운 졸음으로 이어지는 연주가 펼쳐진다. 눈을 떠 보니 직원이 늘 마시던 걸로,라며 텀블러를 들고 가 커피를 담아줬다. 나른한 11일월의 오전. 정신을 차려보니 말도 잘 못하던 울보 그녀는 외로움을 극복하고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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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김승옥의 무진기행. 김수용 감독의 안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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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진은 그런 곳이다.
무진에 명산물이 없는 게 아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것은 안개다. 아침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가 뿜어내는 입김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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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는 여귀라는 말 대신 마녀라고 했다. 김승옥의 안개 이후 그 어떤 소설가도 안개를 이렇게 표현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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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바람은 무수히 작은 입자로 되어 있고 그 입자들은 할 수 있는 한, 욕심껏 수면제를 품고 있는 것처럼 내게는 생각되었다. 그 바람 속에는, 신선한 햇볕과 아직 사람들의 땀에 밴 살갗을 스쳐 보지 않았다는 천진스러운 저온, 그리고 지금 버스가 달리고 있는 길을 에워싸며 버스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산줄기의 저편에 바다가 있다는 것을 알리는 소금기, 그런 것들이 이상스레 한데 어울리면서 녹아 있었다. 그런 곳이 무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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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의 신선한 밝음과 살갗에 탄력을 주는 정도의 공기의 저온 그리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 이 세 가지만 합성해서 수면제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그것은 이 지상에 있는 모든 약방의 진열장 안에 있는 어떠한 약보다도 가장 상쾌한 약이 될 것이고 그리고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돈 잘 버는 제약 회사의 전무님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어 하고 조용히 잠든다는 것은 상쾌한 일이기 때문이다
.

제약회사에서 이름뿐인 전무인 윤희중이 상상하는 약은 그런 것이다. 자신의 힘없음과 무지와 그것을 알려주는 문장이 이어진다. 윤은 사실 시골에서 상경하여 성공의 가도에 올라있는 모든 이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 말은 60년대의 윤은 작금의 우리들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누구나 조용히 잠들고 싶은 것, 그건 상쾌한 일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는 윤희중이라는 이름 대신 윤기중으로 나온다
.

3. 골방 안에서의 공상과 불면을 쫓아 보려고 행했던 수음과 곧잘 편도선을 붓게 하던 독한 담배꽁초와 우편배달부를 기다리던 초조함 따위거나 그것들에 관련된 어떤 행위들이었었다
.

윤은 무진에서의 처지가 그랬다. 무진은 그를 책임과 무책임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처지의 인간으로 만들었다. 어머니와 친구들이 죽어가는 전장의 사이에서 윤은 고뇌에 휩싸여 그저 할 수 있는 건 담배를 피고 수음을 하는 것뿐. 이런 무진에서 빨리 벗어나고픈 윤이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간다. 과거의 윤과 현재의 윤이 무진이라는 곳에서 어떻게 보냈는지, 보내고 있는지 보여준다
.

4. 오늘 이른 아침,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서 역구내를 빠져나올 때 내가 본 한 미친 여자가 그 어두운 기억들을 홱 잡아 끌어당겨서 내 앞에 던져 주었다. 그 미친 여자는 나일론의 치마저고리를 맵시 있게 입고 있었고 팔에는 시절에 맞추어 고른 듯했다. 그 여자가 미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쉬임없이 굴리고 있는 눈동자와 그 여자를 에워싸고 서서 선하품을 하며 그 여자를 놀려 대고 있는 구두닦이 아이들 때문이었다
.

5. 6. 결혼하셨다구요. 자넨? 전 아직, 참 좋은 데로 장가드셨다고들 하더군요.
형님하고 형님 동기 중에서 조 형하고요. 조라니 나하고 친하게 지내던 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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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조’가 영화에는 조한수로 나온다. 두 사람은 세무서장이 된 조의 집으로 간다. 거기서 하인숙을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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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하인숙, 얼굴은 노리기리했다. 병약한 느낌을 주고 있었지만 그러나 좀 높은 콧날과 두꺼운 입술이 병약하다는 인상을 버리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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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하인숙을 연기한 배우는 윤정희다. 아주 어린 모습의 윤정희로 당시로는 볼 수 없는 예쁜 얼굴의 배우였다. 무진기행은 3번 영화가 되었다. 67년도에, 76년도, 87년도에 한 번씩 만들어졌다. 윤정희는 두 번 하인숙으로 열연했다
.

8. 김승옥의 유머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하 선생의 좋은 점과 하 선생의 나쁜 점을 말하며 모두가 푸하하하며 웃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노래 한 곡을 부르게 한다. 윤희중, 극중 윤기중이 하 선생의 노래를 듣고 설명하는 부분이 나온다. 트로트도 아닌 가극도 아닌 것처럼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대사에서 잘 와닿지 않는다면 영화를 보면 윤정희가 노래를 그렇게 소설의 문체를 그대로 연기를 하고 있다
.

9. 윤과 하 선생이 밤의 무진을 걸어가면서 대화를 하는 장면이다. 여기서도 김승옥의 유머가 나온다. 소설과 다른 점이 있는데 하 선생이 무진은 밤에 아름다운 곳이라고 할 때
윤은 다행이라고 한다. 왜 다행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하 선생이 말하니 윤은 왜 그런 것이냐고 묻는다
.

사실은 멋이 없는 고장이니까요. 제 대답이 맞았나요?라고 하 선생이 말하니 소설에서는 윤이 거의라고 하지만 영화에서는 80점이라고 하고, 어머 100점이 아니구요?라고 하 선생이 말하니, 윤이 백 점짜리 대답은 이런 것입니다. 아이구 여기도 지구의 일부분입니까,라고 한다. 이런 부분은 김승옥의 위트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왜 김승옥이라고 하냐면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도 김승옥이 했기 때문이다
.

그리고 허인숙과 윤희중의 유명한 대사 개구리울음소리를 하늘에 뜬 수많은 별에 빗대어 하는 대사들이 죽 이어진다. 대사지만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정말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멋진 문체가 죽 이어진다
.

내일 아침 걸레로 닦아 내면 될 방의 어느 곳에 털어 버리는 담뱃재는 마치 윤희중의 존재를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소설은 3장 ‘바다로 뻗은 긴 죽방’으로 이어진다
.

누구나 한 번쯤 필사를 해 본 무진기행, 무진기행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반나절을 주절주절해도 모자랄 것 같다. 만약 김승옥이 절필을 하지 않고 김수용 감독이 계속 김승옥의 영화를 만들어 냈다면 어땠을까
.

무진기행이 나오고 3년 뒤 영화로 나온 ‘안개’다. 김수용 감독은 문예 감독으로 김수용 감독 이전에는 대체로 일본 문학이나 일본 영화, 또는 프랑스 영화를 한국식으로 바꾼 영화들뿐이었다. 맨발의 청춘도 그랬다. 60년대는 한국의 영화 르네상스였기에 흑백영화지만 보면 대체로 재미있다
.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학창시절 사진부를 하면서 한국 흑백영화를 많이 본 편이었다. 오발탄부터 최은희의 상록수, 이조 여인 잔혹사(이 영화에는 김지미, 윤정희, 남정임, 황정순이 다 나옴)까지, 그럴 때마다 나는 늘 특이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따지고 보면 그래픽이 없기에 구성이 탄탄하고 배우들이 귀신이 들린 듯 연기를 한다. 그래서 오래된 영화지만 재미있다
.

김수용 감독은 문예영화의 거장으로 이광수의 소설 ‘유정’부터 김동리의 소설, 현진건의 소설까지, 많은 한국 문학의 문체를 영화적인 문채로 옮겨다 놓은 정말 멋진 감독이다. 문예영화다 보니까 소설을 헤치지 않고 소설의 대사가 거의 대부분 영화에 쓰이고 있다. 마치 빨강 머리 앤의 소설과 만화의 대사가 거의 똑같듯이
.

이 영화의 재미있는 일화는 시나리오를 김승옥이 직접 썼는데 그때 김수용 감독이 김승옥에게 붙어서 제발 어렵게 쓰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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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용 감독 역시 20년대 생으로 2000년의 영화를 마지막으로 활동이 없다. 무진기행의 신성일도 어제 삶이 끝났고 김수용 감독도 이제 지난날보다 남은 날이 짧을 것이다. 그리고 김승옥 역시 마찬가지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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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이 등장했을 때 모국어의 폭발로 그야말로 문학계에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겠습니까. 누나 작가들에게 끌려가서 엄청 귀여움을 받았다고 해요. 박경리 같은 선배 누나들은 김승옥이 그렇게 좋았나 봅니다. 막 목에 팔을 걸고(까지는 아니겠지만) 끌고 가서 술을 마시고. 하지만 남자 작가들에게는 벼락과 같은 일이었어요. 김훈, 김훈의 아버지 김광주 역시 경향신문 문화부 편집국장까지 했는데 1대 문인이지 않습니까. 그 당시 꼬꼬마 김훈에게 주전자에 술을 받아오라 시켜서 매일 밤마다 문인들을 모아 놓고 했던 이야기가 김승옥이라는 괴물의 글을 읽어 봤냐? 이제 우리의 밥줄은 다 끊겼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광주민주화항쟁의 충격으로 절필을 선언했을 때 이어령 박사가 붙잡아서 호텔에 던져 놓고 글을 계속 쓰게 했는데 그때 쓴 소설이 ‘서울의 달빛’이었는데 그걸 죽, 끝까지 썼다면 서울의 달빛0장에서 1장, 2장, 3장으로 이어졌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만 다 던져버리고 도망가는 바람에 서울의 달빛0장만 탄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풍이 와서 몸이 좋지 않은데 그래도 가끔 인터넷을 보면 할아버지 김승옥을 보러 많은 젊은이들이 가기도 하고 잘 만나주기도 한다고 해요. 이만희 감독 영화는 여로도 본 것 같고, 만추도 보고 삼포가는길도 봤는데 기억은 가물가물해요 모두. 삼포가는 길에 설원이 나오는 것 같은데 설원이 펼쳐지면 늘 젊은날의 초상에서 영훈이 역을 했던 정보석이 배종옥이 있던 술집으로 가기 전의 설원을 덜덜 떨며 걷던 장면이 오버랩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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