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로드, 혹시 읽어 보셨습니까. 저는 두어 번 읽은 것 같아요. 코맥 매카시의 소설입니다. 더 로드는 영화로도 있어요. 연기를 잘하는 배우 비고 모텐슨과 미국판 ‘렛미 인’에 나왔던 코디 스밋 맥피가 아빠와 아들로 나옵니다. 가이 피어스도 나오는데 아이언맨 3에서 온몸이 불덩어리가 되던 그 사람 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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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소설 더 로드가 말하는 세상은 지구가 어떤 이유로 종말을 겪은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그 속에서 아빠와 아들이 그 휑하고 삭막하고 바람만 있는 세상을 살아가는 내용이에요. 더 로드가 말하는 세상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인육을 먹는 사람을 피해 다니는 것과 신발을 구해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식량, 식량을 구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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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것이 싹 소멸해 버린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은 본능의 최우선 감각을 심각하게 건드리는 일이거든요.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커트 같은 것을 몰고 오로지 식량을 찾아서 어디든 헤맵니다. 그러다가 총을 든 갱단에게 붙잡히면 여자는 강간을 당하고 먹히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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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좀비도 뭣도 아니에요. 같은 사람, 예전에는 이웃집 마음씨 좋은 아저씨 같은 사람이었지만 더 로드의 세계에서 타인은 그저 식량일 뿐이에요. 소설은 무엇 때문에 세상에 종말이 온 것인지는 말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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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을 맞이한 생존자들은 어떻게든 살아가는 것을 말하고 있어요. 더 로드의 세상에서는 늘 비가 내립니다. 비가 끊임없이 내려요. 그런 것으로 보아 종말에 기여를 한 것은 전쟁은 아닐 것 같아요. 전쟁이라 해도 이렇게 세계가 빗자루에 쓸리듯 몽땅 사라지진 않을 테니 지구에 크나큰 카타스트로프가 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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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는 암울한 지구의 종말에 대해서 썼습니다. 08년도에 나왔을 때 구입해서 읽었는데 그때는 읽으면서 으, 했어요. 미국 문학에는 이런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우리나라의 리얼리티만큼 사람들이 읽어요. 이 책을 사람들은 ‘눈먼 자들의 도시’와 비교하지만 둘은 분명하게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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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말하는 두려움과 더 로드에서 말하는 두려움은 질적으로 차이가 확연합니다. 세상도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연료나 약이나 식량을 구할 수 있는 시기였다면, 더 로드의 세계는 아주 시간이 흘러버려 아무것도 남지 않은, 완전히 멸망한 지구의 세계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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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속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어딘지도 모를 길을 찾아갑니다. 저 어려운 세상에서 아버지는 곧 자신도 죽을 거라는 것을 알아요. 자신이 죽는다면 아들, 이 어린 소년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잘 나타납니다. 아버지가 멸망한 지구에서 식량을 찾아 헤매는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아버지는 내일이라도 죽을 수 있지만 이 멸망한 아무것도 없는 지구에서 아들을 통해서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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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의 대사도 책과 거의 다름없이 전개되는 걸로 기억합니다. 아버지는 멸망한 세계에서 아들에게 줄 선물을 끊임없이 찾아다닙니다. 더 로드의 세상은 지구가 망하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려주지 않아요. 그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와 아들이 찾은 고귀한 식량은 치토스와 스팸 같은 가공식품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몸에 나쁘다고 외치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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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난생처음 콜라는 마십니다. 콜라는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변치 않음을 보여줘요. 그리고 소년은 트림을 합니다.
아주 맛있어, 아빠도 좀 마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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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아버지가 아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다가오는 사람들을 대비합니다. 아들의 머리에 총구를 겨눌 때 아버지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계속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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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아버지에게 자꾸 묻습니다.
우리는 안 먹을 거지? 아무리 배고파도?
그래, 그럼.라고 아버지는 대답해요.
우리는 착한 사람인가요?
그래 우리는 착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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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에 아버지는 죽어요. 죽은 아빠 곁을 떠나 소년은 새로운 사람들 틈으로 들어갑니다. 무리의 여자는 소년을 보자 두 팔로 끌어안아요. 여자는 소년에게 신에 관해 말하곤 합니다.
책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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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신의 냇물에 송어가 있었다. 송어가 호박빛 물속에 서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지느러미의 하얀 가장자리가 흐르는 물에 부드럽게 잔물결을 일으켰다. 손에 잡히면 이끼 냄새가 났다. [중략] 송어가 사는 깊은 골짜기에는 모든 것이 인간보다 오래되었으며 그들은 콧노래로 신비를 흥얼거린다.라며 끝납니다. 반전 같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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