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을 못자고 나왔지만

어제와 비슷하게 하늘은 푸르고 시리다

 

고개를 꺾어 밀사의 눈초리가 되어

하늘을 봤다


푸석푸석한 마른 공기도

얼굴에 닿는 차가운 바람도


인상을 쓰며 노인정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할아버지도


전부 평일과 다름없어서 다행이다


단풍은 아직 11월을 잊지 못해 12월에도

열심히 매달려 있고

우리는 오늘 어제처럼 삶에 매달리겠지


이런 무료함과 고즈넉에

울컥해지는 12월 4일이다


우리는 변화하되 변함없음을 보여준

위대한 시민이라는 걸,


위대한 시민 속에 너도 있고 나도 있었음을

기억해줘





가을이 오면 무너지지 않고 견뎌 왔음에 https://youtu.be/moVgOwYOXec?si=kDyyIokREOC7BlX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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톤비

옆 집 아주머니는 아들이 하나 있다. 아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를 너무 잘해서 반에서 1등은 물론 학교에서도 1, 2등을 다투었다. 아주머니는 언제나 싱글벙글이었다. 남편은 회사를 다니고 아주머니는 미용실을 해서 아들의 뒷바라지를 했다. 아들은 성적이 좋고 하고 싶은 공부가 있어서 과학고에 진학을 했다. 타지방으로 가야 했다. 자주 봐도 일주일에 한 번.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보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고3이 되었을 때는 명절에도 겨우 볼 수 있었다. 아들을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카이스트에 진학을 했다. 아주머니는 너무나 좋아했다. 아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를 한 덕에 군대도 그에 맞는 곳으로 갔다. 석사를 따고 박사까지 밟게 되었다. 그럴수록 아들은 아주머니에게 연락을 뜸하게 했다. 대학을 졸업할 때에는 우리도 기분이 좋아서 나의 장점을 살려 아들과 아주머니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시계를 만들어 드렸다. 아주머니는 그 시계를 미용실에 걸어 두었다. 아들은 더욱 공부를 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했고 박사까지 딸 수 있었다. 아주머니는 이제야 아들을 좀 가까이서 볼 수 있나 싶었지만 아들은 해외에 일을 하러 갔다. 며칠 전에 아주머니는 만취 상태로 우리 집 초인종을 눌렀다. 아들은 수많은 박사 중에 한 명이고 아주머니는 병원에 다녀야 할 만큼 알코올중독이 되었다. sns와 문자 메시지가 잘 되는 요즘 미국에 있는 아들에게 연락이 오는 건 아주 뜸한 일이다. 인간의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이 영화를 보니 우리 옆집 아주머니가 생각나네.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지만

내가 볼 땐 야스 씨의 일생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무뚝뚝한 사내의 일생. 사투리를 보니 한국으로 친다면 40년대에 태어난 경상도 사내 정도 될 것 같다.

예쁘고 착한 아내를 만나서 아기를 가지고, 그 기쁨에 아내 옆에 있기보다 술을 마시러 가는 것이 자신의 표현인, 마음을 내 보이는 것에 서툰 한 남자의 아들이 반항을 하며 자라서

자신의 생각과 무관하게 살아가는 모습에 기꺼이 동참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이는 게 나는 우리 옆집 아주머니를 보는 것 같았다.

진짜 인간의 삶이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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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남는 크리스마스. 악착같이 크리스마스 기분을 느끼려면 한 달 동안 겨울 영화를 잔뜩 보는 것이다.

크리스마스 영화 하면 또 90년대 다이하드 1편이다. 정확하게는 80년대 말에 만들어져 미국에 상영했고 우리나라에는 90년대 초에 개봉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펼쳐지는 맥클레인의 유쾌하고 통쾌한 총질 난사 인질구출 작전 이야기.

그 당시는 일본은 부의 상징이라 영화 속에서도 최첨단 인텔리전트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나카토미 빌딩을 통째로 점령해서 돈을 삼키고 폭파시키려는 매력적인 악당의 한스.

지금은 고인이 된 멋진 앨런 릭먼이 빌런으로 등장했다. 아이들에게는 해리포터의 스네이프 역으로 기억될 것이다. 앨런은 음색이 정말 매력적이다.

그 당시에는 엄청난 근육의 거대한 미국식 히어로가 영화 속에서 아직 힘이 있을 때였다. 람보나 코만도의 기운이 아직 액션 영화의 잔향을 남기고 있었다.

중무장을 한 근육질의 람보와 코만도가 빌런들을 쓸어버리는 것이 마치 미국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그랬는데 존 맥클레인 이라는, 근육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고 그 추운 크리스마스이브에 러닝셔츠에 맨발에 권총 한 자루 들고 빌딩 속에서 화력으로 중무장한 빌런들을 하나씩 제압해 나가는 일개 경찰의 액션은 미국을 넘어 세계를 휘어 잡았다.

더불어 존 맥클레인의 브루스 윌리스를 세계적인 배우로 올려 놓게 된다.

모두가 행복한, 행복해야할 크리스마스 이브, 캐럴이 어디에서나 흘러 나오고 사람들은 흥에 들떠 있는 게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존 맥클레인.

차가운 크리스마스 이브, 나카토미 빌딩에 갇힌 아내 홀리를 구하기 위한 단순무식한 존 맥클레인의 총질 난투극은 겨울의 영화 중 하나다.

매력을 넘어 마력적인 존 맥클레인을 탄생시킨 다이하드 1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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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구매하세요: 쇼핑의 음모

유명 브랜드만 1년 동안 만들어내는 옷이 천억 벌이다. 이만큼 옷이 매년 필요 없지만 사람들은 구매한다. 왜? 구매하게 기업들이 판매를 하기 때문이다.

마케팅은 엄청난 것이다. 원 클릭으로 사람들은 모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그렇기에 나에게 반드시 필요하지 않더라도 원클릭으로 구매를 해 버린다. 어떤 중독자는 휴대폰 500대를 구입한다. 한 사람이 그 많은 폰이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어째서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을 미친 듯이 구입하는 걸까. 요컨대 고양이의 귀여운 영상들을 15초 동안 계속 틀어준다.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의 모습에 넋을 놓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무 상품이나 넣으면 사람들은 자신과 무관 한 물품이라고 클릭을 하게 된다. 설령 그게 임신 테스트 기라도 말이다.

쇼핑은 너무 쉽다. 그게 문제다. 그리고 기업의 홍보 마케팅 팀들은 더욱 과학적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지 세세하게 연구한다. 여러분들은 장바구니와 결제 클릭의 컬러와 모양을 관찰할 수 있다. 컬러와 모양이 다른 테마들과 미묘하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영화는 다큐지만 영화적 요소도 많이 나온다. 이 물품이 쏟아지는 장면은 잭 니콜슨의 샤이닝의 오마주를 했다. 놀라게 된다.

지금 이 세계는 한 시간마다 68,733개의 휴대폰이 생산된다. 엄청나지? 1분에 19만 벌이 생산되는 옷. 플라스틱은 1초마다 12톤이 생산된다. 굉장하지?

이 많은 물품이 생산되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지구 어딘가에 그대로 쌓여서 썩지도 않고 있다는 거지. 어딘가에서 여전히 존재하고 있고 점점 심각해지며 그 문제는 고스란히 아이들 세대에게로 내려간다.

영화는 사람들이 그다지 필요 없는 물품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마케팅부터 생산 배달 그리고 소비자의 욕구 충족까지 다 보여준다.

이 밑바닥 심리에는 프로파간다가 있다. 버네이스의 책을 읽어보면 어떤 식으로 사람의 군중심리를 움직이는지 그 예를 잘 보여준다. 여자가 피우는 담배가 금기시되던 시절 당당하게 담배를 들고 나타는 여인의 사진 한 장이 세상을 뒤집어 놓은 그 예를 볼 수 있다.

나는 머리가 나빠서 그 책을 읽는데 오래 걸렸는데 프로파간다는 우리 일상에 얼마나 많이 들어와 있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다큐로 애플, 아디다스, 아마존에서 소비자들의 혼을 빼놓던 잘나가던 마케팅 천재들이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 거지? 라면 회사를 뛰쳐 나와 이 영화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시작된다.

흥미롭고, 재미있고, 무섭고, 안타깝고 두려운 다큐 영화다. 내가 며칠 전에 노트북이 이래이래서 안 되면 어떻게 하냐니까 그냥 새로 사요,라고 하더라. 그게 수리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는 말을 들었다.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온 새로운 물품을 향한 욕망이 결국은 이제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독이 될 것이다. 수리해서 사용하기 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구입한다. 무서운 일이다.

유튭 조회수를 위해 블랙프라이데이에 미친 듯이 예쁜 쓰레기를 사들이는 자들이여, 지구를 망가트리는 자들이 당신이라는 걸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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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여기서부터는 완연한 다운타운이다. 오 분 정도 가면 도착이다. 그러나 그사이에 신호등이 다섯 개나 있다. 다운타운에서는 계절마다 축제를 한다. 마을 축제 같은 것이다. 다운타운이다 보니 가게가 많고 점포에서는 손님들을 끌기 위해 축제에 참여하는 빈도가 높다. 봄가을에 크고 작은 축제가 많이 열리지만 여름과 겨울에도 주말에 소규모의 축제가 열린다.               


 봄가을에는 도시 규모로 하는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데 인기 있는 가수도 초청되어서 본격적인 축. 제. 가 펼쳐진다. 겨울이나 여름에는 지역 소상공인들이 주가 되어서 여는 축제는 규모가 자그마하지만 매년 꾸준하게 지치지 않고 개최해서 그만큼 수요도 늘어났다.     

           

 지난번 가을 축제는 멋있었다. 축제의 꽃은 아무래도 먹거리다. 축제 먹거리가 말이 많지만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는 사람들은 축제를 즐기기 위해서는 먹거리를 사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로 친다면 축제가 아주 많이 열린다. 나는 예전에 아주 특이한 축제를 구경한 일이 있었다. 여자 친구와 휴가를 받아서 춘천으로 가는 길이었다.               


 둘 다 일이 바빠서 모두가 떠나는 시즌에는 여름휴가를 받지 못하고 한풀 꺾인 9월 초에 휴가를 떠났다. 남이섬으로 가는 길이었다. 남이섬에는 두 번째다. 첫 번째 남이섬에서의 추억이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아서 또 가기로 했다. 여기에서 춘천까지는 아주 먼 거리로 7번 국도를 타고 죽 올라가는 여행길도 기분이 좋다. 우측으로 바다를 계속 보며 달릴 수 있다. 바다라는 건 늘 가까이에서 보는 친근한 바다가 있고, 먼 곳에서 보는 이질적인 바다가 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오후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남이섬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우리는 춘천 시내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남이섬으로 갔다. 배를 타고 남이섬 안으로 들어간다. 남이섬에는 한창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남이섬 안에도 호텔이 있는데 항상 만원이다. 언젠가 우리도? 같은 다짐을 하면서 남이섬의 축제 현장 안으로 들어섰다.     

           

 축제는 마치 미국의 웨스턴의 한 지역의 분위기였다. 섬 전체가 완전한 축제의 장이 된 것 같았다. 오전에는 아직 본격적으로 축제가 열리지 않았지만 구경할 것들은 많았다. 게 중에서 우리는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된 공간에서 시간을 오랫동안 보냈다. 색감이나 분위기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처럼 쓸쓸하게 보였다. 우리는 그림 하나에 붙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미술을 전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는 일은 간판 회사에서 디자인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렸다. 그림이란 그녀에게 있어서 애증 같은 것이었다. 떼어버리고 싶지만 뗄 수 없는 손모가지였다. 한 번은 애벗 맥닐 휘슬러의 그림에 대해서 몇 시간이나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계기로 우리는 자주 만나게 되었다. 나는 유명 화가의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리면 기를 쓰고 기차를 타고 올라가서 볼 만큼 그림 전시를 관람하는 걸 좋아했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디자인을 선택했다. 미술대학에서는 교수의 추천까지 받았지만 현실은 혹독했다.        

       

 무엇보다 시간을 들여 그림을 그려야 했다. 부모님을 사고로 전부 잃고 동생 두 명을 데리고 살던 그녀는 그럴 수만은 없었다. 현실이 폭력이 된 것이다. 무난하지만 그녀의 실력이면 디자인으로 생계는 충분히 이어 나갈 수 있었다. 나는 그녀를 응원했다. 틈틈이 그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좋은 일인가. 만나서 데이트할 때도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작은 작업실에서 그녀는 그림을 그리고 나는 옆에 있어 주었다.     

          

 그렇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자괴감이 들었다. 동기들을 만날 때마다 그녀는 주눅 들어갔다. 안 그러려고 하는데도 그게 잘 안되었다. 그녀는 죽고 못 살았던 대학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점점 피하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그 친구들 대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었다. 그녀를 좋아했고 그녀 역시 나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녀의 두 동생 역시 나를 잘 따랐다. 명절에는 집으로 불러 같이 밥을 먹었다. 그녀는 회사에 다니며 착실하게 두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그러나 그녀 마음속 자괴감이 극심하게 올라올 때면 그녀는 제일 먼저 술을 찾았다. 처음에는 조금씩 마시던 술이 나중에는 술이 그녀를 집어삼키게 되었다. 우리는 데이트할 때도 술을 마시지 않았다. 그녀는 술을 마시면 절제가 되지 않았고 정신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그녀는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아서 병원을 찾아서 상담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 자신을 떠나지 않아서 고맙다고. 술만 마시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기 때문에 술만 피하면 된다. 나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어려운 것이 없다. 그렇게만 하면 쉬운 일이다. 술을 마신 후의 그녀는 너무 힘든 사람이지만 술을 마시지 않으면 한없이 사랑이 흐르는 사람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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