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열풍에 힘입어 아이폰3GS를 꺼내보았다. 11년 정도 되었으니(보통 오래된 기기를 말할 때 나온 년도에서 말한다. 아이폰3GS가 나온지는 11년이 되었지만 몇 년 사용하다가 아이폰4s로 바꿨으니 정확하게 11년 됐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만 이렇게 일일이 따지고 들면 까다로운 놈,라고 할까 봐 그냥 11년 된,으로 표기) 켜지기나 할까 싶었는데 웬걸, 켜지는 건 물론이고 사진첩이나 카메라, 인터넷 같은 것도 구동이 된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이 글도 아이폰3gs로 적고 있는데 메모장에 타이핑하는 반응이 아이폰6s보다 낫다.



아이폰3GS는 가볍다. 나는 화면이 큰 폰을 들고 다니지 않음에도 아이폰3GS는 엄청 가볍다. 한 손에 쏙 들어온다. 뭐니 뭐니 해도 지난 기기에 대한, 레트로에 기인하는 점이 마음에 든다. 레트로, 레트로 하는데 레트로라는 의미는 복고주의다. '레트로'라는 말에 적응이 될 만하면 '뉴트로', '빈트로', '힙트로' 같은 새로운 언어가 쏟아진다. 헬린이나 달린이처럼 조금만 적응했다 싶으면 이 세계는 그런 나를 무시하듯 새로운 언어를 마구 만들어내고 그 속에서 공유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왜 복고를 좋아할까. 외국의 소설가(이름을 까먹었다)의 한 구절에 따르면 우리가 고향을 좋아하고 이 땅을 무한애정 하는 이유는 유년의 기억이 그 속에 가득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년의 기억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서 걸어가기를 싫어하지 않는다. 그곳에는 아픈 기억보다 따뜻한 추억이 일상을 보내는 동안 손상받은 마음을 단단하게 안아준다. 그리하여 기꺼이 그 세계 속에 발을 담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더불어 지난 시간에 사용했던 기기가 열풍을 타게 된다. 지나간 과거의 기기로 무엇을 뭐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그걸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동안 추억에 웅크리고 있던 자신을 꺼낼 수 있다. 


근래에(몇 년 전부터) 나오는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은 80년대나 90년대가 주가 된다. 또 8, 90년대 유행했던 영화가 다시 재방되어 인기를 새롭게 얻는다. 요컨대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그렇다. 1, 2, 3편 모두 보는 동안 영화가 천재잖아!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미래는 2015년도인데 이미 5년 전의 시대가 되었다.


학생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왜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의 시대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이 될까,라고 한다. 최근의 원더우먼이 그랬고, 범블비 역시 배경이 80년대이며, 그 당시 유행했던 노래들을 범블비가 줄곧 틀어댄다. 넷플의 최고의 작품이었던 '기묘한 이야기' - 스트레인저 띵스, 의 배경도 80년대다. 영화나 드라마나 추천을 잘하지 않지만 이건 정말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왕좌의 게임과 함께 더불어 보고 나면 세계관이 넓어진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지만. 응답하라 시리즈 역시 90년대의 것들로 꽉꽉 채워져 있다. 왜 그러냐 하면 그 시대를 학생으로 보냈던 세대가 지금 현재 프로그램을 생산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8, 9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이 지금은 어떤 분야에서든 지휘를 하거나 창작을 총괄하는 수장이기에 현재 활발하게 8, 90년대가 배경이 되는, 위에서 말하는 레트로의 영화, 드라마, 음악이 나온다.


지금의 시대를 학생으로 보낸 사람들이 그 위치에 도달했을 때에는 아마도 전 세계를 뒤덮은 감염병에 대해서 파고들어 영화, 음악, 드라마가 지금보다 훨씬 세밀하고 정밀하게 그려질 것이다. 그날이 오면 지금의 시대에 대해서, 감염병과 감염병을 둘러싼 '어떤' 것에 대해서 제대로 난도질해주길 바란다.


어떻든 나는 그런 레트로 기기인 아이폰3GS를 반나절 사용해 보았다.  그리고 새벽에 잠이 깨서는 한 시간 정도 메모를 했는데 배터리가 생각보다 빨리 소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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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깼다. 이대로 잠시 누워서 음악을 좀 들었다. 5시 12분. 내 것 같지 않은 시간. 벌써 날이 밝아오는 걸 보니 이제 밤의 길이도 조금씩 줄어든다. 그에 맞게 피부도 변해간다. 아직 어둠은 짙은데 창으로 어둠이 밀려가는 것이 보인다. 지금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 일 때문에 타지방으로 가서 오전에 일어나서 밖으로 나온 기분과 흡사할 것이다. 여행이 아니라서 좋은 곳에서 일박을 하지 않고 타지방- 서울이라고 치자, 남산타워가 보이지만 어딘가 변두리 같은 인상이 풍기는 골목의 모텔이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제대로 잠을 설쳤다. 그 전날 짐을 풀고 잠시 나가서 문을 연 바비큐집에서 바비큐 치킨과 맥주를 마시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샤워를 하고 나서 누워 티브이를 트니 피곤한 몸과 몽롱한 정신으로, 그대로 밤을 지새웠다. 


잠이 오는데 잠이 오지 않는, 그런 묘한 밤을 보낸다. 낯선 곳이 주는 기묘함과 익숙지 않은 익숙함이 점점 잠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 5시가 좀 넘어 날이 조금씩 밝아온다. 일어나서 씻고 나갈 채비를 한다. 눈을 뜨면 늘 변기에 앉아 배설을 했지만 낯선 곳에서는 그것마저 여의치 않다. 예민한 성격과 예민한 몸인 것이다. 밖으로 나오면 날이 밝아 있지만 아직 해는 떠 있지 않다. 으스름한 푸른빛이 감도는 새벽의 시간. 누구도 보이지 않고 첫차의 버스가 지나가고 이른 출근을 하는 자동차들이 보인다. 새벽의 공기가 맑다. 공기 속에서도 낯선 냄새가 난다. 


그 냄새에 이끌려 새벽 장사를 하는 육개장 집을 찾아 들어간다. 사람들이 꽤 있다. 메뉴는 딱 두 개. 육개장과 갈비탕. 오늘 일을 보려면 아침은 먹어둬야 한다. 육개장을 주문하면 3분 만에 나온다. 코를 찌르는 육개장의 냄새 때문에 허기가 제대로 깨어난다. 후추를 좀 뿌리고 밥을 말아 한 숟가락 뜬다. 미원의 맛이 강하지만 그래서 좋다. 뜨거운 음식은 오히려 빨리 먹게 된다. 새벽의 시간 육개장을 먹는 사람들은 매일 이 시간에 이 벌건 음식을 후루룩 먹는 것일까. 다 먹고 밖으로 나오면 데워진 얼굴에 시원한 낯선 바람이 와서 닿는다. 그 기분이 나쁘지 않다. 아직 해는 떠 있지 않다. 낯선 곳을 두리번거리며 좀 걷는다. 모르는 곳의 새벽 거리를 거니는 재미가 있다.


분명 매일 잠을 자는 익숙한 집이지만 낯선 잠을 잘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잠을 설치고 잔 듯 만 듯 새벽에 깨어나는 경우가 있다. 베개를 좀 잘 못 베고 잤다거나, 전기장판의 온도가 좀 높아졌다거나 하면 예민한 몸은 낯선 곳으로 받아들이는지 새벽이 오는 소리를 듣게 한다.


새벽의 어스름한 시간은 대학교 모델링을 하며 밤을 지새울 때를 소환하기도 하고, 군대에서 마지막 야간 근무를 서면서 맞이한 여명을 떠올리게도 한다. 군대에서 야간 근무는 2시간씩 하는데 4시부터 6시까지의 마지막 근무는 오히려 낫다. 고참들은 대부분 잠들어 있고 본격적인 아침을 맞이하기 전 시간은 고요하고 평온하다. 야간 근무가 제일 좋은 시간은 20시부터 22시까지다. 9시에 저녁 점오가 있어서 무시무시한 점오 시간을 피할 수 있다. 막사 밖에서 막사 안의 점오 시간의 긴장된 순간을 보는 것 또한 묘미다. 큰 소리도 들리고 긴장된 시간의 압박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근무가 끝나고 들어가서 씻고 그대로 누워 아침까지 잠들면 된다. 


22시부터 24시까지의 근무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다. 점오가 끝나고 고참들에게 한 따까리 받을 시간에 근무 준비를 하기 때문에 열외다.  근무가 끝나고 들어오면 전부 잠들어 있기에 배가 고프면 대기실이나 세탁실에서 초코파이나 빵과 우유를 먹기에도 편하다. 요즘도 가끔 새벽에 들어와서 군복도 벗지 않고 세탁실에 앉아 빵을 먹는 꿈을 꾼다. 도대체 제대한 지가 언제인데 군대의 꿈은 질리지도 않고 꿈에 나타날까. 꿈이라서 호러스럽게 흘러간다. 


빵을 다 먹고 군복을 벗으려 하면 몸에 군복이 피부처럼 붙어 버려서 벗겨지지가 않는다. 꿈은 왜 늘 이럴까. 고작 스무 살 남짓 남자들이 하는 군생활인데도 비리가 많다. 마음에 들거나 고참에게 잘 보이는 놈은 어떻게든 야간근무의 시간 조절이 가능하다. 더러운 세상이다. 하지만 군대라도 새벽을 맞이하면 나쁘지 않다. 저 멀리서 밝아오는 여명을 맞이하는 하루는 인생에서 그렇게 많지 않다. 새벽의 푸르스름한 색채를 보는 건 나에게 있어서 가지지 못한 컬러를 채우는 일. 우리는 하루에서 새벽을 빼먹고 살아가지만 새벽이 없다면 그 멋진 저녁도 없을 것이다. 새벽은 우리에게 그런 감정을 가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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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3GS가 감성의 물건으로 치부되어서 그런지 이 폰으로 으스름한 새벽에 메모를 하니 글 내용도 그렇게 바뀌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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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이 마트와 다른 점은 5일장이 열리며 불경기에도 항상 북적인다. 그리고 마트에서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돼지국밥이 큰 무쇠 솥에서 펄펄 끓고 있다가 손님이 오면 토렴 해서 한 그릇 내준다. 상인들과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한 그릇 말아주는 국밥을 후루룩 먹고 간다. 진한 돼지국밥의 냄새가 가득 퍼져 허기진 배를 잡아당긴다. 마트와는 확실히 다른 전통시장 만의 컬러가 있다.


5일장을 찾으면 일단 촘촘하게 들어선 시장 상인들의 열기가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경기 불황의 여파로 인해 평소에 한산하던 시장도 5일장만큼은 꽁꽁 숨어있던 사람들을 시장으로 나오게 만든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사람인 동시에 가장 필요한 존재도 사람이라, 5일장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은 서로에게 그렇게 필요한 존재일 것이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를 가진 사람도 북적이는 5일 장을 찾는다. 아빠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는 장애인의 통에 기꺼이 고사리 손에 들려 있는 몇 푼을 넣는다.


시장표 쿠키를 파는 곳에는 주인 마음대로 이만큼 퍼주는데 말만 조금 섞으면 더 퍼준다. 저기 사브레처럼 생긴 계란 듬뿍 쿠키는 입에서 살살 녹여 먹는 맛이 있다. 이만큼 사다가 크리스마스에 접시 위에 올려놓고 파티를 즐기고픈 마음까지 든다. 맥주와 함께 하면 아주 좋을 것 같다.


전통시장에는 떡집이 있다. 할매? 이건 뭔데요? 술떡. 이거는요? 인절미. 여러 번 질문해서 잡을 들었어도 지나고 나면 다 잊어버리게 된다. 떡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전통시장에만 나오면 이 떡 저 떡 다 먹어 보고 싶다. 떡은 안주로도 손색이 없다. 칼스버그의 안주로 딱이다. 모든 것이 다 있는 편의점에도 떡만큼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한다.


돼지껍데기를 파는데 엄청 매워 보이지만 실은 매운맛이 없다. 돼지껍데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맛은 썩 좋지 않지만 돼지껍데기만의 맛이 있다. 돼지껍데기는 저대로 먹는 게 좋다. 집에서 데워 먹거나 조리를 하게 되면 껍데기가 흐믈렁 해져서 씹는 맛이 덜 한 것 같다. 돼지껍데기를 아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맥주와 함께 먹으면 된다.


전복, 멍게, 개불도 보인다. 개불은 횟집에서는 먹어 봤지만 집으로 가져와서 먹어본 적은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마트에도 개불이 있을 텐데 왕왕 마트에 갔을 때 멍게만 줄곧 사다 먹었다. 멍게나 전복은 집에서도 잘 먹지만 개불은 횟집에서만 먹어본 것 같다. 개불을 아주 맛있게 먹었을 때가 대포항에 갔을 때인데, 역시 맛이라는 건 추억이 크게 관여한다. 개불은 어쩐지 우리나라 사람만 먹는 것 같다. 어느 나라 영화에서도 개불을 먹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그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분명 먹을 텐데. 개불은 식감이 졸깃졸깃하니 역시 맥주와 함께라면 아주 맛있다.


여기 5일장에는 다른 전통시장과는 달리 피라냐를 판다. 피라냐는 튀겨 먹으면 아주 맛있다. 비타민이 그렇게 풍부하다고 한다. 튀기면 아미노산도 작살나게 나오기 때문에 굳이 양념 같은 것을 하지 않아도 감칠맛이 많이 난다. 피라냐는 다른 생선에 비해서 좀 비싸다. 그래서 피라냐는 버릴 것이 없는 생선이다.라고 하는 말을 믿는 사람은 없겠지요. 이 붉은 생선은 열기라는 생선으로 구우면 노릇하게 굽힌다. 맛있게 먹는 방법은 구워서 칼스버스와 함께 먹는 것이다.


잡동사니를 파는 곳을 구경하는 것은 재미있다. 별의 별것이 다 있지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도 없다. 자외선 차단제 위에 솔을 팔고 있는데 저 솔은 말괄량이 삐삐가 신발에 솔을 달고 빌라빌라콜라를 청소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말괄량이 삐삐는 맥주를 마시며 보면 아주 재미있다.


이런 전통시장의 재미있는 이야기도 코로나 이전의 이야기다. 사진도 코로나 이전의 사진들이다. 며칠 전에도 같은 5일장을 조깅을 하면서 왔지만 예전처럼 북적이지는 않았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래도 오면서 납작 만두와 시장표 닭튀김을 사들고 왔다. 평소에는 없다가 5일장에만 나타나는 파전 파는 코너가 있는데 돌아다니다가 거기에 앉아서 아저씨들 틈에 끼여 한 장 주문하여 막걸리와(나는 맥주를 먹고 싶지만 맥주는 팔지 않는다) 함께 먹는 맛이 있지만 코로나가 도래한 지금은 그런 모습은 볼 수 없다.


쥐포는 마요와 땡초를 섞어서 찍어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다. 하지만 이렇게 먹으면 살찐다. 시장표 닭튀김도 프랜차이즈 치킨만큼 맛있는데 소금에 후추를 뿌려서 찍어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아주 맛있다. 한 마리 다 먹고 나면 살찐다. 납작 만두는 기름을 두르고 구워서 맥주와 함께 먹으면 참 맛있다. 자꾸 뜯게 된다. 그러니까 살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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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10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활기가 넘치네요...술떡 자주 보기 어려운 떡인데.^^

교관 2021-02-11 12:30   좋아요 0 | URL
코로나 전의 분위기가 정말 활기가 넘치네요 ㅎㅎ. 요즘은 전통시장 안이 썰렁하데요. 먹거리가 빠지니까 ㅎㅎ ㅠㅜ
 

코로나가 오기 전 어느 봄날, 축구와 농구 경기를 쫓아다니며 보는데 우리는 참 이상한 경기에 빠져 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는 골대가 굉장히 큰데 점수가 쉽게 나지 않는다. 농구골대는 아주 작은데 점수가 많이 난다.


우리 인간의 몸에 달린 손과 발의 차이가 이런 경기를 만들어 냈다. 만약 발이 손처럼 진화를 하여 같아진다면 어떤 경기가 나올까. 그렇게 되는 세상에서는 인간의 생활은 또 어떻게 변할까. 진화가 된 발은 손처럼 더 이상 신발 속에 들어가 있기를 거부할까. 이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하루를 보냈던 예전 어느 날이 있었다.


영화를 보다 보면 결정적인 한 장면이 눈에 들어올 때가 있다. ‘구구는 고양이다 1’에서도 눈에 들어오는 한 장면이 있었다. 우미네코가 되고픈 꼬마 아이는 손과 발의 경계를 허물었다. 아마도 꼬마 녀석은 바다고양이가 되어 인간에게서 자유로워져서 날아가고 싶은 것이 아닐까.


구구는 고양이다, 에는 손과 발의 경계가 모호한 고양이가 잔뜩 나오고 그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도 가득 나온다. 코지마를 비롯한 주인공들의 모습은 어쩐지 고양이를 닮았고, 이 세상 어디에서 진흙투성이가 되더라도 마음껏 세상을 즐겨도 괜찮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생활이 시간을 타고 흘러간다.


구구는 코지마에게 두 번째의 고양이다.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사랑받는다. 첫 번째에게 성실하지 못한 자신을 떠올리며 두 번째에게는 더 많은 사랑을 붓는다. 그래서 어쩌면 인간이란 실패한 사랑을 만회하려고 다시 시작하는 사랑에서는 앞서 못한 사랑을 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불혹을 넘겨 더 나이가 들어 불륜에서 가장 타오르는 무서운 사랑을 하는 것일까.


손과 발의 경계가 모호한 고양이는 앞발과 뒷발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우리고 손과 발이 두 번째가 되면 더 사랑을 받을까. 손이 중요할까 발이 더 중요할까. 닭이 먼저일까 알아 먼저일까. 하지만 우리는 손과 발의 중요성을 까맣게 잊고 살아가고 있다.


봄날의 날처럼 부옇고 코가 간질거리는 날이다. 고양이 털 속에 숨어 들어가 고양이를 괴롭히며 졸음에 겨워 하루를 비비는 벼룩이 되고픈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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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옥희가 옥희한 영화다. 몇 가지의 버전을 봤지만 전영선의 옥희가 가장 재미있다. 이 영화는 아마도 누구나 한 번 보면 두세 번은 더 보지 싶다. 옥희는 요즘으로 치면 메신저다.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이 영화는 묘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인 사랑방 손님인 아저씨 김진규와 어머니인 최은희, 두 사람은 참 재미가 없다. 몹시 평면적이고 스테레오 타입으로 보인다. 전형적이고 배경에 묻어 있는 것 같은 주인공들인데 기묘하게도 옥희를 통해 두 사람은 아주 입체적이 된다.


옥희뿐 아니라 식모 아줌마인 도금봉, 그리고 계란 장수인 김희갑 덕분에 영화가 지루하지 않고 복선에 사건에, 그렇게 흘러간다. 무엇보다 옥희 덕분에 영화는 반짝인다.


옥희는 아저씨의 등장으로 인해 그저 신나기만 하다. 끊임없이 엄마와 아저씨에게 서로의 이야기(속마음과는 다른 묘한)를 전달하며 종알종알 재미를 알아간다. 옥희는 아저씨의 사랑방에 자주 놀러 간다.


아저씨의 밥상 앞에서 “찬이 없어서”라고 하면 김진규가 흐흣하며 기막힌 웃음을 짓고 대화를 하다가 옥희가 좋아하는 삶은 달걀을 아저씨도 좋아한다고 하니 “어머나”라는 옥희표 추임새는 정겹기만 하다.


옥희는 몸이 불덩이가 되는 와중에도 아저씨 방에 놀러 가고 싶어 하고, 아저씨만 찾는다. 의사까지 찾아오고 옥희는 어떻게 될까. 영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말하지만 열린 결말이다. 61년도의 실 풍경이 그러했겠지만 당시의 영화나 문학 등 예술은 봉건 제도나 과부에 대한 편견을 깨려고 노력을 한다.


무엇보다 좋은 건 영화 내내 쇼팽의 녹턴이 배경 음악으로 나온다. 아주 묘하게 어울린다. 6살 옥희의 시선을 따라 영화는 엄마와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는 순수하고 맑다. 외국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있다면 한국에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가 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영화다. 오래전 최은희가 메릴린 먼로의 옆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던 것처럼.

https://youtu.be/c_bWx5n0n8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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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서울의 지붕 밑'이다. 61년에 나온 '서울의 지붕 밑'은 동네를 주름잡고 있는 한의사 김학규의 한약방 맞은편에 최두열이라는 젊은 양의가 들어와 버린다. 그런데 그놈이 또 자신의 딸, 인두질을 하는 최신식 미용실을 하는 현옥과 눈이 맞아서 열불 터진다. 이 동네에서 가장 사람들의 선망을 얻고 있는데 이 놈의 딸이 자꾸 맞은편의 양의와 눈을 맞춘다. 법이 마음에 안 들었던 김학규는 친구들의 권유로 시의원에 나가게 되지만 낙선하게 되고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딸을 위해 결국 두 사람의 사랑을 인정해 준다는 내용이다.


허준호의 아버지인 허장강, 코믹의 대부 김희갑, 그 당시 영화를 보면 거의 다 나오는 김승호부터 도금봉, 황정순까지 싹 다 나온다. 구봉서의 젊은 모습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최은희의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다. 최은희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로 알려져서 그렇지 당시 다른 여배우들과는 달리 서구적인 미모를 자랑했다. 이광수의 '무정'을 영화화한 것에도 출연을 했고 '해녀'나 다른 영화를 봐도 최은희 만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서울 지붕 밑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서민이지만 그래도 꽤 중산층이고 그중에서도 '상'이다. 레어먼드 카버가 쓴 소설들의 주인공들처럼 중산층으로 그 자식들은 죽으라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영화는 내내 유쾌하지만 아직 61년이라 전쟁의 여파에 시달린다. 극 중에서 전시에 남편을 잃어버린 최은희도 그렇고, 한국의 생활 전반에 거의 최빈국에 가깝다.


첫 장면은 동네 주모(황정순)의 딸인 점례가 몸이 이상해서 한약방을 찾고 진맥을 짚어보는 김학규가 혼전임신,라고 하며 술집 주인은 주모라서 자신을 무시한다며 펄떡 뛰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진맥 보는 과정에서 딸의 윗도리를 벗게 하고 문방 너머에서는 김희갑과 허장강이 구멍을 뚫어 그 모습을 훔쳐보려고 하고, 그 과정에서 딸은 울면서 뛰쳐나가고, 요즘에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60년도에는 일어나고 있었다. 점례를 임신시킨 사람은 김학규의 백수 아들 현구(신영균)다.


그 당시에 젊은 양의 최두열(김진규)과 남편을 잃은 현옥(최은희)의 사랑은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두 사람은 봉건 제도를 무시했던 소설 '무정'의 영채와 선형처럼 부모 세대라는 엄청난 벽을 깨고 시랑을 쟁취한다. 70년대 티브이 속 서민들의 애환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 시초가 '서울의 지붕 밑'이다.


김진규는 김승호의 바통을 이어받아 이후 모든 영화의 주연을 차지했다. 내가 본 김진규의 마지막 영화가 '삼포 가는 길'이었다. 황석영의 소설이 영화가 되었는데 젊은 백일섭의 "지랄로"라는 대사가 착착 달라붙고 백화로 나온 문숙이 너무나 예뻤던 영화였다. 마지막 헤어질 때 정류장에서 먹던 삶은 계란이 영화를 통틀어 가장 슬픈 계란이 아닌가 싶다.


서울의 지붕 밑을 보고 있으면 꿈을 꾸는 것 같다. 아주 선명한 꿈. 하지만 선명한 꿈도 결국 선명하지 못한 현실 속으로 들어가 소멸하고 만다. 그리고 그런 꿈이 존재했다는 것조차 언젠가는 다 잊어버리게 된다. 신영균을 제외한 영화 속 모든 주인공들이 꿈처럼 사라졌으니까.


https://youtu.be/XxMG1IhCL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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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고전영화에 관해서는 모친과 이야기를 하면 잘 통한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에서 전영선이 어떻게 캐스팅이 되었는지부터, 아버지는 누구이며 같은 이야기를 줄줄 한다. 어머니는 오래전 못 말리는 영화 소녀로 촌구석에서 동생(작은 이모)과 사촌 동생들과 함께 극장이 있는 시내까지 가서 하루 종일 영화를 봤다. 로버트 레드포드, 비비안 리, 그레이스 켈리 같은, 어머니가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가 하는 날이면 원주 시청에서 일을 하는 외삼촌을 졸라 영화 티켓을 구입해서 첫 상영할 때 들어가서 끝나면 보고 또 보고, 하루 종일 영화를 관람했다. 아름다운 배우들의 연기에 마음을 다 빼앗겼다고 했다. 마치 우유에 젖은 카스텔라처럼 부푼 마음으로 영화를 본 이후에는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그런 오래된 영화들을 지금 내가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영화들을 지난 세대와 영화적인 언어로 이야기한다. 그건 뭐랄까 영화의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가 봤던 영화를 자식이 커서 다시 보고 그 영화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나는 한국 고전영화를 꽤나 좋아한다. 그래서 ‘자유부인’이나 ‘서울의 휴일’처럼 50년대 영화부터 ‘오발탄’, ‘아빠의 청춘’, ‘언니는 말괄량이’, ‘서울의 지붕 밑’처럼 60년대의 영화도 많이 봤다. 우리나라는 60년대가 영화의 르네상스였다. 엄청난 영화가 지치지 않고 우는 옆집의 100일 된 사내아이처럼 끊임없이 극장가에 걸려 사람들의 여가를 채웠다. 하지만 대부분 수도 서울의 극장에만 걸려서 지방과 서울의 사람들은 문화 형성의 차이가 아주 심했다. 60년대에는 엄앵란과 신성일이 학생 정도의 나이인데 그때부터 영화에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김승호, 김진규 세대 다음으로 신성일과 엄앵란이었다. 


전영록의 부모인 황해와 백설희도 배우이며, 쌍칼로 유명한 박준규의 아버지 박노식(박준규는 어린 시절에 집이 2층짜리에 마당도 넓은 저택에서 살아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다), 허준호의 아버지 허장강, 최민수의 아버지인 최무룡 등 그 시대에 가장 잘 나가는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들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 봐도 꽤나 재미가 있다. 그리고 여배우들로는 한은진, 최은희, 도금봉 등 여배우들은 거의 1세대 내지는 1.5세대인데 나이가 다 비슷해서 누군가는 시어머니, 누구는 식모, 누구는 딸이나 며느리로 나온다. 서울 지붕 밑을 봐도 비슷한 배역으로 나온다. 


일본으로 치면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나 ‘산 자의 기록’, ‘7인의 사무라이’이 나오는 배우들이 다 비슷하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이나 7인의 사무라이를 보기를 권장한다. 7인의 사무라이는 3시간 정도 되고 흑백시대의 영화인데 전혀 지루하지 않다. 7인의 사무라이는 몇 해 전에 이병헌이 나오는 ‘매그니피센트 7’로 리메이크되었다.

우리나라 고전 영화는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나뉘는 것 같다. 서양의 영화(로마의 휴일이나 가스등 같은 영화)나 일본 영화를(맨발의 청춘) 따라 만든 영화들이 있고, 우리나라 문학 소설을 영화로 만든 문예영화가 있다. 가장 유명한 영화는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영화로 만든 ‘안개’가 있고 ‘김약국의 딸들’ ‘오발탄’ 등 아주 많다. 그리고 참 재미있다. 왜냐하면 소설이 무척 재미있게 때문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 고전 영화를 보려면 EBS에서나 하면 보거나 지역의 작은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소극장 같은 곳에서 상영을 하면 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지역은 모르겠지만 내가 있는 도시에는 한 군데가 있었는데 상업영화보다 두 배 정도 비쌌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로 많은 한국 고전 영화를 볼 수 있다. 컴퓨터 모니터만 크다면 정말 극장에서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5, 60년대를 지나면 서서히 컬러가 입힌 영화들이 나온다. 얄개시대부터 병태가 나오는 바보들의 행진, 병태와 영자 등으로 이어진다. 또 정윤희, 금보라, 김창숙 같은 배우들의 스무 살 시절의 모습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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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8 1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교관 2021-02-09 11:37   좋아요 1 | URL
맞아요 ㅎㅎ 외국도 그런 거 같아요. 얼마 전에 죽은 커크 더글라스의 아들도 마이클 더글라스이고 그의 부인은 캐서린 제타존스에 아마도 그들의 아들, 딸들도 전부 이쪽으로 활동하지 않을까 싶어요. 자연스럽게 ㅎㅎ. 골디 혼도 그녀의 남편은 커트 러셀 ㅎㅎ 그들의 딸은 케이트 허드슨, 아들은 올리버 허드슨, 전부 영화배우들인게
 

나는 껌을 매일 씹기 때문에 껌을 자주 구입한다. 주로 후라보노 껌을 구입하는데 어쩌다가 다른 껌이 씹고 싶을 때가 있다. 후라보노 껌은 9개들이 800원이다. 정확한 제품명은 '후라보노 쿨민트'다. 식품유형은 추잉껌, 품목보고번호도 있다. 품목보고번호가 무엇인지 몰라서 찾아보니 가공식품에 붙는 번호이며 제조공장에서 나올 때 붙는다고 한다. 이 정도로만 알자. 업소명 소재지는 아무튼 청주에 있다.


껌을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를 보면 백설탕이 들어간다. 설탕의 맛은 처음 씹었을 때 한 번 나고는 그 후부터는 껌의 물컹한 물성만을 느끼며 씹게 된다. 그리고 껌베이스라는 게 들어간다. 모르니까 일단 찾아보자. 껌베이스를 찾아보니 껌의 바탕이 되는 물질이라고 한다. 껌에 씹힘의 성질을 주는 불용성 물질이다.라고 되어있다. 불용성이라는 말은 ‘어떤 화합물이 특정한 용매에 대해 매우 작은 용해도 밖에 나타내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공부를 못해서 일일이 찾아봐야 알 수 있다.


포도당이 들어가고 합성 향로와 천연 향로가 들어간다. 포도당은 단당류로 피곤하다고 해서 링거로 포도당을 맞기도 한다. 합성 향로는 쉽게 말해서 기름 같은 것에서 합성한 향로를 말하는 것 같다. 기름이라고 한다면, 정유, 석유, 콜타르, 유지 같은 것들을 출발 원료로 하여 화학적으로 합성한 향료다. 왜 이런 걸 집어넣나 하고 잠시 생각을 해본다. 옆에 천연향료(맨틀)만 넣으면 될 텐데,라고 하지만 그러면 또 가격이 껑충 오르려나. 맨틀을 글자 그대로 검색을 하니 지각과 핵 사이 구간으로......라고 나온다. 넘어가는 걸로.


후라보노답게 녹차 추출농축액이 들어간다. 들어가는 첨가물 중에서 제일 있어 보인다. 그리고 글리세린이 들어간다. 글리세린은 정말 여러 가공식품에 다 들어가는 것 같은데, 글리세린은 원래 관장, 윤활, 보습 등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이란다. 글리세린의 단일제는 관장약과 윤활제로 사용되고, 복합제는 크림이나 점안액, 주사제 등에.... 이것도 여기까지 하고 넘어가자.


식물성 유지는 식물에서 채취하는 유지다. 기름 같은 것이다. 야자유, 팜유 같은 것이다. 치자청색소는 천연 색소라고 한다. 치자 추출액을 이용하여 얻는 것이라 한다. 모든 천연색소 중 안정성이 가장 우수하다,라고 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천연색소라고 해서 뭐든 믿고 다 안정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홍화황색소도 들어가는데, 역시 천연 색소로 홍화, 라는 꽃, 잇꽃의 관상화를 물로 추출하여 얻는다고 한다. 다른 황색소에 비해서 역시 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한다. 이 홍화황색소가 치자청색소와 배합되어 녹색 색소로 사용된다고 하니 이 둘이 후라보노 껌의 색을 결정짓는 모양이다. 뭐 어쨌든 신기하다.


감미료로 수크랄로스가 들어가는데 설탕에 비해 600배의 단맛을 가진 무열량 감미료라고 한다. 수크랄로스는 껌, 건과류, 발효유류, 영양보충용 식품에 다 들어간다. 고로 건과류라고 해서 많이 먹지 말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식물성 유지로 경화유가 들어가는데 고형의 인조 지방이다. 비누나 양초에도 사용된다. 고형의 인조 지방이라고 하니 마치 '알리타'나 '고스트 쉘'에나 나올 법한 말이 아닌가 싶다. 


들어가는 재료의 사용처를 알고 나니 껌을 씹는 것을 한 번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만 같다. 온통 기름과 색소로만 되어 있다. 로알드 달도 껌에 대해서 썩 좋지 않게 소설을 썼다. 알고 계신지. 바로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잘 나온다. 하루 종일 껌을 씹는 바이올렛이 윌리 왕카의 경고를 무시하고 계속 껌을 씹어대다가 몸이 불어나서 블루베리 껌으로 변하기도 했다.


껌 하면은 오래전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하던 광고. 쥬시후레시,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 오오 롯데껌, 좋은 사람 만나면 나눠주고 싶어요,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 하던 광고 송이 맴맴 돈다. 껌이라는 게 그저 스쳐 지날 수 있는 일종의 기호식품인데 그 시장이 아주 넓고 크다. 생각해보면 껌은 위에서 말한 전혀 입에 들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재료들로 여차 저차 해서 입 속에 집어넣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하니 모든 나라에서 껌을 제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껌을 잘 만들면 아마도 저 멀리 어떤 나라에 열심히 수출을 할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면 알 수 없는 나라의 알 수 없는 사람들은 끊임없이 껌을 씹고 있다. 야구선수들 역시 껌을 씹는다. 


후라보노에서 200원을 더 주면 저렇게 껌종이에 그림과 글이 그려진 껌을 구할 수 있다. 이백 원이 더 비싼 대신 껌의 맛이나 양과는 무관하다. 그런데 저 그림과 글을 보면 좀 작위적이다. 인위적인 글과 그림 말고 건강에 관련된 그림과 글에는 ‘똥을 잘 싸고 잘 누자’라든가, 식사 한 번 먹자는 글과 그림에는 ‘지금 당장 지에스25에서 만나서 신라면 컵라면이나 먹지’ 같은 글과 그림으로 농심도 광고하고 편의점도 같이 광고를 하는 재미를 주면 어떨까. '껌은 언제 씹을 때 좋을까? 바로 지금" 같은 문구면 참 재미있을 텐데,라고 생각해보지만 그럴 일은 택시를 타면 라디오 헤드의 노래가 나올 확률만큼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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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1-02-07 2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껌종이에 외국 시 위주로 적혀있던 에뜨랑제 라는 껌도 있었죠.

교관 2021-02-08 12:32   좋아요 0 | URL
에뜨랑제, 잘 몰라서 검색해서 이미지를 돌려봤는데 속옷만 잔뜩 나와서 밑으로 계속 내리다보니 ㅎㅎ. 시가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잉크냄새 2021-02-10 02:14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ㅎㅎ 껌종이 있으면 한번 올려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