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는 바닷가는 고래로 유명하기에 바닷가를 따라 죽 돌아가면 포구가 나오고 포구를 지나면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있고 운이 좋으면 그곳에서 그물에 걸린 고래를 해체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곳을 슬도라 부르는데 드라마도 몇 번 찍고 등대마저 리모델링을 싹 해버려 분위기가 젊은 취향으로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 세련된 카페도 들어서면서 그야말로 관광지가 되어 버렸다. 유명해져 버렸다. 예전의 소담한 등대가 슬도를 지키고 있고 그곳에 앉아 가만히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었던 기억은 이제 추억으로만 자리를 잡았다.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곳이기에 많은 찍사들이 찾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많아진 다음에는, 그러니까 등대가 태권브이에서 84 태권브이처럼 이상하게 변해버린 후에는 나는 가지 않게 되었다. 사람이 없을 때는 자연의 소리가 광활한 바다에 가득했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소음이 있을 뿐이다. 사람들은 기를 쓰고 고요한 곳을 찾아가서 망가트리는 운명을 지닌 것 같다. 룰루랄라 가서 야호 하며 기묘하지만 자연을 망가트린다. 


그곳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보면 가끔 그물이 걸린 고래의 해체 작업을 볼 때가 있다. 고래가 육지에 오르는 순간 엄청난 양의 얼음이 트럭으로 실려온다. 그리고 장팔사모와 청룡은월도 같은 긴 칼을 들고 몇 명의 건장한 20대 중반 청년들이 장화를 신고 고래의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신기하다고 생각이 든 건 티브이에서 참치의 해체를 하는 장인은 그 횟집에서 가장 숙련되고 오래된, 나이가 지긋한 경험자가 숙달된 솜씨로 참치를 해체하는데 고래의 해체를 20대 청년들이 하는 것에 사뭇 놀라고 신기했다. 뭘 잘하겠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영화 속 장비와 관우처럼 능숙하게 고래를 해체하는 것이 아닌가.


먼저 배를 가르면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어마 무시한 양의 피가 흐른다. 그때 재빨리 호스를 잡고 있던 사내가 물을 뿌리고 트럭에서 또 다른 사내는 삽으로 얼음을 퍼 배를 가른 고래의 몸속에 붓는다. 영차영차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작업이기에 모두의 얼굴에서 웃음기는 걷혀있다.


장팔사모가 고래의 큰 부분을 해체하고 나면 청룡은월도가 지느러미와 꼬리 등 세세한 부분을 몸통에서 잘라낸다. 역시 엄청난 피와 분비물이 흘러나온다. 


물과 얼음. 


그렇게 불과 두어 시간 만에 크나큰 고래는 촘촘하게 조각조각 난 고기로 변하게 된다.


크고 검은 고래는 작고 보잘것없는 빨강과 하양으로 분리되어 어딘가로 배출된다. 그것을 보고 있으면 맹렬한 컬러다. 붉은색이라는 단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빨강과 흰색보다 더 순수한 하양은 강렬하고 맹렬하다. 몸속에서 신열의 발화로 몸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 같다. 바닷속에서 고요하게 숨죽이고 있다가 바다 위에서 숨 쉼과 동시에 찰나로 맹렬하게 빛을 낸다.


이런 모습을 가끔 볼 수 있다. 더 운이 좋으면 배에서 육지로 고래를 옮기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밑의 사진은 필름으로 촬영을 했다. 몸통에서 분리되는 과정을 사진으로 다 담았는데 보면 징그럽기에 결과물 사진만 올려본다.  



이렇게 분리된 고래는 고래고기가 되어 고래고기 전문점으로 팔려 나간다. 인간이 맛있게 먹는 모든 것에는 지정할 수 없는 희생이 반드시 있다. 비록 그것이 살아있는 생명체가 아니더라도 인간이 입으로 먹을 음식에는 누군가가 희생을 반드시 치르고 있다.



지금은 슬도라고 검색을 하면 무시무시한 등대의 모습과 잘 가꾸어진, 어느 관광지에서나 볼 법한 그런 관광지에 들어맞는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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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준비를 하고 에드워드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정들었던 이 최고급 호텔을 나간다. 이 남자의 시간이 있고 나의 시간이 있다. 이 남자의 삶에는 시간의 정체나 흐트러짐은 없지만 착실하게 흘러간다. 하지만 나의 시간에는 정체가 가득하다. 이제 이 남자를 보내줄 때가 왔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또 다짐했지만 한쪽 구석에서는 계속 그를 잡아,라고 외쳤다.


 심란하고 불안하고 이상한 기분으로 에드워드를 기다리고 있는데 스타키 그 인간이 들어왔다. 스타키는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 심통이 가득해서 꼭 호러 영화 속에 나와서 4분 만에 죽는 못된 단역배우의 얼굴 같았다. 스타키는 화가 난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에드워드가 모스의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포기해버렸다고 했다. 속으로 나는 야호! 를 외쳤다. 그로 인해 이번에 공들인 돈이 날아간 이유를 나에게 돌렸다. 스타키는 그런 인간이었다.


 에드워드는 집에 들어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나는 스타키에게 말을 하고 소파에서 에드워드를 기다렸다. 하지만 스타키는 자기 화에 자기가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집? 집이라고? 이봐 여기는 호텔이야.


 내 옆으로 다가와 찰흙을 벽에 집어던져 흐르는 얼굴로 창녀, 길거리, 솜씨, 더러운, 같은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며 나를 덮쳤다.


 이 개새끼가 저리 가! 나를 덮치려는 스타키의 팔목을 깨물었다. 그때 뜨거운 것이 얼굴에 닿는 기분이 들었고 동시에 나는 소파 밑으로 벌렁 쓰러졌다. 화가 오를 대로 오른 스타키는 내 몸 위로 올라왔다. 저리 가 이 개새끼야! 스타키의 몸은 무거웠고 나는 발버둥을 쳤다. 욕을 마구 해서 구역질이 났고 얼굴이 아파서 힘도 없었다.


 그때 스타키가 내 몸에서 무엇에 의해 떨어져 나갔다.


 스타키, 난 널 해치기 싫어!


 에드워드, 이미 넌 나를 해쳤어! 고작 저 창녀 때문에,라고 말하는 스타키에게 에드워드는 주먹을 휘둘렀다. 에드워드의 주먹은 스타키의 코에 그대로 붙었고 눌린 찰흙의 얼굴에서 피가 났다. 에드워드가 나를 구했다. 마치 동화 속 기사처럼. 칼을 빼서 휘둘러 나를 구했다.



 에드워드는 부은 내 얼굴에 얼음으로 찜질을 해 주었다. 그 역시 오른손이 부어서 붕대를 감았다.


 남자들은 왜 여자들의 얼굴을 그렇게 때리죠? 고등학교에서 그렇게 배우나요?


 다 그렇진 않아.


 나는 에드워드에게 모스 씨와의 결정을 잘했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모스 씨의 회사를 빼앗지 않아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그렇게 타인을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손에 꽉 쥐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부드러운 손길로 찜질을 해주고 한 손으로는 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나는 또 다짐했던 마음에 금이 가려했다. 일어나서 가려는데 에드워드는 나를 붙잡았다.


 매번 스타키 같은 당신의 친구가 나타날 텐데 그때마다 주먹을 휘두를 건가요?


 비비안 당신이 가려는 진짜 이유가 아니야 그건. 얼마나 더 원해?


 에드워드는 속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전 동화처럼 되길 원해요.


 내 말에 에드워드는, 그런 일은 불가능해.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합의된 돈을 나에게 정중히 지불했고 우리는 짧은 인사를 끝으로 나는 방을 나왔다. 로비에서 아버지처럼 대해준 톰슨을 만났다. 그 역시 변함없이 직원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그는 에드워드와 같이 뉴욕이 가지 않느냐고 했다.


 우리가 사는 건 현실이지 꿈이 아니에요.


 톰슨은 나를 위해 리무진을 준비시켰다.


 잘 지내요 톰슨.


 또 놀러 와요 비비안 양.




 리무진을 운전하는 데릴은 음악을 틀었다.

 록시트의 It Must Have Been Lover가 흘렀다.


 I wake up lonely, is there a silence

 In the bedroom and all around

 Touch me now, i close my eyes

 And dream away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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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gWfIna8JtGw


여름에 보는 러브 액츄얼리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러브 액츄얼리는 어째서 여러 번 보게 되는 영화가 된 것일까. 러브 액튜얼리는 그야말로 영국배우들에, 영국사운드트랙의, 영국소품- 요컨대 레인지로버, 재규어들로 가득한 영화다

영국을 위한 영화인데 영화를 잘 들여다보면 또 그렇지 않은 장면도 있고 그것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다. 샘으로 나왔던 토마스 생스터가 마의 호르몬 분출기를 잘 겪은 탓에 멋진 청년이 되었다

나는 휴 그랜트를 참 좋아하는데 예전에는 휴 그랜트만의 오우, 오, 음, 하는 의성어 추임새 같은 것들을 영화를 보고 곧잘 따라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휴 그랜트를 1도 닮지 않았다는 걸 안다

휴는 영화 속에서 멋진 영국의 리더로 나온다. 위트 있고 엉뚱하고 신사적이고 마지막으로 골 때리는 수상으로 나온다. 휴 그랜트가 가슴이 뻥 뚫리는 대사를 영화에서 한다. 미국 대통령과 면담 후 기자회견장에서 그 장면이 나온다

관계란 단어는 많은 죄를 덥죠. 양국 관계는 악화됐습니다. (미국)대통령께선 자국에 필요한 것만 취하려 들고 영국이 원하는 건(이때 나탈리를 쳐다보는 특유의 처진 휴 그랜트의 눈빛) 무시했어요. 영국은 작지만 위대한 나라입니다.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스, 숀 코네리, 해리포터도 있고 데이빗 베컴의 오른발 아니 왼발도 있구요. 위협하는 자는 친구가 아닙니다. 힘에는 힘입니다. 이젠 영국도 강해질 겁니다. 미국은 대비해야 될 겁니다

이 대사를 듣고 있으니 차인표가 떠오른다. 차인표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벌써 장편 소설을 두 편이나 냈다. 나는 그 두 편을 다 읽었는데 글을 참 잘 쓴다. 한 편은 영화가 되기도 했다. 좋은 내용이지만 망했다

차인표는 피어스 브러스넌 주연 007에서 북한장교 역할이 들어왔을 때 과감히 출세의 길을 포기해버린 일화가 있었다. 나라를 움직이는 정부의 관료들이 하지 못한 일들을 영화배우들이 국민들의 소리를 대신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배우들은 문화를 이루고 있고 문화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 일선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러브 액츄얼리에는 멍하게 보이는 눈을 가진 영국청년이 가방에 콘돔을 잔뜩 넣어 미국으로 여자를 만나러 가서 아메리카 여성 세 명을 만난다. 그중에 한 명은 엘리샤 커스버트도 있다. 5분 남짓 나오는데 섹시함을 뽐낸다. 커스버크보다 10배 섹시한 데니스 리차드도 나온다

그때 사운드트랙으로 더 콜링의 Wherever You Go가 나온다. 더 콜링은 미국밴드다. 이 노래는 유명했다. 좀 더 노래가 영화 속에 나와도 될 법 한데 영국 영화라 그런지 미국 노래가 아주 잠깐 나온다. 더 콜링은 서태지의 팬이다. 서태지의 ‘아침의 눈’을 기타를 치면서 한국어로 부른 영상으로도 유명했다

영화 마지막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독일 출신의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도 나온다. 웨스트 라이프의 리메이크 노래 업타운 걸의 뮤비에서도 길죽길죽한 클라우디아 쉬퍼가 나온다

영화는 마지막에 영화의 첫 장면인 히드로 공항을 보여준다. 그곳에서 영국청년이 데리고 온 미국의 섹시한 여성들이 보인다. 이렇게 대중은 인중과 국경에 상관없이 서로 공유하며 소통을 하는데 정치인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사랑보다 더 큰 고통이 어디 있어요? 라고 샘이 아빠인 니암 리슨에게 말한다. 세상에는 증오가 가득 할 거 같지만 사랑이 곳곳에서 우리를 따뜻하게도 또 칼질 하듯이 아프게도 한다. 증오보다는 사랑이 행불행을 동시에 전한다. 뜨거운 날에 따뜻한 영화를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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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치 통조림을 따서 잘 부은 다음 된장을 넣고 김치와 감자를 넣어서 팔팔 끓이면 된다. 그러면 꽤 먹을만한 꽁치 찌개가 된다. 옆에서는 꽁치 비린내가 나니까 뭘 넣어라, 무엇을 좀 가미해라,라고 하는데 꽁치에서 나는 비린맛이 나쁘지 않다. 그러고 보면 나는 비린맛을 꽤 좋아했다.


요즘은 비린맛을 예전만큼 먹지 않는데 예전에는 마트에 돌고래 고기가 들어오는 날이면 가서 덥석 집어와서 먹었다. 여기는 고래의 도시이니까 운이 좋으면 전통시장에서도 고래고기 수육을 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고래는 포유류이며 차가운 바다를 다녀야 하기 때문에 지방이 많다. 그래서 수육으로 요리를 잘하지 못하면 비린내가 엄청나다. 마트에서 파는 고래고기는 전문점만큼 맛을 내지 못하는데 나는 좋았다. 비린맛이 좋았던 것이다. 고래고기를 한 번 먹고 나면 온 집에 비린내가 배겨서 모두가 욱욱 거리게 된다.


고등어구이도 좋아하는데 구워 놓고 하루나 이틀 정도 지난 고등어가 맛있다. 그러면 고등어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면서 비린맛이 난다. 구워 놓았을 때보다 하루 정도 지난 고등어구이의 맛, 그 비린 맛이 좋았다. 돼지국밥도 깔끔한 맛이 좋지만 전통시장 안에 있는 국밥집에서 토렴을 해서 주는 곳 중에서 꼬릿 한 맛이 나는 돼지국밥이 있는데 역시 그게 더 맛있다. 왜 그런지, 언제부터 그런지 나도 잘 알 수 없다. 근래에는 예전만큼 비린맛을 찾아서 먹지는 않지만 있으면 또 먹게 된다.


비린맛의 추억이 하나 있다. 대학교 때 자취방에 아이들이 자주 몰려왔다. 건축과의 아이들은 불도저 같은 모습이 있었고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가 발동이 걸리고 돈이 모자라면 어김없이 나의 자취방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주로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자취방에 아이들이 오는 것이 그렇게 싫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안주로 김이나 고추장이나 식용유(이런 건 왜 사들고 오는지) 같은 것들을 들고 와서 술을 마시고 갈 때는 다 놔두고 간다. 하지만 좁은 방에서 아이들이 술을 마시며 떠들고 놀다간 후의 자취방은 그야말로 환멸 그 자체다.


하루는 안주가 다 떨어졌다. 소주는 아직 3병이나 남았다. 나를 제외하고 4명의 아이들은 거동을 못 할 정도로 만취했지만 소주는 비워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안주가 하나도 없었다. 냉장고는 텅텅 빈 고래의 뱃속 같았다. 술이 취하면 냉장고에 양말을 넣어두는 녀석이 있었다. 그러면 양말에서 발 냄새가 안 난다고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발 냄새가 냉장고에 스며들어서 기묘한 냄새가 냉장고에는 늘 도사리고 있었다.


할 수 없이 마트에 가서 꽁치통조림을 사 왔다. 꽁치통조림을 어떻게 먹느냐 하면 휴대용 가스레인지에 젓가락 두 개를 올린다. 그리고 뚜껑을 딴 꽁치통조림을 젓가락 위에 올리고 불을 켠다.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그 냄새에 우리는 도취된다. 통조림 속의 꽁치가 익어가는 냄새는 매혹적이다.


잘 끓어오른 통조림의 꽁치를 그대로 전기밥솥에 붓는다. 그래서 밥과 비빈다. 그러면 아주 좋은 안주가 된다. 식사로도 그만이다. 아이들은 남은 소주를 비우며 안주를 먹고 무슨 이야기인지도 모르며 점점 술에 잠식되어 갔다. 그리고 녀석들은 그대로 나의 자취방에서 잠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상했다. 모두 없었다. 방을 대충 치우고, 닦고, 씻고,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니 아이들이 대역죄인 같은 몰골로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그들 가까이 가니 세상에서 맡아볼 수 없는 비린내가 심하게 났다. 아무리 이를 닦아도 속에서 그 냄새가 나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꽁치 비린내가 온 방에 가득했다는 것이다. 도저히 구토가 나와서 방에 잠시도 머물러 있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다. 녀석들은 나를 깨울 생각도 하지 않고 자취방을 뛰쳐나갔지만 그 깊고 깊은 비린내는 자신들의 입에서, 위에서, 몸속에서 난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녀석들은 학교 화장실에서 열심히 전날 먹은 것을 다 토해내느라 눈동자가 좀비의 회백색 눈 같았다. 말을 할 때마다 나는 코를 막아야 했다. 아마도 나는 그 뒤로 자취방에 꽁치통조림을 여러 개 사놓은 모양이었다. 또 술이 취한 어느 날에는 통조림을 데우지도 않고 찬 밥에 그대로 비벼서 먹었던 적도 있었다. 오물오물 먹고 있으면 사실, 꽁치통조림의 꽁치는 그대로 먹는 게 더 고소하고 맛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대로도 조리가 되어 있으니 굳이 열을 가해서 잡다한 것을 넣고 꽁치를 먹을 필요가 없었다.


아예 아이들은 자취방에 오지 않게 된 계기가 그 일이 있고 난 후가 아닐까. 근래에 하루 지난 고등어구이를 먹었는데 구워서 바로 먹을 때보다 맛이 덜했다. 입맛 같은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한다. 그렇게 좋아했던 자갈치와 새우깡을 잘 사 먹지 않는 것을 보면.



그리고 입에서 음식을 먹고 양치질을 해도 비린내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녹차가루(일회용이면 종이를 찢어서)를 입 안에 몇 초 정도 머물고 있다가 헹궈내면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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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계약 마지막 날이다. 에드워드가 출근을 하고 나면 나는 집으로 가면 된다. 루카가 있는 초라하고 보잘것없고 누추하고 청소가 전혀 안된 집으로 간다. 에드워드는 먼저 식탁에 있었다. 에드워드는 모스의 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뉴욕으로 간다.


 또 만나고 싶어. 에드워드는 설레는 말을 했다.


 그는 뉴욕에 아파트도 하나 장만했고 차도 준비했고 쇼핑도 마음껏, 게다가 쇼핑을 할 때 친절하게 모실 수 있도록 다 준비해뒀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나를 장난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건 슬픈 일이다. 무엇보다 슬프고 마음이 아픈 일이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이젠 길거리의 여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여기에서 뉴욕으로 장소만 바뀌지 달라지는 건 없다. 에드워드는 그걸 모르고 있었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자꾸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 내가 바라고 원하는 게 딱히 있는 것이 아니다. 정말 원하는 거라면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고 싶은 것뿐이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걸 모른다. 무엇을 바라는지만 말하라고 했다. 나는 어릴 때 다락방에 갇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에드워드는 에드워드만의 표정으로 내가 하는 말을 들었다.


 다락이 꼭 성에 있는 감옥이었고 나는 그 속에 갇힌 공주라고 생각이 들었다. 백마를 탄 기사가 칼을 뽑았고 탑으로 와서 나를 구했다. 그 뒤로 나와 기사는 늘 함께 있게 되었다. 그때 꿈속의 기사가 나에게 멋진 아파트를 사준다는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이야기를 다 듣던 에드워드가 무엇인가 말을 하려는데 전화를 받고 나갈 준비를 했다. 아마 스타키 그 변호사와 통화를 하는 모양이었다.


 에드워드는 나에게 자신이 한 말을 잘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가봐야 한다고 했다. 나는 한 반도 널 창녀 취급 한 적 없어.라는 말을 연기처럼 남기고 에드워드는 나갔다.


 '당신은 방금 나를 창녀 취급했어요' 그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슬픔에 젖어들었다.



 루카가 로비에 있다고 연락이 왔다. 아마 나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만 보면 가격 흥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부인이 옆에 있든 없든. 그녀는 이 바닥의 멋진 여자니까.


 루카와 함께 호텔 수영장이 있는 야외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루카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뭐? 키스를 했단 말이야? 입술에다가?

 루카는 손님을 사랑해서는 삶을 망친다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나를 꾸짖었다.

 큰일 났군, 큰일이야.

 루카는 계속 큰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루카는 같이 살게 될지도 모르고 보석도 마음껏 살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잘 될 가능성을 생각해보라고 했다.


 도대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가능해? 누가 그렇게 되었지? 루카 그 이름을 한 번 말해봐!


 루카는 관자에 손가락을 대고 생각을 쥐어짜더니,

 그런 년의 이름이? 이름이? 신데시발렐라! 루카의 말에 우리는 웃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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