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조금씩 조깅을 한지도 거의 십오 년이 지났다. 하루키는 먹는 것도 가리고 사반세기를 매일 강도 높게 조깅을 하고 마라톤에도 출전을 하지만 나는 조깅을 하다가 힘들면 걷거나 중간에서 팔 굽혀 펴기를 하다가 그냥 돌아오기도 하는 등 강도 높게 조깅을 하지는 않는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12킬로미터 정도를 매일 달렸는데 5년 전부터는 6, 7킬로미터 정도를 달리고 코스에 오르막길이나 계단 따위를 집어넣어서 달린다.


대신에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 2018년에는 이틀 빼고는 363일을 조깅을 하거나 비 오는 날 걸었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루 24시간 중에 고작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기 때문에 전혀 대단한 일은 아니다.


매일 조깅을 조금씩 하는 이유는 먹는 것을 가리지 않고 음식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좋아하기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살로 가버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매일 글을 좀 쓰려면 몇 시간 의자에 딱 앉아 있을 수 있는 엉덩이의 근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하체 운동 위주로 매일 조깅을 한다. 비가 오면 우산을 들고나가서 코스를 걷다가 강변에 천막이 있는 곳에서 근력 운동을 조금 한다. 비가 와도 조깅을 나가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하자.


중요한 건 15분씩 하더라도 매일 하는 것이다. 매일 하는 것에 이길 수 있는 건 없다고 본다. 운동과 책을 읽는 건 시간이 날 때 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든 시간을 내어서 해야 한다. 모두가 바쁘기 때문에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려고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 사이를 비집고 어떻든 시간을 내야 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때, 어딘가로 이동을 할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충분히 할 수 있다. 브런치나 인스타그램에 매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는 사람은 그렇게 시간을 내서 열심히 읽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차인표(는 두 편의 장편 소설도 써냈다. 나는 그 두 편의 소설을 다 읽었는데 정말 소설이 좋았다. 심지어 무뚝뚝한 내가 다른 소설을 읽고 눈물을 흘린 적이 없는데 차인표의 한 소설을 읽고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창피하게도 외국인들이 잔뜩 술을 마시는 퍼브에서 그랬다. 그중 한편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가 미국에서 생활을 할 때 길거리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도 팔 굽혀 펴기를 하고 길을 걷다가 팔 굽혀 펴기를 했었다고 했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어디서나 팔 굽혀 펴기를 하는 것에 대해서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게 된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로 조깅을 하다가 팔을 굽힐 곳에 있으면 어디서든 했다. 그 장소가 조깅코스일 때도 있고, 길거리 우체국 앞일 때도 있고, 버스정류장일 때도 있다. 이렇게 한다고 해서 누구 하나 관심 주지 않기 때문에 그냥 하면 된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거나 신호등을 기다릴 때 스쿼트를 해도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다. 나를 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은 부질없는 짓이다. 누구도 나에게 큰 관심이 없기 때문에 시간을 벌려 운동을 하고 책을 읽으면 된다.


나는 헬스클럽을 한 번도 다녀본 적은 없다. 물론 앞으로도 다니지는 않을 것 같다. 헬스클럽에서 제대로운동을 하면 근육이 예쁘게 자리를 잡아서 몸은 아주 보기 좋을 것이다. 일하는 곳 위층이 대형 헬스클럽이라 늘 트레이너들이 와서 운동을 하자고 꼬드기고 있지만 아직 넘어가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운동은 거시적으로나 미시적으로 아주 좋다. 하지만 야외를 봄여름 가을 겨울 조깅을 하다 보면 계절의 변화와 함께 매일 스치는 변수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게 묘미다. 요컨대 매일 지나치는 횟집 앞에서 생선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길고양이 단추(양추의 동생이나 자식)의 모습을 본다든지, 매일 보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부터 안 보이게 되면 아, 하는 생각이 든다든지.


이런 복장으로 조깅을 하면 시선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아버님들이다. 이제 노력으로는 근육을 만들 수 없는 아버님들이 저녁이면 조깅코스에 나와서 걷기 운동을 하다가 나를 보며 한 마디 하거나, 엄지를 보이거나 손뼉을 쳐주기도 한다. 그러면 큰 소리로 감사합니다, 아버님도 멋지십니다.라고 한다. 사람마다, 또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운동은 공복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밥을 먹고 운동을 하면 소화가 되기 때문에 운동이 끝나고 샤워하고 티브이를 보거나 눕게 되면 또 허기가 진다. 그러면 먹을 걸 찾는다.

 

매일 조깅을 좀 하면서 느낀 건 하루키는 참 대단하네,를 넘어서 독한 사람이구만, 하는 생각이 든다.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도 매일 19킬로미터씩 조깅을 한다. 로커가 무대 위에서 뚱뚱하게 보이는 것은 죽기보다 싫다는 것이다. 아직도 스키니 진을 입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는 이승환 역시 마찬가지다. 무대 위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자신을 좋아해 주는 팬들을 위한 것이다.


하루키가 대단하다는 건, 그건 해보니까 알 수 있는 것이다. 사반세기를 지치지 않고 매일 마라톤을 하듯이 조깅을 한다는 게 인간이 할 짓인가. 왜냐하면 달리기 직전까지 하기 싫어서, 달리고 싶지 않은 이유 백가지가 바지단을 붙든다. 그걸 뿌리치고 운동화를 신기까지가 정말 힘들다. 달리는 행위나 운동 자체는 딱히 힘들지 않다. 두 시간 걸으면 힘들지만 한 시간 달리면 상쾌한 법이다. 달려야 하는 사소한 이유 한 가지가 달리고 싶지 않은 백가지를 물리친다. 신체에 기분 좋은 고통을 주고 나면 그 고통을 느끼는 일이 즐거워진다. 살아있기에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것이기에.

 


사진은 조깅을 하고 난 후 찍은 것인데 얼굴은 못생긴 관계로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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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0-08-2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멋지십니다!ㅎ 막 달리고 싶어지네요!ㅎ

교관 2020-08-27 11:35   좋아요 1 | URL
오늘은 신나게 달려보세요 ㅎㅎ
 


https://youtu.be/Fe93CLbHjxQ


고스터버스터즈는 경쾌한 이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유령에 대해 가장 과학적이고 괴짜이며 유쾌하게 접근한 영화 버스터버스터즈는 84년에 나온 영화치고는 그래픽의 완성도가 높다. 게다가 아직도 피규어 마니아들에게 고스터버스터즈의 자동차 엑토1은 최고다

20세기 이후에 고스터버스터즈 후속편이 인기를 얻지 못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결과다. 먹깨비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의 유령이 도심 속에서 왕창 등장하면서 사람들을 공포의 구렁텅이로 몰아 넣는다. 그 와중에도 빌 머레이, 댄 애크로이드, 해롤드 래미스의 농담은 더욱 빛을 발한다

고스터버스터즈 이후 전 세계는 먹깨비와 머쉬 맬로우맨에 대한 애정을 한 없이 뿜어냈다. 소품으로, 피규어로, 또는 배경으로 장식을 하기에 이르렀다. 인간과 친숙했던 이티가 누렸던 인기를 유령이 대신했다. 그리고 그 인기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B급 유령영화에 싫증이 났다면 오히려 고전인 고스터버스터즈 1편을 보라고 하고 싶다. 2021년에 고스터버스터즈 라이즈가 나오는데 빌 머레이가 조연으로 출연을 한다고 한다. 빌 머레이의 능청 개그는 인종과 국가의 경계를 초월하고 심지어 시간도 초월한다. 키 마스터의 릭 모나리스 또한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했다. 당시에 이런 영화를 상영관에서 보는 즐거움은 얼마나 컸을까. 미국인들은 가족을 대동해서 랄라하며 고스터버스터즈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했다

이제 극장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영화는 거의 사라진 것 같다. 각자 보는 영화가 있으면 컴퓨터나 집에서 본다. 극장에는 가족끼리 가지는 않는다. 뜬금없지만 가족끼리는 사랑하는 거 아니야,라며 아내가 남편에게 다가오니 그렇게 말을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생각난다

포털을 터트릴 때 고스터버스터즈의 뒤에 있는 머쉬 맬로우맨의 오우하는 표정이 압권이다. 고스터버스터즈는 2편도 재미있다. 2편은 5년 후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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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먹으면 더 좋은 음식이 있다. 방울토마토가 그런데 또 하나 있는 그것이 바로 ‘무’다. 무우라고 하고 싶지만 그냥 ‘무’라고 표기를 해야 한다. 그게 이치에 맞는 표기법이다. 나는 좀 못된 구석이 있어서 이치에 벗어나는 표기를 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신는 스레빠를 절대 슬리퍼라 쓰지 않는다. 아예 안 쓰면 안 썼지, 슬리퍼는 거실에서 신는 우아한 그것의 느낌이 강하다. 발가락이 튀어나올 것 같은 여름의 청소년 같은 그것은 스레빠 내지는 스렙빠라고 표기하고 싶다. 잘못된 표기라고 우겨봐야 소용없다.


그런 것들이 몇 있다. 닭도리탕이 먹고 싶을 땐 닭도리탕을 해 먹는다. 상상만으로도 닭도리탕은 그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침이 꼴까닥 넘어간다. 닭도리탕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닭도 맛있고 그 속의 감자도 맛있다. 건더기를 다 먹고 나면 양념에 밥을 슥슥 비벼 먹는 맛 또한 말해 무엇하리.


그런데 어느 날 닭도리탕이 닭볶음탕으로 표기해야 한다고 바뀌었다. 이런 지랄 옆차기 같은 소리가 있나. 닭볶음이면 볶음이고 탕이면 탕이지, 볶음탕은 무슨 말이란 말인가. 게다가 닭볶음탕은 닭도리탕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의 상상에 1도 따라오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고추냉이보다 와사비라고 쓴다. 이러면 큰일 나는 사람들이 있다. 마돈나를 마다나로 표기하면 큰일 난다. 남자에게 큐티라고 표기하면 큰일 난다. 오픈을 오프튼이라고 표기하면 큰일 나는 사람들이 있다. 고작 고추냉이를 와사비로 표기했다고 일단 똥부터 싸질러 놓고 보는 인간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싸질러 놓고 수습 못하는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것처럼 무도 무우라고 말하고 싶은데 무는 나 자신과 타협을 해서 무라고 표기를 한다. 여기는 지방이니까 ‘무시’라고도 부른다. 무시 다리, 무시 있나,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그냥 무라고 표기한다. 고집스러운 내가 양보한 무는 뜨겁게 익혀 먹으면 아주 맛있다.


간혹 집에 먹을 것이 떨어지면 밥을 볶아 먹는다. 그때 깍두기를 썰어서 같이 볶으면, 정말 다른 건 아무것도 넣지 않아도 맛있다. 연기가 엑토플라즘처럼 피어오를 때 계란 하나를 탁 깨트려서 비비면 한 끼로는 손색이 없다.


무생채를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컵라면에 넣어서 먹으면 더 맛있다. 컵라면에 무생채를 잔뜩 넣고(주둥이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뜨거운 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2, 3분 정도 돌리면 무생채에 라면 국물이 배어 들어서 아주 굿이다.




사진은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칼로리와 열량이 높은 음식이다. 그래서 자주 먹다 보면 살이 찔 수 있지만 삼계탕은 참 맛있다. 무라카미 류의 삼계탕 찬양 글을 보라, 삼계탕이 얼마나 멋진 요리인지. 삼계탕의 장점이라면 삼계탕이 먹고플 때 아무 삼계탕집에 가면 된다는 것이다.


삼계탕집의 맛은 평준화되어서 이 집이나 그 집이나 저 집이나 비슷하다. 짜장면은 집집마다 맛이 다르다. 돼지국밥도 돼지머리를 삶아서 국물을 내느냐, 뼈를 삶아서 국물을 내느냐, 살코기를 삶아서 국물을 내느냐에 따라 맛이 완전히 다르다. 하지만 삼계탕은 특별히 다르게 맛이 나지 않는다. 고민 없이 삼계탕이 먹고 싶을 땐 아무 삼계탕 집에 문을 스륵 열고 들어가면 된다.


삼계탕은 집에서 해 먹기도 간단하지만, 사진의 삼계탕은 편의점 삼계탕이다. 만원 정도 하는데 역시 삼계탕 전문점의 맛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신기하다. 편의점에서 먹는 다면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봉지를 잡고 군대에서 봉지라면을 먹듯 먹으면 된다. 그러고 보니 이제는 삼계탕을 편의점에서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와 있다니. 편의점에 앉아 땀을 흘려가며 삼계탕을 먹으며 폰으로 티브이를 볼 수 있다니. 또 신기하다.


하지만 편의점 삼계탕을 더 맛있게 먹으려면 집에서 냄비에 넣어서 끓일 때 깍두기를 잔뜩 넣으면 더 맛있다. 무가 삼계탕의 국물을 빨아들여서 씹을 때 뜨거운 무의 맛이 훨씬 좋다. 돼지국밥을 먹으러 가면 깍두기를 나오자마자 국밥에 왕창 넣어서 먹는데 무는 뜨거우면 맛있다.


일본에 가면 오뎅 파는 곳에도 무가 있다. 한국에도 어묵 파는 곳에 무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무를 팔지 않는다. 만약 단골 분식집이나 어묵집에서 무를 먹어보라. 국물을 빨아들여서 엄청 맛있다. 그래서 일본의 오뎅 파는 곳에서는 무가 제일 비싼 축에 속할 것이다. 아마 몇 천 원 한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동안 뜨거운 무를 맛있게 먹어 왔다. 고등어조림이나 갈치조림에는 바닥에 무가 반드시 깔린다. 그리고 양념을 잔뜩 머금은 무를 먹어왔다. 나는 고등어조림을 먹으러 가면 고등어는 뒷전이고 무를 먼저 먹는다. 그게 제일 맛있다. 무는 뜨거우면 뜨거울수록 맛으로 웃음을 준다.

 

무김치가 삭으면 그냥 먹기 힘들어 한 번 씻어서 마치 통통한 새끼돼지 같은 무를 어머니들은 찌개에 넣었다. 그러면 국물 맛이 좋은 것으로 기억되곤 한다. 팔팔 끓이면 온 집에 찌개 냄새가 퍼진다. 아버지는 일 마치고 들어오면 그 냄새에 꼬르륵 소리가 난다. 빨리 씻고 오세요, 소리가 퍼진다. 그런 내면의 추억이 사람들로 하여금 예전에 먹던 맛을 찾게 한다. 박찬일 요리사의 책에서처럼 추억의 절반은 맛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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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8-24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뎅무 참 맛있죠^^

교관 2020-08-25 12:15   좋아요 0 | URL
그럼요 그럼요 ㅎㅎ 뭘 좀 잘 아시는군요 ㅎㅎㅎ
 

 에드워드의 눈빛에는 우주에서 살아가는 사람의 공허한 표정이 스며있었다. 에드워드를 처음 봤을 때 좋은 옷감으로 만든 고급 정장과 긴 팔다리에 좋은 피부와 은은한 향이 기분 좋게 번지고 말투에 매너가 서려있어서 같은 인류인지 의심이 가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하지만 같이 지내는 동안 에드워드는 모두와 다를 바 없는, 나와 같은 인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에드워드라는 그 사람 자체가 어디론가 갑자기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모스의 회사를 빼앗지 않아서 기분이 편안하다고 했을 때 에드워드의 안도감이 내가 만질 수 있을 만큼 생생해서 나는 정말 기뻤다. 이 남자는 냉철한 인간이 아니었다. 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칼을 빼들고 달려올 기사였다. 나는 며칠 만에 에드워드의 얼굴을 읽을 수 있었다.


 누구도 읽을 수 없는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일련의 희로애락이 눈썹이나 입술로 살며시 드러나는 얼굴. 무엇보다 키스를 할 때 한없이 아이 같은 순수함을 담은 에드워드의 얼굴이 보고 싶었다. 나는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사랑하자마자 헤어진 나는 정말 바보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




 루카에게 샌프란시스코에 같이 가자고 했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따고 공부도 하고 원하는 일을 하자고 했다. 하지만 루카는 이곳이 좋아서, 이곳의 냄새가 자신의 몸에 깊게 배어 갈 수 없다고 했다. 루카는 나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나의 루카.


 루카가 나가고 짐을 챙겨 나가려고 보니 집안의 물품들이 평소 내가 보던 모습에서 벗어난 것 같았다. 시끄럽고 소음이 가득한 방을 가득 채우던 낡은 물건들이 내가 떠나는 것을 슬퍼하는지 소리가 싹 걷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시간이 멎은 것처럼 보였다. 이젠 정든 것들에게 안녕을 고해야겠다.


 문을 나가려는데 창밖으로 오페라의 아리아가 들렸다. 그건 에드워드와 함께 봤던 그 오페라였다. 창문을 여니 거짓말처럼 에드워드가 손에 칼과 방패를 들고 멋진 갑옷을 입고 백마를 타고 오고 있었다.


  맙소사.


 나는 어쩌면 그에게 고소공포 같은 것이다.


 그는 고소공포를 이겨내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늘 피해왔던 고소공포를 끌어 안고 계단으로 한 발 한 발 올라올 때 나는 참을 수 없는 마음을 느꼈다. 에드워드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고소공포를 받아들이고 계단으로 올라와 나에게 양팔을 벌렸다. 동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기사님을 안고 키스를 했다.


 지금 이 순간이 금방 지나가리라는 것을 안다.

 앞으로 이렇게 좋은 순간보다 안 좋은 시간들이 우리의 인생을 가득 채우리라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이렇게 잠깐의 좋은 순간으로 구체적이고 딱딱한 불행의 시간을 이겨내리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지금은 에드워드를 꼭 안고 그와 키스를 하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하다.


 사랑 그게 눈에 보이기나 할까.

 사랑을 하는 순간 사랑 자체가 상처다.

 이제 에드워드와 상처 속으로 뛰어든다.


 사랑해요 에드워드.


[끝]



귀여운 여인 OST - It must have been love

https://youtu.be/p0MdP8KeA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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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0OvWZYCZ1s


서유기 시리즈 중에 몽키킹 3이다. 몽키킹은 지금까지 총 세 편이 나왔고 몽키킹 1편에서 손오공을 견자단이 맡았고 2, 3편은 곽부성이 맡았다. 사람들은 몽키킹 3이 가장 재미있다고 하는데 몽키킹 3은 서유기 특유의 특촬액션은 잘 없고 그냥 드라마다. 아름다운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다

재미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그간의 서유기에서 볼 수 없었던 드라마틱한 이야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그 드라마에는 삼장과 여인국 공주와의 애틋한 사랑이 있어서이며, 공주 역으로 나오는 조려영 때문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몽키킹 3을 재미있다고 한 사람들이 다 남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몽키킹 시리즈 자체를 보는 사람들도 대부분 남자들이며 서유기 이야기 따위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남자들이다. 조려영은 일반 판매원이었다가 대륙의 여신배우가 된 케이스라 인기가 상당하다

한국에서도 팬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 몰랐다. 조려영은 장나라를 닮은꼴로 유명한데 얼굴이 어린이 얼굴이다. 삼룡이 바보처럼 나오는 사오정도 실제로는 엄청 잘생긴 배우다. 영화 속에서 손오공을 제외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저팔계와 삼장과 사오정이 임신을 하게 되는데 사오정의 수염이 싹 없어지는데 정말 오만상큼한 유머를 한다

사랑을 하면 안 되는 사람들이 사랑을 하게 되어서 결국 비극적인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는 것을 서유기라는 이야기를 빌려 말 한다. 이 영화에서도 말하는 건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그 고통의 바다를 떠도는 인간은 작은 섬이라는 것이다. 팬들이 아니라면 절대 볼 수 없고, 보지도 않을 영화 몽키킹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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