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키가 다가온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스타키는 안부를 물었고 길거리 창녀 생활보다 낫지 않느냐고 했다. 에드워드와 헤어지면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개자식이 한 번 즐겨 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살롱의 여자들에게서 받은 모욕의 몇 배는 더 느꼈다. 배 속에서 뜨거운 이상한 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 좋아요, 한 번 만나요. 빌어먹을! 마음속에 있는 말은 뱉어내지도 못했다. 옷 때문이다. 이 옷이 나를 묶어 둔다. 이 인형처럼 입혀 놓은 옷 때문에 스타키 같은 인간에게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다. 비싼 거리에 있는 비싼 옷 가게에서 산 비싼 이 옷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화가 난 것 같은데 서러웠다. 울고 싶은데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매일 모욕을 씹어 먹으며 길거리 생활을 견뎠지만 심장을 찢어버리는 모욕은 처음이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호텔로 오는 내내 이를 꽉 깨물어서 턱이 아팠다. 에드워드가 스타키에게 내가 창녀라고 말한 것이다. 나는 장난감이 아닌데 에드워드가 나를 장난감 취급한 것 같아서 속이 너무 상했다. 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속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니. 나는 에드워드에게 스타키 같은 작자에게 그런 소릴 들어서 몹시 상처 받았다고 말했다.




 당신이 내 포주예요? 나를 스타키에게 넘길 건가요! 난 장난감이 아니라구요!

 그랬더니 에드워드는 나에게 큰 소리로, 사실 당신은 창녀고 나랑 계약했잖아!라고 말해버렸다.


 '에드워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지금 내가 얼마나 상처 받았는지 누구보다 당신은 알아줘야 해요'


 에드워드! 누구도 날 소유할 순 없어요! 내가 결정한다구요! 사람과 시간은 말이에요! 나도 내 속과 다르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을 만난 게 후회돼요. 에드워드에게 이런 모욕은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에드워드는 깔때기 없이 말을 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를 잡아줘요’ 나는 속으로 울 뿐이었다. 에드워드가 미웠다.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욕이 나오는데 이젠 예전처럼 마구 욕을 할 수 없는 내가 더 미웠다. 마지막 남아 있는 내 작은 마음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가방을 들고 옷가지를 챙겼다. 나가게 돈을 달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망설임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침대 위에 던졌다.


  ‘제발 잡아 달라구요, 나를 이대로 그냥 가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하지만 내 속마음을 에드워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했지만 저 돈을 가져가기 싫었다. 돈을 들고 나온다면 나는 정말 비참할 것 같았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눈물이 곧 터질 것 같았다. 엉엉 울고 싶었다. 이놈의 엘리베이터는 왜 빨리 올라오지 않는 것일까. 호텔을 빠져나가면 욕을 실컷 하면서 울어버릴 테야. 이 옷 먼저 벗어 버릴 테야. 울고 싶고 또 울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에드워드가 나왔다. 그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갑자기 내가 물어서 자신도 왜 그런지 ,,,. 인수 합병하는 데이빗과 같이 있어서 스타키가 비비안을 산업스파이인 줄 알아서 그렇게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에도 나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가지 마, 같이 지내.


 왜요?


 에드워드는 내가 데이빗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싫었다고 했다. 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 질투는 미워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마음이다. 곧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도 없다. 질투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일그러트린다. 에드워드가 나를 질투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같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내 깨진 마음에 풀칠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에드워드는 질투가 났다고 했다.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질투가 난다고 입으로 말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아요, 저 정말 슬펐어요’ 나 정말 괴로웠어요. 에드워드는 안다며 나를 다시 방으로 인도했다.




 나는 그날 밤 에드워드에게 내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길거리 생활을 하기 전 이야기, 첫 남자의 이야기, 처음 길거리 손님을 받고 밤새도록 운 일.


  사람들이 자꾸 깎아내리면 그대로 믿게 된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욕을 하는 건 맞지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욕을 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에드워드는 정말 자신이 잘못했다는 눈빛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진심으로.


 나 역시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는 나의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듣고 나를 특별한 여자라고 칭찬했다. 꿈같은 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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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좋아하는 음식이 뭐냐고 물어보면 난감하다. 딱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 딱히 싫어하는 음식도 없다. 매운 음식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다 먹는다.


좋아하는 영화를 물어보는 거와 흡사하다. 좋아하는 영화가 딱 정해진 게 아니니까. 그래서 대체로 많이 본 영화를 말하곤 한다. 예전에는 이와이 슌지 영화를 많이 봤다. 보통 그 사람의 영화를 스무 번 정도는 봤다. 이와이 슌지는 자신의 영화를 그렇게 보게끔 만들어 놓은 것 같다. 하나와 엘리스를 한창 여러 번 볼 때 마니아를 만났다. 하나와 엘리스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을 털어놓게 되었다. 영화는 보면 볼수록 양파껍질처럼 숨은 이야기가 막 튀어나왔다. 요컨대 키켓으로 시작된 광고 시나리오가 영화가 되기 까지, 하나의 이야기 버전이 먼저 나왔지만 영화로는 아리스의 버전으로 되었고(후에 시간이 흘러 하나의 버전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왔다) 마크의 뒷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있을 것이다, 까지 끝도 없이 나오게 되었다. 둘 다 막상막하였지만 내가 졌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하나와 엘리스 영화 속 장면을 전부 다니면서 영화를 몸으로 느꼈다. 영화로는 선생님이었다. 이와이 슌지의 모든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통하는 사람을 만났던 것이다. 


근간에 많이 본 영화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이다. 버닝은 서른 번 정도 본 것 같다. 역시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변영주 감독이 한 말인데, 영화에 미치면 같은 영화를 계속 본다. 2단계는 지겨울 때까지 본다. 그러다가 3단계는 리뷰를 미친 듯이 적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그때부터 이미 미친 것이다.라고. 


그렇게 따져보면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밥을 제외하고 근간에 제일 많이 먹어 본 음식은 멍게다. 그래, 나는 멍게를 좋아한다.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 있었다. 멍게의 맛과 향이 좋다. 멍게가 입안에서 퍼질 때 미묘하게 기도를 통해서 코로 터져 나오는 그 향이 좋다. 정말 좋다. 


그래서 멍게를 먹을 때는 초장도 간장도 그 무엇도 곁들이지 않고 멍게만을 먹는다. 멍게는 살짝 데쳐서 먹는 맛의 풍미가 더 한데 귀찮기 때문에 그냥 먹는다. 멍게 비빔밥도 멍게와 미나리무침 정도로만 비벼 먹는다. 다른 양념장이나 간이 센 재료는 넣지 않는다. 입안에서 멍게가 펼치는 바다의 고혹한 맛과 밥알의 조화가 좋다. 그 사이를 미나리 정도가 간지럽히는 맛이 좋다.


멍게를 좋아하지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은 별로다. 딱 보이는 정도만큼 사 와서 요만큼만 먹는다. 그리고 이틀 뒤에 또 요만큼 사 먹는다. 그렇게 해서 이번 여름의 초입에는 멍게를 다른 해보다 실컷 먹었다.


넌 바닷가에 살기 때문에 멍게를 자주 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나라 산골에 가도 마트에 가면 멍게는 여봐란듯이 널려 있다. 아직도 고래 타고 다니는 줄 아는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울산에는 지하철이 없으니 어떻게 다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부산에서 왔다고 하면 바다가 다 보이는 줄 안다. 멍게로 때려주고 싶다. 흥.


횟집에 가면 멍게를 한 접시 시켜 먹는다. 다른 사람들은 회를 먹는데 나는 멍게가 좋아서 멍게를 오물오물 먹는다. 생각해보면 멍게가 가장 맛있었던 것은 바다가 보이는 간이 횟집에 앉아서 먹었을 때다. 포항에서 그랬고, 강릉에서 그랬고, 속초에서도 그랬다. 그리고 집 근처 어선이 들락거리는 곳에도 노점 횟집들이 있는데 바다가 보이고 갈매기가 날고 파도가 부딪치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곳에 앉아서 먹는 멍게 맛이 가장 맛있었다. 사람들이 오고 가는 소리, 할머니들이 앉아서 호객하는 소리, 뱃고동 소리, 철석이는 소리, 이 모든 소리가 소음이 아니라 운율처럼 들리는 가운데 먹었던 멍게의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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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tHgzM5RM-JY


삼일에 두 편을 보고 본 영화 중에 리뷰를 시작한 이래, 근래에 본 영화 중에서는 가장 재미있고 좋은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주수인을 계속 응원하게 된다

어쩌면 주수인에게서 나를 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주수인 파이팅, 파이팅!!!하게 된다. 마치 마법처럼, 무엇에 이끌린 것처럼 파이팅을 외치게 된다

겉으로는 야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영화는 주수인의, 주수인과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말하고 있다

주수인은 99년 대통령배 4강전에서 덕수정보산업고와 배성고의 시합에서 나온 안향미 선수를 기반으로 탄생된 캐릭터이다. 안향미는 구속이 130이 되지 않았는데 영화 속 주수인의 구속을 보면, 구속이 136이었던-미국 야구 국가대표 출신으로 한국에서 뛰고 싶어 한국으로 와서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 소속 내야수를 맡고 있는 재미교포 제인 어 선수와 너클볼을 던지는 걸 보면, 일본출신으로 미국으로 진출한 너클 프린세스라고 불린 요시다 에리 선수를 오마주한 것 같다

주수인은 그냥 제멋대로 탄생된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 구단에서 선수생활을 했던 실존인물을 말하고 있다. 안향미 선수는 우리나라 1호 여성 투수였다

주수인은 자신의 입으로 나는 이제 힘들어서 못하니 포기하렵니다,라고 한 번도 말하지 않는다. 그저 주위 사람들이 너는 못 할 것이니 포기하라고 한다. 욕과 괴롭힘과 힐난조의 시선에서 살아남으려고 노력에 노력에 노력을 할 뿐이다

영화에서 초딩때부터 같이 야구를 한 정호가 코치에게, 수인이는 감독에게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들어가며 힘들어서 나가떨어지겠지 하며 훈련을 시켰는데 지금까지 낙오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대사를 한다

이는 실제로 안향미 선수가 유니폼을 벗을 뻔 한 사건이 있었다. 덕수정보산업고 하득갑 감독은 안향미 선수가 여자라 ‘재수 없다’는 이유로 야구부 전용버스를 타지 못하게 하고, 안향미 선수만 따돌리고 연습경기나 시합을 나가고, 심지어는 선수들에게 안향미 선수가 여자라 합숙생활이 힘들다고 적어내라고 조장하기도 했다

부당한 처사에 격분한 안향미 선수 아버지가 교육부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지금도 여전하다. 고 최숙현 선수가 있었던 트라이애슬론을 보면 된다. 엄청난 따돌림을 당하고 괴롭힘을 당했다

감독은 원래 페미니스트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여자라서 받는 몹쓸 대우에 대해서. 그런데 영화를 촬영하면서 점점 주수인에게 동화가 되었다. 야구란, 특히 프로 입단이라는 건 여자건 남자건 모두에게 힘든 벽이라는 걸. 그래서 주수인이 점점 해내는 것을 보고 여자가 아닌 주수인의 성장을 그리게 되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주수인에게 파이팅을 외치고 싶은 영화다. 주수인에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도 좋을 영화 야구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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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김밥을 먹고 위로를 받는다고 하니 옆에서 이만 원짜리 김밥을 먹으면 위로를 몇 십배는 받겠네,라고 했다. 참 뭘 모르는 말이다. 이만 원짜리 김밥은 위로가 되지 못한다.


싸구려 김밥에 든든해지는 것에서 위로를 받는 것이다. 이만 원짜리 김밥을 먹고 든든해지지도 않고 맛도 이만 원 어치만큼 나지 않으면 위로는커녕 불만 가득한 식사시간일 것이다.


내가 조깅을 하는 길목에는 김밥 튀김을 파는 곳이 있다. 역시 김밥 튀김도 나를 위로해준다.


김밥 튀김은 뜨거울 때보다 식은 김밥 튀김에 와사비를 듬뿍 뿌려 먹는 게 맛있다. 하나에 사백 원, 다섯 개 이천 원. 사천 원이면 김밥 튀김이 열 개다. 맥주와 함께 홀짝거리며 먹다 보면 꽤 기분이 좋다. 미나리 무침과 함께 같이 먹다 보면 분명하게 위로를 받는다.


이만 원짜리 김밥에서 이런 위로를 받을 수 있을까. 이런 말을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이 있다. 넌 김밥은 싸구려를 먹으면서 이어폰은 뱅 앤 올룹슨을 쓴다며 핀잔을 들었다.


다이소에서도 이어폰을 판다. 오천 원이다. 다이소에서 급한 김에 조깅을 하다가 두 번 구입을 했지만 하나당 두 달을 넘기지 못했다.


뱅 앤 올룹슨이 주는 위안이 세상에는 존재한다.
당연하지만 싸구려 김밥이 주는 위로도 존재한다.


세계는 그런 위로들이 공존하고 있다. 공존을 위협하고 공존을 깨트리는 건 둘 중에 하나만 인정하는 사람들이다. 각각의 사정이란 게 있고 우리 모두는 그 각각의 사정에 따라 사고하며 지낸다. 그리하여 성격이 비슷한 사람은 있으나 같은 사람은 없다.


싸구려 김밥이라고 해서 맛 까지 저렴하지는 않다.


         뱅 앤 올룹슨이라고 해도 이어폰 정도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한 사만 원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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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드워드는 내가 잔뜩 구입한 쇼핑한 옷들 중에 하나를 입혀 폴로 경기가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폴로 경기라는 귀족들만이 즐기는 문화에 내가 끼는 것이 두려웠다. 이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고리 터분한 사람들 중에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이고 돈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것이 겁이 났다. 무엇보다 나를 알아보고 에드워드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아마 그렇게 되면 10억 달러의 이번 사업이 날아가는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경계가 있는 폴로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에게는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나를 이끌었다. 재미있을 거야, 초조해하지 말고 웃어. 라며 에드워드는 고리 터분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를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귀족 여자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에드워드의 이달의 애인이신가요? 귀족들의 언어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나 보다. 저 사람은 그저 섹스 파트너일 뿐이에요. 라며 나는 그 자리를 호기롭게 나왔다. 흥.


 에드워드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스타키라는 자신의 변호사를 소개해주었다. 머리통은 삐뚤빼뚤하고 눈은 음흉하며 마치 무엇을 하나 더 가지려는 욕심이 가득한 사람 같았다. 에드워드에게 하는 모든 말들이 그의 기분을 맞추려고 하는 말이었다. 포주 중에서도 그런 사람을 나는 안다. 아부가 몸에 잔뜩 껴 있는 사람.


 스타키라는 남자는 에드워드에게 충성을 다 했다. 보기에는 그래도 유능한 변호사라고 에드워드가 말했다. 나는 에드워드가 왜 나를 이런 곳에 데려온 줄 알게 되었다. 모두가 고리 터분한 옷에 고리 터분한 이야기에 고리 터분한 말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인형 같은 옷을 입혀서 고리 터분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 속내를 거의 알 수 있지만 전혀 속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폴로 경기에는 잔디를 밟는 행사가 있었다. 잔디를 밟는 건 재미있었다. 에드워드가 옆으로 와서 같이 했다. 그는 나를 끌어안았다.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의 웃음소리가 폴로 경기장을 채웠다. 처음 해보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 시작하기 전에는 두렵고 무서웠는데 에드워드가 이끌어 막상 하고 나면 재미있는 일 투성이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잠을 자고 해가 지면 부랴부랴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가서 돈을 벌어들였던 나는 점점 이 생활을 즐겼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데이빗이 아는 척을 했다. 그는 내가 불편할 법도 한데 말을 구경시켜주었다.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친절한 사람이다. 데이빗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나의 이야기가 천박해 보일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리 터분의 바닷속에도 친절함과 재미와 좋은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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