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금 이 시간은 정말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기 좋은 날이다. 성탄절이 며칠 안 남았고 창을 사이에 두고 창밖으로는 반짝이는 햇살이 비처럼 쏟아지지만 날은 차가 워서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어서 걸어야 하는, 실내에서는 그런 창밖의 모습들을 보면서 별처럼 반짝이는 트리의 전구와 따뜻한 페치카의 열기와 크래마의 맛이 가득한 커피와 입 안에서 녹는 브라우니를 먹으며 캐럴을 듣기 좋은 날이다

 

어떤 캐럴을 들어도 좋을 시간이 조금씩 지나간다. 우리는 그런 실내에 앉아서 웸의 ‘라스트 크리스마스’를 듣는다. 라스트 크리스마스의 뮤직비디오는 첫 장면과 끝 장면이 같은 기법을 사용했다. 영화로 치면 로자먼드 파이크가 나왔던 나를 찾아줘와 비슷할까, 라고 그동안 생각하고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니까 그렇지 않네 .

 

빙 크로스비의 캐럴이 가장 좋은 캐럴이지만 웸의 달랑 한곡뿐인 라스트크리스마스도 시즌 송이 되어 버렸다. 첫 시작부터 신나고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지만 지난 크리스마스의 나의 슬픔을 노래하는 내용이다

 

노래 후렴구를 부를 땐 뮤직비디오는 현재 크리스마스가 아닌 지난 크리스마스로 간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주인공 조지는 제니퍼(라고 하자)에게 마음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여자 친구였고 서로 사랑한 줄 알았는데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려 사랑을 고백했지만 그녀는 조지를 차버리고 만다

 

조지는 그 슬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현재 옆에 여자 친구가 있음에도 눈은 계속 제니퍼에게로 향하고 있다. 또 후렴구를 부를 때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지난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포장해서 그 안에는 쪽지와 함께 사랑을 고백했지만 거절당하고 만다

 

다시 돌아온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피곤해하는 친구들을 뒤로 하고 조지는 제니퍼에게 영혼은 아직 당신에게 가 있다고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조지는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진정한 자신의 사랑이니 이제 다시는 자신을 가지고 놀지 못하게 될 거라고 제니퍼에게 독음한다. 그렇지만 마음은 제니퍼를 잊지 못하는, 상등신 같은 모습으로 무엇보다 주인공인 자신이 더 괴롭다

 

뭐 이런 노래다. 뮤직비디오는 화면이 겹쳐지는 오버랩 되는 부분이 많은데 과거와 현재의 오고감을 그렇게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 웸은 당시 노래 잘 부르는 조지 마이클보다 얼굴이 잘 생긴 엔드류 리즐리의 인기가 더 좋았다. 물론 여자들에게

 

조지 마이클의 얼굴은 뭐랄까 김병지의 약간 살 붙은 얼굴 같다. 뮤직비디오에서 가사의 내용에 충실하려고 파티 중에도, 파티가 끝나고 조지는 계속을 술을 마시며 살벌한 눈빛연기를 한다. 조지 마이클은 솔로가 되면서 스타일도 바뀌고 정말 노래를 잘 불러서 사람들이 그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조지 마이클이 잠자리 선글라스를 쓰고 청바지를 입고 가죽재킷과 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른 페이스는 정말 인기 대폭발이었다. 정말 멋진 모습이었다. 아마도 당시 엠티비에서는 이 버전이 끊이지 나왔을 것이다. 신승훈도 이런 버전으로 많이 따라 불렀다

 

런던 올림픽의 폐막식에서도 감미롭고 씩씩하게 노래를 불렀던 조지 마이클은 거짓말처럼 3년 전 크리스마스에 죽고 말았다. 장국영처럼 거짓말이지? 사람들은 그랬다. 정말 조지 마이클은 라스트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그 노래를 들으며 따뜻한 곳에 앉아서 차가운 겨울 햇살을 보기 딱 좋은 날이다 오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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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사연기’는 백년 묵은 하얀 뱀의 처자 소백과 그녀를 사랑하게 된 인간의 청년 아선의 이야기다. 중국의 ‘백사전‘은 아주 오래된 설화이고 지금까지 마르고 닳도록 재탕에 재탕에 삼십 탕까지 우려먹을 정도로 수십 편이 넘도록 만들어진 영화지만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질 이야기다

 

백사전의 주인공인 백사와 청사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게 58년도 일본이었는데 거기서 백사가 소백으로 변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일화가 있다

 

영화로는 정말 많은 백사전이 만들어졌고 알게 모르게 한국에도 몇 편은 방영이 되었는데 우리가 그나마 잘 아는 백사전은 장만옥과 왕조현이 청사와 백사로 나온 1993년도 버전이 있다. 서극이 감독을 했고 조문탁도 나오는데 이전의 백사전의 백사가 주인공이고 동생인 청사가 조연이었던 반면에 여기서는 청사가 주인공이다. 장만옥과 왕조현이 그래픽 없이 뱀처럼 연기를 한다. 이 버전에서 서극 감독은 화려한 색채로 미장센 했다. 마치 현대의 니나가와 미카의 영상이나 박찬욱의 영상을 보는 착각이 든다. 이번 ‘백사연기’에서도 청사와 백사의 자매애를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임청하가 20대 초반의 모습으로 백사를 연기한 70년대의 백사전도 있고 이연걸이 나오는 2011년도 버전의 백사전도 있다. 그만큼 중국의 백사전은 정말 헤아릴 수도 없이 만들어졌다. 백사전은 제천대성의 서유기만큼 유명하고 인기도 많고 지속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진다

 

그랬는데 이번에 애니메이션 ‘백사연기‘를 또 만들었다. 수십 탕을 했음에도, 그럴 줄 알았지만서도, 만화로 나와서 그러려니 하면서도 백사연기를 봤는데. 이 버전은 그동안의 ‘백사전‘ 그 이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생의 이야기. 백사인 소백의 오백년 전의 이야기다. 아선과 소백이 만나게 된 이야기

 

그래서 제목이 백사연기, 인연의 시작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대체로 느꼈겠지만 만화 주제에 이렇게 애틋하게 사랑을 말하고, 미치도록 헤어지기 싫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억눌러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어서 얼굴로 드러나는, 끝에는 이렇게나 가혹하게 슬프다니, 하게 된다

 

근래에 본 중국영화는 대체로 똥망이었는데 최근에 본 중국 애니메이션은 눈을 뗄 수가 없다. 백사연기를 보기 전 봤던 ‘나타지마동강세’도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재미있어서 중국이 미쳤나? 하고 생각했었다. 게다가 나타지마동강세의 감독은 이게 데뷔작이다. 주성치의 팬이라면 이 영화도 좋아할 것 같은데 이 영화 속에 주성치가 살짝살짝 드러난다

 

백사연기의 소백과 아선의 연기도 연기지만 화려한 도술과 마법과 법력의 대결 역시 볼거리다. 무엇보다 수묵화의 느낌이 강한 배경이 정말 아름답다. 디즈니와는 확실하게 다른 사자성어의 깊이 있는 대사도 동북아시아권에서는 받아들이기 쉽다

 

백사연기의 아선과 소백의 사랑은 아름답다, 아름답고 너무 아름답고 정말 아름다워서 깨지면 먼지도 남지 않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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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를 좋아하는 놈이 하도 보라고 해서 두 편을 연달아 봤다. 2편은 끝나갈 때쯤에 이렇게 돼서 이렇게 되는데? 하고 생각나는 걸 보니 나는 이 영화를 봤었다. 3편에는 대통령이 2편에서 부통령이었던 모건 프리먼이 했다

 

액션영화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보는 내내 내용이 기억 안 나는 걸 보니 신경 쓰며 보지 않았거나 집중을 하며 볼 정도로 빠져들지 못했거나 어쩌면 나는 액션영화는 썩 좋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제라드 버틀러는 액션영화에 주로 나오지만 로맨틱 코미디에도 어울린다. 제시카 비엘과 우마 서먼과 함께 ‘당신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요?‘ 와 ‘P.S 아이러브’에서는 힐러리 스웽크와 호흡을 맞췄다. 드레곤 길들이기에도 죽 목소리 출연을 했다

 

시리즈 3편 중 1편과 2편인 런던헤즈폴른서 대통령으로 나온 아론 에크하트는 다크 나이트에서 투 페이스로 가장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래빗 홀에서 아들을 잃고 아내인 니콜 키드먼과의 그 깊고 닿을 수 없는 아픔을 연기한 호위로 기억이 많이 된다

 

그런 것을 보면 나 자신은 정말 액션영화는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깊이 있게 좋아하지 않은 것일까.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조금씩 무너질 때 오는 약간의 배신감과 조금의 당혹감이 나를 살짝 툭 건드리며 슬며시 웃고 간다

 

마지막 편인 엔젤 헤즈 폴른이 제라드 버틀러의 가장 사이다 액션이라는데 뭐랄까 2편에서 처럼 건물이 여기저기 팡팡 터지며 화끈한 액션은 없다. 3년이 흘러 영화 속 마이크도 나이가 들어 사표를 내려고 하는 만큼 액션도 2편만큼 과감하고 통쾌하지 않다. 오히려 70살이 넘은 실버스타 스텔론의 람보 라스트 워가 피지컬적인 액션은 더 강하고 빌런은 봐주지 않고 고어적으로 몸통을 분리시킨다

 

액션영화에 대해 내가 내 자신에게 배신하고 배신당했기에 뭐라고 할 말은 없지만 그렇다. 시리즈 1편에는 빌런으로 릭윤이 나온다. 북한이 백악관을 털어버리는 것을 제라드 버틀러와 아론 에크하트가 막는 내용이다. 릭윤은 오래전 007시리즈에서도 북한 장교로 나와서 죽음을 당했다. 그때가 거의 15년 전인데 릭윤은 어쩐지 늘 그런 역이다

 

릭윤은 할리우드에서 죽 자라서 그런지 들어오는 역은 마다하지 않는다. 거절을 한다는 건 거대한 할리우드 산업에서 외국배우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007에서 북한장교 역은 차인표에게 갔다가 차인표가 거절한 역이었다. 릭윤은 멋지고 할 줄 아는 건 배우뿐인데 할리우드에서 배우로서 입지가 너무나 미약하다

 

다니엘 헤니보다 이병헌보다 심지어 정지훈보다 미약해서 안타깝다. 본인은 할리우드에서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지만 안 되는 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릭윤의 동생 칼윤도 영화배운데 오래전에 소여사, 소유진과 어떤 영화에서 키스신만 30번 엔지를 낸 적이 잌ㅅ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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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우리집 주인공 아이들은 어린인데 이미 어른이 되어 버려서 안타까운데 대책 없이 예쁘고 환해서 화가 나는 영화였다. 영화는 어른들이 망쳐버린 밝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 밝은 구석이 요만큼도 없는 시간을 보내는데 아이들의 찬란하기만 한 웃음소리가 번지면 마술처럼 똬리를 틀고 있던 화가 싸그라든다

 

너무 슬프면 눈물보다 헛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너무 아프면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고 정말 좋은 것은 불안하다. 영화 속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그런 모순과 배위를 지니고 있다. 어두운 현실에서 너무 밝고 반짝여서 양손을 모아서 아이들만 퍼 올리고 싶다 .

 

윤가은 감독은 아이들과 함께 영화를 찍는 성인배우들에게 아이들과 함께 찍는 신에는 미미하게 접촉이 있더라도 조심스럽게 연기를 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고 한다.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것처럼 작은 충격에도 크게 상처를 받을 수 있기에 말과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 위주로 촬영을 했다

 

나는 아이들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그 말은 싫어하지도 않는다. 어린이는 그냥 어린이다.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이고 빨리 달리고 높은 곳이면 오르려하고 좋으면 소리를 지른다. 어린이는 원래 그런 거다. 어린이가 뒷짐 지고 에헴 하며 양반처럼 걷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다

 

어른의 생각대로 안 된다고 아이들을 때리고 굶기고 버리기도 한다. 심하게 때리다가 죽이기도 한다. 키우던 반려견도 버리면 안 되는 세상에서 아이가 꼴보기 싫다고 가장 나약한 존재인 어린이를 그렇게 때리고 싶을까. 키울 자신이 없으면 위탁기관에라도 맡기지 때리고 버리고 히히덕 거리고

 

영화 속 작고 용감한 아이들에게는 어른에게서 볼 수 없던 ‘용기‘를 볼 수 있었다. 어디하나 나을 것 없는 곳에서 아이들은 마법을 부려간다. 영화 속 계절처럼 찬란한 여름 같은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을 반성하게 한다

 

저녁에는 네온으로 북적이는 다운타운이 새벽이 되면 사람들이 한 명도 없다. 이렇게 추운 날 밖에 있다가는 얼어 죽기 딱 좋기 때문이다. 모두들 새벽에는 집 안에서 따뜻하게 잠을 잔다. 집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 많은 사람들이 이 추운 겨울의 새벽에는 모두 자기의 집으로 들어가 행복한 꿈을 꾸며 잔다. 따뜻하게 발을 뻗어 잘 집이 있다는 건, 비록 그 공간이 비좁고 마음에 들지 않아 불편하더라도 불행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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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호아줌마의 한 마디로 인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스핀오프가 시작된다

 

영화는 모든 문화 중에서 아주 기이한 문화다. 아주 복잡하고 몹시 난해하고 정말 어려운 문화이다. 영화라는 문화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영화 이전의 문화 즉 사진, 의상, 건축, 그림, 인간 등 선배문화에 신세를 잔뜩 지고 있어서 영화라는 문화는 잘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영화는 영화에 투입된 모든 이들이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부어야 그것이 가능하다

 

영화는 산업이면서 예술인, 그야말로 유일 무일한 문화다. 영화는 서사를 말하는 한 편의 ‘시‘ 이면서 자본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자본주의 상위에 있는 희귀한 분야다 .

 

2시간 안에서 한 이야기를 말 한 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 그런 기적을 영화인들은 해내고 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대도, 아무도 그들의 노고에 대해서 칭찬을 하지 않는대도 그들은 그저 영화가 좋아서, 영화에 미쳐서 그 기적을 매일매일 이뤄내고 있다

 

스핀오프 버전에서 압권은 할리우드 장면이다. 스쳐지나가는 장면이라도, 내가 스크린에 나오지 않아도 그 찰나의 순간을 위해서라면 할리우드 글자가 될 수 있다. 그것에 있어서 재고 따지고 이익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기에 만원정도의 돈으로 우리는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며 울고 웃는다

 

스핀오프는 1편을 보고 펑펑 울어버린 팬들을 위한 서비스 같다. 물론 펑펑 운 사람들은 영화 종사자들, 영화에 미쳐있는 사람들, 영화가 만들어지는 역경을 아는 사람들, 영화를 만들다가 포기한 사람들일 수 있다

 

스핀오프는 엉성함 속을 벌리면 곱게 몸을 말고 있는 노고를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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