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속을 뚫고 달리는 모녀.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딸은 나이가 많지만 더 나이가 많은 엄마에게 운전대를 맞기고 빨리, 빨리 재촉을 하고 있다.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엄마, 빨리 나오려고 해요. 딸이 가진 아이가 나오려고 하는 것이다. 엄마는 조금만 참으라며 병원에 다왔다고 한다

 

아기가 나오려고 해요. 하지만 새벽에 의사는 없고 간호사만 병원을 지키고 있고, 세 사람은 분만을 위해 준비를 한다. 힘을 줘요, 아기가 나와요, 후후

 

그리고 아기가 드디어 세상에 나왔을 때 세 사람 모두 놀라고 만다. 오 맙소사. 아기는 마치 천사처럼 공중으로 한 없이 부유했다. 탯줄을 잡고 잡아당겨 아기를 안아보는 엄마. 내 아들은 천사였어. 천사이기에 이렇게 하늘을 날 수 있어

 

아기를 데리고 집으로 오지만 잠시 한 눈을 팔면 아기는 천장에 가서 붙어 잠이 들고 할머니는 나이가 많은 엄마에게 몸을 헤프게 놀려서 이런 아이가 태어났다고 하며 아기를 절대 집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엄마 아기의 이름을 오스카르라고 지을래. 오스칼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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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잿빛 하늘이 펼쳐졌다. 흐리고 비가 날리는 향연이 계속되는 날이다. 비가 온 다음이지만 날은 푸석해서 성냥으로 그으면 불이 확 붙어 그대로 날름거리는 불꽃을 만들 것 같은 날이다. 날 때문인지 주말이지만 사람들은 권태를 짊어지고 거리를 걷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겨울에 비가 오면 달려가서 커피를 마시는 카페가 있다. 카페는 재즈카페로 무대도 있어서 밤이면 어촌에 기거하는 외국인들이 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한다. 재즈카페이기에 재즈곡이 흘러나오는데 내가 아는 곡은 블로섬 디어리나 빌리 홀리데이 노래 정도다. 그녀들의 노래가 비 속도에 맞춰 흘러나온다

 

빌리 홀리데이는 그녀의 어머니가 13살에 태어났다. 10살 때부터 강간을 당하기 시작했고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남자들과 하룻밤을 보냈다. 삶을 위해 노래를 불렀던 그녀였지만 음반판매에 그녀를 이용가치에만 전념했던 레코드 회사 덕분에 약물중독으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그렇게 이용만 당하다가 일찍 죽어버린 뮤지션들이 꽤 있다

 

카펜터즈의 카렌도 그 중 한 명이다. 카렌 카펜터도 노래는 잘 불렀지만 음악성이 오빠에 뒤졌고 그저 오빠가 만든 노래를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부르기만 강요당했다. 사람들은 카렌에게 착한 이미지를 덧 씌워 어떤 일탈도 하지 못하게 했다. 카렌은 착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74년 일본 공연에서는 드럼을 연주자처럼 두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바짝 마를 대로 말라서 결국 쓸쓸하게 죽음으로 갔다

 

12월이 오고 주말이 오는 동안 곳곳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런 모습을 방관자의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이 세계에 아파르트헤이트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기괴망측했다

 

사람들은 다들, 살면서 하나의 소중한 무엇인가를 찾아 헤매지만 그것을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루키는 설령 혹시 운 좋게 그것을 찾았다 해도 실제로 찾아낸 것의 대부분이 치명적으로 손상되어 있다고 했다. 생각해 보면 손을 뻗어 겨우 잡은 그것들은 언제나 완성된 모습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해서 그것을 찾고 추구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인간이란 살아가는 의미 자체가 사라져버리게 된다고 했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한 없이 평온하고 권태 때문에 조금은 피곤해보이지만 그것대로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화면속 사람들은 그렇지 못했다. 눈물을 흘렸고 주저앉았고 쓰러져갔다

 

이곳과 저곳은 같은 곳으로 이미 이 세계는 눈에 드러나지 않게 아파르트헤이트가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스토옙의 죄와 벌을 매일 필사하는 26살의 청년이 자주 찾아온다. 쓰고 있는 소설을 보여주는데 흥미로웠다. 공모전에 출품을 권유했지만 그는 자기만족으로 글을 쓰면 족하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치도록 좋아하는 죄와 벌을 몇 번이고 필사를 한다고 했다

 

신에게 버림받은 사람들을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하게 묘사한 도스토옙. 신이라는 것이 실은 인간이 만들어 낸 창조물인데 그 신이라는 존재에게 버림받은 인간이라니. 이런 모순이 마치 인간사회를 보는 것 같다. 도스토옙 소설 그 속에서 인간을 발견하는 것이다

 

때마침 카페에 블로섬 디어리의 some one to watch over me가 흘러나온다. 도스토옙도 죽고, 블로섬 디어리도 죽고 없지만 그녀의 노래는 살아있고 그의 글도 이렇게 살아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읽히고 있다. 우리는 모순의 패러독스 속에서 무모순을 찾아가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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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잘생긴 남자 배우도 늘씬한 여자배우도 나오지 않는다. 주인공이라 불리는 리키는 뚱뚱하고 이모부 헥은 늙었고 이모인 벨라는 덩치가 크다. 또 다른 주인공인, 리키를 쫓는 사회복지사 파울라 역시 산만한 덩치에 비포장도로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 영화 속에는 흥행에 도움 될만한 캐릭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빠져들어 보게 되는 묘한 영화다

 

추운 뉴질랜드의 기후에 따뜻한 핫팩처럼 느껴지던 벨라 이모의 갑작스런 죽음에 리키와 헥은 졸지에 또 다시 고아가 되어 버린다. 벨라는 가족도 없는 헥과 리키를 줍다시피 해서 가족의 울타리 안에 넣어준 사람이었다. 리키에게 짧은 시간 동안 사격도 가르쳐주고 무엇보다 따뜻함, 그 안온감을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이 영화는 제목처럼 장엄한(영화를 보면 이 단어에 리키와 헥의 옥신각신?이 나오는데 그 부분이 너무 좋다) 뉴질랜드의 숲속을 누비며 특별한 여행을 한다. 정말 특별한 여행이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생존을 위해, 그러다 자신을 알아가며 여행을 한다. 여행을 죽 따라가면 썩 웃기지 않은 것 같은데 큭큭 하며 웃음이 나오고, 요컨대 리키가 말에서 굴러 떨어져 땅바닥에 철퍼덕 붙어버리는 착지와 리키를 잡으러 다니는 사회복지사 파울라와의 설전? 같은 것이 웃음을 나오게 만든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벽 너머의 숨을 그 무엇을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 영화 속에 나오는 거의 모든 캐릭터가 가족이 없거나 가족 중 누구 한 명을 잃었거나 뭐 그렇다. 소년원에 가야 할 판인 리키와 다시 노숙자가 되어야 할 헥은 숲속을 같이 다니며 서로를 알아간다

 

모든 걸 ‘시‘로 말해버리는 리키의 시를 듣고 헥은 문맹이었는데 글자를 알고 싶어 한다. 리키와 헥이 숲 속에서 만난 사람들 역시 혼자지내는 사람이거나 엄마를 잃은 가족이거나 그렇다. 거대한 숲을 배경으로 했는데 이 숲이 한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라는 게 가장 작은 단위의 집합이지만 그 속에서 엄청나고 희귀하고 괴랄한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집이 어쩌면 숲 같을지도 모른다. 목사로 나온 감독이 설교 한 대목이 있는데 그 부분이 이 영화를 가장 잘 말해주는 것 같다

 

가끔씩 인생에는 출구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죠. 마치 늑대의 덫에 걸려버린 양처럼 말이에요. 우리에겐 항상 선택의 문이 두개 있어요. 첫 번째 문을 통과하면 이건 통과하기 쉬운 문인데 그 너머에는 수많은 보상들이 여러분들을 기다리죠. 판타, 도리토스, L&P, 버거링, 제로코크, 그런데 또 다른 문이 있어요. 버거링문도 판타문도 아니죠. 그 문은 통과하기 까다로운데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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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

 

화장실에 이런 게 붙어있다. 변기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다. 화장실이 금연이라면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 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전에 뭐야? 카메라는 무슨 말일까. 화장실에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에 괄약근 탄력이 저하가 오는 와중에도 카메라가 있는지 열심히 찾았다. 대소변을 보는 모습을 카메라로 누군가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이지 짜증나는 일이다. 인간은 어째서 배설 같은 것을 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라고 파고 들면 끝도 없고 머리가 아프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담배냄새도 미지근한 맥주처럼 싫어하지만 흡연자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건강과 청결을 위해 금연구역이 늘어가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흡연자들을 배려하는 것 또한 소홀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식사 후 끽연의 기쁨을 맛보면 직장에서 작업능률이 더 오를 것이고, 한 대의 담배를 피우며 연기를 내 뱉는 순간 걱정이 조금이라도 빠져나간다고 생각이 들면 흡연자의 입장에서는 끽연만큼 스트레스를 해소해 주는 것 또한 없다. 겨울에 담배 한 대 피우기 위해 10층에서 일하다가 외투를 껴 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가서 야외에 서서 오들오들 거리며 끽연을 한다고 생각하면 흡연자들이 참 딱하다

 

금연 장소는 점점 늘어나는데 흡연자들을 위한 장소는 협소하거나 줄어들기만 한다. 그러니 자꾸 화장실 같은 금연 구역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는 것이 아닐까. 흡연 장소도 좁디좁은 공간에 한정시키지 말고 기업체라면 카페만한 공간을 흡연구역으로 만들어 마음껏 끽연의 기쁨을 맛보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전체가 청결하지 못하게 하는 걸 흡연구역만 청결하지 않게 하면 서로서로 괜찮을 것 같다

 

청소년들의 흡연이 아주 많은데 그걸 막을 수는 없다. 예전 한 고등학교에서는 운동장에 흡연구연을 만들었다. 해운대에 가면 대만, 홍콩 관광객들이 많은데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야외 테이블에 앉아서 할머니, 아버지, 아들이 같이 담배를 피운다. 영화를 봐도 그렇고. 어른에게 술을 배우는 것처럼 어른과 함께 흡연을 하면 땅바닥에 침을 탁 뱉지도 않을 것이며 꽁초를 아무 때나 버리지도 않을 텐데. 가족끼리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우리만 유난 떠는 것 같고. 하멜이 제주도에 처음 왔을 때 4세부터 여든까지 앉아서 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곰방대가 나오기 전에. 하멜까지 올라가면 또 이야기가 길어지니 넘어가자

 

 

 

 

 

일하는 건물 로비에 크리스마스트리가 생겼다. 그래서 오고가는 사람들이 트리에 서서 사진을 찍고 간다. 1층에 카페가 생겼기에 아이들과 함께 온 엄마들이 아이들을 트리 옆에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다. 아직 두 살 정도 된 아이들은 아장아장 걸어서 트리 옆에서 반짝이는 전구를 보며 손을 뻗는다. 엄마들은 아이의 사진을 담는데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따뜻하다

 

그런데 대부분, 아니 몽땅 사진을 찍을 때 아이에게 여길 봐, 카메라를 봐봐, 엄마를 봐야지,라고 한다. 아이는 아직 세상 돌아가는 게 뭐가 뭔지 몰라 반짝이는 전구에 정신과 마음을 온통 빼앗겼는데 엄마는 자꾸 부른다. 아이가 그냥 만지작거리고 전구를 바라보는 모습을 찍어도 예쁠 텐데, 하는 생각을 한다

 

어째서 꼭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를 봐야 할까. 그것도 두 살 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두 살이면 뒤모습만 카메라에 담아도 흐뭇하고 재미있을 텐데. 게다가 카메라를 보며 찍은 사진은 폰에 수두룩하니까 아이가 이렇게 트리에 마음을 빼았긴 모습을 담는 것도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넌, 아이가 없으니까 엄마 마음을 몰라, 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정말 몽땅 그렇게 트리 앞에서 아이에게 주문을 한다. 여길 봐, 엄마를 봐, 카메라를 봐. 엄마의 주문에는 악의는 없다. 이런 악의없는 주문이 아이가 커서도 악의가 없는 강요가 될지도 모른다. 여기에 가면 안돼, 조건 꼭 해야해, 안 돼, 해야만 해. 악의 없는 강요가 아이가 커 가면서 틀어지고 일그러지게 만드는 관념일지도 모른다

 

여기 인스타만 봐도 자연스럽게 찍은 아이의 사진이 많이 있고 또 그런 사진들이 더 예쁜데. 라고 해봐야 엄마 마음을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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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건전지를 많이 사용하는 나는 예비 건전지를 구비해 놓아야 한다. 집의 벽시계와 탁상용 시계에 건전지가 들어간다. 또 무선 키보드에 건전지가 들어가고 아직 카세트 플레이어를 듣기 때문에 건전지를 구비해 놓는다. 예비 건전지를 구비해놓지 않으면 건전지는 겉으로 에헴, 하는 그런 무표정으로 일관해버리니까 건전지의 외모를 보고 수명이 다 되었는지 어떤지 알 수 없다. 그러다 일축해 버리듯이 어느 날 문득 수명이 뚝 끊어진다

 

외모의 변화가 전혀 없이 수명이 끊어지는 물품은 인간생활전반에 건전지 이외에 또 몇이나 있을까. 마치 내 앞에서 언제나 같이 있을 것만 같은 강아지가 어느 날 늙어서 아프더니 죽어버리는 것처럼 건전지의 겉모습으로는 수명을 알 수 없다. 건전지가 필요 없는 물품이 많아지는 현대사회에서 건전지가 얼마나 더 버티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건전지를 필요로 하는 물품이 있는 한 열심히 구비해두려 한다

 

건전지는 그래서 나에게는 조금 특별한 물품일지도 모른다. 특별하다는 말은 하찮고 대단하지 않고 늘 옆에 있어서 특별하게 느껴진다. 일상의 보이지 않는 먼지 같은 건전지가 조촐한 감정의 변화를 안겨준 적이 있다. 건전지를 넣어서 라디오를 듣던 중학교 때 딱 하나 뿐인 친구가 이사를 가게 되었다

 

둘 다 먼지 같은 존재로 둘 다 공부도 못했고, 음악을 나눠듣고, 대의에 끼지 못하며 하굣길을 같이 걸었다. 그렇게 2년을 같이 다니다가 그녀석이 이사를 갔다. 허전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5개월 만에 연락이 와서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으니 언제 나올지 모르니 계속 들어보라고 했다

 

수업시간에도 창가에 앉아서 선생님 몰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라디오를 들었는데 하필 그때 건전지가 수명이 다 한 것이다. 예비 건전지도 사 놓지 못하고 안절부절 이었다. 수업시간이라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가방을 뒤져보니 다 쓰고 버려야 했던 건전지가 뒹굴고 있어서 그걸 집어서 끼워 넣었더니 라디오가 나왔다

 

그 녀석이 먼 곳에서 보낸 사연이 흘러 나왔다. 사연은 별거 없었다. 잘 지내고 있고 오늘 하루는 뭘 했고 무엇을 먹었는데 입맛에 맞지 않고 인종이 다르지만 괜찮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그런 평범한 이야기를 듣는데 잘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그런 지극히 당연한 것들을 그동안 하지 못하다가 이제야 그런 당연한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디제이가 덤덤하게 읽어가는 도중에 그만 눈물이 주룩 흘렀다. 그렇게 흐르는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묘하게 넷플릭스의 ‘클라우스’를 보는데 그때의 기시감이 올라왔다. 영화 속 마르구는 인종이 달라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배를 타고 와야만 하는 먼 길을 걸어와 제스퍼를 찾는다. 하지만 편지가 없으면 선물을 줄 수 없기에 다시 돌려보내지만 마르구는 슬퍼하지 않는다. 그리고 또 그 먼 길을 걸어서 제스퍼를 찾아온다

 

마르구는 계속 제스퍼를 찾아온다. 제스퍼는 결국 마르구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고, 전혀 언어가 통하지 않지만 제스퍼는 마르구가 자신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마르구가 원하는 선물을 만들어서 배를 타고 썰매를 끌고 마르구가 있는 먼 곳에 가서 그것을 마르구가 잘 때 몰래 갔다놓는다. 마르구가 선물을 풀어서 썰매를 타며 환한 얼굴이 된다. 모든 아이들이 하는 평범한 놀이가 마르구에게는 아주 특별한 것이었다

 

마르구가 딱 한 번 눈물을 흘리는데 제스퍼가 떠나갈 때 운다. 선물도 집어 던지고 운다.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를 하는 장면은 뭔가 아직 어린 아이로 남아 있으려는 마음의 어떤 부분을 쿡 건드렸다. 그건 아마도 중학교 때 느낀 행복한 마음 같다

 

넷플릭스 자체제작이라는데 아주 좋은 영화였다. 제스퍼가 건들건들 걸을 때 힙합도 나오는데 영화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이 신기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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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9-12-07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본 영화이고 기대보다 더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반갑게 읽었어요. 이 영화 보시면서 왜 중학교때 일이 생각나셨는지도 알겠고요. 그 친구와는 이후로 연락이 끊겼나봐요.

교관 2019-12-08 12:10   좋아요 0 | URL
몇 번을 봤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아쉽게도 친구와는 연락이 닿지 않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어떤 연락도 없다는 건 아무쪼록 잘 지낸다는 말인 거 같아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