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이 원작이긴 하지만 이 만화 같은 액션에, 이 만화 같은 대사에, 이 만화 같은 설정에, 이 만화 같은 유치함이 유치하지 않으면서 설정에 이해되고 대사가 쏙쏙 들어오면서 액션이 멋있다.

그놈의 성적, 초등학교 때부터 발버둥을 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도 꼴찌 아니면 그 언저리. 주인공은 자라서 악명 높은 유성 공고에서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대학에 가는 게 목표다.

그러나 유성 공고의 아이들은 공부와는 담을 쌓고 교내에서 대 놓고 담배를 피우고 싸움으로 서열을 가린다. 거기에 말려드는 주인공. 주인공은 공부를 위해 어릴 때부터 운동으로 다진 몸.

주인공은 체격과 체력 그리고 싸움 실력이 신. 급. 주인공은 싸움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공부만 하고 싶지만 이 만화 같은 이야기는 주인공을 가만두지 않는다.

가민이는 스터디그룹 다섯 명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교내 싸움 상위들이 격투를 신청하기만 하고.

도저히 누가 학생이고 누가 선생님인지 액면으로는 알 수 없는 얼굴들과 학원물은 일본의 전유물이라는 규칙을 깨버리는 아주 유치한데 유치해서 너무 재미있다.

주인공 가민은 숨은 고수지만 성적은 꼴찌, 그러나 생활 전반의 모든 지식을 습득한, 공부 빼고는 다 아는 천재. 하지만 재미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무매력의 매력덩어리.

저쪽의 외상 센터 히어로가 있다면 학원물의 생계 히어로 가민과 그의 스터디그룹이 펼치는 무협 발광액션물 스터디그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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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참 스컬리는 멀더에게 초자연적, 외계인은 믿지 못할 헛된 것이라 말하고 멀더는 스컬리에게 그럼 지금 캐는 사건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말해 달라 한다.

92년에 발견된 21살 여성의 시체는 외상도 내상도 없이 자체온으로 죽어 발견되었다. 이상한 부분은 허리에 벌레에 물린 것 같은 사마귀 두 개가 났다는 것.

그 부분에서 유전자를 조사해 보니 인간의 몸에서 나올 수 없는 유전자가 발견되었다. 스컬리는 조금씩 멀더의 주장에 동화되면서 동화되지 않으려 하는데 폭우 속에서 두 사람이 그 지역을 지나가던 중 차의 시동이 꺼지고

내렸을 때 두 사람의 시계가 6분 빨라있는 것을 확인한다. 특정한 구간에서 시간을 도둑맞은 것이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스컬리는 자신의 허리에 그 모기에게 물린 것 같은 사마귀가 났다는 걸 알게 된다.

스컬리는 멀더와 사건을 파헤치면서 점점 지구에는 없는 물질을 발견하고 초자연적인 현상을 눈으로 보면서 엑스파일을 작성하고 조사한다.

엑스파일 시리즈가 재미있는 이유는 각본이다. 크리스 카터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렇다. 그리고 늘 말하지만 휴대전화가 나오기 전이라 재미있다. 이야기를 더 극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미국정부는 국가를 위해 평생을 몸 바친 군인들, 전투기 조종사들이 직전을 수행하다가 뭔가를 보면 그 정보를 없애기 위해 뇌를 건드려 바보로 만들어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짓을 멀더는 캐려고 한다.

이는 분명 외계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스컬리는 그건 그저 우연일 뿐이라며 멀더와 부딪치지만 이상한 현상들은 자꾸 일어나고 두 사람을 방해하는 정부 요원들이 나타난다.

멀더는 이 초자연적인 현상과 외계인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정부는 알고 있는 무엇을 숨기려는지 파헤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배후에 거대한 어떤 무엇이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두 사람을 조여온다.

스컬리와 멀더의 젊은 모습도 한몫한다. 멀더의 츤데레같은 모습이나 스컬리의 냉철함 속에서도 쏘아대는 푸른 눈동자의 빛이 아주 좋다.

시리즈를 잘 보면 외계인과 초자연현상 그리고 미국의 엑스파일에 대해서 말하지만 주위에서도 사람들이 갑자기 분노하거나 변하고 평소에 알던 모습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넓게 보면 이런 현상이 전부 초자연 현상에 대입하면 딱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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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이라지만 십 년은 넘었다)은 대중목욕탕을 가지 않지만 어릴 때 명절이 다가오면 아버지와 함께 동네에 있은 목욕탕에 갔다. 아주 어릴 때에는 뜨거운 탕에 들어가는 게 죽기보다 싫었는데 아버지는 시원하다며 사기를 쳤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알게 모르게 사기를 당하며 지내왔다. 먹기 싫은 쓴 약을 먹으면 장난감 사준다거나.

목욕탕에 가면 재미있는 모습이 많다. 어떤 아저씨는 샴푸와 빗으로 머리보다는 사타구니의 털을 씻고 빗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어렸던 내가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니까 아저씨가 몸을 옆으로 살짝 돌렸다.

한증막실 앞에는 혈압이 높으면 들어가지 말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생각해 보면 혈관이 확장하면 혈압에 안 좋기보다 그 반대일 텐데. 오히려 냉탕에 갑자기 들어가는 게 안 좋을 수 있다. 한증막도 오래 있으면 누구든 안 좋겠지만.

어떤 아저씨는 한증막 안에서 영화처럼 괜히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데 자존심을 내세워 저 사람보다 오래 앉아 있으려고 한다.

그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일어나면 들릴락 말락 한 온갖 허풍 같은 소리를 내며 묘한 기지개를 켜고 나간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하지만 모두에게 이겼다는 느낌으로 한증막을 나간다.

목욕탕 한 편에는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거기에는 덱 체어 같은 긴 소파 같은 의자가 일렬로 죽 있는데 어떤 아저씨는 하나만 걸치고 잠을 자는데 그 하나가 양말이다. 아저씨를 두드려 깨워 왜 하필 양말이냐고 묻고 싶다.

목욕하고 나오면 몸을 말리라고 거대 선풍기가 돌아간다. 드라이기는 물론 머리를 말려야 하지만 한 아저씨는 기마자세로 사타구니를 열심히 드라이로 말리고 있다. 철사 같은 뭔가가 한 가닥 날아와서 내 앞에 떨어졌다.

요즘은 어떤 모습인지 모르겠다.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이후 대중목욕탕도 많이 없어졌다. 아버지는 등은 어린 나에게 맡겼다. 가는 팔로 낑낑거리며 아버지의 등을 밀면 아버지는 또 사기를 쳤다.

아 시원하다며, 내가 밀어주는 등이 회사 동료가 밀어주는 것보다 더 시원하다고 했다. 그 말에 힘을 얻어 10살 인생에서 낼 수 있는 온 힘으로 아버지의 등을 밀었다. 이제 아버지도 없고, 아버지와 함께 갔던 목욕탕도 없어졌다.

이런 생각을 하니 공기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괴괴하다. 하지만 추억을 점검하듯이 조심스럽게 꺼내서 손 위에 올려놓으니 마음이 홀가분했다. 나는 조금씩 단단해져가고 있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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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은 ‘헤드 앤 바틀(1975)’라는 작품이다. 필립 거스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추상화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추상을 하다가 구상으로 돌아섰다.

그 때문인지 미술계에서 박해받았지만, 그 덕분에 대중에게는 환호받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남자가 쏟긴 술병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그림에서 남자는 집 안에 혼자였음이 분명하다.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고독을 삼키기 위해 술을 마시고 집으로 와서 마지막 남은 한 병의 술을 땄다.

하지만 그만 술병은 넘어져 술이 쏟아지고 남자는 그 모습을 혼이 나간 듯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코나 입 같은 건 필요가 없다. 오로지 술을 향한 욕망과 안타까움을 술병을 향한 시선으로 일관할 뿐이다.

이마에 두껍게 접힌 주름과 철사처럼 강한 수염이 난 꺼칠꺼칠한 턱은 남자의 지나간 시간을 말해주고 있다.

남자는 붓으로 생활하는 그림쟁이일 테지. 아마 거스턴 자신일 것이다. 늦은 사랑을 잃어버렸거나 생활고에 대한 비관에 술을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술병은 넘어져 술이 그대로 탁자에 쏟기고 말았다. 피 같은 술이라는 말처럼 거스턴은 술을 붉은색으로 채색했다.

키리코를 가장 사랑했다는 거스턴의 그림에는 낯선 그리움과 익숙한 고독이 옅은 비애감처럼 스며든다.



거스턴의 그림을 아주 좋아해서 자주 따라 그려본다. 그림 속 주인공의 고독이 낯설지 않아서 그런지 좋다.

이 그림은 ‘커플 인 배드’ 제목인데, 거스턴의 다른 그림에 비해 거의 유일하게 연인을 끌어안고 있다.

붓을 꼭 쥔 손으로 봐서 화가인 주인공은 아마도 자신을 말하지 싶다. 주인공은 그림도 연인도 놓을 수 없어서 다리를 오므리고 붓을 놓지 않고 절대적으로 연인을 끌어안았다.

이불속에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지 않을까. 당신을 그렸어,라고 달콤하게 말을 했을지도 모른다.

작고 어두운 화가의 방에서 비좁은 침대 위에서 사랑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진정한 어둠은 빛이 없는 게 아니라,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믿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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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만에 편지를 쓰는 것 같습니다. 일 년 전에는 쓰레기의 찌꺼기가 몸속 어딘가에 계속 쌓이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의 저는 찌꺼기가 몸속에서 썩어가는 것만 같습니다.

이것이라고 확실한 것에도 태도를 제대로 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태도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이 짧은 편지를 쓰는 동안에도 ‘것’이라는 글자를 꽤 많이 써버렸습니다. 역시 그것은 나의 태도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태도라는 건 참 중요합니다. 태도에 따라서 그 뒤의 일들이 결정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기에 태도는 무엇보다 확실하게 취할 때는 취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수준 낮은 태도로 일관했던 것 같습니다.

몸속의 그것이 썩어가면서 풍기는 악취가 일 년 전에도 나쁘지 않았는데 그것을 계속 맡고 있다 보니 그 냄새가, 그 악취가 나의 것, ‘나’인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어쩌면 이제 저는 좋은 냄새라는 걸 맡을 수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잘 설명할 수 없지만 후각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한 계절이 끝나가려고 합니다. 인간 실격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그리고 그 이튿날도 같은 일을 되풀이하고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관습을 따르면 된다. 즉, 거칠고 커다란 환락을 피하기만 하면, 자연히 커다란 슬픔도 오지 않는 법이다. 앞길을 가로막는 돌멩이를 두꺼비는 우회하여 지나간다’라는 문장 말입니다. 한창 우울할 때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때는 오히려 우울함을 드러내서 더없이 우울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근래에 비해서 말입니다.

제가 인간 실격을 읽고 느낀 것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오늘을 보내는 시시한 것들이, 커다란 슬픔과 위대한 기쁨을 누리지 않는 것들이,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는 것입니다. 돌멩이를 이기는 두꺼비는 몸에 상처가 커 곧 죽어 없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회한 두꺼비는 살아남습니다.

시시한 것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행복하게 죽기보다 불행하게 질질 끌며 살아가는 삶.

글이라는 건, 결국 살아남는가가 중요합니다. 어떻게든, 아득바득 살아남아 있다면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이기에 살아남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그렇습니다. 좋은 신발, 좋은 차, 좋은 옷도 좋지만 좋은 사람이 좋은 글만큼 좋은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도 불확실하지만, 무사히 지나갈 것 같습니다. 저를 괴롭히는 사람은 누구도 아닌 저 자신입니다. 꿈을 꿨는데 꿈이 아니었어.라는 토토로의 대사를 지난번 편지 어딘가에도 썼는데 역시 지금도 잠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이 꿈이고 꿈같은 시간이 현실이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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