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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리언 시리즈를 보면서 늘 드는 의문은 제노모프의 대가리에 총쏘면 죽으면서 침을 흘리는데 그게 엄청난 산성이라 다 녹여버리잖아. 근데 그 산성 침이 제노모프의 본체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렇다는 건 제노모프의 몸뚱이는 산성에도 녹지 않을 정도로 우주 최고의 단단한 물질이라는 말이잖아. 근데 총에는 또 맞아서 대가리가 박살 난다. 모든 걸 다 녹여 버리는 우주 최강 산성에 견디는 단단한 몸인데 총에는 약하다. 하지만 모든 걸 녹여버리는 산성물질에는 강하다. 뭐 그렇다고.

에이리언 로몰루스는 에이리언 빠돌이가 작정하고 만들어서 그런지 오마주가 여럿 등장하고 에이리언 후속작 중에 제일 재미있었다. 어지간한 공포물에도 무섭다는 느낌이 없는데 로몰루스는 무서웠다.

이 영화에서 느끼는 무서움은 긴장김이다. 이 긴장감은 제노모프가 진짜 같아서 그렇다. 그리고 마지막에 등장하는 오프스프링은 불쾌함 그 자체였다. 역시 그래픽이 아니라 진짜 같아서 그렇다. 입을 아 벌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입이 나오는 오프스프링은 너무나 살아있는 것 같아서 정말 불쾌하고 긴장되었다.

가장 불쾌한 캐릭터 이 오프스프링은 그래픽이 전혀 아니라 80년대 특촬처럼 특수분장이다. 진짜 2미터 36센티미터 장신을 섭외해서 연기를 한 것이다. 이 배우는 원래 농수선수였는데 다쳐서 집에서 쉬고 있었다고 한다. 이 선수는 거인병 같은 것이 아니라 아버지, 엄마의 영향으로 유전자적으로 그저 2미터 36센티라고 한다. 팔다리가 엄청나게 길다.

원래는 대처할 인물이 없어서 그래픽으로 하려고 했는데 그래픽 사용을 극도로 싫어하는 알바레즈 감독이 전국을 뒤져서 그 선수를 알아냈고 섭외를 해서 분장으로 그 불쾌한 캐릭터 오프스프링이 탄생했다.

제작사에서 오프스프링 장면을 삭제하자고 감독에게 말했다. 인간 배아에 제노모프 정자가 들어가서 오프스프링이 탄생하는 게 사람들에게 너무 거부감을 준다는 거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알바레즈 감독은 제작사가 싫어한다면 바로 오프스프링이다.라고 했다. 제작사의 말을 들으면 대체로 영화가 망한다는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게 인공지능 역의 이안 홈이었다. 그는 이미 고인이 되었기 때문에 그래픽이 불가피했다고. 그런데 뒤져보니 예전에 호빗인가? 반지의 제왕인가 그때 출연했을 때 얼굴을 본뜬 조형물이 있었던 거였다. 그래서 인공지능 애쉬를 재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안 홈이 영화에 나왔을 때, 이야 하며 감탄했다.

그 외 거의 모든 장면이 그래픽 없이 특수촬영을 했다. 에일린 우의 가슴을 뚫고 나오는 제노모프 새끼 장면도 전부 특촬이다. 새끼 제노모프의 움직임은 인형극을 하듯 여럿이서 실을 꿰어서 잡아당기고 늘리고 하면서 촬영을 했다. 극강의 빌런 제노모프 역시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탈을 뒤집어쓰고 연기를 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같은 긴장감의 무서움이 화면 밖으로 뚫고 나왔다. 주인공 케일리 스페니를 처음 봤을 때가 케이트 윈슬렛이 마을의 형사로 나오고, 딸이 사고 쳐서 딸을 낳아서 할머니가 되어서 마을의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이야기 ‘메어 오브 이스트타운’에서다. 거기서 시체로 나온다. 또 얼마 전에 본 미국 내전을 다룬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였다.

감독이 작정하고, 그래 너희 한 번 죽어 봐라, 하며 만들어서 제대로 아슬아슬함을 느끼게 해 준 에이리언 로몰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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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가진다는 게 뭘까. 감정 때문에 인간은 늘 괴로워하고 병에 젖어든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가지게 되면 안 되는 것처럼 영화들은 말한다. 하지만 감정이 없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인간다울 때가 있다.

그걸 처음 본 게 블레이드 러너에서의 안드로이드 레플리컨트였다. 동료가 인간에게 죽음을 당하니까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괴로워한다. 하지만 인간은 자신이 살기 위해 동료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감정을 가지게 되면 자기 위주가 된다. 나 살기 바쁜데 누굴 생각하고 있을 수 없는 게 인간이다.

마음을 가지고 싶었던 최초의 인공지능은 오즈의 마법사의 양철나무꾼이지 싶다. 온 마음을 다해 심장, 즉 마음을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양철나무꾼은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도로시와 토토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지니까.

로지는 말했다. 전원이 꺼졌을 때에도 브라이트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고. 그건 바로 마음으로 소리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오차 없는 정교한 프로그래밍보다 탈 많고 시시각각 변하는 마음은 서로 연결된다는 걸 보여준 로지와 브라이트빌의 이야기.

브라이트빌의 비행은 로지가 주는 선물이었다. 그 비행으로 세상을 조금 알게 된 꼬꼬마였던 브라이트빌. 그리고 꼬꼬마를 키우면서 알게 된 감정이 프로그래밍을 넘어선다는 걸.

육아는 힘들지만 언젠가는 떠날 걸 알기에 힘들어도 나는 법을 가르쳐야 하기에 로즈는 다리가 망가지고 볼트가 하나씩 빠지더라도 이 수고를 헛되이 할 수는 없다. 모든 엄마가 그렇게 아이를 키웠을 것이다.

로봇처럼 변해버린 이 시대의 어른들의 눈물을 쏙 뽑아버린 이야기 ‘와일드 로봇’이었다. 드림웍스에서 제대로 사고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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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종로 바닥은 그야말로 야생의 세계다. 온갖 쓰레기와 구토물과 만취한 사람들의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와 각종 네온사인의 혼재가 가득한 곳이 2000년대 초 서울의 밤거리다. 그 하룻밤에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는 이야기다.

아주 재미있다. 오래전에 한 번 보고 다시 보는데 더 재미있는 것 같다. 그리고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짧은 밤이지만 새벽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수많은 인간 군상이 드러나는 시간이다.

스무 살에 애를 낳고 모든 것이 서툰 금순이는 아기 때문에 밤새 잠을 설쳐 남편의 첫 출근에 일어나지 못하고, 와이셔츠를 다리다가 다리미 자국도 내고 엉망진창으로 남편을 보낸다. 일편단심 남편 바라기에, 일편단심 금순이 바라기인 남편은 첫 출근을 해서도 금순이에게 전화를 해서 노래 불러주고 금순이 이야기 다 들어준다.

새벽 5시에 시부모님이 촌에서 온다는 말에 고등어조림을 하려고 우당탕하는 금순이는 그럴수록 집 안이 개판이 된다.

그러던 중 남편은 퇴근 후에 회식을 하느라 꽐라기 되고. 그러다가 자정이 넘고 금순이는 술집에 뻗어있다는 남편을 찾으러 나가지만 그만 잘 못된 일에 휘말려들어 조직폭력배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일이 점점 커진다.

쫓기다가 보니 꼴은 거지꼴이 되고, 금순이 눈에 몹쓸 인간의 모습까지 둘어온다. 미성년자를 모텔에 데리고 들어가려는 남자를 보다 못해 금순이는 배구 선수 출신답게 공을 던져 남자를 잡다가 일이 또 꼬이고.

전부 폭력적으로 금순이를 잡으려는데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아기 기저귀 가는 걸 도와주고, 포장마차 부부는 금순이에게 국수를 내주고, 도망 다니다 보니 아가가 없어졌다. 놀란 금순이 아기를 찾아 헤매고, 그런데 잃어버린 아기는 노숙자들이 돌봐주고 있었고, 신발 한 쪽을 잃어버린 금순이에게 신발까지 내어 준다.

한강 작가의 말을 듣고 나서 인지 이 영화에도 짧은 밤이지만 한쪽에서는 폭력이, 한쪽에서는 인간의 아름다움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다. 천상병 시인이 정부에 끌려가 손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고문을 받고 행려병자처럼 버려졌지만 귀천에서 세상은 아름다웠노라고 했다.

감옥에서 고문을 받고 반 시체가 되어 감옥에 들어오면 눈물을 흘리며 빵을 주던 경찰이 있었고 버려졌을 때 거둬들여 이불을 덮어줬던 노숙자들의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봤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폭력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참으로 이상한 세계.

그런 모습을 블랙코미디로 아주 잘 그린 영화가 굳세어라 금순아다. 밤새 도망 다니며 인간 군상의 일에 이리저리 얽히는데 하나의 일이 또 다른 일을 만들고 그 일이 확대되면서 점점 부풀어 오른다. 그러면서도 고등어를 사는 걸 잊지 않는 금순이.

영화를 보면 호화 캐스팅이며 곳곳에 위트와 유머가 있다. 소설로 나온다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밤은 짧지만 일탈은 낮에 비해 몇 배, 몇십 배 일어나는 세계 ‘굳세어라 금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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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죽어야 사는 여자가 코믹 버전으로 젊음을 되찾는 묘약의 대환장 파티라면, 이 영화는 스릴러 버전의 묘약 대환장 파티다. 포스터에 개 미친 영화라는데 미친 영화다.

거의 호러에 가깝다. 늙은 데미가 깨알 딱 벗고 있다가 묘약으로 젊음을 되찾는 장면이 에이리언 로몰루스에서 제노모프가 배를 가르고 튀어나오는 것만큼, 아니 그것보다 더 징그럽고 무섭다.

굵은 바늘로 골수 같은 걸 채취하는 장면이나, 살이 갈라지고 그 몸 안의 모습이 드러나면서 그 속에서 젊은 데미가 튀어나오는 모습이나, 눈동자의 변형이나 호러다 호러.

초반에 거의 20여분을 들여 너무 적나라하게 여성의 몸을 보여준다. 지금의 데미의 깨알 딱 벗는 몸도, 젊음의 데미- 즉 완전 다른 모습의 수가 깨알 딱 벗은 몸도 오랫동안 보여준다.

얼마 전에 브레드 피트가 그 멋진 복근을 유지하기 위해 배에 성형을 했다는 기사가 떴다. 물론 외국발 기사지만. 또 톰 크루즈 역시 자주 변하는 얼굴 때문에 이런저런 가십이 많이 떴다. 가장 최근에는 21년도에 비해서 너무나 젊어진 얼굴이 뉴스를 장식했다.

젊어지고 싶어 하는 건 나이가 들어가는 인간이면 누구나 그렇지만 아무래도 할리우드 배우들이 최고인 것 같다. 그들의 정말 피나는 노력은 항상 기사를 장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데미 무어 역시 몇 억을 들여서 성형을 어쩌고 하는 기사가 잊을 만하면 떴다. 이상하지만, 지금의 성형 기술은 거의 22세기를 달리고 있는데 데미의 현재 얼굴의 모습은 성형을 많이 한 할리우드의 나이 든 여성배우들의 얼굴과 비슷하다. 참 이상한 일이다.

보통 안티에이징하면 꾸준한 운동과 소식의 식습관 그리고 여러 가지 성형과 시술을 도움으로 늙어가는 모습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데 영화에서처럼(90년대 참 재미있었던 죽어야 사는 여자를 비롯해서) 묘약 하나로 젊음을 되찾는 다면 돈 있는 사람들은 마구 달려들 것이다.

이 영화에서 데미는 주로 깨알 딱 벗은 채로 등장한다. 그러다 데미, 즉 엘리자베스가 활동할 때에는 수가 깨알 딱 벗은 채로 쓰러져 있는다. 묘약으로 젊어지는데 대신 규칙이 있다. 7일은 엘리자베스(데미)로, 또 7일은 수로 완벽한 균형을 맞춰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알지?

왜냐하면 한 사람이 젊어지는 게 아니라 완전히 다른 한 인격이 데미의 몸에서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기분 나쁜 녹색의 묘약으로 두 사람으로 갈라져 따로 생활하는 데미. 너무나 예쁜 수의 모습으로 나타나면 남자들은 전부 다 허락하고 오케이다. 예쁘면 다다. 이 더러운 세상은 예쁘면 다야 ㅋㅋ

sns도 예쁘고 잘생기면 남미새와 여미새들의 대놓고 달려드는 대환장피드가 된다. 성공하고 싶으냐 그러면 예뻐라 ㅋㅋ 수의 마가렛 퀄리는 다 알겠지만 얼마 전에 제니에게 머리카락 만지며 이거 금발 맞아? 해서 인종차별의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아무튼 묘약으로 젊음을 얻는 대신 뭔가를 자꾸 해야 한다. 후반부 데미의 연기는 미쳤다. 그리고 두 사람의 인격으로 갈라진 데미와 수는 징그러움의 극치를 보여준다. 그런 영화다. 호러에 가깝다. 아니 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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