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여인8

 

스타키가 다가온다. 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다. 스타키는 안부를 물었고 길거리 창녀 생활보다 낫지 않느냐고 했다. 에드워드와 헤어지면 한 번 만나자고 했다. 개자식이 한 번 즐겨 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살롱의 여자들에게서 받은 모욕의 몇 배는 더 느꼈다. 배 속에서 뜨거운 이상한 돌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래, 좋아요, 한 번 만나요. 빌어먹을! 마음속에 있는 말은 뱉어내지도 못했다. 옷 때문이다. 이 옷이 나를 묶어 둔다. 이 인형처럼 입혀 놓은 옷 때문에 스타키 같은 인간에게 제대로 먹이지도 못했다. 비싼 거리에 있는 비싼 옷 가게에서 산 비싼 이 옷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다. 화가 난 것 같은데 서러웠다. 울고 싶은데 눈물을 흘릴 수 없었다

 

매일 모욕을 씹어 먹으며 길거리 생활을 견뎠지만 심장을 찢어버리는 모욕은 처음이다.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느라 호텔로 오는 내내 이를 꽉 깨물어서 턱이 아팠다. 에드워드가 스타키에게 내가 창녀라고 말 한 것이다. 나는 장난감이 아닌데 에드워드가 나를 장난감 취급한 것 같아서 속이 너무 상했다. 병이 걸린 것도 아닌데 속이 이렇게 아플 수 있다니. 나는 에드워드에게 스타키 같은 작자에게 그런 소릴 들어서 몹시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당신이 내 포주에요? 나를 스타키에게 넘길 건가요! 난 장난감이 아니라구요! 그랬더니 에드워드는 나에게 큰 소리로, 사실 당신은 창녀고 나랑 계약했잖아!라고 말해버렸다. '에드워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지금 내가 얼마나 상처받았는지 누구보다 당신은 알아줘야 해요' 에드워드! 누구도 날 소유할순 없어요! 내가 결정한다구요! 사람과 시간은 말이에요! 나도 내 속과 다르게 소리를 질렀다. 당신을 만난 게 후회돼요. 에드워드에게 이런 모욕은 생전 처음이라고 했다. 설마 처음은 아니겠지. 에드워드는 깔때기 없이 말을 ㅕ했다.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를 잡아줘요’ 나는 속으로 울 뿐이었다. 에드워드가 미웠다. 사랑하지 않으면 미워하지도 않는데 나는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 보다. 욕이 나오는데 이젠 예전처럼 마구 욕을 할 수 없는 내가 더 미웠다. 마지막 남아 있는 내 작은 마음이 유리처럼 와장창 깨졌다.

 

가방을 들고 옷가지를 챙겼다. 나가게 돈을 달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망설임 없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침대 위에 던졌다. ‘제발 잡아 달라구요, 나를 이대로 그냥 가게 내버려 두지 말아요’ 하지만 내 속마음을 에드워드는 모르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했지만 저 돈을 가져가기 싫었다. 돈을 들고 나온다면 나는 정말 비참할 것 같았다.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눈물이 곧 터질 것 같았다. 엉엉 울고 싶었다. 이놈의 엘리베이터는 왜 빨리 올라오지 않는 것일까. 호텔을 빠져나가면 욕을 실컷 하면서 울어버릴 테야. 이 옷 먼저 벗어 버릴 테야. 울고 싶고 또 울고 싶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에드워드가 나왔다. 그는 나에게 사과를 했다. 갑자기 내가 물어서 자신도 왜 그런지 ,,,. 인수합병하는 데이빗과 같이 있어서 스타키가 산업스파이인 줄 알아서 그렇게 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 말에도 나는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가지 마, 같이 지내. 왜요? 에드워드는 내가 데이빗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싫었다고 했다. 그가 질투를 하고 있다. 질투는 미워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마음이다. 곧 사랑하지 않으면 미움도 없다. 질투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일그러트린다. 에드워드가 나를 질투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같이 있어야겠다는 마음이 내 깨진 마음에 풀칠을 했다. 단지 이야기만 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에드워드는 질투가 났다고 했다. 그는 자존심을 버리고 질투가 난다고 입으로 말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아요, 저 정말 슬펐어요’ 나 정말 괴로웠어요. 에드워드는 안다며 나를 다시 방으로 인도했다

 

나는 그날 밤 에드워드에게 내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들. 길거리 생활을 하기 전 이야기, 첫 남자의 이야기, 처음 길거리 손님을 받고 밤새도록 운 일. 사람들이 자꾸 깎아내리면 그대로 믿게 된다. 나쁜 일을 하는 사람에게 욕을 하는 건 맞지만 옳은 일을 하는 사람이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고 사람들은 욕을 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 에드워드는 정말 자신이 잘못했다는 눈빛으로 내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진심으로. 나 역시 나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했다. 그는 나의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듣고 나를 특별한 여자라고 칭찬했다. 꿈 같은 말이었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여운 여인7

 

에드워드는 내가 잔뜩 구입한 쇼핑한 옷들 중에 하나를 입혀 폴로 경기가 하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폴로 경기라는 귀족들만이 즐기는 문화에 내가 끼는 것이 두려웠다. 이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고리 터분한 사람들 중에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이고 돈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보는 것이 겁이 났다. 무엇보다 나를 알아보고 에드워드에게 해코지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들었다. 아마 그렇게 되면 10억 달러의 이번 사업이 날아가는 것이다. 이 알 수 없는 경계가 있는 폴로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것이 나에게는 무서운 일이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나를 이끌었다. 재미있을 거야, 초조해하지 말고 웃어.라며 에드워드는 고리 터분한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를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귀족 여자들이 나에게 인사를 했다. 에드워드의 이달의 애인이신가요? 귀족들의 언어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나 보다. 저 사람은 그저 섹스 파트너일 뿐이에요.라며 나는 그 자리를 호기롭게 나왔다. 흥

 

에드워드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 중에 스타키라는 자신의 변호사를 소개해주었다. 머리통은 삐뚤빼뚤하고 눈은 음흉하며 마치 무엇을 하나 더 가지려는 욕심이 가득한 사람 같았다. 에드워드에게 하는 모든 말들이 그의 기분을 맞추려고 말했다. 그에게 충성을 다 했다. 에드워드는 보기에는 그래도 유능한 변호사라고 했다. 나는 에드워드가 왜 나를 이런 곳에 데려온 줄 알았다. 모두가 고리 터분한 옷에 고리 터분한 이야기에 고리 터분한 말을 하고 있는데 나에게 인형 같은 옷을 입혀서 고리 터분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사업상 만나는 사람들. 속내를 거의 알 수 있지만 전혀 속을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폴로 경기에는 잔디를 밟는 행사가 있었다. 잔디를 밟는 건 재미있었다. 에드워드가 옆으로 와서 같이 했다. 그는 나를 끌어안았다. 주위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다. 나의 웃음소리가 폴로 경기장을 채웠다. 처음 해보는 모든 것이 즐거웠다. 시작하기 전에는 두렵고 무서웠는데 에드워드가 이끌어 막상 하고 나면 재미있는 일 투성이었다. 해가 떠 있을 때는 잠을 자고 해가 지면 부랴부랴 옷을 입고 길거리로 나가서 돈을 벌어들였던 나는 점점 이 생활을 즐겼다

 

잠시 쉬고 있을 때 데이빗이 아는 척을 했다. 그는 내가 불편할 법도 한데 말을 구경시켜주었다.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친절한 사람이다. 데이빗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나의 이야기가 천박해 보일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고리 터분의 바다 속에도 친절함과 재미와 좋은 사람들이 숨어 있었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여운 여인6

 

새벽에 눈을 뜨니 아직도 에드워드가 들어오지 않았다. 전화를 해서 에드워드를 찾았다. 엘리베이터 보이, 데니스가 나를 에드워드가 있는 곳으로 안내를 했다. 에드워드는 사람들이 빠져나간 휑한 식당에서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슬픈 등이었다. 에드워드는 많은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지만 실은 누구도 에드워드의 위로가 되어주지는 못했다. 그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돈을 보고 몰려든 사람들이다. 그를 안아주고 싶었다. 실패를 모르는 이 남자가 실수하고 있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에드워드는 비어있는 식당에 남아서 정리하던 사람들에게 자리를 좀 피해달라고 했다. 에드워드는 나를 피아노 위에 올렸다. 내 발이 닿자 건반이 작은 비명을 질렀다. 에드워드가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피했다. 키스를, 키스를 해 버리고 나면 나는 정말 이 남자를 사랑하게 될지도 모른다. 에드워드와는 이루어질 수 없다. 나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씻지 않은 에드워드의 살갗에서 외로움의 냄새가 났다. 그의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웠다. 하지만 차가웠다. 나는 그를 보듬어 주었고 그는 나에게 들어왔다. 멋지게 놓여있는 피아노는 에드워드와 나의 침대가 되어 주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에드워드는 일찍 일어나 있었다. 그는 카드를 주며 쇼핑을 하라고 했지만 나는 이내 시무룩해졌다. 살롱의 불친절을 감당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나를 하찮게 본다. 내가 푸념을 늘어놓으니 에드워드는 나를 데리고 쇼핑을 같이 갔다. 나에게 모두 불친절하다구요! 괜찮아 그들은 신용카드에겐 아주 친절해.라며 씹고 있는 껌을 먼저 뱉어야 해.라는 말에 나는 당장 길거리에 신나게 뱉어버렸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을 데리고 고급 살롱으로 들어갔다. 매니저를 불러 “이 예쁜 아가씨 보이죠? 이 숙녀만큼 예쁜 옷이 있소?” 에드워드는 지금부터 우리에게 아부를 해야 할 거라며 아부 정도를 보고 이곳에서 돈을 왕창 쓸지 본다고 했다

 

에드워드는 마법사였다. 살롱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옷과 모자를 보여주며 스타일을 창출해주었다. 매니저가 에드워드에게 아부성 발언을 했을 때에도 그는 내가 아닌 저 아가씨에게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후 내 앞에는 마법이 계속 이루어졌다. 에드워드는 전화를 받고 일하러 가면서 나에게 쇼핑을 마저 하도록 했다. 에드워드에게 잘 어울리겠다고 내가 손짓을 하면 매고 있는 넥타이도 풀어 주었고 피자도 음료도 코앞으로 갖다 주었다. 살롱에는 로이 오비슨이 부른 ‘오, 프리티 우먼’이 흘러나왔다

 

Pretty woman, i don’t believe you

You’re not the truth

No one could look as good as you

 

나는 팔이 떨어져 나갈 만큼 쇼핑을 하고 나서 어제의 나를 내 쫓았던 살롱으로 갔다. 그 콧대 높은 여자들에게 복수해주고 싶었다. 자 봐라, 어제 나를 버리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것이 너희들 실적이 되었을 텐데 흥. 나는 보란 듯이 통쾌하게 그 콧대를 납작, 누르고 나왔다. 호텔로 들어와서 당당하게 걸어가는 비비안의 뒷모습을 본 톰슨은 마치 딸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웃음을 보였다 .

 

그날 밤 나는 욕조에서 에드워드와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쳐있는 에드워드의 넓은 가슴을 거품을 내어 문질러 주었다. 에드워드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아마도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 말이었다. 술도 마시지 않고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그는 진정한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마치 나처럼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여운 여인5

 

에드워드는 나를 한 번에 알아보지 못했다. 어떤 일에도 당황하지 않고 망설이지 않는 그가 나를 찾지 못해서 조금 당황해한다. 그가 나의 변한 모습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니면 늘 보아오던 여자들의 모습이라 뜨듯 미지근한 반응일까. 내가 돌아앉았을 때 에드워드도 돌아섰다. 그때 그의 눈빛을 보았다. 보통 언어는 속을 감추기 위해서 개발되었는데 이 남자는 속에 있는 그대로 말을 해 버린다. 그리고 그 언어가 눈빛으로 나온다. 늦으셨군요. 에드워드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귀가 뜨거웠다. 몰라보겠다는 그의 말에 나는 에드워드의 팔짱을 꼈다

 

에드워드는 비비안을 약속 장소로 에스코트했다. 그곳에는 인수할 회사의 회장 모스와 그의 손자 데이빗이 먼저 나와 있었다. 모스 씨는 정중했다. 이 회장 할아버지의 친절에는 방어막이 없었다. 오랜 시간 몸에 밴 친절이다. 훈련으로 나오는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그의 젊은 손자인 데이빗도 그러했다. 비비안이 자리에 앉으니 모두가 착석했다. 비비안은 화장실에 가려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는 순간 모두가 일어났고 가지고 오던 음식도 다시 가져갔다. 저 화장실에 좀 다녀올게요. 에드워드는 음식을 알아서 주문해놓는다고 했다

 

조선업에 대한 심각한 이야기 중이지만 식사가 나왔을 때 바니에게 배운 것과는 다른 음식이었다. 에드워드, 에드워드 샐러드는 언제 나와요? 바나에게 배운 대로 포크를 들고 먹기에는 마뜩잖았다. 그때 모스 씨가 손으로 들고 나를 보며 음식을 먹었다. 친절한 사람. 격식에서 벗어나니 홀가분했다. 물론 달팽이 요리가 나왔을 땐 날려버렸지만 말이다. 하지만 식사 자리는 비관적인 말이 오고 갔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처음 먹어보는 아이스크림도 다 먹지 못했다. 마치 케비어를 스튜에 넣고 끓여 버린 맛 같은 식사 자리였다. 모스와 데이빗은 에드워드의 부당하지만 합법적인 조치에 화를 냈다. 그들은 나가면서도 나에게만은 격식적이지 않는 인사를 건넸다

 

돌아오는 내내 말도 없이 묵묵히 앞만 보던 에드워드는 호텔로 와서 베란다에 앉았다. 고소공포증 있잖아요. 에드워드는 몸의 반만 걸쳐놓고 베란다에 앉았다. 나는 난간 위로 올라가 에드워드를 놀렸다. 자 이렇게 손을 놓으면, 자 이렇게 하다 떨어지면 당신이 와서 구해줄 거죠. 비비안은 에드워드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에드워드는 심각했다. 오케이 알았어요 알았어요. 당신은 그 할아버지를 좋아하는군요. 그러면서 상처를 주는 것에 자신이 밉고요. 에드워드는 돈 때문에 한심한 짓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라고 했다. 어떤 점에서 에드워드가 거짓말을 좀 했으면 좋으련만. 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물론 몽땅 호러블한 이야기였다

 

이런 무거운 이야기는 그만하고 들어가서 옛날 영화나 보면서 브로콜리가 되자고 했다. 하지만 고뇌에 휩싸인 에드워드는 잠시 나간다며 나갔고 나는 혼자서 식물인간 놀이를 하다 잠이 들었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귀여운 여인 4

 

이런 생각에 속박되어 있을 수만은 없다. 거리로 나가 고리 터분한 옷을 구입하자. 비비안은 할리우드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살롱을 찾았다. 문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급이 나를 맞이했다. 일하는 직원들도 손님들 모두 고급으로 마시고 먹은 사람들 같았다. 나는 옷을 골랐지만 직원들은 나에게 옷을 보여 줄 생각조차 없었다 .

 

나는 이 옷의 가격을 물었는데 직원들은 귀찮다는 듯, 하찮은 것을 보는 언짢은 표정으로 나에게 맞는 옷은 없다고 했다. 가격을 물었을 뿐인데 나는 그 고급스러운 살롱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제길, 빌어먹을! 젠장할. 욕이 곧 입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속에서 이렇게 크고 굵은 무엇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수많은 모욕을 밥처럼 먹으며 지냈지만 이렇게 비참한 모욕은 처음이었다. 그저 가격을 물어봤을 뿐인데 꺼져달라는 식의 모욕이 할리우드에서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니

 

더러운 마음에 호텔로 들어오니 호텔 매니저가 나를 붙잡았다. 나의 몰골은 이런 고급스러운 호텔에 어울리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나를 건들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마음씨 좋게 생긴 매니저 아저씨는 나에게 이것저것 캐물었다. 오늘은 전부 나를 귀찮게 하는 날이다. 함께 묵고 있는 친구의 이름을 묻기에 나는 에드워드의 성까지 말하지 못했다. 나를 벌레 취급하는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에드워드와 계약을 했기에 그럴 수도 없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때마침 엘리베이터 보이가 나왔다. 나와 에드워드와의 관계를 아는 귀여운 녀석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 하지만 메니저는 나를 자신의 사무실로 데리고 갔다. 나는 가면서 소리를 쳤다. 제기랄! 도대체 왜! .

 

이 자는 나를 호텔에 드나드는 창녀이자 호텔 고객의 돈을 뜯는 여자로 보고 있다. 비비안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톰슨을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어이없음과 힐난조의 시선도 포함되어 있었고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고리 터분한 인간들에게 자조 섞인 경멸을 던지고 싶었다. 톰슨은 호텔에 묵는 손님과 어떤 관계냐고 물었고 우리는 내가 조카인 것에 합의를 봤다. 하루 사이에 에드워드 덕분에 나는 고리 터분한 사람들과 합의를 보는 것에 능숙해졌다. 그리고 나는 디너에 입을 옷이 필요해서 옷을 사러 갔을 뿐인데 그 여자 직원들이 나를 똥구멍 취급했다구요! 나는 벌레 보듯 대했어요! 나는 흥분했고 그만 창피하게 눈물이 눈에 고였다 .

 

하지만 나의 영악함은 소용없는 일일까 톰슨은 경찰에게 전화를 했다. 그래! 경찰에게 전화를 해 보라지! 그런데 의상부의 브리짓을 찾은 톰슨은 브리짓에게 비비안이라는 특별 손님의 의상을 부탁한다는 통화를 했다. 톰슨이라는 이 사람, 바니(이제부터 바니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나쁜 사람만 잔뜩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괜찮은 사람이었다. 비비안은 차오르는 안도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몸의 힘을 풀었다. 톰슨은 어리고 멋진 이 아가씨가 좀 더 어울리는 옷을 입기를 바랐다. 브리짓을 찾아갔을 때 그녀 역시 멋진 여성이었고 나를 있는 그대로 대해 주었다. 로데오 거리의 그 싸가지들과는 질적으로 달랐다. 브리짓이 골라준 드레스와 구두를 싸 들고 바니를 다시 찾았다. 당신 멋진 사람이에요

 

드레스를 입기 전 비비안은 또다시 톰슨을 찾았다. 바니! 바니! 저에게 문제가 생겼어요. 비비안은 식탁 예절을 전혀 몰랐다. 바니에게 포크 사용법을 배웠다. 바니는 친절하게 아직 오픈하지 않은 식당의 한 테이블에서 비비안에게 포크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바니는 최선을 다해서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위해 포크 사용법을 알려 주었다. 긴장은 되었지만 나는 착실히 하나하나 익혔다. 에드워드와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으로 그에게 맞춰 갈 수 있도록 나는 집중했다. 고등학교도 못 나왔지만 나는 제법 암기력이 좋으니까 말이다. 비비안은 근래에 처음으로 진지하게 앉아서 진지하게 포크에 대해서, 사용법에 대해서 생각했다. 왜 그런지 끝까지 자신의 편이 되어줄 아버지 같은 바니가 옆에서 가르쳐주니 마음이 편안했다. 익숙한 길거리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불안이 불편한 이 고급스러운 호텔에서는 느낄 수 없었다

 

계속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