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을 생활하다 보면 여러 가지 냄새를 맡는다. 좋은 냄새가 있고 기분 나쁜냄새가 있다. 요컨대 전기배선이 타는 냄새라든가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는 냄새는 기분이 나쁘다. 그 외에는 좋은 냄새는 아니라도 수용할 만한 냄새에 속할지도 모른다

 

예전 제대를 하고 토건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늘 현장에서 일을 했는데 가끔 사무실에서 잡일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 김 과장님과 같이 점심을 먹을 때가 있었다. 아, 그런데 김 과장님 비빔냉면 먹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면서 담배를 피운다. 그러면서 너는 이런 이런 일을 어쩌구 하는데 냄새가. 속에서 우러나오는 냄새

.

 

회사에서 일 때문에 김 과장에게 쥐어터지는 김 군은 하루하루가 미칠 지경이다. 일을 못해서 개인 프라이버시까지 거들먹거리며 김 과장은 김 군을 놀린다. 동료들까지 김 군을 슬슬 따돌리며 집단에서 매장시킨다. 김 군의 친구는 오직 컴퓨터밖에 없다. 인터넷 친구들에게 김 군은 고민을 털어놓는다. 대부분 격려를 해준다. 김 군은 그 격려 덕에 하루하루를 견딘다

 

컴퓨터를 끄려고 하는데 빨간빛이 보이며 클릭하기를 바란다. 김 군은 호기심에 붉은빛을 클릭하고 화면을 본다. 소원을 들어주는 사이트다. 김 군은 사이트를 둘러본다. 여자문제에 관한 부분은 여기를, 시험 점수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은 여기를, 가족문제, 친구, 같은 카테고리가 김 군의 호기심을 끈다.(이런 장면은 여러 영화에 많죠. 위저드 베이커리와도 비슷) 김 군은 직장 상사 카테고리 부분을 눌러 들어간다. 거기에는 미운 직장 상사를 보내는 여러 방법이 있다. 김 군은 그중 하나를 누른다

 

다음날 김 과장은 점심에 감자탕으로 통일을 한다. 반드시 감자탕이어야 한다. 감자탕 집에서 부서원들이 점심을 말없이 먹고 있다. 김 과장도 감자탕을 먹는다. 국물을 떠먹고 마늘을 먹고 양파도 먹고 김치도 먹고 밥도 먹고 묵은지도 먹고 뼈다귀도 뜯어 먹는 김 과장의 모습이 보인다. 잘 먹는다. 점심을 다 먹은 다음 자판기 커피를 마신다. 담배를 한대 피운다. 사무실로 돌아온 김 과장은 양치질을 한다

 

그런데 입 냄새가 없어지지 않는다. 냄새는 사무실을 악취 속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원들은 코를 막다가 나중에는 숨을 헐떡 거린다. 김 과장이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코를 막고 목을 부여잡는다. 기침을 하고 심지어 구토를 한다. 욕을 심하게 하는 사람이 있고 아이들은 운다. 호흡기가 약간 사람은 악취에 취해 쓰러지고 눈이 벌겋게 되고 동자가 하얀색으로 통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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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좋은 냄새는 대체로 인공적인 냄새다. 저녁 8시에 강원 분식집 앞을 지날 때 풍기는 김치찌개 냄새는 허기진 배를 더욱 쥐어짠다. 중앙시장 통닭 골목을 지나가면 양옆에서 튀기는 통닭의 냄새도 꼭 통닭을 사야 하게끔 만드는 냄새다. 그 맛을 알고 있으니까. 음식 냄새는 대체로 인공적인 냄새다

 

사람들을 만나서 호감을 불러들이는 향수 냄새도 좋다. 어떤 향수 냄새는 사람에 따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 사람에게서 좋아하는 향이 나면 목소리만큼 그 사람에게 촉이 향하게 된다. 이 역시 인공적인 냄새다. 새로운 공책을 펼쳤을 때 나는 냄새도 좋다. 새 옷에서 나는 냄새도 좋고 어떤 택시에는 좋은 방향제 향이 난다

 

남들은 싫어하는데 자기만 좋아하는 냄새도 있다. 가령 자동차 정비소에서 나는 기름냄새나 내 아기의 비린내나 일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의 작업복 냄새가 그렇다. 기억에서 가장 나중에 사라지는 것이 후각이라고 하는데 냄새는 추억에게 꽤 들러붙어있는 것 같다

 

요즘 돌아다니면 자연적인 좋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꽃들이 피니까 동네 곳곳에 심어 놓은 나무가 꽃을 피우는데 거기서 나는 냄새가 ‘봄’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리고 있다. 얼씨구 참 좋구나, 하게 되는 그런 냄새가 요즘은 가득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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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나이가 들면 꿈을 안 꾼다고 하는데 요즘도 지치지 않고 꿈을 꾼다. 게다가 얼씨구 꿈의 반 할은 하늘을 나는 꿈이다. 어린 시절처럼 죽 날지는 못하고 여기에서 저어어기까지 날아가는 꿈을 꾸는데 정확히 긴 점프를 하는 꿈이다. 크게 점프를 했는데 도약이 잘 못되면(꿈이라 아 이건 잘못 도약했구나 한다) 점프 도중에 종간에 떨어질 것을 안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착지가 불안해서 아악 하게 된다. 반은 신나는 꿈이고 반은 악몽이다

 

꿈을 꾸다 일어나면 왕왕 메모장에 꿈의 내용을 적어 놓는데 꿈은 황당하고 엉망진창이다. 어떤 날의 꿈은 피범벅이 된 여자를 잡고 말해보세요,라고 하니, 제가 어제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분이 나에게 차를 사줬어요. 그런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울면서 차를 버리고 앰뷸런스를 타고 집으로 왔지 뭐예요, 제 기분 이해하시겠어요?라고 적어놨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또 한 번은 이런 글이 메모되어 있었다. 네, 그 섬에 신혼여행 간 일본인 부부가 좀비에게 당했던 거예요. 그런데 신부가 너무 예뻐서 제가 그 좀비에게 당한 신부를 데리고 와서 얼굴을 닦아주고 창백해진 몸을 문질러주는데 글쎄 그녀가 제 팔을 물어뜯어버린 겁니다. 전 너무 놀라서 팔을 빨리 그녀의 입에서 뺐는데요, 금세 시커멓게 변하더니 팔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팔을 잘라버렸죠. 그랬더니 팔에서 희한한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절 닮은 좀비가 탄생되 는겁니다. 좀 징거러웠지만 전 그 녀석과 함께 사진을 찍었죠 하하

 

일본인 부부하니까 얼마 전에 일본 도쿄의 지하도 근처에서 생긴 일이 생각이 납니다. 일본에 볼일이 있어서 바다 위를 달려서 뛰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지하도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겁니다. 나는 무엇인가 궁금해서 가보았더니 글쎄 헤그리도가 그곳에 와 있는 겁니다. 전 헤그리드의 수염이 진짜인지 궁금해서 다가가서 하나를 뽑아왔습니다. 자 여기 이것 보세요 굉장하죠

 

완전 맙소사다

 

하루키의 에세이에도 꿈에 관한 글이 꽤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꾸다가 나이가 들면서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떠 있는 것 같은, 그저 공중부유하는 꿈을 꾸다가 더 나이가 들면 꿈을 꾸지 않게 된다. 사실 나는 꿈을 안 꿨으면 한다. 꿈을 꾸는 것도 힘들고 습관 때문인지 꿈을 꾸면 으 하는 얼굴로 또 메모를 해 놓는 것도 힘들다

 

힘든 것이 하나둘씩 늘어가는데 꿈까지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어제도 꿈을 꾸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요거트를 하나 먹고 잤다. 어린 시절에 꿈을 꾸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꿈을 여러 번 꾸는데 어쩐지 나는 알몸이라 호랑이의 털이 몸에 닿는 그 기분이 좋다고 느끼면 어김없이 오줌을 쌌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꿈을 꿔도 오줌을 안 싸니 다행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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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울 뻔했다. 일행이 있어서 잘 참았지만 드레곤 길들이기의 마지막 편은 꽤 뭉클했다. 나도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저렇게 아버지에게 매달려 있거나 안겨 있는 사진이 많다. 그것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는 어디 갈 때 나를 안고 다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영화에서처럼 멋진 말을 한다거나 사랑 같은 단어를 쓴 적은 없다. 딱히 아버지의 부재가 큰 공백을 만드는 경우도 없다

 

그래도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거나하는 마음은 4월의 어느 날 내리는 눈처럼 뜬금없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한 번 밀려오면 강하게 오고 만다. 불어터진 라면(아버지는 나에게 늘 이렇게 끓여줬다)을 먹을 때나 이렇게 드레곤 길들이기 3을 볼 때처럼 확 밀려온다

 

아버지가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나올 것 같다기보다는 평소에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감정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가 작은 계기를 통해 그 편린들이 한곳에 모여서 와아 하면서 나올 때 몸속에 있는, 마음에 있는 조절이 안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같이 어딘가로 표출되면서 눈물이 나오는 샘을 건드리는 것 같다

 

남들 다 울면서 봤던 ‘생일’은 또 덤덤하게 봤는데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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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적의 ‘레인’을 좋아해서 참 많이 듣는 편인데 이적의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자동차 안, 운전을 하면서다. 가사의 내용을 생각해가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적은 레인을 작곡할 당시 창밖에는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 창에 부딪히며 그 운치를 더해갔을 것이고 옆의 스피커에서는 왜인지 이글스의 데스페라도가 흘러나왔을지도 모른다

 

레인의 첫 도입 부분의 피아노 부분이 데스페라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레인을 작곡할 당시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하기 전이니까 아무래도 레인은 이적의 경험을 녹록히 가사에 전달해서 곡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적 특유의 목소리로 레인을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사는 더욱 마음에 와닿아서 몸에 녹아든다. 그중에서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줄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는 부분은 감정이입이 상당하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뭐랄까 이적 같은 싱어송라이터의 감성은 우리보다 더 깊고 더 위에 있다고 해야 할까. 창가에 들러붙어서 흘러내리는 빗물은 눈물과 많이 비교되는 가사를 너무나 잘 쓰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이적은 결혼을 해서 예쁜 자식과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적도 가끔 부부 싸움을 할 것이다. 한창 싸움의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갈때 아내가 이러는 것이다

 

당신 그때 레인이라는 곡을 작곡하고 가사처럼 마음에 아로새긴 여자는 누구야? 말해봐? 말해봐요!라는 말에 이적이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그건 그냥 곡을 만들기 위해서 적은 가사야,라고 말을 해보지만 아내는 흥! 하며 날 위해 ‘다행이다’를 만든 거처럼 그녀와 헤어짐에 레인을 만들었잖아요,라며 이적을 불리하게 몰고 갈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윤상 오빠에게 다 물어볼거야 흥(두 사람은 윤상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으니) 하며 부부 싸움은 이미 아내에게 손을 들어주는 형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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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 선정적, 유머, 엉뚱, 잔혹으로 이루어진 18편의 단편 3D 에니메이션 영화 ‘러브, 데스 + 로봇’은 데이빗 핀처와 그의 특수효과 회사인 블러 스튜디오에서 열일하며 데드풀로 이름을 알린 팀 밀러가 제작해서 만든 SF 상상을 뒤엎는 옴니버스 영화다

 

러브 크래프트의 잔인함과 무서움의 극한 상상을 끌어올리는 영화도 있고 정말 야하고 야한 단편도 있지만 내 눈에 확 들어온 단편 영화 두 편을 소개하자만 하나는 유산균이 인간을 지배하는 이야기와 구미호로 시작해서 A.I 인공지능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 두 편이다

 

인간이 발견해낸 유산균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각을 하면서 인간을 지배한다. 단편을 보다 보면 그 상상력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인간은 늘 지배하기를 바라고 지배당하기를 바라는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지배하기를 좋아하고 또 지배당하는 것을 배척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있다

 

비슷하지만 않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8년 전인가 한 번 쓴 적이 있었다. 돼지와 닭이 구제역이니 조류독감에 걸려 살처분을 당할 때 그중 닭 한 마리가 탈출을 하여 시골에서 폐건전지를 잔뜩 버려 놓은 곳에 떨어졌다가 거기서 폐건전지에 중독이 되어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닭이 된다

 

닭의 이름을 꼬순이라 지었는데 꼬순이는 폐건전지에서 나오는 이상한 자기장 같은 거 때문에 자각을 하게 되고 인간들을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혼자서 큭큭 거리면서 썼지만 정말 이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때 새에 대해서 한창 조사를 할 때였는데 새는 위장이 구불구불하지 않고 일자로 되어 있고 날아다니면서 똥오줌을 싸고 그리고 항문과 오줌과 알이 나오는 구멍이 하나로 진화가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닭이나 병아리에 대한 것도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넷플릭스가 유치하다고 하지만 넷플릭스의 영화 중에는 이런 상상력을 끌어올려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들이 많다. 유치한 나 같은 인간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같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구미호의 이야기인데 구미호로 돌아갈 수 없는 옌은 결국 남자를 홀리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기계에게만 흥분을 느끼는 영국 귀족에게 약을 탄 술에 정신을 잃은 틈에 몸이 잘려 기계화 되고 만다

 

어릴 때 자신을 살려준 친구 이름이? 이름이... 아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단 딩이라고 하자. 딩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기계를 잘 다루던 딩은 기계의 몸으로 바뀐 옌을 기계의 구미호로 바뀌게, 그러니까 변신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영국 뒷골목에서 여자를 강간하려는 영국 귀족 놈들을 확 해버리는 내용이다

 

구미호가 기계가 되고 여자를 강간하는 인간을 죽이는 기계 구미호가 된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상상을 했을까. 아마 그 녀석들도 집에 피규어가 잔뜩 있겠지. 그 외에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잔인하고 섹시한 단편들이 많은 영화다

 

잔인하지 않고 섹시하거나 섹시하지 않으면서 잔인한 한 영화는 잔인하면서 섹시한 영화를 따라오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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