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와 성향이 맞는 사람과는 이야기가 잘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인 거 같다. 그런데 자신과 성향이 맞는 사람에게는 끌리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이 말을 어딘가에서 봤는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지만 흥 웃기시네 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도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제일 답답함을 느끼고 그것을 표출해버려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줬던 기억이 있다.

가난하게 자란 자가 후에 자수성가해서 자신과 비슷한 가난한 자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 경멸을 보내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행복해야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고 경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했다. 인간은 그래서 정말 알 수 없다. 도대체 인간이란 어떻게 생겨먹은 것일까.

못생긴 사람이 못생긴 사람을 싫어하는 것과 흡사할까. 어떨까. 시장에서 파는 부추찌짐을 사 먹었다. 뭔가 맛을 느끼기도 전에 혀를 사정없이 구타해버리는 땡초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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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판 써니다. 원작인 한국 판이 신디로퍼를 기점으로 나미의 노래가 유행이었던 80년대가 배경이면 일본 판 써니는 아무로 나미에가 열도를 흔들었던 90년대가 배경이다

90년대 일본 여고생들은 아무로 나미에의 화장법이나 스타일을 죄다 따라 했는데 일명 갸류라고 불리는 선탠을 한 것처럼 하고 다녔다. 90년대의 일본은 고갸루 여고생들 위주로 돌아갔던 시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조교제, 입던 팬티 판매, 샐러리맨들의 지갑을 터는 것도 여고생들이 했을 만큼 여고생들의 한 마디가 파워를 가졌던 때가 90년대의 일본이었다

일본 판 써니는 90년대를 살아가는 여고생들의 이야기다. 일본 판 써니는 원작과 거의 흡사하게 흘러간다. 유호정의 성인이 된 나미의 역은 시노하라 료코가 받아서 잘 살렸다. 나미는 일본 판에서도 이름이 나미로 나오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일본 판도 원작만큼 재미있는데 아쉬운 건 ‘써니’가 ‘소녀시대’와 맞짱을 뜨는 장면이 압권인데 그만큼의 재미를 따라오지 못한다. 요컨대, 세렝게티면 사자지?라고 춘화가 말하니까 소녀시대의 리더인 김예원이, 호랑이도 몇 마리 있을걸! 같은 재미를 살리지 못했다

성지루의 찰진 연기는 릴리 프랑키의 능글맞고 노련한 연기가 대체했다. 써니는 일본 리메이크가 먼저 개봉을 했지만 베트남과 미국에도 리메이크가 확정이 되었다. 베트남은 촬영이 끝났을 테고 미국은 자기네 나라에 맞게 시나리오 작업 중인 것으로 안다. 베트남 판 써니는 재미있을 것 같다. 베트남 영화들이 대체로 재미있다

써니가 말하고자 하는 건, 빤짝이고 늘 그대로이고 변하지 않을 것 같은 지금이 시간에 여지없이 무너지고 깨지고 닳고 못쓰게 되는 삶이지만 추억을 연료로 삼고 그것을 조금씩 연소시켜 나가면 거지 같고 지옥 같은 삶도 괜찮은 삶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적당히 열심히 하자. 잘 안되는 사람도 있겠지만

써니도 거의 10년 정도가 되어 간다. 그래도 볼 때마다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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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바다에 앉아서 책을 읽다가 오늘은 집 앞 백화점에 딸려 있는 연못에 앉아서 책을 좀 읽었다. 바닷가에서는 멀리 있는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물고기만 볼 수 있는데 여기서는 잉어를 아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잉어는 인간을 꼭 약 올리는 듯 우유자적 느릿느릿 움직이다가(마치 지가 무슨 상어라도 되는 듯) 저쪽으로 서서히 사라진다.

사람이 많이 오고 가는 곳의 연못인데도 깨끗하다. 그런 것을 보면 예전에 비해서 사람들의 의식도, 수준도, 청결함도 모든 것이 좋아진 것 같다. 쓰레기는 길거리 아무 때나 버리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을 잘 이겨내고 여기까지 왔다.

잉어의 유영을 보고 있으면 어항 속의 붕어를 볼 때처럼 시간이 가는 줄 모른다. 사람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가는 물고기는 사람들에게 어떤 느림에 대한 미학을 상기시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잉어의 유영을 보는 것만으로 지금은 이대로 괜찮아,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삼삼오오 연못에 붙어서 물고기를 구경한다. 아이들을 보는데 오리 두 마리도 연못에 떠 있는데 하마터면 오리에게 속을 뻔했다. 시간이 흘러도 계속 같은 자리에 있는 오리 녀석들.

잉어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잉어들은 연못에 오는 인간들을 보며 어어? 저 녀석 여기 또 왔네, 나의 자태를 한 번 보여줄까. 같은 생각을 할까. 어떨까. 이런 생각은 평소에는 터무니없는 생각이지만 잉어를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다. 그래서 잉어도 인간도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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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보면 인심이니 정이니 하는 인간의 최고 보류의 인간적인 감정이 삭막해진 것 같지만 그건 뉴스라서 그런 것 같다. 뉴스에서는 한 살 때 버린 딸이 서른 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어버리니 나타나서 보험금을 타내려 하는 엄마의 파렴치한 기사가 있고, 같은 반 친구를 하루에 400대씩 때려서 항문이 파괴되어 죽어버린 학생의 기사도 있고, 남편을 죽여 동가리 동가리 낸 기사와 자신의 아이를 죽인 기사 그리고 끊어지지 않는 유치원생을 때리는 선생의 분노를 들끓게 하는 기사도 많다. 그런 일련의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인간의 정이란 메마른 것인가 하게 된다. 하지만 뉴스라서 그럴 것이다

내가 있는 여기 바닷가에서 조깅을 하거나 어슬렁거리며 다니거나 책을 읽거나 하면 마시라고 맥주를 사주는 분들도 계시고 샌드위치도 사주는 분도 계신다. 모든 사람들이 대체로 정이 넘치는 것 같다

편의점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다 보면 동네 어르신들이 집에 키우는 강아지를 데리고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편의점에 앉아서 맥주를 한 잔씩 마신다. 그때 강아지를 풀어 놓는다

강아지는 야호 하며 편의점 곳곳을 솔솔이처럼 돌아다니며 킁킁 거린다. 먹던 샌드위치를 좀 뜯어서 줬더니 냠냠 잘도 먹는다. 강아지를 풀어놓고 테이블에 올라가도 누구 하나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뭐 그런가? 그런 거지, 같은 분위기다

저 앞 테이블에서 이미 술병을 많이 비운 동네 어르신도 강아지를 보더니 이름을 부르며 강아지를 친절히 대한다. 강아지도 자주 보던 삼촌들인 걸 알고 주위를 알짱알짱 거리며 자유롭게 다닌다. 편의점 야외에 딸린 수돗가에서 슬쩍 소변을 봐도 주인아주머니가 나와서 시원하냐라며 그 자리를 청소해준다

정말 기분 좋은 풍경이다. 누구 하나 짜증 내는 사람이 없고 강아지도 꼬리를 말아서 겁을 집어먹고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친밀함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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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벽면 위에 튄 핏자국이 벽에 걸려 있는 미술품보다 더 예술적으로 보이는 존윅의 총사위


존윅은 2편에서 이렇게 끝나지만 끝난 게 아니다. 존윅의 팬들은 곧 3편에서 존윅의 총사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근거리에서 결투하듯 총질을 해대는 영화는 이퀼리브리엄이후 잠잠했는데 존윅이 해내고 있다. 존윅의 키아누 리브스는 존윅 이후 나오는 다른 영화도 모두 존윅처럼 보인다


갈등 없이 시원시원하고 잔인하고 고어적인 총질을 해서 적들을 무찌르는데 존윅은 다른 영화의 주인공에 비해 엄청 얻어터진다. 총도 많이 맞는다. 하지만 영화적 허용을 넘어서 버린 것 같은 초인적인 힘으로 쓰러지지 않고 총질을 한다


갈등 없이 시원시원한 총질로 영화를 끌어가는 히트맨이 있었는데 후속편 실패


히트맨보다 더 갈등 없이 시원시원하고 더 좋은 영화였던 덴젤 워싱턴의 이퀄라이저도 2편에서 실패했다. 이퀄라이저의 맥콜은 21세기 영화적으로 완벽한 히어로였다. 절제된 액션이라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여실히 보여주었다.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 액션 영화였다


존윅 또한 갈등이 없다. 데리고 있는 개가 죽음을 당했다. 총을 든다. 찾아가서 총질을 한다. 살고 있는 집이 불태워진다. 총을 든다. 찾아가서 총질을 한다


빌런들과 가까이 붙어 총질을 하는 존윅은 광고처럼 스타일리시하다. 존윅은 빌런의 얼굴에 대고 총알을 마구 쏘아댄다. 얼굴이 뻥뻥 뚫린다. 마블의 퍼니셔처럼 망설임도 없다. 팬들을 위해 그런 존윅이 3편으로 돌아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총질은 시카리오에서 이쪽 손으로 총을 들고 이쪽 검지로 방아쇠를 파바바바바바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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