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하지 않는 재미2

아무래도 연탄처럼 시커멓게 태워서 바닷가를 조깅하고 있으면 외국인으로 오인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현상은 거의 십 년 전부터 일어나고 있는데 여름에 해운대를 가면 더 그렇다. 파스쿠찌에서 커피를 사려고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하필 내 차례에서 알바가 영어로 무엇을 주문하시겠습니까 같은 말을 술술 하는 것이 아닌가. 원래 에스프레스를 마시려고 했는데 발음이 구릴까 봐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아이스코히가 튀어나왔다. 분명 알바는 나를 홍콩인이나 대만 내지는 베트남 인으로 봤을 텐데 순간 일본어가 튀어나왔다. 젠장.

요즘 휴가라 거의 집 앞 바닷가에서 하루 종일 뒹굴뒹굴하며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하다 보니 온몸이 새까맣게 되었다. 등대 근처를 한 바퀴 달려오다가 등대 주위의 식당가로 오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두 손으로 음료를 받아서 오다가 종이컵 하나를 떨어트렸다. 얼른 주워서 올려드렸는데 나를 슥 훑어보더니 땡큐, 이츠 베리 배리 땡큐 맨~~라고 하는 거였다.

내가 한국을 제외한 동북아시아 인으로 보일 수 있다. 왕왕 겪는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때 내 주머니 폰에서는 스피커로 뉴스공장이 나오고 있었다. 노래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온통 한국말로 나불나불 거리고 있었음에도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을 했다.

또 할 수 없이 유아 웰컴, 라고 했는데 할아버지 나를 이끌더니 파라솔에 앉히고는 음료를 사주시려고 했다. 뉴스에 나오는 한국인들은 전부 무서운 사람들뿐인데 모두가 왜 이렇게 친절이 흘러넘쳤다. 그러니까 어제의 그 사람들도 오늘의 이 할아버지도 어떤 누군가와 친밀하게 지내고 싶는 것뿐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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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이른 오전에는 바닷가에서 홀라당 벗고 책을 읽고 있는데 저기 어부 부부가 배를 뒤집는데 도와달라고 해서 호기롭게 가서 저따위 통통배 하며 배를 뒤집으려고 하는데 꿈쩍도 안 하는 것이다. 내 생각에 나만 악을 쓰고 힘을 주는 것 같았다. 하나 둘 셋에 맞춰서 배를 힘껏 들어 올리는데 별이 반짝하며 보였다


우이씨, 어부 부부는 나이가 많이 든 분들이라 힘을 주지 않는 것일까. 할 수 없이 어깨로 밀어 올리느라 어깨에 벌겋게 티가 났다. 물론 어부 부부도 힘을 다하셨다. 세 명 얼굴이 전부 찌그렸으니. 그때 마을의 청년이 지나가다 와서 도와줘서 배를 뒤집었다


배는 가끔 뭍에 올려 뒤집어서 배 밑바닥을 청소해야 한다. 배 밑바닥에는 이끼를 비롯한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갯것이나 바다 것들이 붙어서 통통배의 생명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다에 있으면 발바닥에 닿는 모래의 촉감, 바다 주위에서 들리는 파도소리와 갈매기 소리, 배의 밑바닥과 해안에서 풍기는 짭조름한 냄새가 감각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배가 뒤집어질 때 어부 부부가 넘어간데이 넘어간데이 하는 그 짜릿한 소리가 별거 아님에도 기억에 오래 남을 정도로 신기하게 다가온다. 아주 당연한 것들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정말 신기한 것들에 대해서는 그다지? 같은 기분이지만 늘 그 자리에서 당연한 것에는 또 몹시 신기하다


한 시간 정도 책을 읽으며 몸을 태운 다음 평소와 다르게 등대 주위를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한다. 등대로 올라가면 야외에 운동을 하는 곳이 있는데 몸을 풀고 있었다


내 앞으로 초등 고학년 누나와 초등 저학년인 남동생이 와서 윗몸일으키기를 하려고 했다. 남동생이 누나는 이거 못하지 못하지?라며 시동을 걸었다. 누나는 왜 내가 이거 못해! 잘 해! 하더니 윗몸일으키기를 두 개 했다. 남동생이 와와 하는데 누나가 브라끈을 다시 올렸다


그때 남동생이 니넌 가슴도 없으면서 큰누나 브라자는 왜 차고 나와서.라고 하니 누나가 큰 소리로 야! 나 가슴 있거든! 라고 했고 남동생이 멀어지면서 누나에게 니 그게 가슴이냐,라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렸다


나의 코앞에서 벌어진 일이라 웃음이 나오는데 웃을 수는 없었다. 밖에서는 별로 신기하지 않은데 신기하고 신기한 일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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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연탄이 아닌가 할 정도다. 밤에 다니면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씨유 편의점이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바닷가의 씨유 편의점에는 네 캔에 만 원 하는 맥주가 없어서 와인을 한 병 마시면서 책을 좀 읽고 있었다.

그런데 뒤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아저씨들이 헤이 헤이하더니 책 제목을 알고 싶다고 했다. 나는 책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노래하는 고래, 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일본어가 쓰여 있는데 같은 제목의 일본 글씨다.

그때 그들 중 한 명이 큰 글씨의 한글로 된 제목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일본어만 보더니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그들은 뭐랄까 선량하게 보이는데 어딘가 괴로움을 참지 못해 뭔가 우당탕탕 사고를 늘 쳐서 회사나 그런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는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오후인데도 이미 모두 술이 어느 정도 되어서 혀가 살짝 구부러지기 일보 직전인데 나에게 일본 사람이냐고 물었다.

나는 그렇다고 한국말로 대답했는데 그때부터 그들은 그들끼리 마시던 관심을 전부 나에게 쏟았다. 와인을 병나발 부는 모습이 생소했는지 오우 와인, 와인 하면서 나에게 읽고 있는 책 내용을 물었다. 질문을 한 남자는 제일 술이 많이 되었는데 자기도 책을 좋아한다고 했다.

책은 일본의 먼 미래의 내용이다. 일본에는 거대한 카타스트로프가 도래하고 돌연변이 인간이 탄생을 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에게는 하루에 10년씩 늙어가는 주사를 맞게 하며 언어, 높임말이 사라진 시대에 높임말을 쓰는 주인공이 무언가를 찾아가는 내용이라고 한국말로 또박또박 말해 주었다.

줄거리가 재미있는지 모두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일본 말과 영어와 한국말을 막 섞어가며 그래서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도 아직 다 읽지 못해서 여기까지만 안다고 했더니 모두가 스고이 스고이 했다.

이렇게까지 한국말로 했음에도 악착같이 나를 일본 사람으로 알고 친해지려고 애를 쓰는 그들이 뭔가 안쓰럽고 귀엽게(얼굴은 전혀)까지 보였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더니 식사를 제공하고 싶다며 근처에 짜장면 잘 하는 곳이 있다, 한국 짜장면 최고 최고하며 같이 먹고 오자고 했다.

그때부터 나는 장난기가 슬슬 발동하며 남자끼리 사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니 아니 그런 말이 아니야, 라며 우리는 사귀자는 게 아니라 식사를 하면서 친하게 지내자는 것이다,라는 말을 역시 엉망인 한국 말, 이상한 일본 말, 기묘한 영어를 섞어 나에게 말했다. 한 시간 가량 암튼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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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 비밥이 실사화된다는 소식이 있던데

이 넓은 세계관과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 어떤 편을 실사화할까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이 되니 처음부터 죽 다룰까
실사의 시작이 탄생부터 이야기하려고 하면 지루해질 텐데

스파이크 역으로 존 조가, 페이 역으로 다니엘라 피네다가 맞는다
루크 케이지에서 루크와 맞짱을 뜬 무스타파 샤키어가 제트 블랙 역을 맞는다
기대가 되는 점은 토르 시리즈 중 두 편의 각본을 맡았던 크리스 요스트가 각본을 맞는다는 점

스파이크 역으로 정우성이 딱 맞는데
스파이크가 일대일 육탄전을 할 때 주먹을 쥐고(꽉 쥐지 않고) 손바닥으로 가격을 하는 무술을 하는데,
이런 모습은 정우성이 나왔던 바둑 영화 뭐였지? 거기서 결투를 할 때와 비슷했다
피지컬도 비슷한데

카우보이 비밥은 피규어로도 있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잘 만들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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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거짓말처럼 티브이 속 맥주 광고가 엄청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맥주 광고만 하다가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밤에 티브이를 틀면 맥주 광고 투성이다. 풍년이다 풍년

체코의 코젤 다크,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벨기에의 호가든과 스텔라 아르투아, 프랑스의 블랑 1664, 미국의 버드와이즈, 내가 좋아하는 덴마크의 칼스버그, 중국의 칭타오, 일본의 아사히, 기린, 삿포로 그리고 한국 맥주들까지

밤의 티브이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이전의 모습을 싹 감추고 맥주의 세계가 펼쳐진다. 산양이 나오기도 하고, 조인성이 나오기도 하고, 후지산이 나오고, 쓰앵님이 나오기도 하고, 홈 파티에, 축구 광고를 놓친 이들이 나오기도 하고, 에펠탑이 등장하고, 섹시한 밴드가 나오기도 한다

수많은 맥주 광고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일랜드의 기네스 광고다. 압도적 전율이다. 크리미의 표현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할 수 있다니. 기네스를 컵에 따랐을 때 퍼지는 그 전율과 목 넘김에 닿는 그 감촉을 표현해냈다. 위대한 검은 모이스처. 정말 멋진 광고다. 눈을 사로잡는다. 맥주가 가질 수 있는 맛의 느낌을 춤으로 전부 표현해냈다

반면에 별로인 맥주 광고는 클라우드 광고다. 한국 맥주인데 외국인이 너무 많이 나오고 김태리는 꼭 중학생 같아서 맥주를 맛깔나게 마시지도 못하는 것 같다

광고는 안 하지만 정말 맛있는 맥주는 부엉이 맥주다. 마트에서도 한 병당 8천 원에서 만 원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정말 맛있다. 병 또한 예뻐서 컵에 부어 마시지 않아도 된다. 가끔 마트에서 부엉이 맥주를 세일할 때가 있다. 그땐 얼씨구 하며 달려가야 한다. 종류도 많고 맛도 다 다르다. 너의 췌장 같은 날씨에 너의 횡행결장 같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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