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거짓말처럼 티브이 속 맥주 광고가 엄청나다. 처음부터 끝까지 맥주 광고만 하다가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밤에 티브이를 틀면 맥주 광고 투성이다. 풍년이다 풍년

체코의 코젤 다크, 네덜란드의 하이네켄, 벨기에의 호가든과 스텔라 아르투아, 프랑스의 블랑 1664, 미국의 버드와이즈, 내가 좋아하는 덴마크의 칼스버그, 중국의 칭타오, 일본의 아사히, 기린, 삿포로 그리고 한국 맥주들까지

밤의 티브이는 미드나잇 인 파리처럼 이전의 모습을 싹 감추고 맥주의 세계가 펼쳐진다. 산양이 나오기도 하고, 조인성이 나오기도 하고, 후지산이 나오고, 쓰앵님이 나오기도 하고, 홈 파티에, 축구 광고를 놓친 이들이 나오기도 하고, 에펠탑이 등장하고, 섹시한 밴드가 나오기도 한다

수많은 맥주 광고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아일랜드의 기네스 광고다. 압도적 전율이다. 크리미의 표현을 이렇게 예술적으로 할 수 있다니. 기네스를 컵에 따랐을 때 퍼지는 그 전율과 목 넘김에 닿는 그 감촉을 표현해냈다. 위대한 검은 모이스처. 정말 멋진 광고다. 눈을 사로잡는다. 맥주가 가질 수 있는 맛의 느낌을 춤으로 전부 표현해냈다

반면에 별로인 맥주 광고는 클라우드 광고다. 한국 맥주인데 외국인이 너무 많이 나오고 김태리는 꼭 중학생 같아서 맥주를 맛깔나게 마시지도 못하는 것 같다

광고는 안 하지만 정말 맛있는 맥주는 부엉이 맥주다. 마트에서도 한 병당 8천 원에서 만 원 정도로 비싸다. 하지만 정말 맛있다. 병 또한 예뻐서 컵에 부어 마시지 않아도 된다. 가끔 마트에서 부엉이 맥주를 세일할 때가 있다. 그땐 얼씨구 하며 달려가야 한다. 종류도 많고 맛도 다 다르다. 너의 췌장 같은 날씨에 너의 횡행결장 같은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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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예술 하는 일반인이 많다. 예술로 생계에 뛰어든 사람이 많다는 말이다. 그저 인구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그렇게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예술을, 그러니까 그림을 그리면서, 설치미술을 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잔뜩 하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을 텐데 대체로 그들은 즐겁다. 사실 예술 자체를 한다는 건 몹시 즐거운 일이다. 그들은 꽤 긴 시간을 들여 그림 하나를 그리고 심심한 예술을 하고 있다. 댓글을 통해서 사람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붓을 들고 한 획, 한 획 그어서 그림 하나를 완성시키는 일은 무엇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그 하나하나의 시간에 자신을 담아서 그림으로 표현해 낸다. 설령 그것이 돈을 그러모으는 것과 거리가 멀지만 그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충실히 하는 것에 집중을 한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을 먹고 크게 살아가는 것 같다. 예술을 한다고 하면 걱정과 비난이 가득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동떨어진 생활이라 부럽기도 하다. 아침 뉴스공장을 듣다가 털 공장장이 소싯적에 세계여행을 가서 분쟁지역에 들어가는데 많은 생각이 든 부분을 이야기했다. 혹시 내가 잘못되면 과연 나라는, 정부는 나 하나를 위해 움직일 것인가, 그때 같이 있던 미국 청년들은 괜찮아, 우리가 잡히면 우리나라(미국정부)에서 꼭 구하러 올 거야,라고 했는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미국이 그들을 구해주지 못할지라도 철석같이 자기네나라, 자기네 정부를 믿고 있는 모습이 부러웠다는 털 공장장의 말이 와 닿는다. 영화 '뷰티풀 보이스'를 보면 삼류 성우들이 하루 만에 게임 속 더빙을 녹음하는데 갑질 속에서 녹음 하나를 뜨는 처절한 과정이 블랙코미디로 잘 나온다. 삼류 성우들은 대사 한 줄에 목을 맨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갑질 속에서도 참아내며 하는 이유는 좋아하고 즐겁기 때문인데 그들은 즐겁지가 않다. 한국에서 예술을 하는 한국인은 이상하게 즐겁지가 않다. 돈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관계가 틀어져도 즐겁기만 하다면 해 볼 만해서 뛰어 들어도 몇 해가 지나면 무너져 버린다. 대사 한 줄 사이로 파고드는 갑질 속에서 그 분쟁지역으로 들어가는 자기네 정부를 철석같이 믿는 미국 청년들이 부러운 건 하고 싶은 건 하면 돼, 잘 안되면 우리 뒤에는 우리나라가 있으니까, 우리나라에서는 뭐든 가능하니까,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제치고 즐겁게 하는 예술가는 빛을 보는 것 같다. 왜냐하면 가난하지만 예술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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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베 세이코라는 할머니 소설가가 있다. 28년 생으로 아직도 활발히 글을 쓰고 있는데 작년에도 ‘인생은 설렁설렁’이라는 책을 냈다. 이 소설가 할머니는 주로 연애소설을 쓰는데 우리가 잘 아는 ‘조제와 호랑이 물고기들’이 있다. 연애 이야기라고 해서 종잇장처럼 얇은 이야기가 아니고 일본의 가정, 결혼, 문화를 깊게 다루고 있다 .


두근두근 우타코 씨라는 소설을 읽어보면 늙는다는 것과 연륜이란 무엇인가가 잘 버무려진 격조 있는 비빔밥 같다. 두근두근 우타코 씨의 우타코 상은 77세로 옷 입는 것도 좋아하고 시야가 좁지 않고 옛것에서 머물러있지 않으려 한다. 우타코 상은 아무래도 다나베 세이코 본인을 캐릭터화한 것 같다. 이 소설에서도 사람이 나이 들어가는 것과 늙어 가는 것에 대해서 우회하면서 재미있게 표현이 되어 있다


늙어가는 것은 나이가 들어가는 것과는 다르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 나이가 들어간다. 하지만 늙어가는 건 또 다르다. 신체의 외적으로는 손톱을 보면 알 수 있다. 손톱에 보이지 않는 줄이 가고 손톱 면이 구불구불해지면 늙어가는 것이다. 몸에 특별히 이상이 없고 아픈 곳도 없지만 손톱은 착실하게 늙어간다는 걸 알려준다


두근두근 우타코 씨를 읽어보면 우타코 할머니가 늙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활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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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이 퓌둬퐈쿼


댄버스의 이 발음과 이 뉘앙스가 정말 좋다
이 한 마디는
곧 멸망하고 퍼스트 아포칼립스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어쩐지 우리는 가망이, 가능성이 있어,라고 걱정하지 말라는 긴 말을 축약해 놓은 것만 같다


지진만 일어나도 굉장한 공포를 느끼는데
펑펑 터지는데 이렇게 위트를 날릴 수 있을까, 싶지만
흑백영화 ‘애수’를 보면 전쟁 중에 참호 속에서
로맨틱한 사랑의 스파크가 튀고,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 허준호의 아버지인 허장강이나
이덕화의 아버지인 이해춘 같은 배우가 나왔던,
역시 흑백영화인 해병대 영화를 보면
유머와 로맨틱을 잃지 않고 있다


그것은 악착같은 것이다
극한 속에서
유머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자칫 미움을 받을 수 있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에게 기대게 된다


댄버스 그러니까 캡틴 마블은 슈퍼맨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다
슈퍼맨보다 중력을 몇 배 더 견디고
이런저런 능력 또한 우주 최고다
슈퍼맨, 카엘이 날 때부터 외계인인 이종으로 능력을 타고난 것에 비해
덴버스는 어떤 힘, 굉장하고 엄청나고 무시무시한 힘이 흡수된 경우다


그래서 바쁘다
우주 전역을 누비며 일을 한다
댄버스는 원작에서처럼 짧은 머리가 어울린다
평론가들은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캡틴 마블은 빼야 한다고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 맨이 사라진 지금
헤이 퓌둬퐈쿼, 처럼
이 멋진 뉘앙스로 폐허 속을 누빌 수 있는 덴버스를 응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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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리브의 슈퍼맨 2에서 사랑을 위해 슈퍼맨은 막강한 초인적인 힘을 포기하고 만다. 슈퍼맨은 1편 마지막에서 지구의 역사를 바꿔버리는 빅브라더의 모습을 보였는지도 모른다. 설령 그것이 원초적인 사랑 때문이기는 해도 말이다


2편의 첫 시작은 에펠탑에 설치된 폭탄을 제거하기 위해 날아가는 것으로 시작을 한다. 1편과 달리 첫 시작부터 슈퍼맨으로 변신을 하여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존 윌리암스의 음악과 함께.
슈퍼맨 2는 슈퍼맨 시리즈 중에 가장 흥미로운 이야긴데 조드 장군 일당과 뉴욕 도심에서 전투를 하기 때문이다. 조드 장군도 지구에서 자신들이 이렇게 막강한 힘을 가지게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지구인들을 지배하려 하는데 슈퍼맨이 방해를 한다


슈퍼맨이 사랑을 위해 모든 힘을 버렸을 때 악력으로 인한 고통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피를 처음 보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무력한지에 대해서 고뇌한다. 추운 지방에서 슈퍼맨은 히치하이킹을 한다. 슈퍼맨이 히치하이킹을 한다는 건 울버린이 총을 들고 쏘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만큼 일이 틀어져 버린 것이다


슈퍼맨이 힘을 잃었을 때 조드 장군 일당이 사람을 무참히 괴롭히고, 사람들은 정작 필요할 때 나타나지 않는다고 슈퍼맨을 매도한다. 후에 슈퍼맨이 힘을 다시 되찾아 조드 일당과 전투를 하면서 조드 장군은 슈퍼맨의 약점을 발견하게 된다. 슈퍼맨은 인간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무력하기만 한 인간이 조드 일당 때문에 다치는 것을 악착같이 막는다


진실만을 말하는 슈퍼맨이 딱 한 번 거짓말을 하게 되는데 그건 영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슈퍼맨은 미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나온다. 초인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국민을 사랑하는, 그래서 미국인들은 우리가 혹시 위험에 닥쳤을 때 슈퍼맨처럼 반드시 구해 줄거라는 철석같은 믿음이 70년대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 
 

#마우스로그린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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