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왜 공포를 악착같이 쫓을까.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고 무서운 곳이 있으면 가서 무서움을 확인하려고 하고 무서움을 나누려 한다. 귀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대부분 믿고 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귀신을 볼 수 있다는 기대를 준다. 귀신을 본 사람도 드물고 귀신은 주위에서 볼 수 없으니 세상의 존재가 아닌 귀신이 있는 곳으로 가서 귀신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중학생 때에는 집 뒤에 있는 공동묘지에 사과를 갖다 놓고 다음 놈이 가져오고 하는 담력 시험을 하기도 했다. 회사에 입사하면 자정에 어두운 곳에서 하는 극기훈련도 한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끊임없이 공포를 갈구하고 있다

 

우리는 공포영화를 본다. 공포영화는 잘 만들지 못하면 욕을 들어먹는데도 불구하고 잘 만들지 못한 공포영화는 잘 만든 공포영화를 비롯해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고 공포영화제까지 개최된다. 공포영화는 무섭기만 하면 안 된다. 공포는 재미, 그러니까 유머가 같이 딸려와야 한다. 곡성도 중간중간 웃기는 장면이 많다. 알포인트도 군인들의 행동과 말투가 웃음을 자아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섭기만 하면 공포영화는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다

 

사실 귀신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기겁을 하고 기절을 하게 될까. 벌벌벌 떨까. 소리를 지를까. 사인을 해 달라고 할까

 

귀신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할지는 모른다. 귀신을 만난다면, 마주친다면, 만나서 기겁을 하지 않으려면 한낮의 사람이 많은 곳이 나을까 아무도 없는 오밤중의 낯선 곳이 나을까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가 마주치는 오밤중의 외딴곳이 더 낫지 않을까, 무방비에 사람들이 많은 도심지에서 나만 보이는 입 찢어진 귀신이 나에게로 사람들 사이를 뚫고 서서히 걸어오는 것이 더 무섭지 않을까 싶다가도 그래도 대낮이 나을 거 같애, 라는 생각이 든다

 

귀신에 대한 이런 자질구레한 생각보다 사람들이 귀신을 찾아가고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를 읽고 귀신 영화를 보는 이유는 가만히 생각해보면 현실에서 귀신보다 사람이 더 무섭기 때문에 이 극단적인 무서움에서 벗어나고픈 욕구 내지는 욕망이지 않을까

 

사람이 무서운 건 성폭행을 하고 칼부림을 내고 사기를 치고 피해를 주는 그 이면에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믿음이 깨지는 무서움을 매일 겪으며 살아가면서 나 자신이 상대방에게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주는 무서움을 알게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귀신을 찾아 끝없이 헤매는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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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수확

 

이곳은 거제도인데 몇 해 전 여름의 끝물에 여행을 갔을 때이다. 내가 있는 바다와는 다른 느낌과 냄새가 스며들었던 바닷가였다. 여행을 가면 거기까지 간다, 까지만 여행의 계획이고 그 이후의 계획은 대부분 없다. 그저 그곳에서 닥치는 대로 찾아서 잠을 자고 밥을 먹는다. 게으른 탓도 있겠지만 여름의 막바지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면 먹고 자는 것은 고급스럽진 않지만 해결이 된다

 

거제도는 크고 아름다운 섬이라 해안을 따라 가다가 어떤 마을에 들러도 꽤 운치 있고 마을 사람들의 정겨움을 느낄 수 있었다. 유명한 설치품이나 해상공원이나 전시가 있는 것을 구경하기보다 지역 식당의 주인장이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나 시장에서 건어물을 파는 모습을 눈으로 쫓는 것이 꽤 여행의 묘미다

 

마지막 날 오후쯤에 조용하고 기품 있는 작은 마을을 발견하여 그 동네로 들어가서 숙소에 짐을 풀고 일행과 함께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동네를 벗어나니 어촌의 작은 포구가 나타났다. 작은 배가 정박할 수 있는 작은 포구였다. 8월 말이라 해가 떨어지면 저녁의 바람은 시원하고 선선해서 어떤 경계에 와 있는 기분이 드는 날이었다

 

평온했으며 바다의 잔잔함이 호수와도 달랐고 차원이 다른 투명함에 일행과 나는 그곳에서 시간을 전부 보내기로 했다. 포구에는 벤치가 있어서 앉아서 고요한 풍경을 구경하는 것만으로 마음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 고요한 바다는 멋스러움을 한껏 가지고 있어서 우리를 잡아두려는 매력을 자꾸 발산했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서 눈으로만 서서히 저물어가는 해와 정적인 바다를 바라보며 꺼져가는 여름날의 정취를 맡고 있었다

 

해가 힘을 잃어가는 저녁 시간이 되니 어디선가 숨어있던 동네의 어르신들이 하나, 둘씩 사진 속의 저곳으로 와서 자리를 잡고 앉기 시작했다. 정말 좀비처럼 어기적 걸어 나와서 자리를 잡았다. 한 손에는 긴 대나무 낚싯대를 들고 한 손에는 망태기를 들고 있었고 마치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처럼 자리에 앉아서 미끼를 열심히 끼웠다. 20여 분만에 동네 할아버지들이 죽 일렬로 늘어앉기 시작했는데 그 수가 12명 정도가 되었다. 나는 재미있어서 카메라를 들었는데 일행이 손으로 ‘안 돼, 그저 눈으로 구경만 해요’라고 해서 사진은 찍지 않았다

 

우리는 할아버지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1번부터 12번까지 번호를 매기고 몇 번의 할아버지가 고기를 제일 많이 낚아 올리는지 내기를 했다. 3번 할아버지가 부동의 자세와 노련한 솜씨로 고기를 연씬 건져 올렸다. 그리고 10번, 8번, 11번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고기를 낚아 올렸다. 어떤 할아버지는 손자를 데리고 나와서 할아버지가 낚은 물고기를 손으로 꾹꾹 눌러보기도 했다

 

할머니가 살아있는 할아버지는 마치 그 사실을 주위 할아버지들에게 확인시키듯 낚은 고기를 할머니에게 떼게했다. 슥 내밀면 할머니가 무표정하게 앉아서 고기를 낚싯대에서 슥 분리해서 망태기에 던져 넣고 미끼를 슥 끼웠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슥 낚싯대를 바다에 던졌다

 

하지만 유독 9번 할아버지가 고기를 한 마리도 낚아 올리지 못했다. 투덜투덜대며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던졌지만 소용이 없었다. 양옆으로 잘도 낚아 올리는데 9번 할아버지는 소식이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났을 무렵 바다는 할아버지들에게 많은 물고기를 양보했다

 

우리 말고 늦여름의 휴가를 즐기는 불륜으로 보이는 중년의 정장차림의 남녀도 보였다. 정장차림의 남녀도 횡렬의 낚시대회 할아버지들이 신기했는지 가까이 가서 낚아 올린 물고기를 보며 재미있어했다. 어머, 이 고기는 뭐예요? 어머, 이건 꽤 큰데요(자기것처럼). 어머, 튀어나왔어요.라며 정장차림의 여자는 남자에게 팔짱을 끼고 바짝 붙어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9번 할아버지를 주시했다. 할아버지는 결국 일어나서 다른 자리로 가려고 했지만 촘촘한 할아버지와 할아버지 사이를 뚫지 못했다. 결국 9번 할아버지는 바다에게 욕을 하며 미끼를 전부 휙 던져버리고 가버렸다. 우리는 어쩌다가 이런 모습에 반해버린 걸까. 낯선 여행지에서 이런 소소한 풍경이야 말로 아, 정말 여행을 즐기고 있구나, 여행의 수확이구나,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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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응답 전화기까지 있는데, 그걸로도 연결이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죠. 지금까지 어떤 배역을 다른 사람이 가져가서 아쉬웠던 적도 없고요. 오히려 ‘제발 가져가세요, 가져가’하는 마음이에요.

사람이 뭔가를 품는 데는 한계가 있어서, 그것보다 더 가지려고 해도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옷이든 물건이든 딴 사람이 마음에 들어 하면 줘버립니다. 다른 사람한테 주면 물건이 다시 살아나니까. 그렇지만 나는 안 받아요

 

 

그녀는 14년 동안 유방암 투병 생활을 하면서 영화를 찍고 하나씩 자신의 물건을 정리해 왔다고 한다. 하나의 영화가 끝이 나면 대본도 버리고, 물건도 하루에 하나씩 버려왔다고 했다

 

 

다들 고마웠어...라고 한 키키 키린

 

 

우리는 할머니 키키 키린의 얼굴만 알고 있어서

아주 젊은 시절의 키키 키린을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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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철도 999의 메텔이다. 메텔의 무광에 스테츄는 완벽하다. 지금은 구하기도 힘들고 중고로만 구할 수 있어서 가격이 꽤 할 것 같다. 은하철도 999 저 시리즈의 무광은 정말 예술이다

 

빨강 머리 앤과 엄마 찾아 삼만리의 마르코는 약간 유광이 껴 있는 무광이다. 예전 한국의 플라모델을 만드는 회사 아카데미와 알파처럼 일본도 회사에 따라 그 능력치 차이가 있다. 굉장히 많은데 반다이나 코토부키야 등 고퀄의 무광을 한정판으로 만들어 내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한 단계 밑의 회사는 완벽한 무광의 스테츄를 만드는 기술이 달리는 것이다

 

가오나시는 몇 해 전에 일본에서 보내준 것인데 상표도 안 떼고 있다. 한국에서 요렇게 퀄리티가 좋고 귀여운 가오나시를 구하려면 귀찮고 가격이 비싸다. 그나저나 가오나시 옆에 신발은 무엇일까. 코난은 신발 없는데. 코난과 라나와 타키(라나를 따르는 갈매기)와 포비도 고퀄의 무광이다. 코난 사진은 많이 올렸으므로 패스

 

반다이의 마징가제트는 유광에 스테츄가 아닌 구체 관절이다. 플라스틱이 아니라 쇠붙이라 무겁다. 묵직하다. 예전 한국의 아카데미에서 나온 조립식 플라모델은 무광이지만 가벼웠는데 이 마징가는 굉장히 무겁다. 마징가는 태권브이처럼 근거리 전투보다는 원거리 전투에 능하다. 블래스트 파이어, 레이저빔, 허리케인 파워, 로켓 주먹 등 몸에서 나가는 전투 무기가 10개는 더 있다. 그레이트 마징가를 마징가제트보다 더 좋아하는데, 돈만 많으면 그레이트 마징가의 여러 버전을 구입하고 싶다

 

건담의 초기 모델은 무광이다. 게다가 스테츄다. 마징가처럼 관절이 움직이지 않는다. 딱 저 모습 저대로 한정판인 것이다. 나이 먹어도 이런 게 좋다. 오타쿠가 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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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 자동차와 휴대폰이 많이 나온 시리즈는 마블의 데어데블 시리즈와 아이언 피스트와 제시카 존스와 루크 케이지다. 심지어는 백만장자의 아이언 피스트가 타고 다니는 자동차도 억지스럽게도 산타페다. 그리고 시즌마다 다르지만 제시카 존스 첫 시즌에 삼성이 어떤 짓을 했는지 몰라도 빌런, 주인공 전부 삼성 폰을 사용하고 있다. 자동차도 전부 현대차를 몰고 다닌다. 소나타, 제네시스, 산타페 등. 루크 케이지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다가 제시카 존스가 시리즈 2에 와서는 폰도 아이폰으로 바뀌고 차도 도요타로 바뀐다

 

이렇게 해외, 미국의 많은 영화에 한국의 차와 폰이 등장해서 좋긴 하지만 정작 한국 사람이나 한국의 역사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데어데블에서도 빌런으로 일본의 닌자가 나온다. 닌자는 거의 시리즈 전부에 걸쳐 등장한다. 그들이(엘렉트라, 빌런, 데어데블?) 하는 무술도 일본 무술에 가깝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역사를 줄거리에 녹여내어서 시리즈 내내 이끌어 간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차와 폰이 나오는 것이 마냥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알리타에서도 그렇지만 그 영화의 대부분의 그래픽을 우리나라 회사에서 도맡아서 했다. 봉준호의 기생충의 쾌거와 이병헌과 수현의 입지가 영화의 공화국 할리우드에서 깊은 공간을 채워주는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분명해졌다. 이제 자본으로 영화시장에서 꼭 그들에게 어필을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회사와 회사의 시장에서는 일반인인 나 같은 인간이 모르는 것들이 많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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