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나이가 들면 꿈을 안 꾼다고 하는데 요즘도 지치지 않고 꿈을 꾼다. 게다가 얼씨구 꿈의 반 할은 하늘을 나는 꿈이다. 어린 시절처럼 죽 날지는 못하고 여기에서 저어어기까지 날아가는 꿈을 꾸는데 정확히 긴 점프를 하는 꿈이다. 크게 점프를 했는데 도약이 잘 못되면(꿈이라 아 이건 잘못 도약했구나 한다) 점프 도중에 종간에 떨어질 것을 안다. 그리고 떨어지면서 착지가 불안해서 아악 하게 된다. 반은 신나는 꿈이고 반은 악몽이다

 

꿈을 꾸다 일어나면 왕왕 메모장에 꿈의 내용을 적어 놓는데 꿈은 황당하고 엉망진창이다. 어떤 날의 꿈은 피범벅이 된 여자를 잡고 말해보세요,라고 하니, 제가 어제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어떤 남자분이 나에게 차를 사줬어요. 그런데 에어컨이 나오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울면서 차를 버리고 앰뷸런스를 타고 집으로 왔지 뭐예요, 제 기분 이해하시겠어요?라고 적어놨다. 정말 엉망진창이다

 

또 한 번은 이런 글이 메모되어 있었다. 네, 그 섬에 신혼여행 간 일본인 부부가 좀비에게 당했던 거예요. 그런데 신부가 너무 예뻐서 제가 그 좀비에게 당한 신부를 데리고 와서 얼굴을 닦아주고 창백해진 몸을 문질러주는데 글쎄 그녀가 제 팔을 물어뜯어버린 겁니다. 전 너무 놀라서 팔을 빨리 그녀의 입에서 뺐는데요, 금세 시커멓게 변하더니 팔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겁니다. 어이가 없어서 팔을 잘라버렸죠. 그랬더니 팔에서 희한한 액체가 흘러나오더니 절 닮은 좀비가 탄생되 는겁니다. 좀 징거러웠지만 전 그 녀석과 함께 사진을 찍었죠 하하

 

일본인 부부하니까 얼마 전에 일본 도쿄의 지하도 근처에서 생긴 일이 생각이 납니다. 일본에 볼일이 있어서 바다 위를 달려서 뛰어갔던 적이 있었는데 지하도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는 겁니다. 나는 무엇인가 궁금해서 가보았더니 글쎄 헤그리도가 그곳에 와 있는 겁니다. 전 헤그리드의 수염이 진짜인지 궁금해서 다가가서 하나를 뽑아왔습니다. 자 여기 이것 보세요 굉장하죠

 

완전 맙소사다

 

하루키의 에세이에도 꿈에 관한 글이 꽤 있다. 나이가 어릴 때는 하늘을 나는 꿈을 자주 꾸다가 나이가 들면서 하늘을 나는 게 아니라 떠 있는 것 같은, 그저 공중부유하는 꿈을 꾸다가 더 나이가 들면 꿈을 꾸지 않게 된다. 사실 나는 꿈을 안 꿨으면 한다. 꿈을 꾸는 것도 힘들고 습관 때문인지 꿈을 꾸면 으 하는 얼굴로 또 메모를 해 놓는 것도 힘들다

 

힘든 것이 하나둘씩 늘어가는데 꿈까지 나를 괴롭히는 것 같다. 어제도 꿈을 꾸다가 새벽에 일어나서 요거트를 하나 먹고 잤다. 어린 시절에 꿈을 꾸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는 꿈을 여러 번 꾸는데 어쩐지 나는 알몸이라 호랑이의 털이 몸에 닿는 그 기분이 좋다고 느끼면 어김없이 오줌을 쌌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꿈을 꿔도 오줌을 안 싸니 다행이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을 때 울 뻔했다. 일행이 있어서 잘 참았지만 드레곤 길들이기의 마지막 편은 꽤 뭉클했다. 나도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저렇게 아버지에게 매달려 있거나 안겨 있는 사진이 많다. 그것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아버지는 어디 갈 때 나를 안고 다녔던 것 같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영화에서처럼 멋진 말을 한다거나 사랑 같은 단어를 쓴 적은 없다. 딱히 아버지의 부재가 큰 공백을 만드는 경우도 없다

 

그래도 그립다거나 보고 싶다거나하는 마음은 4월의 어느 날 내리는 눈처럼 뜬금없이 밀려올 때가 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가 한 번 밀려오면 강하게 오고 만다. 불어터진 라면(아버지는 나에게 늘 이렇게 끓여줬다)을 먹을 때나 이렇게 드레곤 길들이기 3을 볼 때처럼 확 밀려온다

 

아버지가 보고 싶은 마음에 눈물이 나올 것 같다기보다는 평소에 내가 느끼지 못하는 어떤 감정의 편린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가 작은 계기를 통해 그 편린들이 한곳에 모여서 와아 하면서 나올 때 몸속에 있는, 마음에 있는 조절이 안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같이 어딘가로 표출되면서 눈물이 나오는 샘을 건드리는 것 같다

 

남들 다 울면서 봤던 ‘생일’은 또 덤덤하게 봤는데 인간이란 참 알 수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이적의 ‘레인’을 좋아해서 참 많이 듣는 편인데 이적의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곳이 자동차 안, 운전을 하면서다. 가사의 내용을 생각해가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아마도 이적은 레인을 작곡할 당시 창밖에는 비가 하늘에서 내려와 창에 부딪히며 그 운치를 더해갔을 것이고 옆의 스피커에서는 왜인지 이글스의 데스페라도가 흘러나왔을지도 모른다

 

레인의 첫 도입 부분의 피아노 부분이 데스페라도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레인을 작곡할 당시 지금의 부인과 결혼을 하기 전이니까 아무래도 레인은 이적의 경험을 녹록히 가사에 전달해서 곡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적 특유의 목소리로 레인을 부르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가사는 더욱 마음에 와닿아서 몸에 녹아든다. 그중에서

 

너를 보고 싶어서

내가 울 줄 몰랐어

그토록 오랜 시간들이 지나도

나에게 마르지 않는 눈물을 남겼네

 

하는 부분은 감정이입이 상당하다. 물론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 뭐랄까 이적 같은 싱어송라이터의 감성은 우리보다 더 깊고 더 위에 있다고 해야 할까. 창가에 들러붙어서 흘러내리는 빗물은 눈물과 많이 비교되는 가사를 너무나 잘 쓰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재미있는 생각이 든다. 이적은 결혼을 해서 예쁜 자식과 잘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이적도 가끔 부부 싸움을 할 것이다. 한창 싸움의 클라이맥스로 치달아 갈때 아내가 이러는 것이다

 

당신 그때 레인이라는 곡을 작곡하고 가사처럼 마음에 아로새긴 여자는 누구야? 말해봐? 말해봐요!라는 말에 이적이 몹시 당황스러워하며 그건 그냥 곡을 만들기 위해서 적은 가사야,라고 말을 해보지만 아내는 흥! 하며 날 위해 ‘다행이다’를 만든 거처럼 그녀와 헤어짐에 레인을 만들었잖아요,라며 이적을 불리하게 몰고 갈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윤상 오빠에게 다 물어볼거야 흥(두 사람은 윤상의 소개로 만나 결혼을 했으니) 하며 부부 싸움은 이미 아내에게 손을 들어주는 형국으로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발, 선정적, 유머, 엉뚱, 잔혹으로 이루어진 18편의 단편 3D 에니메이션 영화 ‘러브, 데스 + 로봇’은 데이빗 핀처와 그의 특수효과 회사인 블러 스튜디오에서 열일하며 데드풀로 이름을 알린 팀 밀러가 제작해서 만든 SF 상상을 뒤엎는 옴니버스 영화다

 

러브 크래프트의 잔인함과 무서움의 극한 상상을 끌어올리는 영화도 있고 정말 야하고 야한 단편도 있지만 내 눈에 확 들어온 단편 영화 두 편을 소개하자만 하나는 유산균이 인간을 지배하는 이야기와 구미호로 시작해서 A.I 인공지능으로 끝이 나는 이야기 두 편이다

 

인간이 발견해낸 유산균이 이런저런 이유로 자각을 하면서 인간을 지배한다. 단편을 보다 보면 그 상상력이 무릎을 탁 치게 된다. 인간은 늘 지배하기를 바라고 지배당하기를 바라는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회사에서 지배하기를 좋아하고 또 지배당하는 것을 배척하지 않으려 하는 사람도 있다

 

비슷하지만 않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8년 전인가 한 번 쓴 적이 있었다. 돼지와 닭이 구제역이니 조류독감에 걸려 살처분을 당할 때 그중 닭 한 마리가 탈출을 하여 시골에서 폐건전지를 잔뜩 버려 놓은 곳에 떨어졌다가 거기서 폐건전지에 중독이 되어 알 수 없는 힘을 지닌 닭이 된다

 

닭의 이름을 꼬순이라 지었는데 꼬순이는 폐건전지에서 나오는 이상한 자기장 같은 거 때문에 자각을 하게 되고 인간들을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혼자서 큭큭 거리면서 썼지만 정말 이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때 새에 대해서 한창 조사를 할 때였는데 새는 위장이 구불구불하지 않고 일자로 되어 있고 날아다니면서 똥오줌을 싸고 그리고 항문과 오줌과 알이 나오는 구멍이 하나로 진화가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러면서 닭이나 병아리에 대한 것도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

 

어떤 사람은 넷플릭스가 유치하다고 하지만 넷플릭스의 영화 중에는 이런 상상력을 끌어올려 결과물로 만들어낸 것들이 많다. 유치한 나 같은 인간이 좋아할 만한 것들이 가득하다. 크리스마스 같다. 또 하나 마음에 드는 이야기는 구미호의 이야기인데 구미호로 돌아갈 수 없는 옌은 결국 남자를 홀리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기계에게만 흥분을 느끼는 영국 귀족에게 약을 탄 술에 정신을 잃은 틈에 몸이 잘려 기계화 되고 만다

 

어릴 때 자신을 살려준 친구 이름이? 이름이... 아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일단 딩이라고 하자. 딩에게 그 사실을 말하자. 기계를 잘 다루던 딩은 기계의 몸으로 바뀐 옌을 기계의 구미호로 바뀌게, 그러니까 변신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영국 뒷골목에서 여자를 강간하려는 영국 귀족 놈들을 확 해버리는 내용이다

 

구미호가 기계가 되고 여자를 강간하는 인간을 죽이는 기계 구미호가 된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상상을 했을까. 아마 그 녀석들도 집에 피규어가 잔뜩 있겠지. 그 외에도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잔인하고 섹시한 단편들이 많은 영화다

 

잔인하지 않고 섹시하거나 섹시하지 않으면서 잔인한 한 영화는 잔인하면서 섹시한 영화를 따라오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또 김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몇 해 전에 매일 김밥을 사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싸구려 입맛의 나에게, 그리고 귀찮다,라는 소리를 달고 사는 나에게 김밥은 좋은 음식이어서 매일 먹었다. 그러다보니 내 입맛에 맞는 김밥을 찾기 위해 꽤 여러 군데의 김밥 집을 돌아다녔다

 

김밥은 한 줄만 먹으면 적당한데 천 오백원하는 김밥을 한 줄만 사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매일 두 줄을 구입해서 먹었다. 나의 입맛에 어떤 김밥이 맛있냐 하면 참치가 들어간 김밥은 아니다. 모든 음식에 다 잘 어울리는 깻잎이 들어간 김밥도 아니고 김치가 들어간 김밥도 아니고, 치즈, 땡초, 스팸, 멸치가 들어간 김밥도 아니다

 

시금치, 우엉, 오뎅, 계란, 단무지가 들어간 심플한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물론 나의 입맛이 그런 것이다. 두 줄을 구입해서 한 줄은 내장고에 넣어뒀다 시간이 지난 후 시원한 김밥을 야금야금 해치우기 때문에 식어도 맛있는 김밥이 좋았다

 

후라이드와 김밥은 식어도 맛있는 것이 맛있는 후라이드와 김밥이다. 찾아낸 김밥 집은 오전에(8시~9시) 가면 포장해가는 사람들로 줄을 서 있다. 많은 회사원들이 그 김밥을 도시락으로 포장해갔다. 내가 다니는 활동반경에서 30분을 벗어나서 입을 꾹 다물고 줄을 서서 김밥 두 줄을 구입했다

 

그 집 김밥은 맛있는 김밥이다.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입 안에서 김밥 안의 재료의 맛이 살아서 밥알과 잘 어울렸다. 김은 아주 검은 김은 아니다. 김밥 하나를 입에 넣어서 씹으면 기분이 좋다. 세상에는 그런 김밥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없을 때는 직원이 싸주는데도 맛이 좋다. 직원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그 집의 김밥 특징이라면 밥알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김밥 집에서는 김밥을 말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잘라서 주었는데 그 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밥솥에서 밥을 퍼서 김에 올리고 김밥을 만들어서 준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김밥을 만든다,라고 하는 것에 부합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걱으로 밥솥의 밥을 퍼서 한 번 쭉 편다. 밥알 사이에 약간의 물과 참기름과 깨와 소금간을 한다. 그렇게 해서 밥알이 엉켜붙지 않고 살아있게 된다

 

묘하지만 김밥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양념을 하지 않는다. 계란전병에도 소금을 넣지 않고 시금치도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서 삶은 다음 김밥 안에 들어간다. 그럼 김밥 하나를 입에 넣으면 재료의 맛은 그대로 살아나면서 고들고들한 밥과 앙상블을 이루었다

 

그런 김밥이라면 줄을 서 있어도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김밥 집은 어느 날 사라져버렸다. 오전에 야심차게 왔는데 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