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김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몇 해 전에 매일 김밥을
사먹었던 적이 있었는데 싸구려 입맛의 나에게, 그리고 귀찮다,라는 소리를 달고 사는 나에게 김밥은 좋은 음식이어서 매일 먹었다. 그러다보니 내
입맛에 맞는 김밥을 찾기 위해 꽤 여러 군데의 김밥 집을 돌아다녔다
김밥은 한 줄만 먹으면
적당한데 천 오백원하는 김밥을 한 줄만 사기에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서 매일 두 줄을 구입해서 먹었다. 나의 입맛에 어떤 김밥이 맛있냐
하면 참치가 들어간 김밥은 아니다. 모든 음식에 다 잘 어울리는 깻잎이 들어간 김밥도 아니고 김치가 들어간 김밥도 아니고, 치즈, 땡초, 스팸,
멸치가 들어간 김밥도 아니다
시금치, 우엉, 오뎅, 계란,
단무지가 들어간 심플한 김밥이 제일 맛있었다. 물론 나의 입맛이 그런 것이다. 두 줄을 구입해서 한 줄은 내장고에 넣어뒀다 시간이 지난 후
시원한 김밥을 야금야금 해치우기 때문에 식어도 맛있는 김밥이 좋았다
후라이드와 김밥은 식어도
맛있는 것이 맛있는 후라이드와 김밥이다. 찾아낸 김밥 집은 오전에(8시~9시) 가면 포장해가는 사람들로 줄을 서 있다. 많은 회사원들이 그
김밥을 도시락으로 포장해갔다. 내가 다니는 활동반경에서 30분을 벗어나서 입을 꾹 다물고 줄을 서서 김밥 두 줄을
구입했다
그 집 김밥은 맛있는
김밥이다. 먹어보면 알 수 있다. 입 안에서 김밥 안의 재료의 맛이 살아서 밥알과 잘 어울렸다. 김은 아주 검은 김은 아니다. 김밥 하나를 입에
넣어서 씹으면 기분이 좋다. 세상에는 그런 김밥이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다
주인 아주머니가 없을 때는
직원이 싸주는데도 맛이 좋다. 직원은 한국 사람이 아니다. 그 집의 김밥 특징이라면 밥알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김밥 집에서는 김밥을
말아놓고 주문이 들어오면 잘라서 주었는데 그 집은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밥솥에서 밥을 퍼서 김에 올리고 김밥을 만들어서
준다
그 모습을 쳐다보고 있으면
김밥을 만든다,라고 하는 것에 부합된다. 주문이 들어오면 주걱으로 밥솥의 밥을 퍼서 한 번 쭉 편다. 밥알 사이에 약간의 물과 참기름과 깨와
소금간을 한다. 그렇게 해서 밥알이 엉켜붙지 않고 살아있게 된다
묘하지만 김밥 안에 들어가는
재료에 양념을 하지 않는다. 계란전병에도 소금을 넣지 않고 시금치도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려서 삶은 다음 김밥 안에 들어간다. 그럼 김밥 하나를
입에 넣으면 재료의 맛은 그대로 살아나면서 고들고들한 밥과 앙상블을 이루었다
그런 김밥이라면 줄을 서
있어도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김밥 집은 어느 날 사라져버렸다. 오전에 야심차게 왔는데 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