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자를 알게 된 건 순전히 음악감상실 때문이었다. 프랑스 음악이라고는 에디트 피아프, 파트리샤 까스 정도였다. 조지 밴슨의 ‘낫띵스고나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를 불러 인기를 얻은 글렌 메데이로스가 엘자와 노래를 같이 불러 알게 되었다.

 

글렌 메데이로스,라는 이름이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쩐지 촌스럽지 않으며 이름이 긴데도 발음하면 길어 보이지 않고, 영어 발음이 좋은 사람이 ‘글렌 메데이로스’라고 발음하면 호감이 대번에 갈 것 같은 이름이다. 글렌 메데이로스는 이름만큼이나 좋은 얼굴로 노래까지 잘 불러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노래를 잘 부른다는 건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받게 하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다.

 

글렌 메데이로스는 엘자와 ‘프렌드 유 기브 미 어 리즌’이라는 듀엣곡을 불렀다. 여기서는 엘자도 영어 버전으로 부르는데 ‘엉 로망 뒤£¥$§#&’에서는 엘자가 불란서버전으로 부른다. 영어로 하면 ‘러브 올웨이즈 파운드 어 리즌’이다. 뮤직비디오는 80년대 불란서인지 미국인지 아름다운 해변에서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를 너무 잘 연기한 덕분에 실제 사귀기도 했다.

 

엘자의 얼굴은 불란서의 얼굴보다는 구라파의 얼굴에 가까워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불란서 출신 배우들, 줄리엣 비노쉬나 줄리 델피의 얼굴이 엘자에게 보인다. 엘자의 얼굴은 되게 동양적인데 눈은 구라파, 언어는 불란서 뭐 이런 느낌이다. 엘자는 가수지만 데뷔는 영화로 했다.

 

이름도 멋진 글렌 메데이로스와 듀엣을 불러 알게 된 엘자의 노래를 음악감상실에서 여러 곡 들었다. 머리에 박혀있던 샹송의 이미지가 깨졌다. 엘자의 노래는 장벽 같던 샹송이 아니었다. 엘자의 노래는 꼭 가요를 듣는 것 같았다. 강수지가 불란서어로 부르는 느낌? 제대로 설명할 수 없지만 들어보면 가요처럼 친숙하다.

 

한때 불란서 음악을 꽤 들었는데 대체로 가요와 비슷하여 듣기 편해서 신기해하기도 했다. 얼마 전 티브이 먹방예능 국경 없는 포차인가, 거기서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열린 포장마차에서 프랑스인들의 흥이 어쩐지 한국인과 비슷하게 보였다.

 

미래 같은 걸 모르고 그저 하루를 견디기 바빴던 중고등 시절에는 그래서인지 음악을 꽤 다양하게, 집중적으로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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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막스는 노래를 아주 쉽게 부르는 것 같은데 따라 부르려면 참 어려운 것 같다. 마치 변진섭이나 시나위 4집 때 김바다처럼 말이다. 리차드 막스를 잘 모르는 이들도 얼마 전에 비행기에서의 일화나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에 나와서 알게 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리차드 막스는 사랑에 대한 노래를 많이 불렀다. 리차드 막스의 메가 히트송들도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작곡을 한 곡들이다. 그러고 보면 백석도 자야를 사랑했을 때 찬란한 시가 탄생했고, 릴케 역시 루 살로메에 빠져 있을 때, 보들레르 역시 흑백 혼혈 잔 뒤발을 사랑하고 있을 때, 단테 역시 베아트리체를 찬양했다.

 

리차드 막스의 ‘right here waiting’ 이 노래는 아내를 위해 만들었다. 아내는 영화배우였다. 아내가 영화 촬영차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떠났고 그곳에서 몇 달을 지내야 했다. 아내를 너무 사랑한 리차드 막스는 그 몇 달을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지옥 같은 날들이라고 생각이 들어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떤 무엇인가가 자신과 아내를 갈라놓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다. 그래서 리차드 막스는 아내가 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갈 결심을 하고 비자를 신청하지만 왜 그런지 비자가 나오지 않았다. 리차드 막스는 몇 날 며칠을 비자국에 신청을 했지만 비자가 발급되지 않았다. 마지막 한 번더 비자를 신청하러 갔지만 결국 되지 않아서 포기하고 돌아온 날 그는 이 노래를 짧은 시간에 만들었다.

 

 

 

바다만큼이나 멀어져 가요

매일매일 그리고 난 서서히 미쳐가고 있죠

전화로 당신의 목소리를 듣지만 이 고통을 멈추진 못하는군요

내가 당신을 거의 볼 수가 없다면 우리가 어떻게 영원하다고 말할 수 있겠어요

 

 

 

리차드 막스는 이 노래가 너무 오글거리고 개인적인 노래라 음반에 싣기도 민망해서 테이프에 녹음해서 아내에게 보내주려고 했다. 그때 녹음을 도와준 친구가 노래가 너무 좋으니 싱글 앨범에 내자는 제의를 했고 리차드 막스는 받아들이는 바람에 현재에도 이 노래는 어딘가에서 꾸준히 흘러나오고 있다.

 

리차드 막스와 아내와의 사랑은 꽤 유명했다. 아내를 정말 사랑했다. 조금이라도 떨어져 있기가 그렇게 싫었을까, 할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더 유명한 노래 ‘now and forever’이란 곡도 만들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이라는 것은 그렇게 잘 없다. 리차드 막스의 아내에 대한 애절한 사랑은 2014년에 종지부를 찍고 만다. 우리는 때때로 언어에서 실수를 하곤 하는데 ‘절대’ 라든가 ‘영원’을 함부로 뱉어내면 안 될 것 같다.

 

꽃으로 비유를 하자면 조화를 구입해서 욕실에 두면 영원하다고 하는데 그런 죽어있는 ‘영원’은 외면받는다. 조화를 구입한 첫 날 정도 바라보지만 이후로는 거의 조화를 보지 않는다. 프리지아를 구입하면 며칠 만에 시들고 말지만 한 해가 지나서 또 봄에 오면 프리지아를 구입한다. 그 며칠 동안 프리지아는 향기를 뿜어내고 프리지아가 꽂혀 있는 꽃병을 며칠 동안은 늘 바라본다. 그렇게 시들고 피어나고를 반복하는 영원성. 노래 역시 그런 영원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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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도 옴니버스 4편으로 된 공포영화다. 클로버필드처럼 캠으로 촬영하는 형식의 영화다. 앞서 올린 살인마 잭의 집은 인스타놈들이 삭제를 했다. 영화일 뿐인데 삭제를 해버렸다. 이 영화는 하나의 이야기가 죽 이어지는데 그 중간중간에 3편의 다른 이야기가 끼어드는 묘한 영화다.

 

이 영화는 잔인하고 고어적인 장면(도 있다)보다 내용이 보통 생각하는 것 이외의 내용으로 만들었다. 1, 2편이 페이크 다큐 형식인데 비해 이번 3편은 스토리가 아주 기이하고 몹시 이상하고 아주 기묘하다.

 

특히 4편 중 3번째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다. 양자역학 같은 기계를 통해 저쪽 세계에서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만난다. 저쪽 세계에서도 자신과 같은 나를 보며 인사를 하고 이쪽의 나와 저쪽의 나는 잠시 자리를 바꾸게 된다. 그래서 서로 기계를 통과하면서 신기해한다.

 

집도 같고, 부인도 같다. 그런데 이쪽 세계에서의 나의 부인과는 다른 사랑을 하고 있다. 남자들을 불러 남편이 보는 곳에서도 섹스를 즐기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저쪽 세계로 간 나는 이쪽 세계로 오려고 하는데 저쪽 세계의 사랑방식이 인간이 생각하는 그런, 아니 저쪽 세계에서는 당연시되는 인간의 모습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분명 호불호가 갈라지는 영화지만 공포를 좋아하는, 공포스러운 이야기, 상상너머의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꽤 빠져들만하다. 아니 도대체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생각해 냈지? 하게 된다. 나머지 이야기들도 환상특급 같은 공포 이야기다. 전 세계의 공포물 감독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아 시리즈로 계속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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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디로 구입한 라디오 헤드의 더 밴드즈 앨범은 세 번째로 구입한 것이다. 앞에 두 번은 카세트테이프로 구입을 했는데 늘어져 망가졌다. 이 앨범은 13년에 구입한 것으로 아주 최근에 구입한 축에 속한다. 앨범에 대해서 재미있는 건 오래전에는 EMI 코리아 같은 음반회사가 살아 있어서 그런 곳에서 한국판으로 시디를 만들거나 했는데 이제 인터넷으로 주문을 하면 메이딘 아메리카에서 3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날아온다. 속지의 삽화도 좋다. 나이스 드림의 뮤직비디오를 종이 위에 그대로 끄집어 낸 것 같다.

 

대학 시절 좌뇌는 아메리칸 메탈을, 우뇌는 히데의 저팬 록에 매료되어 있었는데 그 사이를 강력하게 파고든 밴드가 라디오 헤드였다. 더 밴드즈 앨범에 있는 모든 노래가 세계적으로 대히트를 쳤다.

 

톰 요크는 한쪽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한다. 더 밴드즈 앨범의 꽃미남 시절에는 그 모습이 확연하게 보였지만 요즘의 톰 요크는 온 얼굴이 찌그러져서 그런지 한쪽 눈이 그렇다는 것을 쉬이 느끼지 못한다.

 

톰 요크는 한쪽 눈이 찌그러진 것 때문에 학창시절 아이들에게 늘 따돌림을 당했다. 톰의 어머니는 그런 톰을 보며 안타까워 수술을 한 번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한 간에 학창시절 톰 요크를 따돌리는데 앞장선 아이가 한국인이라 톰 요크가 한국에는 공연을 하러 오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라디오 헤드의 한국 단독 공연은 아직 없다. 몇 해 전에 지산록페에 와서 한 시간가량 소름 끼치는 공연을 하고 간 것이 전부다.

 

이 앨범의 노래를 들으면 대학시절 에어컨도 없는 자취방에 헤드셋을 끼고 좁은 방에서 땀을 미친 듯이 흘리며 저스트에 맞춰 몸을 마구 흔들었던 기억이 있다. 흐느적거리는 음악인데 강력하고 그 강력한 음악에 점점 손과 몸이 빨려 들어간다.

 

블랙스타를 들으면 스산하고 차갑고 맞으면 눈물이 나는 바람이 부는 듯하고, 하이 앤 드라이는 마치 테킬라를 여러 잔 마신 것 같은 느낌으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나이스 드림에 다다르면 이런 이야기가 떠오른다.

 

 

 

 

 

 

푸른빛이 거대한 천장에 감돌기 시작했고 곧 그 푸른빛은 세계에서 모여든 이들에게 골고루 뿌려졌다.

그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고개를 들고 톰욕을 쳐다보았다.

모호한 눈빛의 톰욕은 노래를 불렀다.

탐욕에 가득 찬 저항도 없었고 노출에 의한 굶주림도 없었다.

톰욕은 오직 노래를 불렀다.

문틈으로 스며드는 안개처럼 톰욕의 목소리는 푸른빛을 받고 모여든 그들의 마음에 울려 퍼졌다.

탐욕에 가득한 대중의 눈도 점점 따뜻한 자신들의 마음에 동화되어 간다.

기타의 리프 소리가 모여든 그들 내부의 잠재된 앙금을 풀어 주었다.

그들은 양손을 앞으로 뻗고 톰욕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톰욕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생생함과 격렬함은 모여든 사람들의 에테르를 하나로 모았다.

목소리와 기타 소리가 현실을 파괴했고 사람들은 톰욕의 노래에 맞춰서 양팔을 좌에서 우로 흔들었다.

노래는 공간을 제어했고 사람들의 가슴속 깊은 부분의 한곳을 건드렸다.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는 톰욕의 목소리에서 어떠한 가능성을 읽었다.

시간의 흐름을 거역할 수 없듯이 노래에도 거역할 수 없는 감각과 물 같은 부드러움이 있었다.

톰욕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것을 알 수 있다.

눈을 감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

옆의 사람을 안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

눈물을 흘리며 입을 막고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이.

제각각의 모습이지만 그들은 톰욕의 노래를 듣고 있다.

나이스 드림. 나이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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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미장센은 이런 것이다. 자신의 아들에게 총구를 겨눈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면 자신의 아들들과 아내를 죽이고 다른 시체들과 함께 냉동실에 넣어두고 영원한 모습을 유지되고 있다고 믿는다. 살인마 잭은 자신의 애인의 가슴에 볼펜으로 선을 긋는다. 그리고 장면이 전환되면 도려낸 가슴으로 지갑을 만들어 가지고 다닌다
.

이 영화는 고어스러운 타격이 화면에 전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미장센 만으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처절하고 암울한 장면을 깊게 상상하게 만든다. 자신의 아이에게 총을 쏘아 머리에 구멍을 내는 상상, 자신의 아내의 등에 총구멍을 내는 상상, 울부짖는 애인의 가슴에 칼을 들이대 가슴을 도려내는 상상을 하게 끔 감독은 영화를 나열했다
.

영화는 60명을 죽인 잭의 내레이션으로 계속 흐르고 그 사이사이 살인의 장면을 삽입했다. 살인마 잭은 자신의 살인이 예술이라 믿고 있기에 시체들을 전리품으로 만들어 시체로 집을 짓는다. 이 영화에는 우마 서먼, 유지태도, 엘비스의 외손녀인 라일리 코프도 하나의 전리품으로 나온다
.

청춘스타였던 맷 딜런의 신들린 사이코의 연기는 좋고 고어물의 특징인 타격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살인행위를 예술로 표현하는 것은 영화라도 마치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좋은 쪽으로 나열하지만 욕망, 집착, 나르시시즘, 냉혈, 박애라는 단어로 말할 수 있겠지만 살인마를 예술가로 표현하는 것은 타락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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