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이고 시끄럽고 극한의 강한 록만 들었던 나도 뉴키즈 온 더 블록을 닳도록 들었던 걸 보면 그들의 인기는 정말 지구를 넘어 스페이스 오디세이였다. 중학교 때에 얼마나 들었던지 아직도 들으면 흥얼거리는 노래가 몇 곡이나 있다. 스텝 바이 스텝이 그렇고, 커버 걸이 그렇고 유 갓 잇, 투나잇이 그렇다

 

찰리도 범블비에게 뉴키즈 온 더 블록의 게임게임게임게임을 들려줘야 했던 것이다. 범블비 녀석은 뉴키즈 온 더 블록의 노래에 신나게 반응했을 것이 틀림없다

 

범블비도 꽤 신나는 영화였지만 역시 이티가 재미있었다. 범블비가 칠리의 집구석에서 이티가 하는 짓을 오마주 한다. 그 장면은 정말 이티를 떠올리게 한다. 이티도 만약 당시에 뉴키즈 온 더 블록이 있었디만 그 가늘고 긴 목을 움직이며 큰 머리로 리듬을 탔을 것이다

 

이티는 정말 좋은 영화였다. 근래에는 엉망진창으로 생겨먹은 외계인, 이종들이 많아져서 에일리언도 아이구 참 귀엽네, 하게 되었지만 이티가 나왔을 때는 이티는 뭐랄까 약간 똥이 변형된 것처럼 해괴망측한 몰골이다. 그럼에도 사랑스럽게 보이게 스필버그는 만들었다. 그런 것이 꼬꼬마 드류 베리모어가 똥 같은 이티의 코에 뽀뽀를 하는 장면으로 지구의 어린이들의 가슴을 그대로 망치질을 해버렸다

 

굳이 갖다 붙이자면 그 장면에 뉴키즈 온 더 블록의 ‘아일 비 러빙 유’가 흐르면 아주 어울릴 것 같다. 뉴키즈 팬들은 자신의 할아버지의 이름은 몰랐지만 멤버들의 이름은 다 기억하고 있었는데, 뉴키즈의 이름도 멋진, 그래서 한국타이어도 울고 갈 조이 맥킨타이어의 미성이 좌악 그 장면에 흐른다

 

도니 월버그는 당시에는 인기가 동생인 마크 월버그를 뛰어넘었지만 마크 월버그는 현재 돈을 가장 많이 벌어들이는 할리우드 배우가 되었다. 그런 것을 보면 참 인간의 삶은 예측 불가능이다

 

뉴키즈 온 더 블록의 디스 원스 포 더 칠드런은 노래도 좋고, 의미도 좋아서 한때 마이클 잭슨의 히얼 더 월드를 넘으려고 했었다. 뉴키즈에는 형제가 있는데 조나단 나이트와 조던 나이트의 오고 가는 미성이 아이들과 어울려 디스 원스 포 더 칠드런을 부른다. 이 형님들 찢어졌다가 요즘 18년도에 다시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잘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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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금까지 인생에 ‘어쩌다 보니’는 늘 따라다닌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무엇이 되었고 이제는 떼고 싶은 생각도 없고 그러기도 귀찮아졌다. 나의 인생을 한 마디로 줄이면 ‘어쩌다 보니’이다. 계획도 없고 걱정도 별로 없이 어쩌다 보니 이렇게 굴러와 버렸다. 이미 그렇게 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고등학교에서 사진부 생활을 했고, 그러면서 어쩌다 보니 백남준을 알게 되어 겨울방학에는 야간열차를 타고 서울로 가서 백남준 아트전을 보고 내려오게 되었다. 어쩌다 타게 된 야간열차는 밤 11시에 타면 새벽 5시에 청량리역에 도착하는 느려터진 기차였는데 어쩌다 타게 된 야간열차에서는 시간이 더디게 갔는데 지겹다는 느낌보다 하고 싶은 상상을 마음대로 하다가 졸다가 눈 떠서 물 마시고 어두운 창밖을 내다보고 다시 졸다가 생각하다,를 반복해도 목적지는 멀기만 했다


청량리역에 내려 배가 고파 어쩌다 들어간 새벽의 육개장 집에서 먹은 육개장 덕분에 서울만 가면 새벽의 육개장을 먹게 되었다. 육개장이 앞에 놓이면 육개장 특유의 냄새가 확 올라온다. 후추를 뿌려 먹었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후추를 추추 뿌리고 밥을 말아서 한 입 먹으면 기차에서 내려 서울의 추위가 온몸에 달라붙었는데 그것이 한순간에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어쩌다 서울에 가게 되면 야간열차를 고집하게 되고 야간열차에서 내리면 청량리역 근처에 있던, 2층이 다방이고 1층이 육개장을 파는 그 집에 슥 들어가서 조미료 향이 확 나는 육개장을 먹게 되었다. 그렇게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데


이 ‘어쩌다 보니’는 가끔 발목을 잡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하게 된 후원활동은 담근 발을 빼지 못 하다가 12년이 넘어가니 후원하는 아동이 바뀌었다. 맙소사. 어쩌다 보니 하게 된 사진은 몇 번의 전시회를 하면서 빈털터리가 되기도 했고, 어쩌다 보니 찍어주게 된 청각장애가 있는 초딩 아이들은 대학생이 될 때까지 찍어주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보게 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는 한 영화당 스무 번은 넘게 봤고 어쩌다 보니 병들어 버려진 개들을 주워와서 같이 뒹굴며 지내다 보니 18년이 지나가 버렸다. 어쩌다 보니 조깅을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생활을 하는데 어떤 점에 집중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어쩌다 보니 한두 개씩 모은 피규어와 인형이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집을 나오는 순간 동네 할매들이 손주들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삼삼오오 몰려오는 모양이다. 내 인생은 ‘어쩌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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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군가에게 의지해야 한다. 혼자서는 절대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누군가 나를 인정해주면 그것을 힘이나 동력으로 삼고 생활을 헤쳐나간다

 

이 영화에서 호아킨 피닉스는 누군가에게 의지하지도, 누군가가 의지하게 하지도 못하게 한 채 벗어날 수 없는 지난 과거의 트라우마에 존속되어 두려움과 절망과 분노와 자살의 경계에 머물러 지낸다

 

마지막 발랄한 노래가 끝남과 동시에 컵에 남아있는 음료를 쪽 빨아먹으며 영화는 끝이 나고 호아킨 피닉스 즉 조는 니나에게 의지할 것이고, 자신과 비슷한 니나역시 조에게 의지를 할 것이라고 믿으며 나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뱉게 한다

 

호아킨 피닉스가 실제인지 분간도 가지 않게 연기를 하는 건 어쩌면 리버 피닉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리버 피닉스의 동생인 호아킨은 어쩐지 형의 몫까지 자신이 해야 한다는 어떤 사명 같은 것을 각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형인 리버 피닉스는 1993년 시월에 죽었다. 제임스 딘이 환생한 듯한 모습의 이 잘생기고 멋진, 당시 전 세계 동년배 모두가 사랑한 배우인 리버 피닉스는 시월의 마지막 날 할로윈데이에 죽음을 맞이했다. 리버 피닉스에 대해서 좀 더 멋지게 이야기하기 위해 김혜리 기자의 ‘영화야 미안해’를 소환해야 했다. 이 책에 리버 피닉스에 대한 그녀의 찬란한 글이 있다. 그 글은 2000년에 쓰였고 이 책은 7년 후에 나온 책이다

 

김혜리 기자는 동년배인 리버 피닉스를 참 좋아했다. 리버 피닉스의 다음 영화를 기다리던 김혜리 기자는 그의 영화 소식 대신 죽음 소식을 받았다. 책에 이런 글이 있다. - 리버 피닉스에 대해 글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마음먹었다면 아마 비슷한 이유였으리라. 그러나 시간은 모든 것을 희미하게 한다. 다짐도, 그 다짐의 이유도, 살았다면 리버 피닉스는 이제 서른, 남은 그의 옛 팬들도 서른 언저리에 서성이고 있다. 어느 소설가는 ‘서른 살’을 가리켜 고함치는 능력을 잃은 대신, 기억의 그물을 던져 과거의 자신과 자신이 속했던 공간을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해지는 나이라고 썼다. 그가 남긴 영화와 그가 간 뒤 이곳저곳에서 찾아낸 ‘쪽지’ 조각들을 모아 다시 그리는 한 배우의 초상은, 특정한 세대에겐 바람 많은 한 시절과의 재회일지도 모른다. 끝내 땅 위에 둥지를 틀지 못했던 발 없는 새의 이름을, 바람 위에 다시 쓴다

 

리버 피닉스의 죽음을 그 누구보다 호아킨 피닉스가 슬퍼했을 것이다. 샤말란 감독이 연출한 호아킨 피닉스가 나온 ‘싸인’을 나는 몹시 좋아한다. 거기에서 호아킨은 인간이 가지는 두려움 그 너머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장면이 나온다. 여러 번 본 영화의 장면보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양각으로 각인이 되어서 잊히지 않는다

 

영화 ‘싸인’을 좋아했는데 이 책에도 싸인에 관한 부분이 있다. 거의 10년 전에 읽은 책인데 그 부분만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던 것같다. -싸인은 강렬하고 무섭다. 슬프고 교훈적이다. 첨단 특수효과로 테두리를 친 액션을 기대한 관객은 이 SF 미스터리의 망토를 쓴 애절한 가족 드라마에 실망할 테지만 그것은 애초에 샤말란 영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기대이니 위로까지 필요치는 않을 것이다.- 바로 그 싸인에 호아킨 피닉스가 나온다

 

너는 여기에 없었다, 이 영화를 보면서 호아킨은 살이 늘어지도록 몸을 부풀렸다. 한쪽 가슴이 작고 찌그러졌다. 그래픽인 줄 알았다. 앉았을 때 살집 속으로 드러난 근육의 물결로 이전 FBI 시절 얼마나 혹독한 훈련을 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고작 영화 주제에. 고작 영화 주제에 던지는 메시지가 이리도 강렬했던 건 린 램지 감독의 전작인 ‘케빈에 대하여’도 그랬다

 

영화를 관통하는 음악이 아주 둔탁하고 뇌에 금을 그어 놓는다. 도대체 영화음악이 어떻게 이렇지? 하게 되어서 보니 저니 그린우드가 영화음악을 맡았다고 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나는 라디오헤드의 저니가 크립의 쿠쿵 할 때처럼 아직 악동으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음악이 대단하다

 

호아킨 피닉스가 이제 조커에 도전한다. 현실인지 비현실 분간할 수 없는 연기를 하는 호아킨이 펼치는 조커는 또 어떻게 표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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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핸슨이라고 검색을 하면 가죽제품 핸슨 소파가 더 많이 검색되지만 밴드인 핸슨은 한때 ‘음 밥’으로 세계를 강타했었다. 핸슨은 형제 밴드로 놀랍게도 아직까지 꿋꿋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유행을 했던 ‘음 밥’은 요즘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왕왕 나온다

 

핸슨은 제일 큰 형인 아이작 핸슨과 노래를 부르는 테일러 핸슨, 그리고 드럼을 치던 꼬꼬마 재커리 핸슨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이작은 참 못생겼었다. 재커리는 너무 꼬꼬마로 드럼을 치는데 그저 귀여웠고, 보컬인 테일러는 잘 생긴 얼굴로 노래까지 잘 불러 인기가 가장 많았다

 

이랬던 삼 형제가 요즘은 몽땅 미남밴드가 되었다. 97년에 MMMBob으로 싱글 차트 1위를 한 다음 수순처럼 불화가 일고 해체의 길을 걸어가야 함이 마땅함에도 정점에서 떨어지기만 하는 연예인의 길을 이 삼 형제는 음악으로 이겨내며 지금까지 왔다. 그래서인지 요즘의 음악은 뭔가 더 깊어졌고 무엇보다 모두가 꽃미남이 되었다

 

핸슨 하면 음밥만 떠오르지만 앨범의 다른 노래들도 참 좋다. 특히 ‘웨얼스 더 러브’는 이 세 멤버의 매력이 잔뜩 들어가 있다. 이 노래에서는 긴 얼굴로 기타만 치던 못생겼던 아이작이 노래도 같이 부르는데 목소리가 보컬인 테일러보다 훨씬 좋다. 그리고 ‘아 윌 컴 투 유’는 감미롭다. 이 세 꼬마들이 이런 노래를 담백하게 불렀다. 그러니 요즘의 핸슨은 음악의 깊이가 아주 高? 해졌다

 

너를 인도할 빛이 없을 때,

너와 함께 걸을 사람이 없을 때

내가 너에게로 갈게

 

이런 가사가 죽 이어진다. 오글거릴 수 있지만 시적 허용으로 보면 가사도 역시 따뜻하다. 핸슨의 요즘 활동을 유튜브로 검색이 잘 안되어서 좀 아쉽다. 겨울의 어두운 밤을 따뜻한 빛으로 밝혀줄 노래를 계속 만들어 다오, 핸슨 형제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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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에 이어

 

주윤발의 투명한 눈빛은 사랑하는 이를 지켜야 하지만 지켜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잔뜩 묻어있는 눈빛이다. 마치 여기를 보는 것 같지만 나를 뚫고 나의 뒤의 어느 공간을 쳐다보는 것 같다. 이 장면을 잘 보면 보케가 진 뒤에 누군가 주윤발을 총으로 겨누고 있다.

 

주윤발은 미국인 3세로 개화기 전의 중국에서 오천련과 함께 떠나려 하지만 오천련이 중국을 떠나지 말고 같이 있자고 한다. 주윤발은 망설이고 떠나지만 다시 돌아와서 미국에 가지 않기로 했다. 그 대사를 말할 때 오천련의 눈빛 또한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이 장면에서 눈이 내리고 등려군의 노래가 나온다. 주윤발은 오천련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게 되고 책 상해탄의 찢어진 부분처럼 우리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 약속했지만 정부에 의해 두 사람을 헤어지게 된다.

 

이 영화를 좋아한 사람들이 가장 깊게 빠져들었던 마지막 기차역 신이다. 일분의 면회가 가능하게 되어 두 사람을 창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게 된다. 처음처럼 손바닥을 마주하고 마지막 초능력을 발휘해 주윤발의 손에 있던 반지가 오천련의 손바닥으로 옮겨간다. 이 장면에서 야니의 리플렉션 오브 패션이 흐른다.

 

기차는 떠나고 이때부터 오천련은 기다림의 세월을 보내게 된다. 멀어지는 오천련을 향해 달려다가 공안들에게 저지를 당하고 주윤발이 눈물을 흘린다. 주윤발이 운다. 주윤발이 울음을 터트릴 때 잘 참았던 사람들도 울게 된다. 두 사람은 어떻게 될까.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영화다. 주윤발 오천련식 로맨스 영화다. 액션이나 코미디는 사랑을 위해 존재하는 영화적 허용의 한 부분일 뿐이다. 유진위 감독이 이 당시에 한창 월광보합과 선리기연을 만들 때라 이 영화도 선리기연 같은 느낌의 감동이 있다. 지켜주는 사랑, 옆에 같이 있어 주는 사랑, 약속을 지키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이 영화는 그런 영화다. 말도 안 되는 영화. 그래서 행복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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