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이상은 노래가 나온다. 이상은이 부르는 [삶은 여행]은 깊이 있는 노래다.

이 정도의 노래를 만들려면 부딪치지 않고서, 경험 없이는 가사를 만들 수 없다.

좌절을 맛보고 절망을 벌리고 들어가서 그 속에 웅크리고 있는 작은 희망을 보고 나온 것 같은 가사다.


삶은 여행과 삶은 계란의 [삶]이라는 글자는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삶]이라는 명사와 [삶다]라는 동사는 비슷한데 다르다.

따지고 보면 [삶]과 [삶다] 사이에는 시간이 지나 익어가면서 영글어 가는 명확함이 있다.


그 사이에는 공백이 존재하고 그 공백을 어떤 식으로 채우느냐에 따라 명확함의 관념은 달라진다.

그 공백 속에는 [기반]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는 보통 [기반을 잡는다]라는 말을 한다.

기반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기반이라는 단어와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상은의 노래를 들으면 기반이란

기. 본. 반. 찬.이라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삶이라는 긴 여행에서

매일 기본 반찬을 챙겨 먹기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언젠가 끝나는 [삶은 여행]을 계속 듣고 있으면 조금 불안하다.

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두려움이 따라붙는 것처럼 행복 속에 싹트는 껄끄러운 불안이 고개를 든다.


늘 행복하다가 한 번 불행한 게 나은 삶일까,

썩 행복하지 않다가 한 번 행복해지는 것이 나은 삶일까.


삶이란 인간의 긴 여행이고 여행은 언젠가 끝이 난다.

소중한 널 잃는 게 두려워서 삶은 언제나 행복하지 만은 않다.


강해지지 않으면 더 걸을 수도 없다.

하지만 노래처럼 이젠 알 수 있을 때가 온다.

우리 모두는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라는 걸.


‘삶’이라는 단어를 떨어트려 놓으면 ‘사람’이 된다.

사람의 ‘ㅁ’과 ‘ㅁ’이 만나면 부딪혀 깎이고 깎여

시간이 흘러 ‘ㅁ’이 ‘ㅇ‘이 된다.

그리하여 '사람'은 '사랑'이 된다.



https://youtu.be/jeOg6SeGcVg?si=gfh3GM9YzHeDJa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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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일.

태블릿을 들여다보고,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는 일.

이 모든 중요한 일들을 위해

항상 충전을 해 놓는다.

충전이 충분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어쩌지 하는 마음이 든다.

충전이 된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불안에서 조금 멀어진다.

주위를 보면 어디서든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무장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기기들을 충전하는 일에만

너무 신경을 쓰는 것은 아닐까.

정작 본인의 에너지는 고갈되고

닳고 닳아 없어지는데 알아채지 못하는 건 아닐까.

정말 충전이 필요한 건 내 몸,

내 정신이 아닐까.

밤새도록 충전한 휴대폰 에너지가

꽉 차지 않아서 불안했던

나에게 충전을 하자.

아톰처럼 코드를 꼽지 않아도 된다.

오늘 하루 한두 시간은

폰과 노트북을 멀리 두고,

나의 여기를 시로 충분한 충전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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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나오는 지구 침공 우주 생물체 괴수 영화보다 재미있는 88년 작품 우주 생명체 블롭은 영화 내내 블롭의 완전한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블롭의 일부분이 젤리처럼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는 모습만으로도 영화는 괴수침공의 끔찍함을 잘 보여준다.

괴 생명체 영화의 명작 같은 슬리더도 이 영화를 모티브로 하지 않았나 싶고, 이 영화와 비슷한 우주 생명체 영화는 대체로 러브크래프트의 이야기를 전제로 만들었지 싶은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블롭에서의 압권이라면 여러 짤로 유명한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블롭에게 둘러싸여 겁에 질려 있다가 창밖으로 죽은 사람들이 블롭 안에서 마구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공포가 극에 달할 때 팍, 하는 장면이다.

블롭은 젤리처럼 생겼는데 우주에서 떨어져 최초 발견자 할아버지의 몸을 반으로 녹여버리고 점점 증식해 나간다.

여자를 한 번 어떻게 해보려고 수작 부리는 남자친구도 잠깐 밖에 나간 사이에 블롭이 여자 친구의 몸속으로 들어가 외형을 제외하고는 전부 녹여서 먹어 치웠는데 남자가 차 안으로 들어와서 더러운 손이 쓱 갈 때 블롭에서 당하는 장면 같은 것들에서 블랙유머라든가, 지구인을 돌려 깐다던가 하는 건 없다.

이 시절의 지구침공 괴수영화는 진지하다. 그래서 군인이 대동하고 정부가 나선다. 당연히 그래야 한다. 그러면서 산 채로 잡아야 한다는 명령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블롭에게 당해서 녹아내린다.

특수촬영이 엉성한 듯 보이지만 그래픽보다 더 직물적이라 현실감이 더 든다.

끈적끈적하고 찝찝한데 거기에 잘리고 썰리고 녹아내리기까지 스테레오로 안구를 때려주는 핑크핑크 괴물의 몸부림을 보고 싶다면 블롭이다.

이 영화도 유튜브에 풀려있다. 왜 검색해보지 않고 나는 자꾸 돈을 주고 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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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와 키링과 폰 고리를 만들어 봤다. 시계와 키링은 사용하는데 괜찮은데, 폰 고리는 애매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렇게 만들어 놓기만 하면 주위에서 달려든다. 자꾸 판매를 하라고 한다. 스레드에서도 판매를 하라고 하지만 판매는 하지 않는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금까지 만들어서 전부 준다. 별거 아닌데 받고 나면 아주 기분 좋아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는 게 꽤나 흥분된다.


지금까지 많이 만들어 본 하루키 굿즈도 그랬다. 만들어 놓으면 하루키 팬들이 전부 판매하라고 했지만 다 보내주었다. 보내주었다,라는 말은 인스타그램으로는 대체로 10년 가까이 된 하루키 팬들과 팔로워가 되어 있어서 타지방이나 해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우체국에서 택배로 보내 주었다. 택배로 보내는데 달랑 키링 하나만 보낼 수 없어서 엽서나 크리스마스 카드나 수첩 같은 것들, 내가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만들어서 같이 보냈다. 그리고 절대 나의 주소는 적어 보내지 않는다. 왜냐하면 받은 사람들은 자꾸 나에게 뭔가를 보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어 주지 않는다. 그러면 대부분 포기하는데 몇몇은 디엠으로 스타벅스 쿠폰 같은 것을 보낸다. 덕분에 스타벅스에는 잘 가지 않지만 가서 잘 마시고 온다. 스타벅스 하니까 한 2년 정도 매일 오전에 갔던 적이 있었다. 일하는 건물 바로 맞은편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이른 오전에 들어가서 커피를 홀짝이며 잠깐 책을 읽거나 글을 끄적이거나 했다. 그러다 보면 매일 보는 직원과 인사를 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매일 뭘 적냐, 같은 말들이 오고 가고, 그러다 보면 그때 소설책이 나오는 바람에 한 권 건네주면서, 그러면 직원은 나에게 빵이나 케이크 같은 것도 주면서, 손님과 점원의 오고 가는 우정? 이 싹트기도 할 때 스타벅스가 사라지면서 내 문화권 내에 스타벅스는 가기가 멀어서 이젠 가지 않게 되었다. 그때 한찬 스타벅스에 갔을 때 기록을 여기 브런치 저 앞에 아마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바뀐 것도 그렇지만 여사도 김건희에서 김혜경 여사로 바뀐 게, 이게 너무 좋다. 당시 김건희의 언행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지금도 여전히 김건희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김건희가 지금도 여사 자리에 있었다면 얼마나 기가 막힌 일들이 펼쳐지고 있을까. 언론은 거기에 칭찬일색이고. 김건희 하면 김건희 전속 사진사가 떠오른다.


스레드에 보일만도 한데 보이지 않는 소식이 있어 간단하게 말하자면, 김건희 한강 마포대교 사진사의 실체를 가장 먼저 알린 이정주 기자에 따르면, 그 사진사가 윤석열이 해외순방을 갈 때 따라갔다고 한다. 1호기에 기자들이 가는데 김건희에게 졸라서 비행기에 올랐다. 이전부터 갑질에, 출근도 제대로 하지 않는 걸로 안에서는 유명했지만 김건희 때문에 건들지 못했다고 한다. 그 사진사가 바에서 밤에 일을 한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공무원은 2중 직업을 가지면 안 되지만 그 사진사는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다녔다. 바에서 일을 하게 된 건, 사진사가 술을 굉장히 좋아해서다. 술을 아주 잘 마신다고 한다. 술을 마시고 싶어 바에서 저녁에 일을 했다. 그리하여 윤석열의 해외순방 1호기에 탑승을 하게 되었다.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그만 고삐가 풀려 만취를 한 것이다. 슬에 취해 소리를 지르며 엉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김건희가 워낙 예뻐했기에 그 짓을 한 후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고.


25살 나이에 완전히 모든 게 자신의 세상이었다. 대통령실에 근무하면서 교육은 전혀 되지 않고 블로그에 일일이 올려놓을 정도로 멍청하지만 않았다면 잘 빠져나갔을 텐데 이제 제대로 시시비비를 따져야 한다. 이 이야기는 기사화되지 않고 경향신문 유튜브 방송의 이정주 기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그 머리 나쁜 사진사가 블로그를 삭제하기 전에 퇴사하면 풀 썰이 9억 개라고. 아 정말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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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의 색은 붉은색이나 뻘건색이 아니라 빨간색이다. 새 빨간색이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새 빨간색이 나는 것도 드물다. 빨강으로 옷을 입은 딸기는 여러 과일 중 제일 예쁘고 가장 맛있다.

그런데 딸기는 과일일까 채소일까. 딸기는 장미과에 속하는 과일이라 과채소라고 불린다. 정확하게는 식물계다. 외형은 과일이지만 열매채소다. 별거 아니지만 신기하다. 신기한 일은 자주, 가까이에 있다.

딸기에서 약간 벗어난 얘기지만 1년생 잡초, 1년 동안만 자라는 잡초가 있는데 그게 ‘벼’다. 고로 쌀은 잡초에서 나온다. 신기한 일들이 주위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니까.

딸기는 하우스 재배가 가능해서 이제 아무 때나 먹어도 맛있다. 딸기는 빵이나 케이크에도 어울린다. 열매채소이기 때문이다. 뭐 그렇다고 사과가 빵이나 케이크에 어울리지 않은 건 아니다. 같은 채소지만 토마토는 케이크와 어울리지 않는다.

요즘은 소쿠리에 가득 담아서 어디든 팔고 있다. 누군가 소쿠리는 일본말인데 왜 쓰냐고 하는데? 소쿠리는 한국말이다.

딸기 하면 삐삐밴드다. 삐삐밴드의 이윤정이 [딸기가 좋아]하며 초현실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적으로 노래를 불렀다.

요즘 이윤정을 찾아보니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공연을 하면서 저 세상 텐션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어서, 나이 먹고 인간이 됐으면 어쩌나 했는데 아직 그대로 미쳐 날뛰고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삐삐밴드의 이윤정이 나이 먹었다고 철든다면 이 세상은 멸망이다. 신기한 것들은 항상 가까이서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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