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내 기준에 아주 재미있는 공포영화다. 영화는 아니니까 공포 드라마다. 구로사와 기요시의 차임 같은 분위기의 공포, 아주 음습하고 그늘지고 알 수 없는 일이 쥐도 새도 모르게 일어나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이야기.

귀신이나 유령 같은 얼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점프 스케어처럼 놀라는 장면이 있는 것도 아닌데 무섭다. 이런 공포가 좋다. 이런 공포는 주로 사람에게서 나온다. 그걸 잘 표현했다.

1, 2화까지 봤는데 일본의 유명한 배우들이 잔뜩 나오고 다 죽어 나간다. 드라마를 간략하게 설명하는 내용에는 [현대를 사는 죄 없는 6명의 인물에게 한 남자와 함께 무자비한 재앙이 닥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라고 나와 있다.

1화에서 한 여성이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지저분하게 생긴 한 인부가 음식에 관해서 묻고 여성은 대답하는데 뭔가 약간 이상한 느낌을 받지만, 평소대로 일을 한다. 그 여성은 다음 날 시체가 되어 물에 떠내려간다.

건축사가 꿈인 한 여고생은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가 밤에 술집에 나가서 일을 하는 덕분에 담임과 진로상담 하는 자리에 나가지 못한다. 다음 달에 학원에서 진학반으로 수강 신청을 해야 하는데 아버지가 돈을 대주지 못한다고 하고 엄마는 일 때문에 짜증만 낸다. 학원에서 학원 선생님만이 여고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수학 문제를 풀어준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는 다른 여자애와 같이 다니고 오직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는 학원 수학 선생님. 여고생은 점점 어둠 속을 걷는 기분이다. 그러던 어느 날 여고생이 아파트에서 추락해서 머리가 터져 죽는다. 형사들은 전부 자살로 처리하려는 열렬 여형사만 이상하다 생각한다.

트럭 기사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죽였다. 그리고 아내와 별거 중이다. 이혼하고 싶지 않지만, 아내는 이혼을 바란다. 트럭회사에서 음주의 유혹을 이겨가며 지내는데 한 동료가 와서 아는 척을 한다. 그 동료가 우리 회사에 있었나? 트럭 기사는 매일 그저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감옥에 있을 때 회사에서 받아줘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는 아내가 일하는 회사 앞에 가서 만나주지 않는 아내를 보기도 한다. 집요하게 물어오는 동료에게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휴대전화 속 아내의 사진을 보여준다.

어느 날 강변에서 축축하게 죽어 있는 아내가 발견되었다. 트럭 기사는 넋이 나가 끊었던 술을 편의점에서 왕창 사 와서 벤치에 앉아서 마신다. 그리고 트럭에 치여 죽는다. 이런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마츠다 류헤이, 나카지마 세나 등 주연급 배우들이 나와서 다 죽어 나간다. 그들 주위에는 직업과 외모를 달리 한 한 남자가 있다. 그 유령 같은 남자를 카가와 테루유키가 연기한다. 연기를 너무 잘하는 배우인데 일본에서 성추행으로 또 시끌시끌하다. 일상의 축축한 응달 속에서 일어나는 기괴하고 기묘한 죽음의 이야기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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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으로 나쓰메 소세키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부분이다. 소세키가 학교 선생님을 한 적이 있는데 영어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그 시대로는 드물게 영국 유학까지 다녀온 터라 발음이 너무나 유창해서 학생들이 모두 감탄했다고 한다. 열심이었고 유능한 선생님으로 기성 교육법에 얽매이지 않은 독자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가르치는 법은 엄했지만 많은 학생들이 흠모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은 ‘나는 선생이 맞지 않아’하고, 도쿄 대학의 교수 자리를 걷어차고 작가가 되었다. 하지만 말년에는 몸이 망가져 병상에서 보냈다. 위가 몹시 안 좋았다고 한다. 


어느 날,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제자 스즈키 미에키치가 병문안을 갔을 때, 소세키는 거실 툇마루에 웅크리고 앉아 더러운 기모노를 입은 이웃의, 열두셋 먹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 


여전히 위가 아픈 듯 힘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가르치는 법은 정중하고 친절했다. 아이가 돌아간 후에 미에키치는 ‘저 아이는 어디 사는 아입니까.’ 하고 묻자, 소세키는 ‘어디에 사는 아인지 영어를 가르쳐 달라고 왔더군. 나는 바쁜 사람이니 오늘 한 번만이라면 가르쳐 주겠다, 대체 누가 내게 배우러 가라고 했지 하고 묻자, 당신은 훌륭한 사람이니 영어도 알 거라 생각하고 찾아왔다고 대답하더군.’ 하고 말했다. 


위통을 참으며 이웃의 지저분한 옷을 입은 아이에게 ‘조금 만이야, 할아버지는 바쁘거든.’ 하고 말하면서 툇마루에서 초급 영어를 가르치는 소세키의 모습, 아주 아름다웠을 것이다. 절로 미소가 돈다. 


이 이야기는 [영어 선생 나쓰메 소세키]라는 책에 소개된 이야기라고 하며 하루키의 에세이에 나온다. 하루키의 이런 에세이를 읽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지면 도파민이 올라온다. 도파민이라도 듣자.


https://youtu.be/qlrpeYdm9Ec?si=eZs0_eCrv8BEsb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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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평범하게 사는 것이 목표라던 친구는 평범 과는 조금 멀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특별하다는 말이 아니다.


평범이라는 말은 보통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보통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보통이란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라고 나와 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상태, 화나지도 침울하지도 않은 상태를 보통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과연 보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보통의 삶,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사람들은, 아니 대부분은 피나는 노력을 한다. 보통을 뛰어넘고, 평범함을 버려야만 보통적이며 평범한 삶이 유지가 된다.


문제는 이 일상 속에 정상과 비정상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이 과정에서 우리의 평범과 보통의 삶이 파괴된다.


누군가 자신 있게 손을 들고 이야기하면 그 말은 과연 믿을 수 있는 말일까?


정상인이라고 선택을 한 지도자가 비정상적인 선택을 한 경우를 우리는 알고 있다. 그 결과를 두고 또 사람들은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뉜다.


정상 속에서 정상과 비정상, 비정상 속에서 비정상과 정상으로 나뉜다. 여기서 심각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사회는 평범하게 사는 삶은 개개인 문제로 돌려버린다. 개개인의 평범함이 무너지고, 보통의 삶을 살지 못한다면 이 사회 역시 무너지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지도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 사람이 주말에 내가 사는 도시에서 연설하는 걸 들었다.


"부드러운 봄의 물결은 언제나 남쪽에서 시작됩니다. 진짜 대한민국을 열어젖힐 뜨거운 열정도 바로, 이곳, 영남에서 시작하지 않겠습니까. 새로운 세상을 향한 진군 소리가 마치 만개한 봄꽃들처럼 온 세상을 뒤덮을 것으로 믿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 승리의 주인공 역사의 주역이 될 것입니다."


평범하지 않은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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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악령 공포 영화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자극적이다. 보통 사람들은 무섭다고 하겠지만 공포 영화 마니아인 나에게는 무서움 보다는, 진물이 떨어지는 징그러움이나 도끼로 얼굴을 느닷없이 찍어버리는 장면 같은 점프 스케어에 놀라게 된다.

한 마을에 들어온 악마를 쫓아내려다가 악마에 씐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얘기다. 악마는 영화 속에 등장하지 않는다. 악마가 들어간 인간이 인간을 어떻게 죽이느냐 하는 장면이 무섭고, 공포스럽게 나온다.

악마의 존재는 예전의 영화, 곧 나온다는 말도 많은 콘스탄틴 2의 1편 초반에 보면 멕시코 사막 같은 곳에서 악마가 한 사람에게 쑤욱 들어가서 그 사람이 막 지나가면 잡초가 다 썩어 없어지고 차에 박아도 차가 푹 우그러지는 막 그런 식의 악마가 인간의 몸에 기어 들어간다. 그렇다고 해서 콘스탄틴의 액션은 없다.

악마가 처음 들어간 한 농장의 아들은 몸이 마치 병균 폭탄을 맞은 것처럼 엉망진창이다. 악마를 피해서 마을 떠나자는 사람들과 농장의 땅을 소유한 주인은 절대 안 된다며 그 악마가 씐 사람을 죽인다. 그 악마가 농장주의 염소에게 들어간다.

염소 무리 중에 악마가 들어간 염소는 총구를 겨누는 주인에게 다가와 머리를 총구에 댄다. 총을 쏘라고. 하지만 임신한 아내는 총을 쏘면 안 된다, 도끼로 죽여야 한다고 하지만 총을 쏴 염소를 죽인다.

그 순간 악마가 나와서 아내에게 들어가 들고 있던 도끼로 남편의 얼굴을 찍어 버린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도 도끼로 찍으면서 둘 다 죽는다. 악마는 그렇게 인간의 몸으로 옮겨 다니며 사람들을 죽인다.

특히 악마가 들어간 개가 5살 딸을 물어뜯는 장면은 굉장히 자극적이다. 그리고 막 끌고 다닌다. 나중에는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하게 된다. 무서운 장면이 나오지 않고 그저 이야기만으로도 상상하게 만들거나, 어두운 곳에서 몸에서 뭔가를 흘리며 걷는 장면도 몸에서 떨어지는 저건? 하며 상상하면서 보게 된다.

현실에서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악마가 있다고 생각한다. 악마는 간절함을 타고 인간의 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해서는 안 될 짓, 안 될 말을 한다. 주위에 악마가 들어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나.

이번에 재판관 지명에서 보류된 그 판새새끼의 이전 재판들을 보면 악마가 이런 악마가 있나 할 지경이다. 영화 속 악마는 보는 이들을 무섭게 하지만 현실의 악마는 일상을 무너트린다.

영화 마지막 장면은 충격적이다. 결말도 허무하게 끝나지만 공포영화로서는 너무나 무섭고 좋은 영화다. 아무튼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애들도 무섭고, 염소도 무섭고, 어른들도 무서운 ‘악이 도사리고 있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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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앓는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픔을 앓고 난 후 맞이하는 이 아침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살아있음으로 아침에 뿌려지는 백색광 가루를 만나게 된다. 

살아있는 어제보다 사라지는 오늘 속에서 이렇게 아침을 맞이하는 건 기적 같은 일. 

몸은 움직이지 않는 데 마음이 먼저 다가와 안기는 아침을 사랑하고 싶다. 

우리는 그러므로 생을 지극히 살아내고 있다. 

우리가 살아낸다면 왈도 에머슨의 말처럼 한 시대의 종교는 다음 세대의 문학이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글을 쓸 때가 마음이 행복한데, 마냥 이렇게 앉아서 글만 쓰고 싶지만 그럴 수만은 없다. 현실은 무서운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벼랑 끝으로 꼭 몰고 가기 때문에 마냥 나 좋은 대로 앉아서 글이나 쓰고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어젯밤에는 상한 음식을 먹고 밤새도록 토사를 했다. 새벽 5시까지 토했으니까 대략 10번은 토사를 한 것 같다. 이렇게 심하게 토해본 건 오래전,  20년 전에 만취해서 토해보고는 처음이었다. 제정신으로 토하는 게 이처럼 고통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매일 조깅을 하면서 근력운동을 했는데 토하면서 안 쓰던 몸의 근육을 끌어다 쓴 덕분에 여기저기 근육통을 앓는 기분이다. 구토 때문에 고통스러웠지만, 구토 덕분에 몸속의 모든 찌꺼기까지 전부 입으로 나와 버린 기분이다. 다행히도 아침이 되니 토사가 멈췄다. 


고통의 여운이 미미하게 잔존하지만 아침을 맞이했을 때, 매일 보는 아침이지만 오늘은 좀 더 특별해 보인다. 그렇다고 크게 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런다고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은 기적 같은 것이다. 우리는 매일 기적 같은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저녁은 뜨거운 인스턴트 국수를 먹고 싶다.




오전 일찍 들은 후 계속 듣는 오랜만의 윤종신의 노래 https://youtu.be/YT-EG5cTtKk?si=6bsTztacROk8i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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