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는 게 얼마간 밭은 숨을

내 쉬더니

오소소 떨어지더라

그 순간 수십 개의 봄눈이

치매 노모의 흐릿한 눈동자 속에서

수 만개의 추억으로 명멸할 거야.

눈앞에서 만개한 꽃과 같은

봄은 불꽃처럼 타올라 터져버려

너무 아름다와서 슬픈 이름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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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크 리 감독의 Da5블러드 포스터를 오마주해서 그려봄



노을의 붉은 꽁지가 아이의 얼굴을 스치고

해변을 물들였 때

자동차 보닛이 가스레인지처럼 달아올랐고

밤의 달빛이 놀다 들어온

강아지처럼 방구석에 처박힐 때면

그 사람은 레오파드 원피스를 몸에

부착시키고 화장을 했고

눈썹을 올리고 눈 화장을 하고

립글로스를 발랐을 때

그 사람은 늘 어두워지면

외출을 했을 때

바다는 거대한 그늘로 더욱

침잠된 비극을 피어오르게 하고

낮 동안 뜨거웠던 열기가

남아 있는 해변의

구석구석에서 비극의 맛을 보려

갯지렁이가 꾸물대는 모습이

비 현실적으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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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을 보면서 이 정도의 영화를 촬영하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 저 시대에 사람들에게 터지는 포탄 장면은 도대체 뭐야? 모든 것이 수수께끼고 의문이고 말이 되지 않는다.

정말 전쟁터 속으로 들어가서 카메라만 들어댔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끔찍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풀메탈자켓을 뛰어넘는다.

특히 베트남 아이들이 뛰어노는 학교를 보여주고 다음 장면에서 전투기가 네이팜탄을 터트리는 장면은 엄청난 충격이다.

광기는 전쟁 중에서도 파도가 좋은 곳을 골라 거기서 서핑을 하려 하는 장면이다. 전쟁은 사람을 내버려 두지 않는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를 아주 긴 시간 담았다.

윌러드 대위는 대령을 암살하라는 임무를 받고 구불구불 정글 속을 헤쳐가지만 점점 군인들은 미쳐가고 마주한 대령은 인간의 범위를 벗어나 있다.

윌러드 대위는 마틴 쉰이 연기를 했는데 젊은 날의 얼굴이 아들 찰리 쉰과 너무나 닮았다. 아들이 아버지를 닮은 것이겠지만. 손에 총이 주어지고, 전쟁으로 인해 점점 광기에 사로잡히면 사람에게 총을 쏘는 건 그냥 밤 길에 소변을 보는 것과 비슷해진다.

그저 갈겨버린 총에 맞아 죽은 베트남 여자는 그냥 그렇게 버려지고 역사 속에서 깜쪽같이 사라진다. 이런 일들이 매일 일어난다.

서핑하는 바다를 점유하기 위해 일대의 베트남 마을에 공습 명령을 내리는 광기는 그냥 공포 그 자체다. 목을 자르고, 시체를 나무에 걸어 진열을 하고, 네이팜탄의 독한 냄새가 승리의 냄새와 같다는 대사는 인간만이 가지는 잔인한 폭력성을 잘 나타낸다.

말론 브란도가 미쳐가는 연기는 조명과 함께 기가 막히게 연출이 되는 것도 놀랍고, 드론이 없던 시대라 항공 촬영으로 잠연 장면도 놀랍고, 카메라의 위치가 바뀌면서 시선이 달라지는 지점도 놀랍고 온통 놀라움의 연속인 영화다.

코폴라 감독은 이 영화를 영화가 아니라고 했다. 이 영화는 베트남에 관한 영화가 아니다, 그냥 베트남이라고 했다. 진짜 베트남, 미쳤어요.라고 했다.

모든 장면이 그래픽 없이 폭파시키고 터트려 만들어낸 장면이라 그저 영화적 감탄과 영화 속 충격이 동시에 항문을 때리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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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하게 쭈그리고 앉아 다리를 말고

날짜변경선 너머 달의 뒤편에서 웅크리고 있는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마음의 가장 연약한 부분이 찢어지는 듯한

슬픔에 잠기곤 했을 때

이런 감정을 달래듯 풋사과를 씹었을 때

시고 단 맛이 위로처럼

따뜻하고 축축이 목 안으로 차오르고

까닭 모를 눈물이 고여왔을 때

오늘 밤은 잠이 오지 않았을 때

눈물은 눈으로 나오지 않고 등으로 흘러

기분 나쁘게 셔츠를 적셨을 때

수명이 다 된 매미가 더운 어둠 속에서도

엄마엄마 비극적이게 울었을 때

그 소리에 정신을 가만히 집중하노라면

내 육체는 아주 얇고 투명한 빛의 막이 되어

집개미가 식탁 위를 오르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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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만화로 봤을 때 뭐야? 이 깜찍한 만화는? 하고 생각했는데 보다 보면 이게 또 재미가 있더란 말이지. 이게 영화로 나왔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이 하는 일들을 인간화로 표현한 세포들이 열심히 한다. 그게 어이없는데 보면 또 재미있다.

인간의 몸속에 들어온 폐렴구균,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상처가 나면 몸속에서 세포들이 제각각 열일을 한다. 거기에 두 주인공 나가노 메이와 사토 다케루의 액션이 마치 바람의 검심처럼 나온다.

아무튼 황당한데 담배를 피우는 순간 연기가 몸속의 폐에 어떤 식으로 들어오며 그걸 방어하는 모습을 세포들을 통해 잘 알 수 있다. 재미있는 버전의 생로병사의 프로그램인 것이다.

헌혈을 하면 평온하던 세포들이 막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고. 아무튼 하루, 한시도 편할 날이 없는 세포들이다. 주인을 지키기 위해 쉬지 않고 일을 한다.

나이가 있는 아베 사다오 속의 세포들 역시 전부 나이가 들고 능청맞아서 그것 또한 웃기다. 특히 술과 고기를 막 처먹은 아베 사다오가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고 가다가 배에서 꾸르륵 엄청난 신호가 온다.

설사를 표현한 장면은 뭐냐고 ㅋㅋ 이 엄청난 설사의 몰림을 표현한 엑스트라들의 연기와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지옥의 묵시록 사운드트랙은 그야말로 최고다.

균들이 쳐들어 왔을 때 균을 상대하기 위해 출동하는 세포들 말고 자연 발생적으로 치유를 하던 섹시한 NK세포는 독단적으로 움직인다.

아베 사다오는 신칸센 폭파에서는 퉁퉁하게 살이 쪄서 나오더니 여기서는 살을 쪽 빼서 나온다. 아베 사다오는 공포물에도, 그리고 날램 연기도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우다. 정말 만나보고 싶은 일본 연예인이 있다면 아베 사다오다.

그리고 그의 딸로 나오는 아시다 마나는 백혈병으로 나온다. 그래서 몸속에서 세포들이 항상 전투다. 그 모습을 바람의 검심에 빙의한 백혈구 사토 다케루가 액션을 펼친다.

혈소판 수치가 너무 떨어져 백혈구가 흑화 해서 균으로 변하는 장면도 설득력이 있다. 무시무시하게 변한 백혈구 꼬마와의 대결을 앞둔 세포들 어떻게 될까. 골수이식을 두고 펼쳐지는 막바지 세포들의 거대한 액션 두둥.

일본의 실사화는 바람의 검심과 몇몇 빼고는 다 실패다. 이 영화는 신파와 액션을 섞어서 만들었다. 판단은 직접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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