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유, 어린이 애순이 누구야, 어렸던 애순이 누군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냐. 엄마라는 게 그런 거지. 애순이를 위해서는 쉬헐크로 변하던 전광례 여사. 그런데 그런 헐크 같은 전광례 여사도 학교 선생님 앞에서는 몸을 굽히고 잘 봐달라 촌지를 건네준다.

이 모습 보니까 울 엄마도 생각나데. 고등학교 입학하고 성적이 전교 17등이었는데 그다음부터 공부를 포기해서 성적이 바닥을 쳤을 때 초중고 한 번도 학교에 오지 않던 울 엄마 담임을 찾아가 촌지를 건네고 그 날밤 많이 싸웠다.

울 엄마 요즘은 나이가 많아져서 음식을 해도 간을 맞추지 못하는데 극우에 가까워서 윤석열 편들고 그놈의 박근혜는 왜 맨날 불쌍하다는지, 궁궐에서 잘 사는데. 그래서 극우보수에 가까운 모친과 이것 때문에 내내 싸운다.

근데 얼마 전에 울 엄마 생일이라 외할머니 사진을 편집해서 곱게 만들어서 드렸더니 사진을 문지르며 엄마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고 하데. 1화의 애순이와 전광례 여사를 보는데 그 생각이 너무 많이 났다.

동백꽃 필 무렵의 작가, 나의 아저씨 감독이 만났다. 아직은 [1막] 봄비 같은 이야기다. 봄비는 땅에 닿아서 시가 된다. 시는 온 세상에 내려와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하지만 시를 읽어주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을 찾은 사람은 초본의 슬픔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다.

폭싹 속았수다가 왜 재미있나 봤더니 단순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복잡하고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단순하고 일반적인 우리 부모님의 이야기라 너도나도 맞아, 그랬지 하며 공감을 해서 재미있다.

세상 꼴 보기 싫던 부상길의 얼굴은 젊으나 늙으나 얼굴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 관식이나 애순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늙어가는데 상길의 얼굴이나 꼬장 한 태도는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런 아버지들이 있었다. 생각 없이 자기 하고픈 대로 하고, 하고 싶은 말은 전부 내뱉고 사는 사람들, 비록 타인에게 미움을 받을지라도 지 꼴리는 대로 하고 사는 사람은 얼굴의 변화가 없고 늙음이 더디게 온다.

내 가족을 위해 하고 싶은 말 마음으로 숨기고, 가고 싶은 곳도 미루고, 먹고 싶은 음식도 자식을 위해 아끼는 사람은 얼굴에 빨리 금이 간다. 시간에 이기는 장사 없다고 시간이 지나면 옆에 영원히 있어 줄 것만 같던 사람도 빈자리만 남아 부재가 아프기만 하다.

참고 사는 사람들, 부모들은 그랬기에 몸집도 작고 키도 작고 빨리 늙고 빨리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말을 깔때기 없이 하는 사람들, 자식세대는 그래서 정크푸드를 그렇게 먹어도 키도 크고 덩치도 좋다.

영원한 악역도 없고 마냥 착한 사람도 없는, 그저 단순하고 일반적인 이야기. 별거 아닌데 그 별거 아닌 게 나의 이야기, 우리 이야기라 이 드라마가 재미있구나 하게 된다. 상길이의 젊은 아내는 언뜻 임청하를 닮은 것 같았는데 또 사람들은 아닌 모양이네.

이제 남은 이야기에서 충섭이 엄니가 애순이 시집을 재단해서 한 권 내주려나. 그나저나 김성령은 누굴까. 관식이 짝사랑인가. 사람들은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하는데 그냥 화나면 화내고, 조금만 기쁘면 기뻐하고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꿍하지 않고 내뱉으며 사는 게, 설령 그로 인해 미친 연놈 소리 듣더라도, 그런 소리 하루만 지나면 싹 없어지는데, 그렇게 하루 일희일비하면서 사는 게 낫다.

삶은 우리에게 음미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데 참 맞는 말인 것 같다. 그러나 이 힘든 시간도 과거 속 추억이 되면 아름답게 채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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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마을의 골목에 어김없이 봄이 왔다. 


봄이 되면 악몽 같은 봄에 대해서, 

나의 결락에 대해서, 

봄의 슬픔에 대해서 생각한다. 


노래도 그렇게 말하지만 봄은 너무 아름다워서 슬픈 계절이기 때문에. 


봄날의 곰이 아니라 동백이 되어 목을 꺾어 밑으로 떨어질 때 나 역시 봄과 함께 심연의 결락으로 이어진다. 


봄이 아름다운 여러 색을 띠는 이유가 빛이 고통으로 빚어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흑백으로 사진을 담기도 한다. 


빛은 고통이 심해질수록 십수만 가지의 색으로 나타난다. 


고통이 점철되고 극화되는 봄이 골목으로 온다. 이런 봄에 우울을 느끼지 않으면 언제 느낄 수 있을까. 


날이 따뜻하여 두꺼운 옷을 벗었지만 봄의 바다는 몹시 차갑거나 아주 차가울 뿐이다. 


그래서 봄의 바다 역시 슬프다. 세상의 슬픈 것들은 봄으로 집약되고 우리는 그 슬픔을 조금씩 떼먹으며 등에 살찌운다. 


그러나 봄은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고 그저 잠시 스쳐 간다. 


사람들의 이 고통도, 사람들의 이 울분도, 사람들의 이 분노도, 사람들의 이 힘듦도 그저 잠시 스쳐 가기를 바랄 뿐이다. 


모든 이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유독 이번 3월의 봄은 슬프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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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비디오 볼 때가 좋았다. 비디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갈 때 그 기분이 있다. 빼곡하게 꽂혀있던 비디오를 고르는 재미가 있었다. 친구와 함께 고르는 동안의 그 시간이 좋았다. 우리 동네에 처음으로 생긴 비디오 가게는 그리 크지 않고 비디오도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대부분 있었다. 작은 곳이라 비디오 가게 주인과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이야기한다기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아저씨는 영화광이었다. 주인아저씨는 장 클로드 반담 팬이라서 그런지 반담 영화의 추천을 많이 했다. 장 클로드 반담 영화 나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길 건너편에 대형 비디오 대여점이 생겼다. 동네 사람들부터 해서 다른 동네 사람들까지 전부 대형 비디오 대여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근데 나는 처음에 갔던 작은 비디오 가게를 계속 갔다. 큰 이유는 없고 귀찮아서 갔던 비디오 가게를 계속 갔다. 나는 이상하게도 연어 같은 회귀성 본능이 강한지 한 번 갔던 곳에 계속 가고, 늘 다니던 길로 다니고 가던 식당에 늘 간다.

그런 습관 때문인지 처음 생긴 작은 비디오 가게를 계속 갔다. 작은 비디오 가게는 맞은편에 생긴 대형 비디오 대여점 때문에 망할 판이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대형 비디오 대여점이 문을 닫게 되었다. 폐점을 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처음에 생긴 작은 비디오 가게로 사람들이 다시 몰렸다. 친구와 함께 비디오 가게에서 비디오를 골랐다. 그런데 나는 반값이었다. 친구가 왜 자신은 반값이 아니냐고 물었다. 주인은 나를 베스트 회원으로 등록시켜 놓았다. 베스트 회원은 반값이라고 했다.

나의 고집스러운 습성이나 습관이 나를 공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롭게 하는 경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후로 그런 경우가 지금까지 꽤 있었다. 빵집도 45년이 된 오래된 빵집에서 빵을 자주 사는데 단골이라고 주인이 생각하면 가격도 깎아주고, 빵도 하나씩 더 넣어준다. 처음 생각한 대로 해주길 바란다. 처음에 생각한 그 선택이 올바른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평의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가던 처음에 선택한 대로 선고를 해주기를 헌제에게 간절하게 바란다. 숱한 고학력의 바보들을 봤지만, 헌제는 그러지 말자.

어린 시절의 비디오 가게가 있던 동네의 골목이 며칠 전에 사라졌다. 재미있는 건 딱 한 집은 회수하는 데 실패해서 그 집만 빼고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 집은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이 일대가 전부 이런 집들로 빼곡했는데 몇 년 동안 전부 허물고 아파트를 짓고 있는데 이 집만은 그냥 이대로 살래요, 같은 분위기로 버텼다. 이 동네의 오래된 집들은 5억씩 받고 철거가 되었다고 한다. 5억이면 적은 돈은 아니나 5억만 가지고 또 어딘가로 훌쩍 가서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다. 그러나 구획정리하에 다 떠나고 이 동네는 아파트 기초 공사를 하고 있다. 아마도 이 집은 나이가 많이 드신 분들이 오랫동안 살고 계시다가 그냥 여기 있겠습니다.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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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노트북을 사용한 적이 있었다. 내가 얼리어답터 그런 건 아닌데 주위에서는 주머니에 들어가는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 없어서 신기하게 보곤 했다.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하려는 건 아니고 그저 워드 때문이었다.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전에는 수첩을 들고 다니며 생각이 나면 무조건 메모를 했다. 길을 걷다가 요즘처럼 폰으로 메모를 하는 게 아니라 벽에 대고 수첩에 메모했다. 대출 회사에서 주는 메모지도 모아서 거기에 메모를 빽빽하게 했었다. 정말 활자 중독이었다. 글을 적는 사람은 알겠지만, 활자가 주는 편안함, 충만감 그런 게 있다. 글을 적고 있으면 행복한 거지. 그렇게 나를 거쳐 간 수첩이 수십 권이었다. 

그러다가 주머니에 들어가는 노트북을 사용했는데, 들고 다니면서 꺼내서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불편했다. 컴퓨터라 로그인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터치는 아닌데 옆의 검은 부분을 엄지로 이렇게 움직이면 마우스가 움직였다. 그러다가 스마트폰이 나왔다. 신세계였다. 무엇보다 메모장이라는, 나에게는 아주 마음에 드는 어플이 있었다. 스마트폰은 바로 켜졌다. 카페에서, 거리에서, 벤치에서 어디서든 메모를 할 수 있었다. 걷다가, 누워서, 영화를 보다가도 메모를 할 수 있다는 건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이전에는 책상과 불빛이 있어야만 글을 쓰는 게 가능했었는데 이제 그 무엇도 필요 없다. 

나에게는 블랙베리도 있었는데 오직 글 때문에 구입했었다. 블랙베리는 자판이 있어서 손에 익으면 폰을 쳐다보지 않아도 메모를 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보면서도 떠오르는 글이 있다면 밑으로 내려서 화면을 보지 않고 자판을 꾹꾹 눌러서 글을 쓸 수 있었다. 정말 지치지 않고 매일 일정량의 글을 적었다. 지금도 지치지 않고 매일 메모를 하고, 소설을 쓰고, 글을 적고 있다. 지치지 않는다. 이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그런데 석 달 동안 매일 글을 적는 게 힘들다. 윤석열이 때문에, 검사들 때문에, 지금은 헌제 때문에 힘들다. 어제는 검사들이 또 기각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제 좀 편안하게 글을 쓰고 싶다. 모든 신경이 헌제에 쏠려 있어서 이야기를 적다가도 나도 모르게 헌제 이 새끼들이, 같은 글을 적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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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로 갈수록 미래인도 나오고 초능력자도 등장한다. 하지만 그 능력이라는 게 대단한데 대단하지 않다. 무엇보다 이 세계에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뿐이어야 하는데 이상능력인들이 나타나자 꿍하다.

따지고 보면 세 능력자 중에 외계인의 피를 이어받은 타카하시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 배경에는 자신이 외계인이라고 발표했을 때에는 그다지 놀라지 않던 세 명의 소꿉친구들이 자신보다 낮은 레벨의 능력자들에게는 스고이 같은 반응이라 약간 삐진다.

미래인도 50년 후의 이 동네에 살던 무라카미가 한 터널을 통과해 보니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고, 초능력인은 손을 대면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되거나 전기를 끊는 정도다. 그러면서 호텔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지키기 위해 점점 많은 사람들이 어쩔 씨구리 타카하시의 비밀을 알아간다.

그 과정을 보는 게 재미있다. 능력자들의 능력보다는 모든 캐릭터들의 대화와 표정을 보는 게 너무 재미있다. 바카리즘의 드라마에 나오는 대부분의 배우들이 등장해서 더 재미있다. 일본의 잘 나가는 20대 초반의 배우들이 나오지 않는 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한다.

전부 중견배우들로 연기에 푹 빠질 수 있다. 이런저런 과정을 거쳐 계약서를 훔치기 위해 밤에 전부 모여 건물로 간다. 타카하시는 사람들의 응원 속에 건물 속으로 홀로 들어가고 그 모습을 본 후 사람들은 차 안에서 사 온 과자를 뜯으며 즐겁게 나눠 먹는다. 웃기고 너무 재미있다.

호텔이 없어져도 다른 사람들은 호텔 사장이 가지고 있는 리조트에 재취업으로 아무렇지 않은데 타카하시는 목욕을 하지 않으면 능력 사용 후 몸의 회생불가 때문에 모두가 계약서를 훔치는 것에 동참한다.

암튼 재미있다. 와하하 하는 웃음은 아닌데 큭큭하며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 그런 시리즈다. 요즘은 드라마가 다들 재미있네. 협상의 기술도 그렇고, 리처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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