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사랑은 애틋하고 슬프다 그래서 아름답다

 

출세를 하여 고향에 떳떳하게 오고 싶어 하는 청춘과 사랑을 쫓아 행복을 바라는 청춘은 그렇게 만나 친구에서 연인이 되지만 인연으로 가지는 못한다

 

주동우는 늘 그렇지만 사랑스럽게 나온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를 잘 한다. 그러다 클라이맥스에서 눈물을 흘린다. 주동우의 얼굴은 꼭 오연수의 어린 시절의 얼굴을 닮은 것 같다

 

젠칭, 샤오샤오 두 사람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지만 언제나 좌절하고 만다. 처절한 몸부림을 받아주는 곳은 현실에서는 없다는 것을, 이들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더 아프고 또 아프다. 청춘이 힘든 건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인 현타치는 영화

 

젠칭과 샤오샤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두 사람을 그리움의 굴레에 빠지게 하고 결국 끝끝내 헤어지게 된다. 젠칭의 아버지는 매년 춘절에 집에서 같이 밥을 먹던 샤오샤오에게 죽기 전 마지막 편지를 남긴다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 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좀 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될 거다

부모에겐 자식이 누구와 함께하든

성공하든 말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지

자식이 제 바람대로 잘 살면 그걸로 족하다

건강하기만 하면 돼

늙어서 눈도 나빠지니까

젠칭은 나보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잔소리야

한 번은 기차역에서

내가 네 손을 잡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더구나

그때 깨달았다

너희 둘이 함께하지 못해도

넌 여전히 우리 가족이란다

샤오샤오

밥 잘 챙겨 먹고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렴

 

나는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저런 아버지가 되리라는 막연한 기대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마저 멀어져 가고 있다

 

근래의 중국 영화는 거대하고 비대해져서 엄청난 자본이 들어간 영화를 많이 만들어내는 가운데 이렇게 마음의 끝을 양손으로 잡고 걸레를 짜듯 만드는 영화가 있어서 참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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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과 흑백을 좋아하지만 맹렬한 컬러도 좋다

 

여기 바닷가를 따라 죽 돌아가면 포구가 나오고 포구를 지나면 고깃배들이 정박해 있는 항구가 있다. 이곳을 슬도라 부르는데 드라마도 몇 번 찍고 등대마저 리모델링을 싹 해버리고 분위기 좋은 카페가 들어서면서 관광지가 되어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전의 소담한 등대가 슬도를 지키고 가만히 앉아 바람을 맞았던 모습에서 벗어났다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좋은 곳이기에 많은 찍사들이 찾는 곳이지만 사람들이 많아진 다음에는, 그러니까 등대가 태권브이에서 84태권브이처럼 변해버린 후에는 가지 않게 되었다

 

그곳을 어슬렁거리며 다니다 보면 가끔 그물에 걸린 고래의 해체 작업을 볼 때가 있다. 고래가 육지에 오르는 순간 엄청난 양의 얼음이 트럭으로 온다. 그리고 장팔사모와 청룡은월도 같은 긴 칼을 들고 몇 명의 건장한 20대 중반 청년들이 장화를 신고 고래의 해체작업에 들어간다

 

먼저 배를 가르면 인간에게서 나올 수 없는 양의 피가 흐른다. 그때 재빨리 호수를 잡고 있던 사내가 물을 뿌리고 트럭에서 또 다른 사내는 삽으로 얼음을 퍼 배를 가른 고래의 몸속에 부어 넣는다

 

장팔사모가 고래의 큰 부분을 해체하고 나면 청룡은월도가 지느러미와 꼬리 등 세세한 부분을 몸통에서 잘라낸다. 역시 엄청난 피와 분비물이 흘러나온다. 물과 얼음. 그렇게 불과 두어 시간 만에 크나큰 고래는 촘촘하게 조각조각 난다

 

고래는 검은색이지만 고래는 실은 빨강과 하양으로 되어있다. 조합에서 나온 감독관은 거만한 포즈로 사내들의 해체작업을 지켜보고 있고 그 밑으로 고래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다

 

크고 검은 고래는 작고 보잘것 없는 빨강과 하양으로 분리되어 배출된다. 맹렬한 컬러다. 붉은색으로 표한할 수 없는 빨강과 흰색보다 더 순수한 하양은 맹렬하다. 바닷속에서 고요하게 숨죽이고 있다가 바다 위에서 숨 쉼과 동시에 찰나로 맹렬하게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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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녀석들에서 문세윤이 그러던데, 치킨은 맥주가 생각나고 통닭은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나에게도 파란풍차 빵집의 햄버거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 빵집의 햄버거는 햄버거 전문점의 햄버거에 비해 전문적이지는 않다.

내용물도 양상추에 패티에 치즈 한 장이 전부다.


이 햄버거를 먹으면 아버지가 떠오른다.

내가 6살 7살 때쯤, 아버지는 회사에서 점심에 한 달에 두 번 나오는 햄버거를 먹지 않고 들고 와서 나에게 먹였다.

빵 사이에 패티 한 장에 치즈 하나가 달랑 들어있던 햄버거.

맛있게 먹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아빠와 아빠가 햄버거를 들고 올 날을 기다려 모이를 받아먹는 새끼 새처럼 그 햄버거를 앉아서 야무지게 먹으며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그때 아버지가 나에게 먹였던 그 햄버거의 맛이 파란풍차 빵집 햄버거의 맛이다.

눈물보다 진한 붉은 사랑을 주고팠을까.

추억의 절반은 맛이고 맛은 추억으로 통한다.

아버지가 계신 그곳은 좀 따뜻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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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하나로 이렇게 가슴 조이는 판타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이와이 슌지에게 놀랐고 영화를 보면서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어가는 나 자신 때문에 놀랐던 영화

 

첫사랑(에게 쓴)

편지(를)

소설(로 적어서)

만으로

이루지 못한 것들에 대해서 겸허하게 받아들이기까지의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마음의 자세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

무엇보다 코를 훌쩍 거리게 되는 영화 .

 

편지 하나로 가슴 뻑뻑한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이와이 슌지는 마술사 같다.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터질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러브레터를 볼 때보다 스웨터 두 장 만큼의 더 한 감동이 가슴에 꽉 차 들었다

 

허접한 시나리오를 써 놓은 게 있는데 영화를 찍고 싶다고 강렬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이와이 슌지는 이런 음악을 어떻게 만들어낼까. 릴리슈슈에서도 언두에서도 피크닉에서도 하나와 엘리스에서도 립반 윙클의 신부에서도. 마지막 편지에서 흐르는 음악 역시 머리보다는 가슴의 골 사이를 잔잔하고 깊게 파고든다

 

이와이 슌지 팬들이여

록웰 월드에 빠져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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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처럼 계속 들리는 소리가 있다

설명을 하고 싶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다

웅웅 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울림 같은 소리도 아니다

이전에는 도통 듣지 못한 소리다

그건 그러니까 비어있는 소리였다

공허한 소리가 매일 밤 나를 찌른다

텅 비어 있는 소리가 나를 괴롭힌다

 

프레디 머큐리가 혼자가 되었을 때 약 없이는 잠들 수 없었던 것은 아마도 이런 텅빈소리가 계속 귓전을 때렸기 때문이 아닐까

 

핑크 플로이드의 초기 멤버 시드 베렛도 점점 자신이 만든 음악에 갉아 먹혀 텅 빈 소리를 계속 들어야 했기에 결국 음악에 먹혀 버린 케이스가 아닐까. 빌리 엘리어트에도 잘 나오지만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차이는 엄청났으며 노동을 하지 못하면 그대로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시대를 핑크 플로이드는 노래했다. 어둡고 보이지 않는 앞날과 공장 가동으로 쓰러져가는 사람들을 노래하면서 그들의 음악은 인정을 받았다. 핑크 플로이드의 음악 전반에 깔린 우울과 산업혁명 같은 것들에 대한 신랄한 비판 속에서 시드 베렛도 점점 텅 빈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시드가 탈퇴하기 바로 전 굶어가며 잠도 자지 않고 음악 작업만 하던 시드 베렛에게 로저 워터스 등 멤버들이 왔을 때 시드 베렛은 멤버들을 보며 대작의 곡이 탄생되었다고 했다. 몇 날 며칠 잠도 자지 않고 곡을 만들었다며 멤버들에게 보여줬는데 그것은 백지였다

 

프레디 머큐리도 멤버들과 헤어지고 그런 텅 빈 소리에 잠식되어 간다. 의식의 십분의 구를 빼앗겼을 때 프레디는 간신히 텅 빈 의식에서 벗어나게 된다

 

라미 말렉의 프레디는 어쩐지 입을 너무 강조한 것 같다. 마지막 라이브 에이드 장면에 감독인 브라이언 싱어는 나타나지도 않았다. 그래서 영화가 좋냐고 하면 턱을 어루만지며 글쎄,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냥 실제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보는 게 더 낫다는 건 분명하다

 

천재 프레디에게 바치는 찬사로는 고개를 끄덕하겠지만 영화적으로는 초반 멤버들과 만나는 장면부터 허구라서 영화에 대해서는 칭찬을 보낼 수는 없다

 

쿵쿵짝, 쿵쿵짝 이런 음악은 들어봤는데 누군지는 모르겠다. 갈릴레오 갈릴레오라는 노래를 들어봤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팍 와닿았겠지만 퀸의 노래를 예전부터 죽 들으며 자랐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허구와 창작과 영화적 요소가 너무 많아서 뭐야? 하게 된다. 분장을 잔뜩 하고 나온 퀸의 앨범 투자자 레이 로스터(마이티 마이어스)는 없는 인물이다. 프레디는 이 영화 이후, 라이브 에이드 이후에 에이즈가 걸렸다는 걸 알았지만 휴우

 

비치보이스의 브라이언 윌슨을 다룬 영화 ‘러브 앤 머시’를 본받았다면 어땠을까

 

잘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좋았던 걸까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음악을 부르는 프레디 머큐리가 좋았던 걸까. 마지막 장면을 손꼽고 있지만 그건 영화 밖의 이야기다. 영화 밖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건 그냥 실제 퀸의 라이브를 보는 게 훨씬 낫다

 

적어도 영화라면, 영화는, 영화가 프레디에게 찬사를 보낸다면 영화 내적인 장면, 프레디라는 인간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는 태도를 취해야 하겠지만, 요컨대 인간이 가지는 최고의 질병인 에이즈라는 것에 자신의 음악이 잠식 되어서는 안 된다는 프레디의 정신에 대해서..... 이렇게 만들었으면 인기가 떨어졌을까. 왜 러브 앤 머시처럼 좋은 영화는 흥행을 하지 못하고 잘 만들지 못한 보헤미안 랩소디 같은 영화는 흥행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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