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는 불량식품인데 너무 맛있어서 도저히 끊을 수 없는 맛이 나는 영화다. 쿠엔틴 타란티노가 만든 영화는 그렇다. 영화 장르에 멜로, 엑션, 드라마 사이에 ‘쿠엔틴 타란티노’ 라는 한 장르가 들어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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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부터 시작해서 쿠엔틴 타란티노는 아? 뭐지, 하는 설득이 안 되는 장면이 어느새 아! 하며 납득되어 버리게 된다. 하나하나의 장면이 전혀 현실성이 떨어지고 리얼리티에서 멀어지는데 참 현실적이고 리얼리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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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여자들만 노리는 자동차 미치광이(커터 러셀)가 센 언니들에게 걸려 된통 당하는 영화다.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타격감이 너무나 광장하여 보는 어른들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정면충돌을 했을 때 다리가 그대로 잘려 도로 위에 뒹군다던가 얼굴이 갈려 잘려 나가고 자동차에서 튕겨져 나가는 장면이 한 번, 슬로우로 또 한 번 더 보여줌으로 타격의 깊이가 컸고 충격의 시간이 오래갔다. 이전의 어떤 고어물보다 충! 격!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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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초반 이후 루즈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통쾌하게 질주하며 그 주체가 영화 속에서 나약하게만 그려지던 여자들이다. 주인공들은 영화판에서 거칠게 굴러온 주인공들이라 미치광이에게 거침없이 대적한다. 그 모습이 몹시, 아주, 영화 속 뻥 뚫린 도로처럼 쾌속 질주한다. 이런 쿠엔틴의 이야기 방식은 영화에서 처음이라 말 그대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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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의 여러 영화 중에서 나에게 각인되어 있는 영화는 ‘황혼에서 새벽까지’다. 이 영화는 쿠엔틴이 감독이 아니라 배우로 나온다. 하지만 로버트 로드리게즈나 쿠엔틴 타란티노나 궁디나 히프 사이다. 이 영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장르도 같이 변주한다. 씹던 껌을 책상 밑에 붙여놨다가 다시 떼서 씹었는데 더 맛있는 맛이 나는 영화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도 타격감은 굉장하다. 기가 막히고 등을 의자에서 떼야 할 정도로 들썩거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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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뱀파이어 영화에서는 영화 시작부터 후반까지 사람들은, 주인공을 포함해서 뱀파이어에게 늘 당하다가 끝에 가서 이런저런 무엇으로 죽이는데, 이 영화에서는 시원시원하게 인간이 뱀파이어를 그대로 죽여 버린다. 한 마디로 뻥 뚫어 버린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쿠엔틴 타란티노 식 뱀파이어가 나오기 이전의 영화들을 떠올려보면 답답하기만 했다. 왜? 왜! 하는 부분이 많았지만 그 금기를 이 영화가 깡그리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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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처음 하면 반응이 제대로 돌아올 수 없다. 기존의 뱀파이어 팬들에게는 무참히 짓 밟히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런 것을 즐겼다. 황혼에서 새벽까지 이후 티브이 판 시리즈 버피가 나왔다. 사라 미셀 겔러가 등장해서 뱀파이어 들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이야기가 나오고, 후에 버피의 연인인 뱀파이어 엔젤이 주인공으로 시리즈가 또 나왔다. 영화에서도 슬레이어 등 뱀파이어 사냥꾼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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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장면 장면의 디테일에서 유머 코드가 반드시 있다. B급 영화를 지향하는 듯한 필름의 색감이나 거침도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황혼에서 새벽까지는 지금 봐도, 아니 지금 시대에 봐야 제대로 맛을 느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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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는 이와이 슌지와 박찬욱을 좋아한다. (박찬욱을 좋아하는지는 확실하지 않네요, 그렇게 들은 거 같은데, 누가 좀 알려 주세요) 사실 박찬욱은 속이 무엇인지 모를 웃음을 늘 짓는 사람이고, 철학적인 말과 배우 못지않은 옷 차림을 하고 있지만 영화를 세상에 내놓고 사람들의 반응에 아주 민감한 사람이라고 한다. 흥행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박찬욱은 그런 불안을 겪고 있다. 그런 불안 때문에 영화에 좀 더 몰두하고 고민을 하는지도 모른다. 나에게도 불안이 있는데 그것이 매일 약간의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무엇인가를 할 때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수만 가지지만 해야 하는 이유는 몇 가지 안 되는데 그 몇 가지 안 되는 고작의 이유가 그 어떤 무엇을 지속적으로 가능케 하는 것 같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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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는 쿠엔틴 타란티노가 조지 클루니의 동생으로 나오는데 뱀파이어로 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어쨌든 데쓰 프루프는 통쾌한 액션이며 타격이 굉장한 고어적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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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트니 휴스턴은 4살 때 교회에서 홀로 노래를 불러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다. 경악에 가까운 노래 솜씨를 휘트니 휴스턴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시작했다. 노래를 부르는 그녀도, 그녀의 노래를 듣는 사람도 모두가 행복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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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 중에는 나의 아버지도 있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에 술만 드시고 집에 오시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틀어 달라고 했다. 그러면 나는 카세트테이프나 레코드 판을 뒤져서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틀었다. 그러면 아버지는 벽에 기대어 가물가물해지는 정신을 잡고 노래가 참 좋구만,라며 노래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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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 집은 참 가난하여 단칸방에 식구 네 명이 살 때도 있었는데 티브이는 없어도 집에 노래는 늘 나오고 있었다. 가난 때문에 풍성하게 살 수는 없어도 아버지는 내가 듣고 싶은 노래가 있으면 손을 잡고 가서 음반을 사 주었다. 어머니도 그것에 대해 나무라지 않았으며 모친도 티브이보다는 음악을 집에 늘 틀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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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인지 국민학교 때에도 마이마이 같은 것으로 음악을 늘 듣고 있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음악감상실에서 주로 살다시피 했는데 그곳에 있으면 노래 이외에 팝 가수들의 가십거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면서 박은석의 칼럼을 읽게 되고 김태훈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임진모의 책을 구입하여 읽으면서 듣는 것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도 많은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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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슬 로즈는 걸핏 하면 호텔의 2층에서 로비로 의자를 집어던졌대. 로비에는 자신을 보러 온 팬들이 가득했는데 말이야. 존 세카다는 머라이어 캐리 뒤에서 긴 시간 백댄서로 춤을 추면서 기회를 엿보다 노래를 불러 if you go 같은 감미로운 노래를 발표했지. 미트로프는 미식축구를 하던 그 큰 덩치로 그렇게나 멋지고 아름다운 가사의 노래를 불렀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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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모아 놓고 주워들은 이야기를 들려주면 모이를 받아먹는 새끼 참새들마냥 재미있어했다. 어쩐지 이런 이야기는 지금도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모두들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듣고 있다. 그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휘트니 휴스턴은 바비브라운을 만나고 나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약과 술에 몸과 마음은 잠식되었다. 푹 꺼진 눈과 깡마른 몸으로 약에 취해 사람들 앞에서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땐 그녀의 노래를 들으며 자란 나로서는 몹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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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를 주로 겨울에 많이 들었다. 여름에도 들었을 법한데 기억이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겨울이 훨씬 많다. 이불을 덮어 주고 출근을 했다던가, 새벽에 라면을 끓여 먹고 가면 꼭 나 먹으라고 라면을 밥그릇에 조금 남겨두고 갔다던가, 추운 날을 헤치고 같이 목욕을 하고 휘트니 휴스턴의 카세트 테이프를 사러 손을 잡고 겨울의 음반가게에 갔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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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이 추억이라는 게 마음 안쪽으로부터 따뜻하게도 하는 동시에 마음 안쪽에서부터 아프게도 한다. 겨울은 제일 싫어하는 계절이라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따뜻한 기억은 주로 겨울에 몰려 있는 것을 보면 앞으로도 겨울에 몇 개의 따뜻한 기억을 만들어가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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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은 미래소년 코난 중에서 가장 기분이 좋은 장면이다. 인더스트리아에서 그 개고생을 하고 라나를 구해서 라나의 할아버지와 포비와 함께, 그리고 다이소 선장도 같이 그곳을 탈출해서 꿈의 섬 하이하바로 가는 장면이다.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뻐하고 절대 웃지 않던 라오 박사도 라나가 품에 안기니 하하하하고 웃는 장면이다. 포비와 코난은 얼싸안고 있다가 주먹으로 한 대 복부를 가격하고 포비는 읔, 하며 포비가 코난을 맞받아친다. 두 녀석의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 하지만 하이하바에서도 행복은 잠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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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있으면 사람들은 보통, 대부분 코난을 좋아한다고 한다. 하지만 내용은 대체로 모르는 것 같다. 코난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8년이 시대적 배경이다. 그리고 지구가 대 지각변동으로 인해 폭삭 망했다. 그 와중에 라나의 할아버지, 라오 박사의 태양 에너지 연구를 갈취하려는 인더스트리아에 있는 국장 레프카가,,,,,,, 이 정도로 해 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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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소년 코난은 알렉산더 케이의 소설 남겨진 자들이 원작이다. 이 소설은 워낙 디스토피아적이라 미야자키 하야오는 미래소년 코난에서 시나리오를 많이 수정을 했다. 이때부터 미야자키 사단은 지브리 주인공들의 이름을 일본식이 아닌 이름을 채택했을 지도 모른다. 아시타카와 모노노케는 일본이 배경이라 예외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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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은 라나를 위해서는 뭐든지 한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 아니 목숨을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몸이 반응을 하여 라나가 위험에 닥치면 그대로 돌진한다. 팔딱팔딱 뛰는 갓 잡은 숭어처럼, 궁지에 몰린 멧돼지처럼 사납게 돌변하여 라나를 구해낸다. 그 어떤 방해요소도 두렵지 않고 무서움도 모른다. 어릴 때보다 나이가 들어서 보는 라나를 향한 코난의 사랑은 더 감동이다. 반드시 라나는 지켜낸다는 어떤 강한 신념이 코난으로 하여금 저 어려운 지옥 같은 곳에서도 밝게 지내게 하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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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나도 코난도 서로 함께만 있다면 그저 좋다. 라나와 코난의 모습은 후의 파즈와 시타, 아시타카와 모노노케, 센과 하쿠의 모습으로 재탄생했지만, 라나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불처럼 뛰어드는 코난의 모습만큼은 아니었다. 라나와 코난은 아마도 결혼을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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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기사에 남편과 오랜만에 브런치 카페에 가서 마음껏 수다를 떨 요량으로 이것저것 브런치를 주문해서 남편이 화장실에서 왔을 때 이거 먹어 봐, 저거 먹어 봐,라고 했는데 남편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시큰둥한 남편의 반응 때문에 분위기가 다운된 아내는 다시 한 번 맛있는 샐러드를 권했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먹고 싶으면 먹을게,라고 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냉랭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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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남편이 우리의 대화가 진전이 없는 이유는 언젠가부터 권유가 사라지고 명령 같은 말이 대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브런치는 아내가 많이 먹으러 왔기에 내가 좋아하는 것이면 남편도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렇게 한 것인데 조금씩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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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 부부는 코난과 라나처럼 불같은 사랑을 하고 수많은 낮과 밤의 어려움을 겪고 결혼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작은 균열을 빨리 메꾸지 않으면 후에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불행과 행복은 손바닥과 손등만큼 가까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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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과 라나는 결혼을 해서 행복하게 잘 살아갈 것이다. 왜냐하면 코난과 라나니까. 다이스 선장과 몬스키(인더스트리아에서 래프카만큼 못된 여자, 였다가 착하게 되는)가 결혼을 하면서 끝이 난다. 암울한 미래지만 밝게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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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비가 아기돼지들과 어울리는 장면은 내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포비는 사람 빼고는 다 잡아먹었는데 돼지를 돌보며 동물들에 대한 애정을 알아간다. 포비는 새끼 돼지와 함께 잠을 자기도 하며, 그 새끼 돼지는 영리해서 쓰러진 라나 곁을 맴돌기도 하고 코난을 찾아내기도 한다. 포비와 새끼 돼지들이 함께 있는 이 장면은 나에게 피규어로 있다. 지금쯤 이 피규어는 꽤 값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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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금기를 깨버린, 기존의 콘크리트처럼 굳건한 ‘틀’을 콘크리트로 깨버린 건축가가 있었으니 그가 안도 다다오다.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는 워낙 유명하고 방대하고, 또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매년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를 적어놔서 썩 새로울 것도 없지만 ‘틀 깨기 4부작(영화, 음악, 사진, 건축)’을 하기로 했으니 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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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잘 알겠지만 안도 상은 쌍둥이다. 입이 거칠고, 거친 만큼 성질도 더럽고, 하지만 건축으로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은 자연과 같은 묘한 사람이다. 어린 시절 권투를 하다가 건축으로 전향한, 제대로 건. 축. 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보라, 지금은 어떤가. 그것 자체가 틀을 깨버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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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처음 본 것이 고등학교 사진부 암실에서였다. 당시 암실에는 금발의 제니퍼가 여체를 뽐내는 사진을 들여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을 때 건축과를 진학한 선배가 들고 온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 전집을 봤는데 그만 빠져들어 버렸다. 아아 세상에, 내 주위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건축물. 안토니오 가우디의 아르누보와는 또 다른, 그러니까 인간이 몸을 말고 들어가서 생활할 수 있는데 점점 몸이 양수 속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느껴지는 건축물, 오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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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진과 디자인에 심취해서 디자인 학원에 1년 가까이 다니고 있었는데 방향을 틀어 나와는 무관한 건축과를 가버리고 말았다. 그것이 내 인생의 큰 실수였는데 그저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이 좋아 건축과를 갔다가 성적은 바닥을 기었고 건축 사진만 찍으러 1년을 그렇게 다녔다가 졸업의 영광을 못 누릴 뻔했는데 방대한 양의 건축 사진들과 그나마 투시도를 제법 그렸고 모델링에서 점수를 받아서 겨우 졸업을 했다. 그때 나의 동경은 오모테산도를 누비며 안도 다다오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이었다

안도 다다오는 건축물이 들어설 것 같지 않은 곳에 당당하게 보란 듯이 건축물을 세웠다. 안도는 일본 주택에 큰 관심을 보였다. 데면데면 붙어있는 오사카의 주택지에 도시게릴라의 집 제1호 도미시마 주택을 설계하는데, 지금 가서 함 보라 전혀 촌스럽지 않다. 그 속에 속 들어가면 정말 나오기 싫을 정도로 집을 살갑고 멋지게 지었다. 지나가면서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머리에 딱 새겨질 만하다. 하루키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오모테산도와 오모테산도 힐즈의 거리를 몽땅 안도 다다오가 설계를 했다. 긴 도로가 죽 이어지는 양옆으로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들이 거짓말처럼 늘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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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건축물을 땅속에 묻은 지추 미술관(땅속에 박힌 미술관의 중정인 삼각 코트에는 해가 뜨면 해가 고스란히 그 속에 담긴다. 나의 얄팍한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다. 이해 바람) 등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은 이제 신화가 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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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는 왜 남들이 꺼려 하는 힘든 건축물을 창조하는 것일까.

안도는 처음부터 타협하기를 싫어 했다. 좀 더 잘 보이기 위해, 이득을 취하기 위해 건축물을 창조하는 행위를 버렸다. 오로지 희망과 도전으로 건축물을 설계하는 것이다. 건축가들이 가져야 할 바람직한 덕목이다(정규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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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안도는 70년대 절벽을 깎아서 주택, 록코 집합 주택을 건축하기로 한다. 모든 것이 끝났을 때 10년이 지나갔다. 록코 집합을 짓기로 하고 스케치를 하고 시공을 하는 동안 법규제라는 ‘틀’에 강하게 부딪힌다. 관료들은 시공허가를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안도는 그에 굴하지 않고 건축주의 동의를 얻어내고 스티브 잡스처럼 같이 일하는 젊은 건축가들에게 우리가 목숨을 걸고 건축물을 지어야 그 속에 들어가서 생활을 하는 사람은 목숨의 위험을 받지 않는다,라며 끝까지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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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죽은 땅)에 건축을 짓기로 하고, 법이라는 큰 규제에 부딪히고, 한계 건축을 뛰어넘고, 목숨을 건 공사, 그리하여 10년 만에 록코 집합주택이 완성된다. 83년에 록코 집합주택이 완성될 즈음, 비슷하게 지어 달라는 제의가 들어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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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시간 마침내 완성된 록코1, 록코2, 록코3 집합주택은 모두가 서로 연결된다. 건축주가 난색을 표하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포기를 하려고 할 때 안도는 말했다. “설비는 결국 망가질 날이 오지만 건축을 구성하는 사고방식은 살아남습니다. 긴 안목으로 보면 이것이 더 질 높고 가치 있는 건축입니다”라며 느긋하게 버텨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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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의 유명한 건축물 말고 이런 곳에 한 번 가보고 싶지 않습니까. 관습과 틀을 깨버린 곳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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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중에 일본 사진계의 ‘틀’을 깨버린 사진가가 있었다. 열도에 사진으로 대 파란이 일어난다. 때는 95년 캐논 공모전이 있던 날이었다. 사진의 대국답게 엄청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공모전에 출품을 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눈을 사로잡는 작품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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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 중에는 사진의 신이라 불리는 아라키 노부요시도 있었다. 이건 별로군, 이게 뭐야? 이건 사진이라 할 수 없군, 예술? 에응 하며 휙휙 던지고 있었다. 올해는 글렀구나, 이러면서 지루한 심사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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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한 포트폴리오에서 앗 이런! 발칙하고 사랑스러운 사진을 담아낸 이가 누구지! 하게 된다. 95년도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열도를 사진으로 뒤집어 버린 ‘히로믹스’였다. 히로믹스는 포트폴리오 ‘세븐틴 걸 데이즈’라는 36페이지의 자작 사진첩으로 대상을 차지하면서 일본의 기성 사진가들을 위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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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찍어놓은 세븐틴 걸 데이즈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동카메라 코니카 빅미니로 여고생이었던 자신과 친구들의 일상을 스냅으로 담아낸다.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그녀에게 속옷 입은 모습을 카메라에 담게 한다. 히로미스는 평소의 일상에서 타인에게 들키면 안 되는 여고생의 터부 같은 모습을 적나라하게 또는 담백하게 그리고 거짓 없이 담아낸다. 포트폴리오 제목처럼 17세 당시 일본 여고생이 일상 속에서 느끼는 걱정, 불안, 미래, 밝음, 변칙 등의 모습을 그녀만의 방식으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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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순간은 찰나로 지나가지만 사진이란 사진을 찍고 현상을 하고 인화를 하면서 그렇게 펼쳐진 수많은 사진 중에 몇 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사진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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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벗어난 이야기로 저 위의 사진들은 내가 촬영한 것으로 지금은 이렇게 별 볼 일 없는 인간이지만 사진 전시회도 여러 번 했었다. 인기는 없었지만. 이 구역에서 얼마간 사진으로 미친놈이 나였지만 지금은 시들, 시들시들해진 인간이 되었다. 하지만 개인전을 몇 번 하면서 좋아하는 것에는 충분히 푹 빠질 여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것으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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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타인에게 자신의 일상을 드러낸다는 건 참 난처하고 힘들일이다. 다이앤 어버스가 소외된 자들의 사진을 담으려고 그들 곁으로 굳건하게 다가갔듯이 방법은 여고생들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친하게 지내야만 그녀들의 일상을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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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들은 밝고 웃음이 많고 즐겁지만 불안하고 불안정하다. 답답하다고 드러내놓고 마음껏 술을 마실 수도 없고 담배를 마음대로 피우지도 못한다. 수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그것들을 입 밖으로 제대로 꺼내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기에 그녀들에게 있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친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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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히로믹스로 돌아가서, 그녀는 공모전의 수상소감에서, 전 수동 카메라로 찍으면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자동카메라를 썼어요.라고 했다. 아주 유명한 수상소감이 되었다. 그건 구도 무시, 초점 무시, 심도 무시였다. 사진은 그 순간을 담아낸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에 대해서 이런저런 말이 많은 사람은 신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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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도 일본의 사진계에서는 그 일을 ‘사건’이라고 불렀다. 그 사건에는 세 가지의 객기가 만났다. 당시 심사 위원이었던 아라키 노부요시의 객기, 새로운 것을 바라던 일본 사진계의 객기, 자동카메라 한대로 은밀한 여고생의 불안을 담아내 전국 사진 공모전에 출품하는 히로믹스의 객기. 이 세 가지의 객기가 만났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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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히로믹스의 카메라로 불린 코니카 빅미니는 열도에 불티나게 팔려 품귀현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색감이 아주 묘하게 좋다. 히로믹스의 사진은 배두나에게도 영향을 주었고 에프엑스의 앨범에도 영향을 강하게 주었다. 요즘 여자들이 화장실에서 셀카를 찍는 시초가 되기도 했다. 히로믹스는 그야말로 ‘틀’을 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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