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명은 미모가 변우석 저리 가라고, 오천련은 요즘은 볼 수 없는 청초한 매력을 잔뜩 머금고 있다. 중국으로 반환되기 전의 94년 홍콩은 자유하고, 자유롭고, 거칠지만 부드럽고, 전통과 포스트모더니즘이 혼재했다.
주인공들은 위태롭고 불안했지만, 불행하지 않았고 사랑에 있어서 거침없었다.
자신도 자신을 믿지 못하는데, 끝까지 자신을 믿었던 미지 덕분에 포기하고 싶었던 그 높은 계단을 올라갔던 호수처럼, 인연을 믿고, 아버지를 믿었던 거칠고 거칠어서 연약하기만 한 여명의 텅 빈 눈동자가 잔상에 남는 영화다.
영화는 홍콩 반환을 몇 해 앞둔 불안하게 흔들리는 불빛 같은 홍콩의 젊은이들을 잘 보여줬다. 첨밀밀의 처절한 멜로보다는 덜 하지만, 왕가위의 화양연화에 비해 믿음이 실현이 되는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맹달의 정극 연기가 돋보인다. 아버지를 그려낸다. 9살의 아들을 지켜주지 못해 늘 아들에게 미안했던 아버지는 결국 감옥을 집처럼 들락거리는 여명에게 몽둥이를 들고 만다.
안전한 궤도 속에서 답답함을 느낀 오천련은 어느 날 여명을 만나고 나서 그 안전하고 평온한 궤도를 벗어나 하늘의 한 획을 긋는 별이 되어 여명을 만나고 동경한다.
하지만 사랑이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일은 사랑을 하게 되는 일이다.
첫사랑의 아픔은 몸이 찢겨 나가는 게 낫지 마음이 이렇게 파괴되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는 게 인간이다. 하지만 인간은 잃어버린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가 된다.
내가 죽이지 않았다구요. 내가 죽이지 않았어요.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전 세계의 90년대는 그 시대를 살아 낸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음악이며 여명의 눈빛과 몸짓 그리고 대사 하나하나가 뭉클하게 다가온 영화. 촌스러워서 사랑스러운 영화 ‘불초자 열혈남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