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한 일자로,

방 안은 백색이끼로 가득 차고

이불을 코 끝까지 덮고 있으면

미열이 깊은 열로 그대를 데리고 와,

나는 겨우 못난 손을 움직여

보드라움을 움켜잡고,

이불의 저 끝에서 그대 향기가

오소소 밀려들어,

나는 그만 마른입으로

입술을 내밀고 만다,

심각스런 감기는

지워지고 없는 그대를,

지워지고 없을 나에게 내놓는다.

나는 그제야 무음의 외침으로

하루를 보내던 그대를 제대로 본다.

너는 말하지,

아무 말 없이 옆에 있을 게

나에게 한 없이 무너져 내려도 괜찮아,

밤이 온 세상에 내리면 나는

이불이 되어 너를 덮어줄게,

아침에 눈을 뜨면 조금 나아질 거야

내가 너로 인해 그렇게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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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시에서 하늘의 별은

유난히 반짝이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나는 외면하지만 그 별은

시간 속으로 나를 데리고 간다.

별은 고통이 심하면

눈 부실 만큼 밝게 빛을 낸다.

별은 빛으로 눈물을 흘리고,

바다는 검은 눈물을 흘리고,

너는 투명한 눈물을 흘리고.

오늘은 있지만,

네가 없는 오늘은 더 이상 내가 될 수 없고,

내가 아닌 오늘은 더 이상 하루가 될 수 없는.

내 모습은 너의 배경이 되었을 때 가장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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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크게 두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첫 이야기는 존윅인데?? 빌런의 철없는 아들내미가 존윅의 개를 죽이고 막 그래서 존윅이 휙 돌아서 그 아들내미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 족치는 이야기. 그건데?

광장이 원래 원작이 있는데 아마도 시리즈로 만들면서 이야기가 각색이 많이 된 것 같다. 1화를 보고 소간지가 차승원 같은 말투라며 주위에 막 그랬는데 차승원이 후에 나올 줄은 몰랐다.

소간지는 나이 들어가는 게 보이는데 차승원은 왜 그런지 나이가 멈춘 것 같은 느낌이다. 차승원 어느 유튜브에 나와서 살을 빼는 것에 대해서 말했는데 정말 과학적으로 빼지 않으면 실패한다고, 차승원은 탄수화물은 아예 먹지 않고 있고, 다이어트할 때 정말 배가 고파서 안 될 때는 맛없는 통밀빵을 주위에 배치 놓고 그걸 먹어서 입맛을 버려야 한다고 했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살이 찐다. 적게 먹어도 살이 찐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엄청난 노력을 해야 하고 다이어트한 몸을 유지하려면 그 노력의 몇 배는 들여야 한다는 이야기.

광장의 남기준은 마석도를 보는 것 같다. 원펀치의 파워가 엄청나다. 하지만 마석도와 다른 점이 확실하게 있다. 느와르식 액션 강타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리즈였다.

이 시리즈가 원작을 많이 훼손해서 원작의 팬들에게는 두드려 맞고 있지만 원작을 보지 않고 본다면 재미있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재미의 이유 중 하나는 역시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러브러브라인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기 위해 뛰어드는 그런 클리셰가 전면 배제되어 있어서 좋다.

액션이 굉장히 묵직하고 타격감이 좋은데, 묵직하지 않고 타격감도 별로 좋지 않은 요즘 나오는 학폭 시리즈의 액션만큼 찌르르르하는 건 개인적으로 없다.

무슨 말이냐 한다면, 학폭 시리즈는 일진이 학생을 괴롭히며 폭행하는 장면이 늘 있는데 그때 괴롭하는 장면은 현실 같아서 찌르르르하는 불편함이 있다. 그러다가 주인공들이 나타나서 그 일진 빌런들을 개 패듯이 이겨주는 것에서 오는 카타르시스가 있다.

광장은 그런 게 없다. 괴롭히고 악질적으로 약한 사람을 죽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복수 이야기로 바로 이어지니까 액션이 어마어마한 타격감에 멋지게 연출이 되어도 현실은 학폭 시리즈에 비해 덜 든다는 느낌이다.

서사는 볼 것이 없기 때문에 액션을 좋아하면 보면 된다. 칼로 손바닥을 뚫고, 목을 자르고, 다리를 부수는 장면들의 연출이 좋다. 타격감이 좋다. 마석도에 뒤지지 않는다.

내용이고 뭐고 다 떠나서 액션 하나 만으로 이렇게 거의 5, 6시간을 죽 끌고 가는 것도 대단하다. 적어도 미국이나 유럽의 액션 넷플릭스 시리즈도 이렇게 멋지게 액션을 구사하면서 대여섯 시간 이어지는 건 없다.

원작을 본 사람들은 원작이 100배는 더 재미있다고 다들 그러니까 이걸 보고 원작을 보면 더 재미있게 볼지도 모를 ‘광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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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좀 추천하고 싶다. 딱 요즘 이 시대에 맞는 영화다. 세상을 움직이는 IT분야의 거물 네 명이 주말에 산장에 모여서 자기들의 개발 앱 때문에 세상에 혼란해지는 가운데 네 명의 계획과 음모 그리고 일상사를 이야기한다.

현실로 보자면 주커버그, 일론 머스크, 팀쿡, 제프 베이조스가 주말에 눈 덮인 산장에 모여서 새로 만든 앱 때문에 전 세계에서 시위가 늘고, 폭도가 판을 치고, 방화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딥 페이크와 인공지능으로 가짜 뉴스가 판을 치게 된 것이다.

뉴스에서는 네 명의 테크 회장 중 한 명이 만들어낸 앱 때문에 온 나라가 정치와 경제가 위기를 마주한다. 네 명은 이 모든 것들을 폰으로 보면서 이런 잔혹성이 너무나 좋다고 하는 앱 개발 회장, 너의 플랫폼 때문에 불안한 상황이 더 악화되었다고 하는 또 다른 회장 등 차이가 일어난다.

세 명의 회장은 비록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정치가 혼란하고 경제가 망가지지만 인공지능과 딥 페이크, 쳇 지피티의 한 단계 발전은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다고 믿는다. 새로운 세상이 되려면 혹독한 아픔을 감수해야 한다고 여긴다.

이들은 대통령도 우습게 생각하며 각국의 정상과도 화상회의를 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그런데 한 명이 세 명의 의견에 반대를 한다. 그래서 세 명은 한 명을 없애기로 한다. 그 한 명이 없어진다면 화폐가치의 상승과 독보적인 테크기술력으로 세상을 주물럭 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될까.

굉장히 잘 만든 블랙 코미디로 주로 대화와 대사가 영화의 전부다. 이들은 굉장히 넓고 큰 고급 산장에서 달랑 네 명이 머무르면서 대화를 하지만 티브이나 컴퓨터 한 대 없이 오직 휴대폰만 들고서 세상의 모든 일정을 주무른다.

이런 모습이 아주 직설적이고 좋다. 무엇보다 대화는 겉으로는 이들의 천재성을 보여주며 세상의 모든 일과 사람들이 자신들의 밑에 있다는 걸 보여주는데 대화의 질이 아주 찌질하다.

깊이가 있는 것 같은데 하나도 없고, 미래를 내다보는 것 같지만 한 치 앞도 모르며, 옆 사람을 위하는 것 같은데 오직 자신만 생각한다. 아무튼 흥미롭다. 굉장한 장면은 하나도 없지만 아주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드는 ’마운틴 헤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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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깅을 하고 항상 어린 시절 살던 동네로 돌아온다. 그 동네의 모습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지만 그 동네를 지나칠 때면 기시감이 화악 든다. 그래서 매일 조깅을 하면서 돌아서 그 동네를 지나친다. 아직 군데군데 어린 시절의 동네 모습이 남아 있다. 살았던 집과 동네는 전부 허물어지고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방송국으로 올라가는 골목에는 아직 오래된 집들이 있다.

동네가 사라지는 모습을 매년 조금씩 지켜봤다. 어릴 때 다녔던 교회도 있고 성당도 있다.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도 있다. 하지만 모습은 많이 변했다. 작고 그림 같았던 교회와 성당은 재건축을 통해 거대해졌고 요새 같아졌다. 초등학교의 운동장은 사라졌고 건물이 앞뒤로 더 늘어났고 저녁 8시 이후에는 교문을 닫았다. 교문이라고 하지만 허리께 오는 바리케이드를 쳐 놓는 상태다.

유월의 저녁에 더욱 기시감이 든다. 어린 시절에 뛰어 놓던 나의 작았던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며 목청껏 부르던 친구들. 골목에서 시끄럽게 놀다 보면 야간을 하고 온 회사원 아저씨가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곤 했다. 컴퓨터도 업고, 게임기도 없었지만 골목에서 뛰어다니며 노는 건 재미있었다. 그래서 매일 저녁 시간에는 엄마에게 끌려 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의 유월이 되면 낮이 길어진다. 노을도 더 붉어지고. 그래서 동네가 예뻐졌다.

밤이 오기 직전까지,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근하기 직전까지 동네에서 뛰어놀았다. 그러다 보면 동네 골목을 지고 저 멀리 노을이 붉게 진다. 오렌지 빛이 황홀하게 보였다. 동네 슈퍼마켓 앞 평상에 앉아서 스노볼 같은 걸 가지고 노는 장면이 떠오른다. 정확하게 스노볼은 아니고 작은 상자 안에 작은 바다가 있고 그 위에 배가 떠 있어서 흔들면 파도 위에서 배가 휘청휘청하는 스노볼이었다. 나는 그걸 앉아서 가지고 놀고 있다.

코가 간질간질할 만큼 햇살이 좋은 봄날에 빛을 받으며 그렇게 앉아서 놀던 골목이 있던 동네를 매일 조깅을 하며 스쳐 지나온다. 동네 근처 아직 마당이 있는 집을 지나칠 때면 담 밖으로 비어져 나온 각종 나무에서 나는 허브향이 좋다. 이런 향을 맡을 수 있는 시기는 일 년에 4, 5월 달 정도밖에 안 된다. 유월이 되면 거리에 심어 놓은 아카시아 향이 나고 밤꽃 냄새가 풍긴다.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집에 심어 놓은 나무에서 나는 허브 향은 나는 어린 시절로 되돌려 놓는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은 언제나 좋다. 특히 고단하기만 한 어른의 생활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누군가는 그런 소리 집어치우라고 하지만, 지금 행복해?라고 물었을 때 나 지금 행복해,라고 대답할 수 있는 어른은 썩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선거가 끝났다. 막상 선거가 끝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면 그동안 SNS에 올렸던 정치풍자 같은 글들을 올리기 전의 시시한 글만 올리고 지내야지 했지만 쉽게 되지 않을 것 같다. 어른이 된 4, 50대는 늘 불안해하며 지낼지도 모른다. 선거가 끝나고 20대 누군가가 SNS에 4, 50대를 향한 글을 올렸다.

이 글을 읽고 뭉클하지 않을 4, 50대가 있을까 싶다. 24시간 중에 잠깐 어린 시절로 돌아가서 행복한 꿈을 꾸는 건 다음 날을 보내는 동력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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