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 1 : GA 가을 위의 산책 - 유준상의 첫 판타지 동화
유준상 지음, 이엄지 그림 / ㈜소미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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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토끼를 쫓아 굴에 들어가서 신기하고 이상한 나라로 간 앨리스는 오랫동안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어른을 위한 판타지 동화다.

그래서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나이들어 어른이 되어 읽어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이 책 당신이 몰랐던 박람회장도 앨리스와 비슷한 느낌의 작품이다.

그림책을 닮아있어 활자가 그렇게 많지않고 이야기가 어렵거나 복잡하지않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그러면서 깊이가 있고 철학이 있다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로 이끈 이가 흰토끼였다면 이 책에서 40대 쥬네스가 만난 사람은 기억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다.


40대이자 무명배우인 쥬네스는 우연히 테니스를 치러갔다 자신과 같이 테니스를 치자고 권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이 이제까지 본 적이 없었던 박람회장의 입구였다.

이 곳을 들어가는 데 필요한 건 용기라는 말과 함께 들어간 박람회장 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온갖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을 만나 세상에 존재하는 지조차 몰랐던 온갖 세계를 만나게 된다.

그 과정이 판타지답게 구름과 비 바람 같은  자연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나오고 그들을 만나 온갖 미션과 단서를 얻어서 탐험해간다.

책을 보면 동화처럼 두껍지않고 그림이 중간 중간 있어 부담없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은 결코 가볍지않다.

알고보니 작가이자 우리에게 배우로 잘 알려진 유준상이 작심하고 어른들을 위해 쓴 판타지 동화이면서 오랜시간 여러나라를 여행하며 구상하고 쓴 작품이었다.


그래서일까 그림의 색감도 아름답지만 책 속에 나오는 존재들이 가진 이름이나 그들의 행동과 말에서 인간 유준상이 어떤 생각과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자연을 형상화한 캐릭터를 보면서 자연과 인간의 순환이나 공존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고 어떻게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환상과 모험이 있는 어른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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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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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읽은 것 중 가장 좋았던 책 중 하나가 바로 밤의 소리를 듣다였다.

아이들의 생각을 세심하게 표현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문장도 아름다워 읽으면서 눈물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그 작가 우사미 마코토의 신작이라니...

올 한 해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전작과는 다른 듯 비슷한 느낌을 줬다.

아프고 안타깝고 눈물이 나게 아름다운...

갑작스러운 아빠의 가출과 이혼은 만삭의 엄마를 무너지게 했고 그렇게 8살 어린 소년 와타루와 엄마는 수상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몸과 마음을 위탁하게 된다.

어린 와타루의 눈에도 교주를 비롯해 이 집단의 비이성적인 모습이 정상적이지 않게 보였지만 홀로서기를 할 수 없는 엄마는 모든 걸 이곳 교주와 신도의 뜻에 따를 뿐... 이제까지 와타루가 알던 엄마는 사라졌다.

그런 곳에서 사는 와타루는 당연하게도 친구는커녕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지만 외롭지는 않았다.

새로 전학 온 친구 아오토와 자신만 바라보는 갓난 여동생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사랑하는 동생과 하나뿐인 친구와 영영 헤어지는 일이 생기게 되고 그렇게 와타루는 홀로 20년이 넘는 세월을 지내게 된다.

그동안 누구도 곁에 두지 않았던 와타루의 주변을 꾸준히 맴돌면서 와타루를 꼭 필요로 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의 이름은 가오

그는 분명 어떤 목적이 있어 와타루의 곁을 맴돌지만 그 이유에 대해선 절대로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와타루의 주위에 변화가 생겼을 즈음 전 세계를 강타하는 엄청난 일이 발생한다.

중국에서 발생한 이름 모를 바이러스의 창궐로 전 세계에 집단감염사태가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게 되면서 전 세계가 이 바이러스 인해 집단 패닉에 빠져들고 있을 때 가오는 생각지도 못한 일을 벌이기 시작한다.

마치 이런 때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처럼...

작가의 작품을 몇 권 읽어봤을 때 공통적으로 나오는 주제가 있다.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로 인해 보호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아이들 그리고 가정 폭력을 비롯한 학대 등... 생각해 보면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지만 작가는 특유의 아름다운 필체로 그 어둠을 희석시킨다.

이 작품에선 아오토와 그 주변 사람들이 지닌 초능력이 어둠을 희석시키는 도구로서 등장한다.

전 세계에 창궐하는 바이러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공포심을 이용해 큰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드러내는 가오와 같은 사람이 나오고 오랜 시간 볼 수 없었던 여동생과 엄마가 나타나는 등 얼핏 봐선 전혀 서로 상관없을 것처럼 보이는 것이 서로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를 작가는 섬세한 필체로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엔 아무런 정보도 없고 어떤 능력도 없는 와타루가 있다.

그는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그는 왜 늘 악몽을 꾸는 걸까?

이 궁금증을 풀게 되면 책 표지에 출판사가 장담하듯 써놓은 문구가 와닿을 것이다.

슬프고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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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
데이비드 켑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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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발생한 강력한 전자기 폭풍으로 지구 전체에 전기가 끊어지는 재난이 발생하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오로라는 알고 보니 작가가 이미 할리우드에서 잘나가는 시나리오 작가였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미션 임파서블 비롯해 쥐라기 공원 등을 집필한 이력을 소유한 작가답게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장면들이 종종 나온다.

이를테면 거대한 전자기 폭발이라든가 시간차를 두고 마치 불을 끄듯 암흑으로 바뀌는 도시의 모습 같은 건 영상으로 보면 더 멋지면서도 섬뜩함을 불러오는 장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소재 역시 현대인이라면 한 번쯤 가정해 봤음직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대중의 관심에 민감한 할리우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현대인의 삶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모든 가전제품이나 기기는 반드시 전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지구 전체에 전기가 끊기는 상황은 어떤 재난보다 더 강력한 대미지를 줄 것이라는 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다.

작가 역시 그런 점에 중점을 두고 인류가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재난 앞에서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 것인지를 실감 나게 그리고 있다.

책에서는 일단 세 가지 부류의 인간이 존재한다.

첫 번째는 엄청난 돈의 힘으로 누구보다 먼저 이 사태에 대해 파악한 후 자신과 가족을 비롯해 필요한 사람들만 모아서 자신들만의 도시를 만들어 재난을 피하려고 한 억만장자의 대표 톰

두 번째는 보통의 사람들처럼 재난을 대비하기엔 이미 늦어 그저 견디고 버텨낼 수밖에 없었던 소시민의 대표 오브리

마지막은 재난이 닥쳤을 때 자신만 살겠다고 누군가로부터 필요한 뭔가를 뺏거나 이걸 기회로 다른 사람의 재산을 약탈하고자 하는 침략자 러스티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재난 상황이 길어지자 생각했던 대로 일은 풀리지 않고 톰의 거대하고 안전한 성에서도 이탈자가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것을 계산했던 톰의 계획은 쓸모를 잃어버린다.

오브리 역시 자신의 주변을 맴돌며 먹잇감을 노리는 듯한 러스티로 인해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리기도 하는 등..

인간의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재앙 앞에 선 돈도 권력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약탈자의 표적이 될 수 있음을 실감 나게 그려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재난 앞에서도 결국은 서로를 구원하는 건 사랑과 희생 그리고 협력이라는 걸 작가는 말하고 싶었나 보다.

전체적으로 볼 때 다소 어려운 과학 용어와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점과 중간까지 좀처럼 스피디하게 읽히지 않아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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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떨어진 남자 월터 테비스 시리즈
월터 테비스 지음, 나현진 옮김 / 어느날갑자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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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침팬지들의 별에 떨어진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있었다.

자신과 전혀 다른 유형의 그 무엇과 함께 살아야 하는 것에서 오는 공포와 두려움도 문제지만 말도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무엇도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에서 오는 고립감이 훨씬 더 무섭게 느껴져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영화였다.

이 책 지구에 떨어진 남자 역시 그 영화 속의 남자와 같은 처지에 처했다.

아니 영화 속 주인공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별에 떨어진 것이지만 책 속 주인공인 외계인 뉴턴은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자신의 별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위해 스스로가 결정하고 오랫동안 계획을 세운 후 지구로 온 것이라는 점이 확연한 차이점이다.

오랜 시간을 들여 계획한 만큼 뉴턴은 지구로 오자마자 준비한 매뉴얼대로 우선 부자가 되기 위한 단계를 착착 밟아나간다.

그의 원래 고향인 안테아에서는 지구인보다 훨씬 앞선 문명을 가졌을 뿐 아니라 지능 또한 높아서 그가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되기는 어렵지 않았다.

엄청난 돈을 벌어 그 돈으로 우주선을 만들고 자신의 별 안테아에서 살아남은 동족들을 지구로 데려오기 위한 프로젝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착착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극복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그가 좀처럼 지구의 환경에 익숙해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에게 지구의 중력은 몇 배의 엄청난 무게로 내리누르고 태양의 강렬한 빛은 눈을 멀게 할 정도로 강하다.

여기에다 뜨겁게 느껴질 정도의 온도까지...

그야말로 살아남기에도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자신에게 내려진 임무를 완성하기 위해 뉴턴은 노력하고 또 노력해 이제 곧 원했던 성과를 볼 수 있게 되었을 즈음 그에게 생각지도 못한 지구인의 반격이 훅 들어온다.

엄청나게 탁월하고 뛰어난 그의 발명품을 보면서 그의 존재에 의문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난 것...

책을 읽으면서 혼자만 낯선 곳에 와서 자신보다 열등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다른 무엇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그가 느꼈을 고독감과 절망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와인에서 진으로 바꿔가며 체념하듯 술에 중독되어 가는 그의 모습을 태양 가까이 날아갔다 기어이 추락하고야 만 이카로스로 비유한 작가의 마음이 이해가 갔다.

탁월한 능력도 뛰어난 지능도 누구와 함께 할 수 없고 나눌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조차 비밀로 해야 하는 그가 느꼈을 절대적인 고독은 끝내 이카로스의 녹아버린 날개처럼 그의 모든 것을 소진해버린 채 텅 비게 만들었다.

외계인이 낯선 지구에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을 거라는 막연한 나의 생각을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전체를 관통하는 시니컬함과 인간이 가진 본능과 욕망에 대한 예리한 묘사 그리고 의외의 결말은 처음 가졌던 책에 대한 느낌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OTT에서 방영된 드라마 퀸스 갬빗의 영향으로 작가의 작품들이 연이어 출간되고 있는데 작가의 다른 책은 어떤 느낌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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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몫의 밤 1
마리아나 엔리케스 지음, 김정아 옮김 / 오렌지디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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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아직까지 많은 작품이 소개되지 않은 남미 그중에서도 아르헨티나 작가의 작품이라는 소개 글에서 일단 호기심이 동했고 환상과 오컬트적인 요소가 섞인 호러 소설이라는 점 때문에 픽 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 우리 몫의 밤이었다.

일단은 생각했던 것보다 문체가 어렵거나 가독성에 문제가 되는 점은 없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흐름이 느려서 한 번에 확 몰입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고로 아내를 갓 잃은 남편과 어린 아들 둘이서 여행길에 나서서 이모와 조우하지만 이모와 아빠의 사이는 일반적인 사이와 다르다.

자연스럽게 서로 몸을 섞을 뿐 아니라 여자는 그에 대한 사랑이 멈춘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가 자신을 찾아온 게 조카인 가스파르에 대한 부탁 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선뜻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다.

여자와 남자는 뭔가를 두려워하는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정체가 노리는 게 바로 가스파르라는 것

1편에선 가스파르의 아빠이자 특유의 능력인 어둠을 소환하는 능력으로 원치 않았지만 메디움이 되었던 후안이 자신과 마찬가지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가스파르를 자신처럼 이용하려는 기사단으로부터 지키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을 보이고 있다면 2편에선 본격적으로 가스파르를 손에 넣기 위한 기사단의 악행에 맞서는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무래도 후안이 왜 그토록 기사단으로부터 아들을 지키고자 하는지 그 이유와 그들 부자와 얽힌 기사단과의 관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보니 1편의 이야기는 설명이 많을 수밖에 없어 이야기 자체가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이에 비해 2편은 수백 년 전부터 어둠의 신을 숭배해서 엄청난 부를 쌓아 온 기사단이 대를 이어 자신들에게 어둠의 신을 소환해 더 막대한 부를 얻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가스파르를 손에 넣기 위한 일련의 목숨을 건 대결 과정이 그려져 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과정을 통해 아버지를 비롯해 누구도 알려주지 않아 혼란스러웠던 자신의 능력에 대해 차츰 깨달아가는 가스파르의 심리 변화를 탁월하게 그려내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 전편을 관통하는 자신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자식을 지키고자 하는 부모의 사랑과 두려우면서도 친구를 지키기 위해 악에 맞서는 평범한 사람들의 용기와 우정에 안타까움과 동시에 가슴에 와닿는 뜨거운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판타지 소설과 비슷하면서도 뜨거운 남미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이었고 잘 몰랐던 아르헨티나의 독재 상황이나 당시의 사회 분위기에 대해서도 아주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읽으면서 소설도 소설이지만 영상으로 보면 훨씬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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