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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손님들 ㅣ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평점 :
외과의사부터 시작해서 여러 편의 스릴러를 쓴 테스 게라첸 작품의 특징은 잔인하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둔 공포가 스멀스멀 올라오게 해 다 읽고 나서도 잔상이 오래 남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비슷한 작품 몇 권을 읽으면서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사라지고 난 후부터 식상함을 느끼게 되고 한동안 이 작가의 책을 읽지 않다 이번에 기존의 작품과는 다른 결의 작품 스파이 코스트를 너무 재밌게 읽으면서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오래전 정부기관의 일을 하다 은퇴 후 한적하고 조용한 농장에서 일을 하던 주인공에게 누군가 찾아오면서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끝나버린 작전을 다시 수행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스파이 코스트에는 주인공인 메기 외에도 그녀와 같은 CIA 출신인 동료들이 나온다.
그들이 힘을 합쳐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져 한 편으로 끝나기엔 아쉽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런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드디어 그들 즉 마티니 클럽이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하는 이른바 마티니 클럽 시리즈 2편이 나왔다.
조용하고 평화롭게 닭을 치며 살고 싶어 하는 메기는 이번에도 사건 깊숙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녀가 아끼는 이웃집 소녀의 친구가 실종되었고 그 실종의 유력한 용의자로 소녀의 할아버지가 지목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의 차에서는 소녀의 피로 추정되는 피까지 나와 혐의를 벗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었고 이에 메기는 자신의 마티니 클럽 사람들과 함께 소녀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호숫가 별장에 놀러 온 소녀를 찾는 수색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살인을 발견하게 한다.
호수 밑에서 백골이 된 시신을 발견하지만 마을에는 아무도 실종된 사람이 없었기에 수사는 난항을 겪지만 우리의 마티니 클럽 사람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온갖 경험과 노련하고 숙련된 기술로 오늘도 경찰보다 한 걸음 앞서 사건의 실체를 파악해나간다.
제목처럼 이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에는 호숫가를 둘러싸고 마을 주민과 여름 휴가철에만 잠시 들러 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로 나눠져 있고 그들 사이에는 깊은 반목이 자리 잡고 있었다.
특히 그들에게 깊은 반감과 원한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루벤이라는 사람으로 그는 어딘지 비밀스럽고 호숫가의 집을 계속해서 염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유력한 용의자 중 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듯하다.
물론 이렇게 대놓고 혐의가 짙거나 가장 유력해 보이는 사람에게는 결정적인 순간 그를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게 해줄 강력한 증거가 나와 상황을 반전시키는 게 대부분의 공식이지만 과연 루벤도 혐의를 벗을 수 있을까
소녀의 실종은 결국 이 마을과 한 가족이 숨겨둔 비밀이 만천하에 드러나는 계기가 되고 그 이면에는 우리의 늙은 노장들 마티니 클럽이 있었다.
하나의 사건에서 시작해 단서를 쫓다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음모가 드러나는 과정이 특유의 스피디하면서도 개연성이 있는 전개와 더불어 사건 관계자들의 섬세한 심리묘사로 긴장감을 제대로 살리고 있다.
기존의 작품과는 결이 다른 마티니 클럽 시리즈...
살인사건이나 잔혹한 묘사 혹은 이상성격의 범인의 심리묘사보다 범인을 찾기까지의 과정이나 주변 인물들의 심리묘사에 더 중점을 둬서 부담 없이 스릴러의 맛을 느끼기 좋은 책이 아닐까 싶다.
다음 편엔 또 어떤 사건으로 이 팀들을 움직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