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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 :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제나 새터스웨이트 지음, 최유경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4년 11월
평점 :
어느 날 갑자기 아내 혹은 남편이 실종되거나 사고사 혹은 살해당했다면...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그들의 배우자다.
이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식처럼 되다시피한 이야기지만 실제로도 많은 사건 사고 뒤엔 보험금 혹은 배우자가 가진 재산을 노린 범죄가 많다.
그래서 스릴러 영화나 책 중에 이런 유의 범죄가 빈번하게 소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이 책 역시 얼핏 보면 내용이 친숙하다.
캠핑을 하러 간 남편의 연락이 두절되고 남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내는 경찰에게 남편의 실종을 신고하지만 경찰은 사소한 증거를 내세워 그녀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그녀의 알리바이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범죄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유사하지만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이 아내를 대하는 태도가 이상하다.
그녀를 범인 취급하는 걸 넘어서 자신이 그녀를 혐오하고 있다는 걸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건 바로 그녀가 보통의 사람이 아닌 첨단 테크놀리지의 기술로 탄생한 신스이기 때문이었다.
사람과 모든 것이 같은 신스는 아픔도 느끼고 슬픔과 기쁨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인공인 줄리아는 여기에다 더해 최초로 임신까지 가능했던... 그야말로 거의 인간과 다름없게 만들어진 인조인간이었다.
그녀가 결혼했던 남자 조쉬는 그녀가 신스라는 걸 알면서도 결혼했고 둘이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 전부가 생생하게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방송되었던 유명인 커플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로맨스는 누군가에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고 어딜 가든 그들을 따라오는 혐오와 반대의 시선이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 문제는 결국 부부의 애정전선에도 영향이 끼치기 시작했고 조쉬의 실종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 일이었다.
사건을 지휘하는 경찰은 그녀를 향한 혐오의 감정을 숨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사건 수사보다 오로지 그녀의 범죄를 입증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게다가 그녀가 전적으로 신뢰했던 아이의 보모를 비롯해 그녀를 만들어준 개발자조차도 그녀에게 뭔가 숨기는 게 있었다.
더 이상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된 줄리아는 무죄를 밝히기 위해서 혼자서 진짜 범인을 찾아야만 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조쉬의 죽음을 나타내는 뚜렷한 증거나 범죄를 증명한 만한 어떤 단서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사건 현장처럼 긴장감 있고 긴박감이 넘쳤다.
게다가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으며 그들이 서로 사랑에 빠져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맨틱한 과거와 현재 사건이 벌어졌음이 분명한 상황에서 어디에서 도움을 청할 수 없이 궁지에 몰린 줄리아의 심리를 보여주는 현재 시점을 번갈아 보여줌으로써 그 괴리에서 오는 차이도 이야기를 더욱 몰입하게 한다.
뚜렷한 용의자가 보이지 않던 상황에서 뒤로 갈수록 로맨틱했던 두 사람의 만남에 숨겨져있던 비밀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급격하게 분위기가 전환되는 데 그 차이가 이야기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였다.
뒤로 갈수록 속도감 있었고 생각지도 못한 방향 전환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버린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