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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 반인간선언 두번째 이야기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6년 12월
평점 :
우리나라만큼 조직폭력배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까
누아르라고 멋들어진 단어를 갖다 부치지만 그건 대부분 조직 간 돈을 두고 벌이는 혈투나 음모, 배신을 다루고 있는 싸움 영화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장르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 밑바탕에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욕망이 숨김없이 까발려진다는 데서 오는 일종의 해방감이 아닐까 싶다.
이 책 크리스마스 캐럴도 그 범주는 넘어서지 않는다.
단지 그 개싸움의 명분이 복수이고 대상들이 깡패나 조직폭력배 같은 성인이 아닌 미성년자라는 점만 다를 뿐...
그 밑바탕에 깔리는 정서는 똑같다.
작가는 아예 대놓고 개싸움을 벌이도록 무대를 마련했고 그 무대가 되는 곳이 범법 미성년자들을 보호감호하는 소년원이다.
교도소도 그렇지만 소년원 역시 다르지 않다.
도망칠 수도 도움을 받을 수도 없어 오로지 자신의 실력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곳이자 내가 짓밟지 않으면 짓밟히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원칙으로 움직이는 곳... 작가는 오로지 샤워장에서 벌어지는 죽음을 건 싸움 하나를 위해 이 무대장치를 마련한 듯하다.
소년원에 새로운 원생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이곳을 장악하고 있는 일명 일진 패거리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그 아이들을 두려움에 떨게 하는 사람은 의외로 덩치가 크거나 험상궂은 인상의 소유자가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를 도와줄 세력조차 없는 그야말로 혈혈단신이라는 점이 의외
주일우는 자신과 쌍둥이이자 정신지체 장애 3급인 동생 월우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스스로 이곳으로 들어왔고 월우의 죽음에 일진 패거리가 관련되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런 두 팀과의 숨 막히는 전쟁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은 오히려 그곳에서 독불장군 같은 권력을 휘두르며 자신의 즐거움만 탐닉하고 있다.
이곳에는 일진 패거리와 일우의 목숨을 건 싸움을 말리거나 어떻게 해 줄 어른의 존재는 없다.
오로지 어떻게 하든 살아남아야 할 뿐...
모든 포커스는 일우의 복수와 일우의 폭주를 말리기 위한 일진 패거리의 싸움에 맞춰졌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일우와 같이 분명 도움의 손길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임에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제대로 된 도움이나 보살핌을 받기는커녕 미성년자이면서도 생활비와 월세를 걱정해야 하고 그런 일우와 월우의 처지를 이용해먹기 위해 주변을 맴도는 건 그런 아이들을 도와줘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이라는 점...
그리고 학교마저 제대로 졸업하기 쉽지 않은 주변 환경은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쉽게 폭력에 노출되고 누구에게도 제대로 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경에 처한 일우네 가족이 서서히 저물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이제까지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어쩌면 일우의 주먹질은 동생을 죽인 사람들 그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향하는 주먹이 아닐까
읽는 내내 불편하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미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데 영화에서는 일우의 전쟁을 어떻게 그렸을지 궁금하면서 살짝 두렵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