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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5 - 제2부 유형시대 ㅣ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1964년부터 시작된 월남파병과 월남전 특수가 사회에 좋고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서려는 몸부림의 세월이고 까라면 까라는 식의 군사정권이 빚어놓은 갈등의 복마전이다.
이런 일들이 벌어진 1970년 전후로부터 50년, 또 소설 '한강'이 나오고도 20년 경과한 지금까지도 변한 거 하나 없는 기시감 장면들의 연속이다.
1964.9월~1973년.3월 월남파병
1968.02.01. 경부고속도로 건설공사 착공
1968.08.24. 통일혁명당 사건 158명 검거, 50명 구속 (신영복 선생 무기징역)
1969.10.21. 3선개헌
1970.03.17. 정인숙 여인 피살
1970.04.08. 와우아파트 붕괴 34명 사망, 40명 부상
1970.07.07. 경부고속도로 전구간 개통
12p. 어떤 전쟁이든 끝나지 않는 전쟁은 없고, 전쟁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자유를 찾아 자기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나 자신과 같은 분단의 포로라고 할까, 이데올로기의 포로는 그런 날이 언제 올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반공주의는 세월을 따라 완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되어 가고 있으니 통일은 자꾸만 아득해지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 적대하고 증오하면서 분단의 벽을 쌓아올리기만 하면 통일이라는 것은 언제나 올 것인가.
167p. "근데 박 그 사람 어쩔려고 그러지? 이승만이 당하는 걸 뻔히 봤으면서도."
"권력의 맛이 좋은 걸 어쩌겠어. 자긴 안 당할 자신이 있다 그런 배짱인 거지. 그런 착각과 오만이 인간의 한계고 어리석음 아니겠어."
"글쎄 말야, 우리들도 다 아는 걸 어째서 그 사람들은 모르지? 권력을 잡으면 다 그렇게 바보가 되나?"
"그게 권력의 속성이고 마성이래잖아. 왜 조지 워싱턴을 위대하다고 하겠어. 국민 여론이, 나라를 위해 당신은 대통령을 세 번 해도 된다고 했을 때 워싱턴은 단호하게 말했어. 나는 대통령을 세 번 할 수 있다. 그러나 차후에 나보다 못한 자가 나를 빙자하여 세 번 하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자 한다. 그래서 미국의 민주주의는 이룩된 거야."
173p. 개헌안과 국민투표법안은 야당을 따돌리고 새벽 2시에 변칙통과되었던 것이다. 잠자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야당은 불법.폭거.무효라고 외쳐댔지만 군사작전에 숙달되어 있는 군사정권에서는 사흘 뒤에 국민투표를 실시해, 가결로 3선개헌의 막을 내리고 말았다.
246p. 정부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외국 차관에 대해 지급 보증을 해주고, 또 특혜금융권까지 행사하게 되면서 은행장들은 허수아비가 되다시피 한 지 이미 오래였다. 거기다가 5.16이 일어나고 나서 은행원들의 처우는 계속 하향조정되어 나빠져 왔던 것이다. 은행은 월급 많고, 보너스 많고, 부수입 많아 특등 직업으로 최고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군사 정권은 그 특권에 칼을 들이댔던 것이다. 꽤나 타당성 있는 그 조처에 대해 상당히 악의적이면서도 헛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 소문인즉, 박정희가 군인이었을 때 어떤 은행지점장 집에서 셋방살이를 했는데, 군인에 비해서 은행원들이 너무 잘먹고 잘사는 것을 보고 감정이 상할 대로 상했다는 거였다.
287p. "아, 이 사람들 정권이 벌써 10년이 됐나? 세월 참 허망하게 빠르네.
그래, 붕괴된 이 아파트는 군부정권 10년의 상징 아니겠어? 군인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군 출신들이 국가와 사회이 거의 모든 조직들을 장악하고 무엇이든 서둘러대고 우격다짐이고, 벼락치기 검열받는 식으로 겉만 번지르르하게 전시효과를 노리다 보니 이런 결과가 오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니야?"
291p. (붕괴 사고로) 공무원들이 잇따라 쇠고랑을 차는 모습이 신문마다 실리면서 그 사건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구청장이나 그 밑의 과장 정도만 쇠고랑을 찰 뿐 정작 시정의 총책임자인 시장은 자리를 물러나는 것으로 그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