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읽을때마다 매번 좋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단편중 최고는 역시 백야다.
멋진 밤이었다. 그렇게 멋진 밤은, 친애하는 독자여, 오직 젊은 시절에나 만날 수 있는 법이다. - P115
수많은 별들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고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던지, 한번 쳐다보면 저도 모르게 스스로 이런 질문이 들 정도였다. 이리도 아름다운 하늘 아래 살면서 어째서 사람들은 온갖 화를 내거나 변덕을 부리는 걸까? - P115
당신은 한순간의 아름다움이 그토록 재빨리, 그토록 돌이킬 수 없게 시들어버렸음에, 당신 앞에서 그토록 환히 빛나던 그 아름다움이 모두 거짓되고 헛된 것 이었음에 안타까워한다. 그리고 그 아름다움을 사랑할 시간조차 없었음에 가슴 아파한다. - P122
내 얘기는 이겁니다. 나는 내일 이곳에 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몽상가니까요. 나에게는 현실적인 삶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금 같은 이런 순간이 나에게는 정말 흔치 않은 경우라서 나는 이 순간을 상상 속에서 되새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밤을 지새우며, 온 일주일을 보내며, 온 일 년을 지내며 내내 당신을 꿈꿀 겁니다. 나는 내일 반드시 여기 이곳으로, 이 자리로, 바로 이 시간에 다시 올 것이고, 오늘 일을 떠올리며 행복해할 겁니다. 이 자리는 벌써 나에게 다정한 곳이 되어버렸습니다. 나는 페테르부르크에 이미 이런 곳을 두세 군데 알고있지요. 한번은 심지어 옛일을 추억하다 울음을 터트린 적도 있습니다. 당신처럼...당신도 어쩌면 몇 분 전에 예전 일이 떠올라 울고 있었 던 것은 아닌요... 아, 용서하십시오. 내가 또 쓸데없는 말을 지껄였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언젠가 이곳에서 특별히 행복한 때를 보냈을지도 모르는데... - P130
정말이지 혼자, 완벽하게 혼자 남는 건 슬픈 일입니다. 심지어 애달파할 것조차 아무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다는 건... 왜냐하면 모든 건, 내가 잃어버린 그 모든 것은 사실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어리석은, 완전한 무, 그저 한낱 꿈에 불과했으니까요! - P155
사실 우리는 어떤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나도 당신이 나를 만나줘서 내가 평생 당신을 기억하게 해줘서 당신이 고맙습니다! - P171
오늘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서글픈 날이었다. 햇살 한줄기 비치지 않는, 꼭 미래의 내 노년을 보는 듯한 하루였다. 너무도 이상한 상념들이 너무도 어두운 느낌들이, 그리고 여전히 풀리지 않는 문제인 질문 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 - P173
사실 우리 자신이 불행할 때 다른 이들의 불행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는 법이지 않은가. 감정은 흩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곳에 집중되므로... - P175
하지만 나스텐카, 내가 모욕당한 일을 언제까지고 가슴에 품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가! 내가 그대의 밝고 평온한 행복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리라 믿는가 쓰라린 말로 그대를 비난하여 그대의 심장에 슬픔 을 심어주고, 남모를 가책으로 고통받도록 만들고, 한없이 행복한 순간에도 우울해하며 가슴 졸이게 만들, 그런 사람 같은가.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제단을 향해 걸어갈 때 그대의 까만 곱슬머리에 꽂힌 부드러운 꽃송이들 중 단 한 송이라도 짓뭉개버릴 것 같은가... 오 결코, 그런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그대의 하늘이 맑게 개기를 그대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언제까지나 밝고 평화롭기를, 기쁨과 행복의 순간에 그대 위에 축복이 넘치기를! 그대는 감사함으로 가득찬 어떤 이의 외로운 가슴에 기쁨과 행복의 순간을 안겨주었으므로. - P203
오, 세상에! 지극한 기쁨의 완전한 순간이여! 한사람의 일생이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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