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의 책은 두번째다. 북플의 추천과 표지와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읽기 시작한 책. 멋진 문장이 너무 많다. 일상이 바쁘더라도 하루에 책 100p는 읽으려고 노력중이다.




나를 줄곧 떠나지 않는 갑갑함과 아릿함, 이 낯선 감정에 나는 망설이다가 슬픔이라는 아름답고도 묵직한 이름을 붙인다. - P11

모래폭포가 시간처럼 모습을 감추고 있다고, 그건 한가로운 생각이라고, 한가로운 생각을 하는 건 기분좋은 일이라고 느꼈다. - P14

상대를 기쁘게 하는 것 말고 우리가 대체 무엇을 추구해야 한단 말인가? - P15

삶에는 작동하지 않는 시간, 논리와 맥락이 닿지 않는 때, 일상적인 좋은 감정 같은 것들이 있음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 P33

나는 그것을 행운의 부적으로 삼기로 마음먹고 여름내내 지니고 다니기로 했다. 내가 다른 것들은 모두 잃어버리는데 어째서 그것만큼은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지금 내 손안에 있는 조가바, 체온으로 데워진 그 분홍색 조가비는 나를 울고 싶게 만든다. - P42

넌 사랑을 너무 단순한 걸로 생각해. 사랑이란 하나하나 동떨어진 감각의 연속이 아니란다.

그건 다른거야. 지속적인 애정, 다정함, 그리움이 있지....지금 너로서는 이해할 수 없겠지만 - P47

그 생활에는 생각할 자유, 잘못생각할 자유, 생각을 거의 하지 않을 자유, 스스로 내삶을 선택하고 나를 나 자신으로 선택할 자유가 있었다 - P80

해결책 같은 건 없어요. 이건 그저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열광하고 그 영향을 받아서 벌어진 일일 뿐이에요. 거기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 P109

내 불완전한 기억과 경박한 성향에 맞서 싸우는 대신 오히려 그것들에 의지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의지할 것이 있다는 사실에 기쁘기는 커녕 그 존재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다 - P167

나는 어둠속에서 아주 나직하게 아주 오랫동안 그 이름을 부른다. 그러면 내 안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감은 채 이름을 불러 그것을 맞으며 인사를 건넨다. 슬픔이여 안녕~★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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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마음에는 서로 모순되는 두가지 감정이 있다. 물론 타인의 불행에 동정하지 않는 자는 아무도 없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 불행을 어찌어찌 빠져나오게 되면 이번에는 이쪽에서 뭔가 부족한 듯한 심정이 된다. 조금 과장해 보자면, 다시 한 번 그 사람을 같은 불행에 빠뜨려 보고 싶다는 생각조차 든다. 그리하여 어느 틈엔가 소극적이기는 해도, 그 사람에 대해 일종의 적의를 품게 되는 것이다. - P16

인간은 간혹 충족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욕망을 위해 일생을 바쳐 버리기도 한다. 그것을 어리석다고 비웃는 자는 필경, 인생에 대한 방관자에 불과할 것이다. - P26

아무래도 이렇게 쉽사리 마죽을 실컷 먹는 꿈이 현실로 이루어져서야 지금까지 몇 년씩이나 참아 온 것이 너무나 부질없는 고생이 되어 버린다. - P41

"죽는 것이 기뻐요. 안됐다고 생각은 하면서도.....그래도 나는 기쁘다고요. 기뻐해서는 안되는 걸까요?"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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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전부터 읽어야지 생각했다가 읽었다. 짧은 분량이지만 인상깊은 문장은 여운을 길게 남긴다. 한번읽고 바로 다시 읽었다.
‘잊혀짐으로써 잊음으로써 망각하면서 나를 찾는 긴 여정‘

이리하여 방데의 춥고 증오에 찬 어느 날 밤, 교회 당국은 베트남에 복음을 전하러 떠난 프랑스 성직자들을 영원히 잊어버리게 되었다. - P90

버림 받았다는 느낌을 가눌 수 없었다. - P112

도미니크와 카트린은 자신들이 모든 이에게서 잊혔음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내면의 공허가 점점 더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외롭고 지쳐 있었다. - P119

생각이 새어나가고 머릿속이 텅 비어 있었다. 그들은 망각을 택했었고 그 속에서 무한히 존재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 P138

하나밖에 없는 십자가를 보자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곳에 그들이 와서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잘 믿어지지 않았다. 군종신부는 경계심을 느낀 나머지 그 십자가를 부러뜨렸다. 잊어버릴 필요가 있었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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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흔한 것이지만 고독은 그렇게 흔한 것이 아니었다.
- P19

아침이면 녹색 벼포기들이 새로운 하늘빛을 받아 불그레했다. 그리고 다시 햇빛이 비치면 그 펀펀한 풍경이 이상할 정도로 순정해지는 것이다. 마침내 해가 넘어가고 어두운 녹색의 불안한 물이 무기개빛을 발했다...
세계는 속이 빈 조가비였다. - P50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못 견딜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잊힌 존재가 되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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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말과 행동, 거짓과 진실이 언제나 함께 하고 있어요. 행동과 진실은 내가 진정으로 뉘우치는 순간에 나타나고 있어요. 말과 거짓은 지옥 같은 생각이 들 때 나타나곤 해요. 말하자면 어떤 사람을 붙들고 참회의 눈물을 흘려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자 할 때 써먹는 것이지요! - P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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