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ALONE - 이 시대를 대표하는 22명의 작가가 쓴 외로움에 관한 고백
줌파 라히리 외 21명 지음, 나탈리 이브 개럿 엮음, 정윤희 옮김 / 혜다 / 2023년 6월
평점 :
품절
N23047
"아마도 내가 외롭다고 느끼는 이유는 결코 혼자 있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뭘까? '고독은 내가 선택한 것, 외로움은 내가 버려진 것' 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어디선가 비슷한 문장을 본것 같지만...) 둘다 쓸쓸하긴 마찬가지 이다. 그리고 아마 Alone(혼자)은 위 두 단어를 포괄하는 단어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고독이나 외로움 보다는 Alone 이라는 단어가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제목도 좋고, 표지도 제목이랑 너무 잘 어울리고. 이 책은 Alone 에 대해서 22명의 작가들이 느꼈던 감정들을 담고 있는데, 작품마다 주는 공감의 정도는 달랐지만 읽는 내내 그냥 힘이 빠짐을 느꼈다. 책의 내용이 우울한건지, 내가 우울한건지...
이 책에서는 '에이미 선'의 <홀로 걷는 여자>랑 '제스민 워드'의 <새로운 희망>이 가장 인상 깊었다. <홀로 걷는 여자>는 모든 것과 작별하기 위해 시베리아로 떠난 '릴리언 올링' 이라는 여자를 작가가 떠올리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냥 떠나고 싶다는 감정이 들 때가 있는데, 작가 는 '릴리언 올링'을 통해 여기 아닌 다른 곳에 있기를 꿈꾼다. 한번쯤은 나도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어서 그런지 작가의 생각에 많이 공감했다.
[오로지 혼자 머물며 머릿속을 말끔히 비워내고 싶다는 생각, 사람들에 대한 생각으로 머리를 꽉 채우는 대신 반대로 그들을 그리워하고 싶다는 생각, 1980년대 영화에나 나올 법한 낯선 통근자들 무리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대신 고독과 하나가 된 것 같은 경험을 하고 싶 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유콘Yukon강의 시원한 물속에서 수영을 하는 것 같은 상쾌함이 느껴졌다.] P.18
<새로운 희망>은 흑인으로 코로나 시대를 지나가야 했던 차별과 이에 따른 분노, 그리고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사망한 남편에 대한 안타까움을 애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 보다 더 큰 슬픔이 있을까?
[청력은 마지막 순간까지 남아 있습니다. 사람은 죽을 때 시각, 후각, 미각 그리고 촉각을 잃게 돼요. 심지어 자신이 누군지도 잊어버리게 되지요. 하지만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소리는 들을 수 있어요.] P.73
이 책을 통해 이런 고독도 있구나, 저런 외로움도 있구나 하는걸 엿볼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 때문에, 어떤 사람은 몸이 아파서, 어떤 사람은 가족 때문에, 어떤 사람은 먹고사는 일 때문에, 어떤 사람은 낯선곳으로 떠났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Alone(혼자) 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다양하지만 얼마나 쓸쓸한지는 비교할 수 없을것 같다. 고독과 외로움은 상대적이니까, 깊이를 잴 수 없으니까.
[누구도 당신의 슬픔을 향해 공허하다고 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슬픔 속에는 고독함이 존재하고, 이는 오롯이 당신의 것이다. 고독은 참기 힘든 것이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것이다. 당신의 슬픔이 얼마나 계속되어야 하는지 혹은 그 슬픔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P.3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