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은 많은데 시간이 부족하고, 리뷰도 잘 않쓰다 보니 리뷰를 쓸 자신이 없어서 최근에 읽은 책을 몰아서 리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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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2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되찾은시간 2) 13권 : 프루스트

정말 어렵게 어렵게 완독했다. 큰 이야기 흐름이 없어서인지 읽기 힘들었다. 그리고 잃시찾의 결말이 이거야? 하는 의문도 느꼈다. 원래 위대한 작품(?)은 마지막에 큰 한방(교훈, 반전, 감동, 여운 이런거?)이 있어야 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인지 아쉬움이 남았다. 당연히 내가 이 작품의 진가를 잘 몰라서 이렇게 느꼈겠지만...

일단 잃시찾 시리즈 완독에 의미를 두고 싶다. 몇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으면 좀 이해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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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3 언어의 무게 : 파스칼 메르시어

<언어의 무게>의 주인공인 레이랜드는 어린시절 삼촌집에 있는 지중해 지도를 보면서 지중해에 접해 있는 모든 나라의 언어를 배우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이 다짐은 그를 번역가라는 직업을 갖게 한다.

[이제 그는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불을 붙이고, 마른 담뱃잎 연기 를 현기증이 날때까지 폐 깊숙이 들이마셨다. 눈을 감았다. 이제까지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 모든 것은 이름이 불리고 이야기된 후에야 실제로 존재했다. 레이랜드가 찾아 나선게 아니라 그게 그에게 와서 부딪쳤다. 처음부터 그랬다. 언어없이 사물에 도달 하기를, 사물과 사람과 감정과 꿈에 닿기를 원할 때도 자주 있었지만 언제나 그 사이에 언어가 다시 끼어들었다. 언어로 이해해야 제대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할때면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곤 했다. 리비아와의 경우에만 언어가 필요하지 않았다.]  P.21



번역가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성공한 레이랜드에게 시련이 온다. 뇌종양에 의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이제 그의 삶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는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하고 (끝이 보이는) 두번째 삶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건 그래도 행복한 경우야, 불안으로 독살된 잃어버린 시간 뒤에는 기다린 보람이 있는 시간이 오니까. 나는 이제 그런 시간이 없어. 내가 두려워하는 그 시점에 도착하면 그 뒤에는 아무것도 없고, 그 자리가 나에게는 모든 시간의 종말이 될 거야. 지금 뭘 해야할지 모르겠어. 이 종말이 최대한 빨리 오기를 모든 불안을 삼킬 순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야 하나? 아니면 끝까지 싸워서 불안으로부터 남은 시간을 얻어내고 눈에 보이는 최후의 날들에 적합한 필사적인 현재를 쟁취 해야 할까? ]  P.108



하지만 11개월이 지난 후에야 레이랜드의 뇌종양 판정은 차트가 바뀜에 따른 오진이였음이 밝혀진다. 그가 평소에 느꼈던 두통은 단순 두통이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오진, 레이랜드는 안도와 분노를 함께 느낀다. 그리고 이제는 (끝이 보이지 않는) 세번째 삶을 시작한다.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불현듯 다시 미래가 생겼어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어쨌든 달라질 테지요. 당신의 미래가 달라지리라는 거야 말할 나위도 없고 말입니다.˝]  P.230



한번의 인생에서 세번의 삶을 시작한 레이랜드는 더이성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과거의 인연들에게 더욱 헌신한다. 그리고 번역가 일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번역가 역시 제3의 언어를 자신의 언어로 바꾸는 창작의 영역이지만, 이제부터는 나의 언어로 나만의 이야기를 펼치려고 한다. 그 이야기의 끝은 어떨까?

[하지만 이제 몇 주, 어쩌면 며칠만 지나면 다 ‘지나간다‘는 삶이 ‘끝‘이라는 느낌에 담긴 외로움은 누구도 덜어주지 못했지.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격렬하고 필사적이며 혼란한 소원이 있었다. 누군가 와서 나를 이 외 로움에서 건져주기를, 나를 받아들이고 자기 안에 품어서 흘러가는 마지막 시간을 나홀로 겪지 않아도 되게 해주기를 바랐지. 누 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 달라야 했지. 누군가 이 마지막 길을 ‘덜어주길 바랐어. 말하자면 내 안에 파고들어와, 나 홀로 무방비상태로 종말에 대면하지 않게 마법처럼 도와주기를.]  P.318



제목만큼이나 무게가 느껴졌던 작품. 책의 무게(두께)도 장난아닌 작품이다. 책을 읽는 내내 착함, 정직함, 바름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정말로 주위에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들만 있다면 언젠가는 세상도 그렇게 바뀔까?

[질병이 삶이 언제 끝나는지 결정하는 것을 왜 우리가 견디며 받아들여야 할까? 그걸 스스로 결정하는 게 누구나 누릴 당연한 권리라고 왜 생각하지 않을까? 누군가 ‘이제 그냥 충분하니까‘라고 말하는 게 왜 훌륭하고 정당한 사유로 간주되지 않을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당신이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함께 듣던 음악을 이곳으로 가지고 왔어. 오늘 저녁에 들으면서 내 생각은 당신에게 가 있겠지. 내가 파리로 돌아 가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가는 사람도 당신이 될 테고.]  P.619



가끔 힘든 일이 닥칠때면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했다. 하지만 언제나 생각에서 끝날 뿐이었는데, <언어의 무게>를 읽고나서 꼭 어떤 중요한 계기가 있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건 다짐이 아니라 행동이니까, 그리고 그 행동의 시작이 바로 또다른 삶의 시작이니까.

[˝인생은 아름답다. 삶이란 언제나, 매순간 시작되 니까.˝]  P.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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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4 이중 작가 초롱 : 이미상

한국문학을 그렇게 즐겨 읽지 않는다. 한국문학이 이해하기도 쉽고 번역의 어색함도 없어서 가독성이 좋긴 하지만, 뭔가 작가가 몸을 사린다는(?) 느낌과 감동(교훈)을 강요(?)한다는 느낌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나의 선입견이긴 하지만... (내가 한국문학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아닌 작가와 작품도 당연히 있을것이다...)


이러한 원인은 아마 작가와 작품을 동일시하는 인식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문학을 읽으면 과감성이 아쉬울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미상 작가의 단편집인 <이중 작가 초롱>은 그렇지 않았다. 문장들이 너무 솔직해서 좀 놀랐다.


이 작품집은 초롱이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든 스쳐지나가는 인물이든 어쨋든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다. 총 여덟편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 작품집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표제작인 <이중 작가 초롱>이었다.


등단 이전에 쓴 작품과 등단 이후에 쓴 작품의 괴리감으로 인해 독자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는 작가 초롱은 말 그대로 이중작가 취급을 받는다. 작품과 작가를 땔래야 땔 수없는 현실에 대해 작가는 이야기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건 단지 작품일 뿐이라고, 독자의 생각과 다르다고 틀린건 아니라고.

[‘악하다‘ 도 그런 말 중 하나였다. ‘되짚다‘보다 ‘복기‘가 ‘잘못 읽다‘보다 ‘독‘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듯, ‘생각이 짧다‘ 정도면 족했을 텐데도 사람들은 기어이 초롱의 소설에 대해 악하다는 표현까지 썼고 거기에는 ‘아‘ 해도 될 것을 ‘악!‘ 하고야 마는 문학의 낯간지러운 과장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부당한 환기가 맴돌이치고 있었다. 초롱도 그 점을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P.75



이 외에도 부조리를 타파하고자 했던 운동권 세대가 자식들에게는 오히려 기득권과 똑같은 모습으로 어떻게든 좋은 대학, 스팩을 쌓으려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하긴> 도 좋았고, 다른 작품들도 전반적으로 획기적인 느낌이었다.

[한밤, 나는 초롱의 글을 읽으며 상상한다. 나를 육박하듯 빠르고 거칠게 공격해오는 내 딸 초롱이 코너에 몰린 나는 기분좋게 당혹 한다. 내가 키운 거한테 내가 먹힌다니. 나는 카이스트에 갈 석형의 딸은 하나도 아쉽지 않다. 초롱이 나의 이상이다. 그런 애들이 있다. 새벽까지 술 먹다 동기 한 놈 집에 쳐들어가 만나게 되는 애들, 아빠 친구한테 인사해야지, 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쾅 닫으며 인사도 없이 들어가는 애들 아비와 아비의 친구와 아비의 세대를 쌩까며 쾅 하고 후두부를 가격하는 문소리를 내곤 ‘쿨‘하게 사라지는 애들 쾅쾅. 뺨을 갈기듯 문은 내 앞에서 쾅쾅 닫히고 나는 가만히 부러워진다. 멋지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하는 새끼를 길러낸 다는 것이.]  P.21



그러나 작품속 문장들에 너무 많은 암시가 들어있어서 한두번 읽고는 이해할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수수께끼를 푸는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이러한 경향은 후반부 작품으로 갈 수록 심해지던데, 작품의 끝에 실린 해설을 읽고나서 아이쿠 내가 또 잘못읽었네 하는 생각도 했다.


절대 쉬운 작품은 아니었고 잘 읽히는 작품도 아니었지만 이미상 작가가 대단한 작가인것 만은 확실히 느꼈다. 최근에 읽은 한국문학 작품중에 가장 인상적인 책이었다. 혹시 이 책을 읽게 된다면 해설은 꼭 마지막에 읽어보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당신도 말의 시간차공격을 당하는가? 나는 요새 자주 말의 시간 차공격을 당한다. 오래전에 들은 별것 아닌 말이 멀쩡히 몸을 돌아 다니다 갑자기 내장을 찢는다. 그러면 나는 시간차 공격을 당한 배구 선수처럼 속수무책이다. 상대편 공격수가 뛰어서 나도 뛰었는데, 어느새 공격수는 사라지고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다음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려넣는 것 같다. 말의 강타, 나는 그저 당할 뿐이다. 도끼날 아래 장작처럼. 게다가 배구와 달리 말의 이차 공격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 후에 비로소 시작되기도 한다.]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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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025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 : 하가시노 게이고

예전만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즐겨 읽지는 않지만 가끔 읽는다. 뭔가 시원한 글이 읽고 싶어질때면 생각이 나는데, 친구가 이 책을 샀길래 빌려서 읽었다. 블랙 쇼맨 시리즈는 처음 읽어봤는데, 이 작품은 살인사건 장편 추리소설은 아니고 다소 평범(?)한 사건을 추리하는 3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작품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답게 가독성이 좋고 재미있어서 읽기 시작하자마자 세시간만에 다 읽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나쁘지 않았다. 특히 체호프 이야기가 나와서 좋았다.

[˝저는 <벚꽃 동산>을 좋아하는데, <바냐 아저씨>도 인기가 있어요. <갈매기>나 <세 자매>도 좋고요, 출판사에 따라 수록된 작품도 달라요.˝]  P.95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중 <백야>, <환야>, <편지>가 좋았었다.






이렇게 해서 그동안 밀려있던 작품들의 리뷰를 간단하게 써봤다. 뭐든지 밀리는건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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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5-07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해석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돌아오세요 ㅋㅋ

새파랑 2023-05-07 18:26   좋아요 1 | URL
가끔 리뷰를 쓸때마다 내가 제대로 읽은게 맞나? 라는 자책(?)을 합니다 ㅋ

물감 2023-05-07 21: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등장한 새파랑님 페이퍼 좋아요 ㅎㅎㅎ 말씀하신 과감성의 이유로 저 역시 한국문학에 아쉬움이 많아요. 장르소설이 아닌 이상 저자의 철학과 사상이 들어가니 ‘방방봐‘에는 어폐가 있고요. 그래도 한국문학 좋아합니다! 제 알라딘 독서 통계를 보니까 한국문학만 별점 평균 4개고 나머지들은 3개로 나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3-05-08 06:45   좋아요 3 | URL
역시 물감님은 한국문학 전문이십니다~!! 물감님 별다섯은 정말 희귀한거 같아요. 전 거의다 별 다섯이라는 ㅎㅎ 저도 이제부터는 한국문학에 관심을 많이 가지겠습니다~!!

레삭매냐 2023-05-07 22: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 읽고 나서 바로 리뷰를 쓰지
않으면 나중에도 다시 쓰게 되
기가 힘들더라구요...

간단 리뷰 인상적입니다.

새파랑 2023-05-08 07:46   좋아요 1 | URL
요새 좀 게을러져서 리뷰쓰기가 좀 귀찮더라구요 ㅡㅡ
그래도 책의 완독은 리뷰쓰기라 생각해서 몇자 적었습니다 ㅎㅎ

희선 2023-05-08 02: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읽으신 거 축하합니다 한번 다 읽은 것도 대단합니다 언젠가 또 만나시겠네요 새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걸 하는 사람도 있겠지요 무슨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하는 게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사람은 꼭 뭔가 일이 일어나야 지금까지 잘못 살았어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새파랑 님 오월에도 즐겁게 책 만나시기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3-05-08 07:48   좋아요 2 | URL
5월에는 호기롭게 책을 읽겠다고 다짐했는데 잘안되네요 ㅜㅜ
희선님도 즐겁게 책 많이 만나시길 바라겠습니다~!!

coolcat329 2023-05-08 07: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완독 정말 대단하시고 축하드립니다. 새로운 한 주 화이팅하세요!

새파랑 2023-05-08 07:49   좋아요 1 | URL
완독했지만 완독한거 같지 않은 기분입니다 ㅋ 쿨캣님도 이번주 화이팅 입니다~!!

거리의화가 2023-05-08 0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 몰아쓰기 진짜 힘들죠ㅋㅋㅋ 정리하느라 고생하셨어요. 책을 읽고 나서 딱히 떠오르는 게 없거나 내가 읽은 의도를 책에서 못 찾았을 때나 너무 좋은데 정리가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리뷰쓰기 곤란합니다^^; 무엇보다 잃시찾 완독은 엄지척이에요!

새파랑 2023-05-08 12:43   좋아요 2 | URL
사실 정리한건 없고 그냥 생각난대로 막 써서 좀 그렇습니다 ㅡㅡ 화가님의 잃시찾 완독 리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건수하 2023-05-08 14: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시 완독 축하드려요!
오랫만에 새파랑님 리뷰 보니 좋습니다 :)

새파랑 2023-05-09 07:45   좋아요 2 | URL
리뷰 자주 쓰고 싶은데 읽은책이 별로 없네요 ㅜㅜ 허접하지만 책 읽고 리뷰 열심히 쓰겠습니다~!!

파이버 2023-05-10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밀린 리뷰가 많습니다... 저도 새파랑님도 얼른 여유 있는 시간이 찾아왔음 하네요ㅎㅎ 저도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편지> 좋아합니다 ^^~

새파랑 2023-05-10 17:00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ㅜㅜ 왜 이리 시간이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ㅜㅜ
백야행이랑 편지 좋으셨군요~! 저도 아주 좋았었습니다 ^^
 

오랜만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은 역시 재미 있었다 ~!!


"체호프는 어디에 있나요?"
"체호프의 어떤 작품을 찾으시나요?"
그러자 여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추천작이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알겠습니다."
나나에는 그녀를 해외 문학 코너로 안내했다.
"저는 <벚꽃 동산>을 좋아하는데, <바냐 아저씨>도 인기가 있어요. <갈매기>나 <세 자매>도 좋고요, 출판사에 따라 수록된 작품도 달라요." - P95

"생각해봤는데, 난 그 사람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을 지도 몰라." 포크를 쥔 손을 내려놓고 유즈키가 말했 다. "나랑 만나지 않는 동안에, 어떤 식으로 살고 있는지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어. 나에게 보여주는 모습 이 그의 전부라 생각했지." "보통 그렇지. 그걸로 된 거 아냐? 누구에게나 비밀은 있는 법이니까. 그런 건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아."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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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5-07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에 체호프 소설 이야기가 잠깐 나오는군요 이 시리즈는 안 읽어봤어요 언젠가 볼지...


희선

새파랑 2023-05-07 18:13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히가시노 게이고 읽었는데 재미있고 좋았습니다~! 희선님 취향이실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3-05-07 10: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품 속에서 실제의 작품명이나 작가 이름이 나오면 저는 흥미롭더라고요.ㅋ

새파랑 2023-05-07 18:13   좋아요 1 | URL
ㅋ 체호프 좋아하는히가시노 게이고는 책잘알 입니다~!!

고양이라디오 2023-05-16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냐 아저씨> 너무 좋아요ㅎ 체호프도 읽고 싶고 히가시노 게이고도 읽고 싶고. 읽고 싶은 게 너무 많네요 요즘ㅎ

새파랑 2023-05-16 17:05   좋아요 1 | URL
저도 읽고싶은 책은 엄청 많은데 시간은 없고, 그런데 책은 계속 사고... 악순환인거 같습니다 ㅋㅋ

고양이라디오 2023-05-16 18:51   좋아요 1 | URL
벗어날 수 없는 굴레, 숙명인 거 같습니다ㅜㅋ
 
 전출처 : 새파랑 > 5월 구매책 프리뷰

2년전 기록이라고 뜨는데

놀랍게도 이때 구매한 9권은 모두 읽었다는 ㅋ

지금은 샀다고 다 읽지는 못하지만..

요즘에는 뜸하신 분들이 보이네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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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5-07 0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해 전에 산 책은 다 보셨군요 다행이네요 어떤 건 두 해가 지나도 못 볼 때도 있지요 책을 사면 한해 안에 보려고 하는데 그러지 못할 때도 아주 가끔 있네요 사는 책이 별로 없는데도...


희선

새파랑 2023-05-07 18:14   좋아요 0 | URL
저때는 열정이 있어서인지 다 읽었네요ㅋ 지금은...불가합니다 ㅋ

페크pek0501 2023-05-07 1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런 북플 기능이 좋더라고요. 모리스, 를 읽고 슬펐했던 기억이 나네요.

새파랑 2023-05-07 18:15   좋아요 0 | URL
가끔 이렇게 알람이 오니까 신기하고 좋더라구요. <모리스> 좋았습니다. <인도로 가는길> 읽어야 하는데 ㅡㅡ
 

어렵게 완독했지만 그만큼 좋았던 책. 인생이라는걸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었다.










결혼 전 2년 동안은 무아지경이었다. 둘은 단어와 현재와 상대 방에 대한 새로운 발견으로 늘 취해 있었다. 둘은 언어를 바꾸면 지금 함께하는 순간의 음색과 온도도 변한다는 사실을 놀랍게 깨달았다.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머리카락을 훑는 느낌도 달랐다. 언어가 달라지면 감정도 달라지는 듯했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 P153

예전에 살던 장소로 돌아가서 뭘 기대하는 걸까? 그가 자문했 다. 추억, 그건 당연하다. 특히 과거의 목소리들과 섞인, 생생하고 장면이 풍부한 추억. 물론이다. 하지만 이 추억에서 뭘 기대하지? 그걸로 뭘 할까? 우리는 마음속으로 과거 먼 곳으로 뻗어 들어가고 넓어지는 것을, 우리 내면의 확장을 느낀다. 이런 건가? 이게 우리가 마음속에서 미래로 멀리 뻗어나가려 할 때 도움이 될까? - P160

다른 점 가운데 한 가지는 글로 쓴 생각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하기 시작한다는 점이지. 나는 이제 그 생각들을 그냥 실행에 옮기는 게 아니라 꼼꼼하게 숙고하며 거리를 두고 마주할 수 있어. 생각들은 금방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고, 나는 언제나 그 생각으로 돌아올 수 있지, 글씨로 표현됨으로써 생각은 예전에 조용하고 일시적인 정신의 일화일 때는 갖지 못했던 확실성을 얻게돼. 이 확실성을 통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 생각 속에서 나는 과연 누구인지 제대로 알게 되고 배우지. - P162

우리가 지어내는 이야기가 우리 자신에 대해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줘 난 그때까지만 해도 쿠츠민의 삶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지만, 카를 압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은 느낌이었어. - P197

"그럴 마음도 없습니다. 불현듯 다시 미래가 생겼어요.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하지만 어쨌든 달라질 테지요. 당신의 미래가 달라지리라는 거야 말할 나위도 없고 말입니다." - P230

"인생은 아름답다. 삶이란 언제나, 매순간 시작되 니까." - P235

추억되는 것의 시간이 기니까 추억하는 시간이 길 수도 있지. 또는 지나간 사건의 짧은 순간이 반복하여 다시 나에게 감동을 주고, 한 순간의 감동이 다른 순간의 감동을 부채질해서 추억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해. - P241

관이 땅속으로 내려갈 때,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모든게 허사라는 허망함이 나를 엄습했어. 런던으로 오다가 굴뚝이 두 개씩인 집들을 지나면서 이 허망함, ‘futility‘-이 영어 단어는 내가 아는 다른 모든 언어보다 더 파괴적으로 느껴졌어-의 반대는 뭘까 생각했지. 대답을 찾지 못했어. 삶이 허 망하지 않은‘ 때는 언제일까? 나는 차를 타고 오면서 또 다른 의문에 휩싸였어. 왜 당신처럼 생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뜯겨버린 경우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 끝난 아버지의 삶에서 이런 허망함을 느낀 걸까. 반대여야 하지 않나? - P253

번역은 다른 그 무엇보다도 강한 친밀함, 연인 사이의 육체적 친밀함보다 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어주네 번역자는 시간이 좀 흐른 후에는 작가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가장 은밀한 것, 그의 상상력에 숨어 있는 알파 벳을 알게 되니까. 그 알파벳이 번역자에게는 지극히 낯설 수도 있네. 그럴때 번역자가 느끼는 낯섦은 평범한 만남에서 느끼는 그 어떤 것보다 싸늘하고 위협적이지. 번역은……… 낯선 내면세계 로 향하는 엄청난 침입일세. 위험하지 번역자는 작가를 그 누구 보다도 잘 알기 때문에 또한 그 누구보다도 더 심한 상처를 줄 수 있다네. - P301

하지만 이제 몇 주, 어쩌면 며칠만 지나면 다 ‘지나간다‘는 삶이 ‘끝‘이라는 느낌에 담긴 외로움은 누구도 덜어주지 못했지. 미친 소리처럼 들리겠지만, 격렬하고 필사적이며 혼란한 소원이 있었다. 누군가 와서 나를 이 외 로움에서 건져주기를, 나를 받아들이고 자기 안에 품어서 흘러가는 마지막 시간을 나홀로 겪지 않아도 되게 해주기를 바랐지. 누 군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 달라야 했지. 누군가 이 마지막 길을 ‘덜어주길 바랐어. 말하자면 내 안에 파고들어와, 나 홀로 무방비상태로 종말에 대면하지 않게 마법처럼 도와주기를. - P318

그런데 난 왜 이 원고를 당신에게 보내는 걸까요? 단 한 사람이 읽는다면 당신이 되어야 한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당신에게 보내는 것조차 오랫동안 망설였어요. 그래서 얼마 전 밀라노 갤러리에서 식사를 할 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역에서 작별한 뒤에, 당신이 나를 이렇게 알기를 바란다는 생각을 점점 더 자주 하게 됐어요. 가까운 시일 내에 런던으로 가신다고, 얼마나 머물지 모른다고 하셨지요.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서 소포를 어디로 보내는 게 좋겠냐고 묻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묻는 게 어리석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게 언제든 당신이 다시 트리에스테에, 이탈리아에 돌아왔을 때 보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나도 시간을 오래 들였으니까요. 이제 당신은 원고를 손에 들고 있어요. 그게 언제든. - P346

질병이 삶이 언제 끝나는지 결정하는 것을 왜 우리가 견디며 받아들여야 할까? 그걸 스스로 결정하는 게 누구나 누릴 당연한 권리라고 왜 생각하지 않을까? 누군가 ‘이제 그냥 충분하니까‘라고 말하는 게 왜 훌륭하고 정당한 사유로 간주되지 않을까?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 이야기한 적은 없지만, 당신이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리가 함께 듣던 음악을 이곳으로 가지고 왔어. 오늘 저녁에 들으면서 내 생각은 당신에게 가 있겠지. 내가 파리로 돌아 가자마자 가장 먼저 찾아가는 사람도 당신이 될 테고. - P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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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이어서 이야기가 조금씩은 이어진다.
솔직하고 사라지 않은 문장들이 매력적이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니. 무슨 지력으로 사랑할 수 있니. 나를 보는 너의 눈을 경유해 나를 보고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뿐이잖니. 그러므로 네가 나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다면, 네 눈이 나를 초점화하지 않는다면, 네 눈이 동태 눈깔이면 나는 나를 무어로 상상하고, 내가 무어로 존재할 수 있겠니. 네 시선, 기대, 실망 속에서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돼. 아니 그러려고 노력해. 네 바라봄이 없다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살 수조차 없어. 지금 나는 생존에 대해 말하고 있어. 네 눈이라는 내 생존의 조건에 대해. - P18

한밤, 나는 초롱의 글을 읽으며 상상한다. 나를 육박하듯 빠르고 거칠게 공격해오는 내 딸 초롱이 코너에 몰린 나는 기분좋게 당혹 한다. 내가 키운 거한테 내가 먹힌다니. 나는 카이스트에 갈 석형의 딸은 하나도 아쉽지 않다. 초롱이 나의 이상이다. 그런 애들이 있다. 새벽까지 술 먹다 동기 한 놈 집에 쳐들어가 만나게 되는 애들, 아빠 친구한테 인사해야지, 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쾅 닫으며 인사도 없이 들어가는 애들 아비와 아비의 친구와 아비의 세대를 쌩까며 쾅 하고 후두부를 가격하는 문소리를 내곤 ‘쿨‘하게 사라지는 애들 쾅쾅. 뺨을 갈기듯 문은 내 앞에서 쾅쾅 닫히고 나는 가만히 부러워진다. 멋지지 않은가? 우리가 우리 부모에게 가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했던 것을 우리에게 가하는 새끼를 길러낸 다는 것이. - P21

"심리학자는 수술 과정에서 알코올로 몸을 닦을 때의 감각이 존슨 씨에게 트라우마가 된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는 수술 상황은 기억하지 못합니다. 때로 트라우마는 사람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 있습니다." - P39

‘그런 사람들 있잖아요. 회피하는 사람들. 실눈 뜨고 사는 사람 들, 구지경도 눈꺼풀을 바짝 내리고 사는 거죠. 집에 수북이 쌓인 단수 경고장을 볼 때도, 피임을 안하고 했던 섹스를 떠올릴 때도, 후회할 때도 살기 싫을 때도, 위아래로 떨리는 눈꺼풀 안쪽 어둠 사이로 세상을 흐릿하게 보는 거죠. 그래서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지 못하는 거예요. 하나를 똑바로 보면 모두를 똑바로 봐야 하니까요. 걔도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 P65

그러나 어떤 사람은 젊은 시절에는 남이 나에게 한 잘못 때문에 잠 못 이루지만, 나중에는 자신이 남에게 한 짓 때문에 잠들지 못 한다. - P66

‘악하다‘ 도 그런 말 중 하나였다. ‘되짚다‘보다 ‘복기‘가 ‘잘못 읽다‘보다 ‘독‘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듯, ‘생각이 짧다‘ 정도면 족했을 텐데도 사람들은 기어이 초롱의 소설에 대해 악하다는 표현까지 썼고 거기에는 ‘아‘ 해도 될 것을 ‘악!‘ 하고야 마는 문학의 낯간지러운 과장과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부당한 환기가 맴돌이치고 있었다. 초롱도 그 점을 잘 알았지만 그렇다고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 P75

예전부터 초롱은 궁금했다. 삶에 어떤 위기가 닥쳐야 소극성에서 벗 어날 수 있을까? 과연 나라는 사람이 설사가 나온다고 화장실에서 앞사람을 밀칠 수 있을까? 배우자의 불륜 상대에게 물을 끼얹거 나, 의료사고로 가족을 죽게 한 병원 앞에서 일인 시위를 할 수 있 을까? 자의식을 이기는 시련이란 무엇일까? - P83

"우리의 공포는 여기, 이 사무실에 국한돼, 우리는 사무실을 떠 나며 공포도 두고 가. 하지만 여자들은 공포를 간이나 췌장처럼 몸에 지니고 다녀. 떨구고 갈 수 없어. 어디로 갈 수 있겠어? 우린 사 무실을 떠나면 그만이지만 여자들에게 사무실 밖은 사무실 밖 나름의 수천 가지 평대가 피어나는 또다른 사무실인걸. 여자들의 두 려움에는 역사가 있어. 켜켜이 쌓인, 뭐랄까, 지층적 두려움이라 고나 할까? 우리의 얇고 호들갑스러운 두려움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 P135

A군은 자신이 중간에 꽉 끼었음을 알았다. 과거로 돌아갈 수도 없고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다. 한번 사랑에 꿰뚫려본 우리가, 다 시는 사랑이 없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하여 A군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똥 마려운 개처럼 제자리를 빙빙 돌다 아무 건물에나 올라가 뛰어내려 죽었다. - P184

"너희는 클 거야. 자랄 거야. 그럼 너희도 다른 사람의 가슴을 찢어놓을 수 있어. When I was a child, I used to talk as a child, think as a child, reason as a child; when I became a man, I put aside childish things. 어릴 적의 일은 뒤로하고. 우리는 죽는 날까지 죄의 항상성을 향해 나아간단다." - P233

당신도 말의 시간차공격을 당하는가? 나는 요새 자주 말의 시간 차공격을 당한다. 오래전에 들은 별것 아닌 말이 멀쩡히 몸을 돌아 다니다 갑자기 내장을 찢는다. 그러면 나는 시간차 공격을 당한 배구 선수처럼 속수무책이다. 상대편 공격수가 뛰어서 나도 뛰었는데, 어느새 공격수는 사라지고 발이 땅에 닿는 순간, 다음 공격수가 스파이크를 때려넣는 것 같다. 말의 강타, 나는 그저 당할 뿐이다. 도끼날 아래 장작처럼. 게다가 배구와 달리 말의 이차 공격은 수년, 심지어 수십 년 후에 비로소 시작되기도 한다. - P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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