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최근에 두명의 한국작가 작품을 각각 두편씩 읽었다. 그 작가는 최진영과 김연수. 신기하게 최진영 작가의 작품은 장편이었고,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단편이었다. 또한 최진영 작가의 작품은 (죄송하지만...) 밀리의 서재로 읽었고,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종이책으로 읽었다.


그동안 최진영 작가의 작품을 네편 읽었고, 이번에 두편을 읽어서 총 여섯편을 읽었는데, 이번에 읽은 두편은 나쁘지는 않았지만 이전에 읽었던 네 작품에 비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최진영 작가의 ‘오로라‘랑 ‘구의 증명‘이 가장 좋았다.)


김연수 작가의 작품은 이번에 처음 읽었는데, 와, 왜 그동안 안읽었는지 후회가 될 정도로 좋았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착한(?) 작품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김연수 작가의 착함(?)은 뭔가 달랐다. 공감이라고 해야 할까? 김연수 작가가 락음악을 좋아해서 더 좋았던 걸까?




읽은 책들을 간단히 리뷰해 보자면...




N24027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최진영 작가의 첫 장편이고, 수상도 하고 많은 극찬을 받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과연 그정도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일단 이야기 자체는 재미있고 술술 읽히는데, 너무 날것이고 비현실적인데다가, 너무 극단적이어서 공감하기 힘들었다, 구의 증명도 극단적이긴 마찬가지 이지만... 진짜 엄마를 찾는다는게 과연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르겠고... 그래도 이런 창작이 있었기에 이후 작품들이 더 좋아지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N24028 <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반면 최진영 작가의 다음 장편인 <끝나지 않는 노래>는 전작보다는 훨씬 좋았다.뭔가 더 매끄러워진 느낌이랄까? 일제강점기에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3대에 걸쳔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현실성과 함께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점들이 잘 녹아들어 있다. 그 시대에 딸로 태어나 살아가는 고통이 이런거구나 싶었다.


이 책을 읽고나서 최은영 작가의 <밝은 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둘 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지만, 작가에 따라서 이렇게 이야기의 내용과 분위기가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이르는 <밝은 밤> 보다는 <끝나지 않는 노래>가 더 좋았고 공감이 갔다.




N24029 <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이렇게 긍정적이고, 이렇게 다정한 작가가 있다니, 책을 읽는 내내 뭔가 아련하면서도 희망과 공감을 느꼈다. 특히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나 신선했다. 이런 따뜻한 시선을 문장에 녹이는 작가의 작품을 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과거는 자신이 이미 겪은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데, 미래는 가능성으로만 존재할 뿐이라 조금도 상상할 수 없다는 것. 그런 생각에 인간의 비극이 깃들지요.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과거가 아니라 오히려 미래입니다.˝]  P.29




N24030 <너무나 많은 여름이> 김연수

<이토록 평범한 미래>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더 좋았다. 아직 여름이 오진 않았지만, 매번 여름이 올때마다 다시 꺼내서 읽고 싶은 책이었다. 나에겐 앞으로 얼마나 많은 여름이 남아있을까?


이 작품에는 김연수 작가의 자전적 느낌이 드는, 여름을 소재로 한 20편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작품들이 다 짧아서 일일이 설명하긴 좀 그렇지만 모든 단편이 다 좋았다.


특히 <여름의 마지막 숨결>에서 언급된 브라이언 아담스의 ‘Summer of ‘69‘은 완전 최고였다. 중학교때  자주 들었던 노래인데, 오랜만에 찾아 들었다. 브라이언 아담스의 노래중에 최고라 생각되는 곡.

[나는 진짜 기타를 처음 손에 넣었지,
오 달러 십 센트에 샀지.
손가락에서 피가 날 때까지 기타를 쳤어.
69년 여름의 일이었지.]  P.34


1969년의 여름도 지나가고 2019년의 여름도 지나갔다. 다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럴수 없는 그시절, 그때와는 달리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그래도 그 시절의 여름은 기억속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유없는 다정함과 함께.  


‘Summer of ‘69‘ (Bryan Adams)

Oh, when I look back now
That summer seemed to last forever
And if I had the choice
Yeah, I‘d always wanna be there
Those were the best days of my life


오늘부터 김연수 작가의 전 작품을 모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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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gri 2024-04-14 1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착하고 다정한 김연수 !

새파랑 2024-04-14 12:53   좋아요 1 | URL
맞는거 같습니다 ㅋ 지금 다른 작품 만나러 갑니다~!

자목련 2024-04-14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소설, 정말 좋죠!
새파랑 님의 리뷰도 좋고요^^

새파랑 2024-04-14 20:51   좋아요 0 | URL
오늘 김연수 작가님 책 6권 구매했습니다 ㅋ 장편은 얼마나 좋을지 기대가 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4-14 1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따스한 김연수보고도 저는 재작년에는 온통 뿔냈잖아요 ㅋㅋㅋㅋ누가 싫어할 수 있을까? 해서 나서봄 ㅋㅋㅋ읽고 바로 팔아버림…그런데 다시 빌려서 재독하고는 좋다 내가 나빴다 인정…ㅋㅋㅋ

새파랑 2024-04-14 20:53   좋아요 0 | URL
그 빡센 열반인님도 인정하는 김연수 작가님이군요. 전 안팔고 잘 모아보겠습니다 ㅋㅋㅋ

저도 작년에 다들 좋다고들 하셔서 묵혀놓고 있다가 이제 읽었습니다~!! 인정도 빠르시군요~!!

페넬로페 2024-04-14 19: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진영 작가의 작품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 리뷰를 쓰지 못하고 있어요.
뭔가 분위기가 색다른데 그게 또 어렵더라고요.
김연수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 넘 긍정적이죠? ㅎㅎ

새파랑 2024-04-14 20:55   좋아요 2 | URL
최진영 작가의 어떤 책을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분위기가 좀 독특하긴 한거 같아요~!!

<이토록 평범한 미래> 읽을때는 몰랐는데 다 읽고나니 묘하게 좋더라구요~!!

blanca 2024-04-14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김연수 작가 정말 좋아해요. 특히 박상영이 묘사한 김연수 작가 모습은 아름다운 단편 그 자체랍니다. 박상영 작가가 사람, 사물에 대한 냉소적인 발언하면 김연수 작가가 바로잡아 준대요. 상영이는 세상을 보는 시선이 ~구나. 이러면서 ㅋㅋㅋ 실제 곁에서 봐도 글과 같은 사람인 것 같아요. 박상영 작가 에세이에서 김연수 작가 부분 읽을 때마다 뿜었어요.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박상영 작가가 너무 좋아하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김연수 작가의 에세이들도 정말 강추합니다. 진~짜 좋아요.

새파랑 2024-04-14 20:57   좋아요 0 | URL
아 김연수 작가님 에세이도 좋군요. 정말 글에서 착함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정화도는 느낌~! blanca님도 좋아하신다니 저도 따라서 좋아해야 겠습니다~!!

청아 2024-04-14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락음악 좋아하는데 새파랑님 믿고 김연수 작품 재도전을 기약합니다ㅎㅎ

새파랑 2024-04-15 07:45   좋아요 1 | URL
재도전 이신가요? ㅋ 김연수작가님 왠지 저랑 비슷한 성격(?)인거 같더라구요 ㅎㅎ 브라이언 아담스 저노래 한번 들어보세요~!!
 
모비 딕 1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83
허먼 멜빌 지음, 황유원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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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26 너무나 유명해서 그동안 손이 안갔던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된 걸 후회중이다. 진정한 대작이란 바로 이런것~!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선원의 설레임과 두려움, 포경선의 역사에 대한 백과사전과 같은 작품. 모비딕에 대한 복수는 성공할 것인가? 모비딕은 언제 나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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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드롭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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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25 에쿠니 가오리의 여행(?)을 테마로 한 에세이. 작가가 경험한 여행에 대한 소소한 일상이 재미있게 쓰여 있다. 그녀의 에세이는 처음 읽어보는데,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소설이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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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놈 2024-04-15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이 더 좋군요 ㅎㅎㅎ 저도 에쿠니 가오리 에세이는 아직 안읽어 봤는데 궁금하네요 ㅎㅎㅎ

새파랑 2024-04-16 13:56   좋아요 1 | URL
전 원래 에세이보다는 소설파라서 더 그럴수도 있습니다~!!
 
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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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4024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진다고. 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슬픔'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왠지 부족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설명하기가...


누군가를 죽음으로 떠나 보낸 경험이 다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가족일수도 있고, 친구일수도 있고, 반려동물일수도 있고. 나의 경우, 소중한 사람을 잃었을 당시에는 커다란 충격과 슬픔을 느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충격과 슬픔이 옅어졌었다. 어쩌면 이게 맞는 것일수도 있다. 처음에 느꼈던 충격과 슬픔의 강도가 계속된다면 과연 정상적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우리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을 잃고 그 사람 없이도 잘 살아 간다면, 그건 우리가 그 사람을, 자기가 믿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많이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까...?] P.78



하지만 다 그런건 아닐것이다.<애도 일기>의 작가인 '롤랑 바르트' 도 아니었다. 옅어지기는 커녕 점점 아픔이 짙어져간 사람. 그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고 2년동안 수시로 그녀를 회고하는 메모를 남긴다. 그리고 그 메모를 엮은 작품이 바로 <애도 일기> 이다. 그가 출판을 목적으로 남긴 메모는 아니었다. 1977년 10월 25일에 그의 어머니가 사망하고 난 다음날부터 약 2년동안 그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메모로 남긴다.

[이 순수한 슬픔, 외롭다거나 삶을 새로 꾸미겠다거나 하는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슬픔. 사랑의 관계가 끊어져 벌어지고 파인 고랑.] P.50



얼마나 그리웠던 걸까? 얼마나 아팠던 걸까? 이런 감정이 완전한 슬픔이구나. 생전에 얼마나 사랑과 신뢰가 있었어야만 이런 애도를 할 수 있는 걸까? 높이 있을수록 더 깊이 떨어지듯이 너무나 소중했었기에 상실은 너무 깊었다.

[오늘 적막한 일요일 아침, 울적하고 암담한 마음속에서, 지금 천천히 내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매우 엄중한 절망적인 테마가 있다. 도대체 앞으로의 내 삶은 그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P.92



이런 슬픔의 극단을 계속 안고 살아간다는게 말이 안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2년 후 '롤랑 바르트'는 트럭에 치이는 사고를 당한다. 하지만 그는 치료를 거부하고 한달 뒤에 사망한다. 공식적으로는 사고사였지만, 어떤 이는 자살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언젠가 우리는 모두 여호와의 계곡에서 다시 만나게 될 거예요."
"당신은 정말 죽은 뒤에 우리가 다시 만날 거라고 믿나요? 정말 내가 마망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난 지금이라도 당장 죽고 싶어요."] P.167

[마망의 죽음은 모든 사람들은 죽는다는, 지금까지는 추상적 이기만 했던 사실을 확신으로 바꾸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그 어떤 예외도 없으므로, 이 논리를 따라서 나 또한 죽어야만 한다는 확신은 어쩐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P.216




어머니에 대한 그의 슬픔이 <애도 일기>가 아닌 <망각 일기> 였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만약 그가 마음속으로만 어머니를 추모하고, 어머니에 대한 메모를 남기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덜 아프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었다. 감정이라는게 글이라는 형태로 표출되게 되면 더 극대화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들(글쓰는 사람들)이 일반사람들에 비해 더 감성적인 걸지도...


저마다의 슬픔의 깊이를 측정할 수는 없지만, 두번다시 만날수 없는 것보다 더 큰 슬픔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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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좋은 작품. 김연수 작가님 작품을 다 읽어봐야 겠다.




두번째 밤이 지나간 뒤, 포탄이 떨어질 때마다 우리는 생각 한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날 때 세상에는 지혜가 가장 흔해진 다고. 그때야말로 우리가 지혜를 모을 때라고, 평범하고 흔한 그 지혜로 우리는 세상을 다시 만들 것이라고. - P14

나는 진짜 기타를 처음 손에 넣었지,
오 달러 십 센트에 샀지.
손가락에서 피가 날 때까지 기타를 쳤어.
69년 여름의 일이었지. - P34

그날 다리 밑까지 함께 간 친구들은 담배를 나눠 피웠다. 그 러려고 어두운 철교 밑으로 간 것이었다. 그 친구는 내게도 담배를 건넷다. 마치 브라이언 아담스의 앨범을 복사한 카세트 테이프를 건네듯이. 나는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어둠 속의 아이들이 깔깔 웃었다. 친구들이 피우는 담배 불빛이 어둠 속에서 빨갛게 타들어갔다. 그 어둠 속에서도 시냇물은 쉬지 않고 흘렀으리라. 눈물이 날 것만 같은 밤이었지만, 나는 울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대로 조금씩 변해갔다 - P36

지금까지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야. 과거는 다 잊어버리자. 내가 어떤 집에서 태어났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누구를 만나 사랑했고, 어떤 꿈을 가졌었는지는 다 잊어버리자. 대신에 오로지 미래만을 생각하기로 해. 이제까지는 과거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면, 앞으로는 미래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도록 말이야. - P57

청붕오리를 보는 일도, 아내와 밥을 먹는 일도, 또 둘이서 잠드는 일도 모두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었는데, 이제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됐다고. - P65

오직 이유 없는 다정함만으로 말입니다. 제가 소설을 쓰고 출판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습니다. - P114

"네 쪽에서 더 자주 연락하지 그랬니?‘"
라고들 말했지만, 그건 그렇지 않다. 관계라는건 실로 양쪽을 연결한 종이컵 전화기 같은 것이어서, 한쪽이 놓아버리면 다른 쪽이 아무리 실을 당겨도 그전과 같은 팽팽함은 뇌실아나지 않는다. - P118

사랑이란 제 쪽에서 타인을 바리볼 때의 감각이었다. 그것에는 절대적인 크기가 없었다. 멀어지던 그 순간부터 그녀의 살갓이 와닿을 때의 촉감이나 자신을 쓰다듬떤 손길은 전혀 되살아나지 않았다. 멀어지던 바로 그 순간부터 풍화는 시작되었다. 그리하여 그녀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심지어는 그 얼굴이 어떻게 생겼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됐다. 지훈은 그녀의 강의를 평생 잊을 수 없었다. 누구도 스스로 존재할 수는 없다. 누군가를 존재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 P143

여기서 중요한 것은 ‘회고적으로‘라는 말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이 이어지지 않았어도 전쟁 전의 유럽이 그토록 평화롭고 풍요롭게 기억될 수 있었을까? ‘회고적으로‘라는 말은 그뒤에 일어난 끔찍한 일, 즉 전쟁을 겪고 난 뒤에야 그 시절이 제대로 보였다는 뜻이다. 벨 에포크를 살아가는 사람은 그 시절이 벨 에포크인지 어떤지 알지 못한다. 한 번의 인생이란 살아보지 못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죽은 뒤에야 우리는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러므로 잘 살고 싶다면 이미 살아본 인생인 양 살아가면 된다. - P214

"누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어떤 별은 존재할 수도,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거예요"라고 연구원은 말한다. "그러니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것, 그것이 관찰자로서의 책임감이 아닐까요" - P238

프랑스의 소설가 파스칼 키냐르는 이런 문장을 썼다.

다음 여덟가지가 사랑의 결과다. 사랑은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고통을 진정시키고, 죽음을 떼어놓고, 사랑과 관련되지 않은 관계들을 해체시키고, 낮을 증가시키고, 밤을 단축시키며, 영혼을 대담하게 만들고, 태양을 빛나게 한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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