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인 <남아 있는 나날> 과 <나를 보내지마>를 재독했다. 민음사 모던클래식으로 나왔었던 작품들인데, 리커버판으로 다시 나와서 일단 구매를 해놓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다시 읽었다. 재독한 감상은 ˝역시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감탄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1인칭 시점으로 쓰여있는데, 1인칭 주인공 시점의 가장 큰 특징은 가장 주관적인 서술이라고 본다.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나의 주관으로 쓰기 때문에, 옆에서 관찰하고 쓰는 3인칭 시점이나, 모든 걸 다알고 쓰는 전지적 시점 보다는 객관적일 수 없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에 진실함이 잘 전달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주인공의 시점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이를 감안하고 실제 감정을 추측하는 재미도 있다. 간단히 리뷰를 해보자면...




N25024 <남아 있는 나날>

˝언제까지나 뒤만 돌아보며 내 인생이 바랐던 대로 되지 않았디고 자책해 본들 무엇이 나오겠는가?˝


예전에 읽었을 때는 너무 무미건조해서 조금 답답하게 읽었었는데, 다시 읽어보니 와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직업의식이란 이런거다 라고 말해주는 작품이었다.


과거 영국인 ‘달링턴‘경을 모셨지만 이제는 미국인 ‘패러데이‘를 모시게 된 집사 ‘스티븐슨‘은, 과거 ‘달링턴 홀‘에서 28명의 직원을 거느린 최고의 집사였지만 지금은 4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구시대의 집사이다.


그는 새주인 ‘패러데이‘의 배려로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6일간의 휴가를 얻게 된다. 그리고 품위 때문에, 책임감 때문에, 마음은 있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과거의 부하직원인 ‘켄턴‘양을 만나러 간다. 그리고 여정을 떠나면서 지난날의 영광과 아쉬움을 회상한다.


1차 세계대전 후 유럽의 평화를 위해 물밑에서 일한 정치가 ‘달링턴‘경을 모시는 집사였던 그는, 주인의 업적을 위해 보고도 못본척, 듣고도 못들은척 하며 ‘달링턴홀‘을 방문하는 손님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달링턴홀‘이 최고의 저택이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생 내내 자신의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그러면서 그는 제대로 된 휴가나 여행도 못가고, 아버지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도 전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걸 묵묵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집사라는 책임감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그는 사적인 모든 걸 내려놓았다. 개인의 희생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었다. 그에게는 ‘달링턴홀‘의 명성과 ‘달링턴‘경의 성공이 전부였다.


하지만 독일 나치에 대한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은 결국 잘못된 것이었고, 이 선택으로 인해 ‘달링턴‘경은 정치적으로 몰락하게 되며 ‘달링턴홀‘의 명성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스티븐슨‘은 다른사람들로부터 왜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을 말리지 못했는지 추궁당하기도 하고, 집사로서의 입지도 줄어들게 된다. 이후 ‘달링턴홀‘의 주인은 미국인 ‘패러데이‘로  바뀌지만 ‘스티븐슨‘은 ‘달링턴홀‘의 집사로 남게 된다.


나치와 협조한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은 분명 잘못된 것이긴 하지만 ‘스티븐슨‘은 ‘달링턴‘경의 정치적 선택은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고,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독자에게 호소하며 주인의 몰락을 대단히 안타까워 한다. 그리고 집사인 자신이 설사 주인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되더라도 주인의 선택을 막을수는 없었다고 변명하며 위대한 집사가 되기 위해 사적인 것을 포기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그리고 그는 무려 20년만에 ‘켄턴‘양을 만난다. ‘스티븐슨‘은 그녀에게 과거에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전할수 있을까? 아니면 아직도 품위 때문에 망설일까? ‘스티븐슨‘은 더이상 위대한 집사도 아니고 이제는 인생의 황혼기에 들어섰지만, 지금부터라도 남아 있는 나날을 온전히 자신을 위해 살아갈 수 있을까?

[어쨌거나 때늦은 깨달음에 의지해 과거를 뒤져 보노라면 그러한 ‘전환점‘들이 도처에서 눈에 띄게 마련이다. 우리의 저녁 모임을 중단하기로 한 나의 결정뿐 아니라 그전에 내 집무실에서 있었던 일도 그런 시각으로 보자면 얼마든지 ‘전환점‘으로 볼 수 있다. 그녀가 꽃병을 들고 들어왔던 그날 저녁에 만약 내가 약간 달리 반응했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문해 보지 않을 수 없다.]  P.268




이 책의 초반부는 무미건조하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스티븐슨‘이 자신이 처한 상황과 감정을 조금씩 드러내면서 이야기의 몰입감은 점점 켜져가고, 결말부분에서는 감탄을 자아낸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포기해야 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란 이런거구나 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어느 누가 위대한 집사 ‘스티븐슨‘의 삶을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하나를 가지면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게 인생이다, 그리고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더라도 나만은 인정해 줘야 하는게 인생이다.


(추가로 이 책 뒤에 있는 역자 해설은 공감하기 힘들었다. 나는 역자와는 반대로 ‘스티븐슨‘의 고백에 설득당했고 공감했다. 나 역시 ‘스티븐슨‘ 처럼 직업이 인생에 있어서 절대적이고, 직업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야 하는 월급쟁이 이기 때문에...)






N25025 <나를 보내지마>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나는 흐느끼지도, 자제력을 잃지도 않았다. 다만 잠시 그렇게 서 있다가 차로 돌아가 가야 할 곳을 향해 출발했을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인지, 인간을 다른 생명과 구별짓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작품의 배경은 인간복제와 장기이식이 가능한 미래의 영국이다. 어떻게 보면 SF 소설이라고도 할수도 있지만 SF 느낌이 나진 않는다. 단지 소재만 SF적인 요쇼를 가져왔을뿐 이야기는 지극히 인간적이다. 그런데 인간적이란게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은 주인공인 ‘캐시‘가 ˝간병사˝로 일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헤일셤‘이라는 기숙학교에서 보낸 시절과 성인이 된 이후의 상황을 회상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대적 배경 자체는 완전히 다르지만 이야기의 구성 자체는 <남아 있는 나날>과 대단히 비슷하다. 초반만 잘 지나가면 중반부터 몰입부는 엄청나며, 작가가 조금씩 흘리는 힌트속에서 비밀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세명이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캐시‘, 그리고 그녀의 친구인 ‘루스‘, 마지막으로 ‘루스‘의 연인었다가 마지막에는 ‘캐시‘의 연인이 되는 ‘토미‘가 바로 그들이다. 세명은 모두 ˝클론˝, 즉 복제인간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모체인 ˝근원자˝가 누군지도 모른채 ˝헤일셤˝이라는 곳에서 자란다. 그들은 가족과 집만 없을 뿐이지 일반 청소년처럼 ˝헤일셤˝이라는 학교에서 지내면서 정상적으로 학습하고 친구들과 서로 교감하면서 성장한다. 일반 인간과 크게 다를바 없이.


그러나 ˝헤일셤˝의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기원이 누구인지, 존재의 목적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일을 하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 확실한건 없었다. 자신들의 존재의 목적을 궁금해 하는 것 자체가 금기인것처럼 서로서로 조심하면서 말을 아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왠지 모를 낙관이 있을 뿐이었다.


그들은 ˝헤일셤˝을 졸업하고 자신들의 직업을 학습하는 곳으로 보이는 ˝코티지˝라는 곳으로 옮겨간다. 그곳에서는 개인이 희망하면 외출을 하기도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왜 그들은 그곳에서 도망가지 않지?‘ 라는 의문이 들었다. 추측컨데 아마 그들은 어디로든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세뇌받은게 아닐까 싶다. 자신들의 존재 목적을 위해 자의든지 타의든지 이곳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평범한 사람의 인생도 이와 다를바 없다.


그들은 ˝코티지˝에서 자신들의 모체인 ˝근원자˝에 대해서도 궁금해한다. 일반적인 사람이 자신을 낳아준 부모를 사랑하고 걱정하고 찾듯이, 그들 역시 부모와 같은 ˝근원자˝를 궁금해하며, 찾아나서기 까지 한다. 그들은 자신의 ˝근원자˝가 근사한 사람이길 기대하지만, 그들은 안다, 자신의 근원자는 사회의 하층민이었다는 것을, 대부분의 ˝근원자˝는 장기기증을 위해 자신을 내어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이후 ˝클론˝인 그들의 존재 목적이 서서히 드러난다. 그들은 ˝회복센터˝라는 곳에서 ˝클론(기증자)˝을 돌보는 ˝간병인˝으로 일하다가,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장기를 떼어주는 ˝기증자˝로 바뀌게 되고, 4번의 장기기증까지 하게 되면 거의 죽게되는 운명이다. (아마 4번째의 기증이 심장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대부분은 4번의 장기기증까지 가기도 전에 죽는다. 한마디로 그들 ˝클론˝은 인간의 생명연장을 위한 소모품이었다. 희생을 위해 태어난 생명체, 그럼에도 인간과 똑같은 몸과 마음을 가진 생명체.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원망하거나, 운명에서 도망치지 않는다. 같은 ˝클론˝끼리 서로 도와주고 걱정하고, ˝간병인˝으로 근무하면서 ˝기증자˝를  마지막까지 보살펴주며 이별에 진심으로 아파한다. 4번쨎기증을 앞둔 남자주인공 ‘토미‘는 자신의 ˝간병인˝이자 사랑하는 사람인 ‘캐시‘에게 자신의 죽어가는 마지막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멀쩡한 지금의 모습만을 ‘캐시‘가 기억해주길 원해서 먼저 이별을 고한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 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서로 헤어지게 되는 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안타까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  P.482




˝클론˝인 그들 역시 사랑하고 미워하고 걱정하고 배려하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실제 사람 보다도 더 감정의 깊이가 깊은, 그래서 어떤면에서 보면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인간이었다. 이러한 ˝클론˝이 사람과 다를게 뭐가 있는가, 아니 오히려 더 사람답다고 느껴지는건 왜일까? 감정이 매말라버린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걸까? 사람다움,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었다. 사람이 동물인 이유는 본능이고, 사람이 동물과 다른 이유는 감정이다.






두 작품은 같은 작가의 작품이라 하기에는 너무 다른 주제를 다룬다. 전자는 집사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역사소설이라면, 후자는 인간복제를 다룬 SF 소설이다. 하지만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마치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다 그리움이고 추억이라는 것처럼 지나간 기쁨과 슬픔들을 차분히 뒤돌아본다. 너무나 담담해서 더 울림이 있는 이야기들. 이런게 바로 문학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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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3-15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고 싶은 책도 정말 많은데, 좋은 신간이 또 나오니 책은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새파랑 2025-03-16 08:26   좋아요 1 | URL
전 요즘 확 읽고 싶은 신간이 없어서 그런지 예전에 읽은 책들 중 좋았던 책들을 다시 읽고 싶더라구요~ 하지만 백수린 작가님 신간은 읽고 싶습니다~!!

은하수 2025-03-16 0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 중에서 이 두 작품이 가장 좋았어요.
말씀대로 너무도 담담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읽고 있는 저보다 오히려 담담해서 더 와닿았던 거 같아요!

새파랑 2025-03-16 08:29   좋아요 1 | URL
은하수님도 그러시군요. 너무 담담해도 담담한 작가님이였습니다 ㅋ 두 작품 모두 영화도 있다고 해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은 언제쯤 나올려나요 ㅜㅜ

희선 2025-03-18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을 한다고 해도 자기 삶도 생각하면 좋을 텐데, 스티븐슨은 그러지 않았네요 그렇게 사는 것도 쉽지 않을 듯합니다 예전에 읽은 거 이번에 또 만나셨군요 작가는 달라도 조금 다른, 이야기가 다르고 아주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네요 사람 이야기...


희선

새파랑 2025-03-18 08:53   좋아요 1 | URL
일중독자 스티븐슨 입니다 ㅋ 노벨상은 괜히 주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울림이 있는 작가의 작품이었습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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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5023

역시 김연수 작가님이라는 감탄이 나오는 단편집이었다. 이전에 발표한 단편집인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나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와는 다르게 모든 단편들이 좋지는 않았지만...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특히 한 단편 안에서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양한 사연들이 결국은 연결되는 구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많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구성을 보여준 작품들 중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세계의 끝 여자친구>,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 편이 좋았다.


사랑하는 애인의 죽음(작가)과 사랑하는 아들의 죽음(통역사)은 ‘상실 후 그리움‘으로 연결되고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내가 아는 나의 얼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음을 머금은 케이케이의 눈동자에 비친 얼굴이었다. 양쪽 눈동자에 하나씩, 모두 두 개의 얼굴.] P.10



메타세쿼이아 한그루를 통해 과거 시인의 편지와 현재 나의 망설임은 ‘전하지 못한 사랑의 아쉬움‘으로 연결되며 (˝세계의 끝 여자친구˝),

[누군지는 끝내 알 수 없게 됐지만,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도 당신만을 생각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영영 말해줄 수 없게 됐지만, 언젠가는 그 사람도 알게 되겠죠. 시인이 한때 이런 시를 썼다는 거. 그 메타세쿼이아가 두 사람이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이었다는 거.] P.80



어머니가 죽던 날 내가 본 노을과 사진작가가 찍은 흑두리미의 노을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연결된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그 순간만은 그 누구라도 내가 바라본 노을을 그러니까 엄마가 죽던 날의 노을을 바라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엄마의 고통을 오직 진통제만이 이해했듯이 내 슬픔은 그 노을만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통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슬픔을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P.178




이러한 구성을 통해 김연수 작가님은 ˝개인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라고 말하려던게 아니었을까?


개인의 이야기는 어떻게든 연결된다. 그래서 당신 옆에 누군가가 있다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외롭지 않을거라 생각한다.


Ps. 다음번에는 김연수 작가님 책탑을 찍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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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3-1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간이 나올 때도 된 거 같은데 말이죠. 음 그러고 보니 저는 이 소설은 읽지 않았네요!

새파랑 2025-03-15 13:31   좋아요 0 | URL
이 단편집 좋습니다~!! 다른 단편집들에 비해 세련된(?) 느낌이 있어서 수이님은 좋아하실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5-03-15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탑을 기대합니다!!!

새파랑 2025-03-15 17:25   좋아요 0 | URL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아봐야 할거 같습니다~!!

은하수 2025-03-16 0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김연수 작가님~~~
요즘의 책보다 오래전의 작품들이 더 좋았다고 생각하는....
저도 김연수 작가님 책탑 구경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5-03-16 08:24   좋아요 0 | URL
작가님 스타일이 예전이랑 지금이랑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ㅋ 전 둘다 좋아요~!

자목련 2025-03-16 1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작가!
신나는 책탑 올려주세요^^

새파랑 2025-03-17 10:59   좋아요 0 | URL
넵 ㅋ 지금까지 읽은 연수작가님 책도 정리해봐야 겠습니다~!!
 

최근에 책을 좀 읽긴 한거 같은데 인터넷을 할 시간이 없어서 리뷰나 100자평을 거의 못썼다. 그래서 읽었으되 못남긴 책들의 리뷰를 간단히 남겨보자면...


N25019 채털리 부인의 연인 - 상
N25020 채털리 부인의 연인 - 하

언제인지 모르지만 채털리 부인의 연인을 영화로 본적이 있었다..... 이미 영화로 봤다는 사실 때문에 책으로 읽고 싶다는 생각이 안들었지만.... 사실 영화 내용도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파격적인(?) 고전의 대명사 이기도 해서 읽었다. 그리고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밑줄도 긋지 못하고 읽었다. 현재 시각에서 보면 표현이 그렇게 야하지도 않지 당시에는 상당한 논란을 야기했을만 하다. 지금읽어도 정말 관능적이다. 그리고 확실히 영화와 글은 다르다는걸 깨달았다... 나는 영화보다는 글이 더 취향인 것 같다.




N25021 노름꾼

최근에 머리 아픈 일이 많아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선택한 작품. 다시 읽어도 여전히 유쾌하고 좋았다. 어차피 인생은 한방이라며 빠지기 쉬운 도박, 하지만 일획천금을 노리다가 한방에 훅 가는게 대부분이다. 노름꾼들도 다 알고 있다, 하지만 끊지를 못한다. 자신은 특별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잃더라도 자신은 딸 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 때문인지도. 탐욕. 그러고 보니 노름과 인생은 어딘지 닮아 보인다.

[가령 빨간색이 열 번이나 나오고 나면 또다시 빨간색에 걸려고 결심하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다. 하지만 노련한 노름꾼들 이라면 빨간색의 반대인 검은색에는 걸지 않을 것이다. 노련한 노름꾼은 그것이 <우연의 변덕> 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




N25022 8월은 악마의 달

알라딘에서 평도 좋고  (내가 좋아하는) 아일랜드 출신 작가여서 구매를 했는데, 재미있게 읽기는 했지만 솔직히 별로였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주인공인 ‘엘런‘의 행동을 ‘금기시되어 온 여성의 욕망‘을 표출했다고 보기에는 공감하기 힘들었고, ‘엘런‘이 자려고 하는 주변 남자들 역시 이해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등장인물 모두 이성과 자는 것만이 목적인 발정난 짐승들이었다. 프랑스의 휴양지를 혼자가면 저렇게 노는건가? 라는 의문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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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5-03-15 1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8월은 악마의 달_을 읽어보고 싶게끔 만드는 한줄평, 강렬한!

새파랑 2025-03-15 13:26   좋아요 0 | URL
앗 ㅋ 잠자냥님 별 다섯보고 구매했는데...
저는 잠자냥님처럼 깨어(?)있는 사람이 아니어서 좀 놀랬습니다~!!
 

그동안 읽고 싶었으나 아껴둔 한강작가님의 <소년이 온다>를 이제야 읽었다. 예전에 읽을걸 너무너무 후회된다. 이건 뭐 설명이 필요없다. 최고.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고통스럽기는 처음이었다. 노벨상 수상은 당연한 거였다.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들여다볼 때, 혼도 곁에서 함께 제 얼굴을 들여다보진 않을까. - P13

그 과정에서 네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가지 일은, 입관을 마친 뒤 약식으로 치르는 짧은 추도식에서 유족들이 애국가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관 위에 태극기를 반듯이 펴고 친친 끈으로 묶어놓는 것도 이상했다. 군인들이 죽인 사람들에게 왜 애국가를 불러주는 걸까. 왜 태극기로 관을 감싸는 걸까. 마치 나라가 그들을 죽인 게 아니라는 듯이. - P17

체머리 떠는 노인의 얼굴을 너는 돌아본다. 손녀따님인가요, 묻지 않고 참을성 있게 그의 말을 기다린다. 용서하지 않을 거다. 이승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본 사람처럼 꿈적거리는 노인의 두 눈을 너는 마주 본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나자신까지도. - P45

어디선가 누나의 혼도 어른거리고 있을 텐데, 그곳이 어딜까, 이제 우리한텐 몸이 없으니 만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일 필요는 없을텐데. 하지만 몸 없이 누나를 어떻게 만날까. 몸 없는 누나를 어떻게 알아볼까. - P51

어머니가 부쳐준 올배쌀을 공기에 담아와 다시 책상 앞에 않았다. 묵묵히 쌀알을 씹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 먹는다는 것엔. 익숙한 치욕 속에서 그녀는 죽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그 사람들은 언제까지나 배가 고프지 않을 것이다, 삶이 없으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삶이 있었고 배가 고팠다. 지난 오년 동안 끈질지게 그녀를 괴롭혀온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허기를 느끼며 음식 앞에서 입맛이 도는 것. - P85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죽음을 피하고 싶었다.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많이 봤기 때문에 둔감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래서 더 두려웠다. 입을 벌리고 몸에 구멍이 뚫린 채, 반투명한 창자를 쏟아내며 숨이 끊어지고 싶지 않았다. - P89

마침내 도청 쪽에서 총소리가 들렸을 때 그녀는 잠들어 있지 않았다. 귀를 틀어막지도, 눈을 감지도 않았다. 고개를 건지도, 신음하지도 않았다. 다만 너를 기억했다. 너를 데리고 가려 하자 너는 계단으로 날쎄게 달아났다. 겁에 질린 얼굴로, 마치 달아나는 것만이 살길인 것처럼. 같이 가자, 동호야. 지금 같이 나가야 돼. 위태하게 이층 난간을 붙들고 서서 너는 떨었다.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쳤을 때, 살고 싶어서, 무서워서 네 눈꺼풀은 떨렸다. - P92

그렇다면 우리에게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인간이 무엇이지 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 P95

당신이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르지 못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습니다. - P99

네가 죽은 뒤 장례식을 치른지 못 해, 내 삶이 장례식이 되었다. 네가 방수 모포에 싸여 청소차에 실려간 뒤에. 용서할 수 없는 물줄기가 번쩍이며 분수대에서 뿜어져 나온 뒤에, 어디서나 사원의 불빛이 타고 있었다.
봄에 피는 꽃들 속에, 눈송이들 속에 날마다 찾아오는 저녁들 속에 다 쓴 음료수 병에 네가 꽃은 양초 불꽃들이. - P102

지금은 어리석게 들리겠지만, 그 말을 절반은 믿있습니다. 죽을수 있지만, 어쩌면 살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겠지만, 어쩌면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뿐 아니라 조원들 대부분이, 특히 어린 친구들은 더 강한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지도부를 이끌었던 대변인이 전날 외신기자들을 만나 했다는 말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패배할 거라고 그는 말했다지요. 반드시 죽을 것이며,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지요. 고백하건대 나에게 그런 초연한 확신은 없었습니다. - P113

김진수의 생각에 대해선 알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이 죽으리라고 예상하면서도 도청 밖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왔던 걸까요. 아니면 나처럼, 죽을 수도 있지만 살 수도 있다는 생각, 어쩌면 도청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 동안 부끄러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낙관에 몸을 실었던 걸까요. - P113

양심.
그래요, 양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그겁니다. - P114

군인들이 쏘아 죽인 사람들의 시신을 리어카에 실어 앞세우고 수십만의 사람들과 함께 총구 앞에 섰던 날, 느닷없이 발견한 내안의 깨끗한 무엇에 나는 놀랐습니다. 더이상 두럽지 않다는 느낌, 지금 죽어도 좋다는 느낌, 수십만 사람들의 피가 모여 거대한 혈관을 이룬 것 같았던 생생한 느낌을 기억합니다. 그 혈관에 흐르며 고동치는, 세상에서 가장 거대하고 숭고한 심장의 맥박을 나는 느꼈습니다. 감히 내가 그것의 일부가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 P114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아품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 P117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아니, 그런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갖고 있었지.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던 걸 보여준 거지.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던 걸 증명한 거야. - P130

어떤 기억은 아물지 않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릿해지는게 아니라, 오히려 그 기억만 남기고 다른 모든 것이 서서히 마모됩니다. 색 전구가 하나씩 나가듯 세계가 어두워집니다.나 역시안전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 P134

나는 싸우고 있습니다. 날마다 혼자서 싸움니다. 살아남았다는, 아직도 살아 있다는 치욕과 싸움니다. 내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웁니다. 오직 죽음만이 그 사실로부터 앞당겨 벗어날 유일한 길이란 생각과 싸웁니다. 선생은, 나와 같은 인간인 선생은 어떤 대답을 나에게 해줄 수 있습니까? - P135

네가 나한테 한번 와준 것인디, 지나가는 모습이라도 한번 보여 줄라고 온 것인디, 늙은 내가 너를 놓쳐버렸어야. 시장통 좌판 사이로, 골목골목으로 한시간을 뒤지고 댕겨도 없어야. 무릎 속이 쑤시고 어질어찔 골이 흔들려 바닥에 주저앉았다이. 허지만 동네 사람이라도 만나먼 큰일인게, 아직 어지러워도 땅을 짚고 일어섰다이 . - P179

여덟살 묵었을 때 네가 그랬는디. 난 여름은 싫지만 여름밤이 좋아. 암것도 아닌 그 말이 들기 좋아서 나는 네가 시인이 될라는가, 속으로 생각했는디. 여름밤 마당 평상에서 느이 아부지하고 삼형제하고 같이 수박을 먹을 적에. 입가에 묻은 끈끈하고 다디단 수박물을 네가 혀로 더듬어 핥을 적에. - P191

엄마, 저쪽으로 가아, 기왕이면 햇빛 있는 데로. 못 이기는 척 나는 한없이 네 손에 끝려 걸어갔제. 엄마아, 저기 밝은 데는 꽃도 많이 폈네. 왜 캄캄한 데로 가아, 저쪽으로 가, 꽃 핀 쪽으로. - P192

허락이요? 물론 허락합니다. 대신 잘 써주서아 합니다. 제대로 써야 합니다. 아무도 내 동생을 더이상 모독할 수 없도록 씨주세요. -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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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이야기가 이어지른 김연수 작가님의 단편집. 작가님의 애정어린 시선이 언제나 좋다.


내가 아는 나의 얼굴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음을 머금은 케이케이의 눈동자에 비친 얼굴이었다. 양쪽 눈동자에 하나씩, 모두 두 개의 얼굴. - P10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그 나라마저도 내게는 미칠 듯이 사랑스러있으니까. 우린 연인이었다. 그 나라에서 케이케이가 왔다. - P12

고통을 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고통을 피하려고 스스로 죽기도 한다. 해피에게는 아이없이 살아가는 삶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건, 희망을 찾은 게 아니라 희망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 P27

요즘 들어서, 살아오는 동안 안 하고 넘어간 일들이 자꾸 생각나는 거예요. 청년은 아직 이게 무슨 기분일지 모를 거야. 한 일들은, 그게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마음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안한 일들은 해봤자였다고 생각하는데도 잊히질 않아요. 왜, 하지도 않은 일이 잊히지 않는다니까 우스워요. - P79

누군지는 끝내 알 수 없게 됐지만, 그래서 죽는 순간까지도 당신만을 생각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영영 말해줄 수 없게 됐지만, 언젠가는 그 사람도 알게 되겠죠. 시인이 한때 이런 시를 썼다는 거. 그 메타세쿼이아가 두 사람이 갈 수 있었던 가장 먼 곳이었다는 거. - P80

미래를 바라봐온 십대, 현실과 싸웠던 이십대라면, 삼십대는 멈취서 자기를 바라봐야 할 나이다. 이젠 좀 솔직해져도 괜찮은 나이다. 축하를 위해 세 잔의 맥주를 마시자. 뭐, 그런 내용. - P96

그 순간만은 그 누구라도 내가 바라본 노을을 그러니까 엄마가 죽던 날의 노을을 바라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엄마의 고통을 오직 진통제만이 이해했듯이 내 슬픔은 그 노을만이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고통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과 슬픔을 함께할 수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적으로 만들었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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